=============================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호오....”
안톤은 그의 집무실에 있었다. 준열이 좀 놀란 건 이 시간 안톤이 깨어 있단 점이었다.
그것도 옷을 다 갖춰 입은, 즉 외출할 준비를 다 끝내 놓은 상태로 말이다. 그가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 내용을 통해 그의 현 상태를 유추한 준열은, 안톤의 목소리 상태로 그가 지금 많이 흥분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긴 듯 말이다.
“저긴가?”
새벽임에도 그의 저택인 5층 건물의 4층 중간 창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준열은 타미라라는 여자 킬러가 생각났고, 그녀처럼 창을 통해 저기 보이는 안톤이 있는 집무실 안으로 잠입해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그게 가능했다.
휙! 처척! 휙! 처처처척!
“와아....이게 되네.”
「개다리」아이템의 괴력 능력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무슨 서커스 곡예처럼 준열은 두 팔다리를 적절하게 움직이면서 창과 벽을 타고 가뿐히 4층으로 올라갔고, 마침 누가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안톤이 있는 집무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운이 좋은 건지 안톤의 집무실 안에는 안톤과 노년의 신사 한 명이 있었고, 갑자기 창가에서 등장한 준열을 보고 놀란 그 두 사람이 입을 열기 전, 준열이 먼저 강제 수면 능력으로 그 둘을 잠재웠다.
터털썩!
안톤의 죽음은 반드시 세상에 알려져야 했다. 그것도 확실한 사망 원인이 밝혀진 채로 말이다. 그래야 가주와 후계자를 동시에 잃은 록펠러 가문이 혼돈에 휩싸일 터.
때문에 개 컨테이너를 이용해서 안톤을 죽이거나 거기 시신을 유기할 수는 없었다.
근데 안톤과 같이 잠들어 있는 노신사의 정장 앞섬이 불룩하니 튀어나와 있는 게 준열의 눈에 띠었다.
준열은 곧장 그 노신사의 정장 상의를 풀었다. 그러자 노신사가 차고 있던 권총갑과 그 권총이 드러났다.
“잘 됐네.”
준열은 곧장 권총갑에서 권총을 꺼낸 다음 노신사의 손에 쥐게 했다. 그리고 힐끗 집무실의 출입문을 쳐다봤다.
“쯧쯧....”
혀를 찬 준열은 기척을 죽이고 집무실의 출입문 쪽으로 걸어가,서 역시나 소리 나지 않게 그 문을 안에서 잠갔다. 그리고 다시 잠들어 있는 안톤과 노신사에게로 돌아와서....
탕!.....탕!
잠시 뒤 두 발의 총성이 안톤의 집무실 안에서 일었다.
“뭐, 뭐야?”
총성은 연발로 울리지 않고 잠깐의 틈을 두고 울렸다.
철컥! 철컥!
그 소리에 놀란 집무실 밖의 경호원들. 그들이 황급히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안에서 문이 잠겨 그럴 수가 없었다.
“젠장....문은 누가 잠근 거야?”
그때 경호책임자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서 그걸 보고 다급히 외쳤다.
“부셔! 빨리!”
그의 지시에 문에 붙어 있던 경호원들이 일제히 세네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일제히 집무실 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쾅! 콰앙!
그러자 문의 잠금장치의 빗장이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망가지면서 문이 활짝 열렸다. 그 열린 문 안으로 우르르 경호원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헉!”
“안톤님!”
기겁한 경호책임자가 안톤의 이름을 부르며 쓰러져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안톤에게 달려들 때, 투명체로 변한 준열은 이미 창문 밖에 있었다.
휙! 처척! 휙! 휙! 척!
올라 갈 때보다 훨씬 빠르게 창문과 벽을 타고 밑으로 내려 온 준열. 그는 빠르게 그 현장을 벗어났다.
* * *
평소에는 한 잔도 마시지 않던 브랜디를 두 잔이나 마신 안톤. 그는 그만 집무실 책상에서 잠이 들었다.
“으음....”
그런 그가 잠에서 깼을 때 이미 시간은 새벽 3시가 다 됐다. 책상에 엎드려 두 팔을 베개 삼아 잤던 터라 그의 두 팔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심지어 쥐까지 났다.
해서 두 팔을 최대한 풀어주면서 혈액 순환까지 시키느라 10여분의 시간을 다시 책상에서 허비한 안톤은 몸을 일으켜서 집무실을 나섰다.
그래도 잠은 편하게 자야 하지 않겠나? 곧장 침실로 향한 안톤은 대충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씻고 자야 하지만 그랬다간 잠이 싹 달아날 터. 나이도 나이지만 요즘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안톤이었다. 이렇게 잠이 올 때는 무조건 자야 했다. 다행히 침대에 몸을 묻자 잠이 왔고 그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렇게 두 시간 쯤 잤을까? 핸드폰 진동 소리에 그는 잠에서 깼다. 한데 그는 아무렇지 않게 벌떡 몸을 일으켜서 그 핸드폰을 살폈다. 보통 누가 잘 자고 있는 데 그 잠을 깨우면 짜증이 나지 않은가? 한데 안톤의 얼굴에는 그런 불쾌감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크크크큭....”
핸드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안톤의 입에서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군.”
그렇게 핸드폰 화면에서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하며 흡족한 미소를 계속 지어보이던 안톤. 그가 ‘아차’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서 닥터 스미스에게 연락을....”
잠시 후 안톤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심각한 얼굴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니 잘 좀 부탁하겠소. 닥터 스미스.”
-하지만....
“파리에 있는 당신 딸 명의의 계좌로 300만 달러가 들어가 있을 거요. 거기에 당신 와이프 계좌로 200만 달러가 추가로 들어갈 거고. 내가 가주가 되면 뉴욕 대학 병원의 차차기 병원장은 스미스 당신이 될 거요.”
-....차차기는 좀....차기면 또 모를까.
“뭐 그럽시다. 차기 병원장. 콜?”
-네. 뭐....
안톤은 통화를 끝낸 뒤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자기 위치나 나이는 생각지도 않고....욕심만 많아서는....”
좀 전 안톤이 통화한 뉴욕 대학 응급의학과의 닥터 스미스는 부교수다. 원래라면 정교수가 되고 응급의학과의 우두머리인 과장 자리를 꿰차고 나서, 어느 정도 명성과 연치가 충분히 쌓인 뒤 부병원장을 거쳐서 병원장이 되어야 맞았다.
한데 닥터 스미스는 그 과정을 다 건너뛰고 차기 병원장 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이건 대학 병원의 직급체계에 있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파격적인 인사조치가 취해져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뉴욕 대학의 재단 이사장이 록펠러 가문의 일원이었다. 안톤이 가주가 된다면 그 재단 이사장을 움직여서 닥터 스미스를 얼마든지 차기 병원장으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그랬기에 안톤도 닥터 스미스의 제안을 받아드린 것이고.
단지 그 후폭풍이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자신이 록펠러 가문의 가주가 된다면 그 까짓것 쯤 무마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욕심만큼이나 닥터 스미스의 의술은 대단했다.
특히 다 죽어 가는 사람을 살려 내는 그의 실력은 진짜였다. 향후 오랫동안 록펠러 가문의 가주 노릇을 할 예정인 안톤에게 있어 꼭 필요한 사람이랄까?
해서 닥터 스미스를 완벽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안톤은 차기 뉴욕 대학 병원 원장 자리 쯤 얼마든지 내 줄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인가?”
닥터 스미스와 통화 직후 안톤은 잠깐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건 뒤이어질 그의 밝은 미래에 대한 생각에 싹 풀렸다.
“드디어....가주가 되는구나.”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대략 한 시간? 그 안에 안톤은 그가 기다리고 또 기다려 온 그 기쁜 소식을 들을 것을 확신했다.
* * *
뉴욕 대학 병원 당직실. 오늘 응급실 당직이었던 닥터 스미스. 그는 밑에 펠로우들에게 응급실을 맡기고 당직 수면실에서 잠을 잤다.
보통 외래 진료가 있는 각 과 교수들은 당직 후 그 날 하루는 오프였다. 하지만 응급의학과의 특성상 스미스는 예외였고, 거기다 응급의학과의 과장인 홉킨스 교수가 휴가를 가 버린 터라 그의 일을 스미스가 대신 떠맡아야 했기에 요 며칠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하기 일쑤였다.
거기다 오늘은 아예 당직이니 스미스의 가족들의 불만이 여간 아니었다.
특히 엊그제가 결혼 기념이었던 터라 그의 와이프가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아까 통화할 때 감정이 격해진 그의 와이프가 이혼하자는 소리까지 했었다. 물론 그의 깜짝 이벤트와 선물이 그 위기를 해결해 주었지만.
드르렁! 드르렁!
일적으로 충분히 피곤했던지라 당직 수면실에서 코까지 곯아가며 깊게 잠들어 있던 스미스. 그런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근데 평소 그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경쾌한 벨소리가 아니었다.
장엄하고 웅장한 소리랄까? 특정 인물에게 전화가 걸려 오면 울리게 특별히 지정해 둔 벨소리였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스미스. 그가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특정 인물의 전화가 맞는지 거듭 확인하고는, 목청을 가다듬고 정중히 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요. 닥터 스미스.
“이, 이 시간에 어쩐 일로....”
-내가 왜 이 시간에 당신에게 전화를 했겠소?
“그, 그야....”
-지금 가주가 그쪽으로 실려 가고 있소. 이제 뭘 해야 할지는 당신이 잘 알 터....
록펠러 가문의 후계자. 안톤 록펠러. 그의 사람이 스미스에게 접촉을 시도한지 1년도 넘었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해선 안 될 짓을 절대 할 수 없었던 스미스. 그는 안톤이 보낸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던 중....지금으로부터 반년 전에 문제가 생겼다. 스미스의 아들이 사고를 친 것.
그것도 형이 변호사인 스미스가 어쩔 수 없는 대형 사고를 말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집 안에 숨겨 둔 권총을 들고 나간 스미스의 아들....실수로 친구를 쏜 것.
그 친구는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긴급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의식조차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러다 덜컥 그 친구가 죽기라도 한다면....안톤의 아들은 1급 살인죄로 기소가 될지 몰랐다.
고의적이고 계획적이 아니기에 안톤의 아들은 당연히 1급 살인죄가 적용 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당시 그의 아들은 약에 취해 있었다. 그래서 검사가 2, 3급 살인죄를 1급 살인죄로 기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스미스의 형인 변호사 제이크의 예상이었다.
1급 살인죄의 최소형량은 10년이고 최대는....사형이었다.
스미스의 아들은 미성년자. 하지만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에게도 대체로 엄격하게 법을 적용했다. 특히 살인 등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성인과 대등하게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판례법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에서 7세 미만은 형사 기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14세까지는 기본적으로는 범죄 고의성이 형성되지 않지만 증거가 확실할 경우에는 기소도 가능해. 그리고 14세 이상은 성인과 동일하게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기소가 가능하고. 다만, 대부분은 성인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아. 2000년대 중반까지는 미성년에게도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었지만, 2005년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내린 후 현재는 불가능해진 상태지.”
“휴우....”
변호사인 스미스의 형 제이크의 말에 스미스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어째든 바뀐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아들이 사형선고를 받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제이크의 말에 스미스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대신....가석방 없는 무기징역(Juvenile Life Without Parole)을 18세 미만의 미성년에게 선고할 수 있단 거지.”
그러니까 자신의 아들이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단 소리였다. 그 말을 듣고 굳은 스미스를 보고 제이크가 위로랍시고 말했다.
“프레디가 지금의 고비를 이겨 내고 곧 정신을 차릴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기도나 열심히 해.”
프레디는 스미스의 아들이 권총으로 쏴서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들의 친구 녀석이었다. 그날 밤....프레디가 죽었다. 스미스와 그의 가족들이 열심히 기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다음 날 스미스의 아들은 살인자가 되었다. 그때 그들이 스미스 앞에 나타났다.
“닥터 스미스. 당신 아들을 이대로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드실 겁니까?”
“그, 그게 무슨....”
“저희라면 당신 아들을 구해 줄 수 있습니다.”
“....”
스미스는 그날 악마가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잘못되면 그의 소중한 가정이 박살날 테고 그로인해 스미스의 인생도 파탄 날 게 분명했으니....
* * *
록펠러 가문의 힘은 대단했다. 당장 1급 살인죄로 기소하겠다던 검사가 피해자 가족과 합의를 하란 말을 했다. 그리고 그 합의 자리에 그들이 나섰다. 그랬더니....
자신의 아들을 죽인 스미스의 아들을 죽이겠다며 난리법석을 떨든 피해자 가족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을 꾹 다물었고, 다음 날 바로 장례식을 치르고 프레디의 시신을 묻었다.
그 뒤 검사가 피해자 가족과 원만하게 합의를 했다며 기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슬그머니 기소를 포기해 버렸다.
이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니 변호사인 스미스의 형이 더 놀라워했다.
그렇게 안톤 록펠러의 도움을 받아 아들이 평생 감옥에서 썩을 뻔한 위기를 모면한 스미스.
그로서도 더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고집할 수가 없게 되었고, 안톤 쪽의 요구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