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97화 (79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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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CCTV카메라를 최대한 피하고, 도로가에 세워져 있는 차들 중 블랙박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차를 발견하면 머리를 숙이고 지나치며, 타미나는 지금 그녀가 묵고 있는 허름한 게스트하우스까지 오는 동안 무려 다섯 번이나 옷을 갈아입었다.

그뿐이랴? 30분이면 올 거리를 2시간 30분이나 빙빙 돌았다.

추격자가 있었더라도 지금 그녀가 있는 이곳까지 쫓아 올 수는 없었다. 그걸 알기에 안심하고 게스트하우스 안을 돌아다니는 중인 타미라.

“빌어먹을....”

그런 그녀가 게스트 하우스에 딱 두 개 있는 욕실에 들어와, 안에서 문을 잠근 뒤 샤워기 물을 틀어 놓고서, 그제야 입을 열고 푸념을 늘어놨다.

“그 놈에 성질머리....그렇게 다 죽여 버리면 어쩌잔 건데?”

그녀는 거울 속에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수잔의 복수에 미쳐 날뛰기 전에 생각이란 걸 잠깐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토리오파의 보스를 그렇게 죽이진 않았겠지.

물론 그 보스 놈은 죽어 마땅했다. 하지만 그 놈의 입에서 수잔을 죽인 자가 프랭키 파의 누군지 들었어야 했는데....

“뭐....상관없군. 그 놈도....죽여 버리면 될 테니까.”

그리고 그 말 후 타미라가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라 안톤의 의뢰는 어차피 자정을 넘어 새벽에 하면 될 거고. 그럼 그 전에 프랭키 파 놈들이 찾아가서....토리오파처럼 싹 쓸어버리면....”

그렇게 자신의 오늘 밤 스케줄을 머릿속으로 다 짜 놓고서, 이내 틀어 놓은 샤워기 줄기 쪽으로 몸을 가져 간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몸을 씻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분 뒤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온 타미라. 그녀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는 이미 일주일 치 숙박비를 계산해 둔 게스트 하우스를 나섰다.

“프랭키 파라....”

토리오파처럼 뉴욕 마피아 조직과 관계가 깊은 범죄 조직이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쪽에도 토리오파 보스의 죽음이 전해졌을 터....

“내가 가면....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

타미라는 뉴욕 슬럼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조직원들이 가장 즐겨 찾는 클럽으로 향했다.

아이러니하게 그 클럽은 뉴욕의 중심이라고도 불리는 타임스퀘어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그 클럽이 조직원들 뿐 아니라 경찰들도 많이 찾는 명소란 점이었다. 놀라운 점은 그 물과 기름과 같은 조직원과 경찰이 그곳 클럽에서는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 클럽 안에 암묵적인 룰이 적용 되었던 것이다.

타미라는 오늘 프랭키 파의 보스인 프랭키가 그곳 클럽을 찾을 걸 확신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그의 오랜 정적인 토리오파의 보스가 죽은 기쁜 날이니 말이다. 그래도 클럽에 가는 데, 바지 차림은 좀 그랬던지 타미라는 잠깐 옷가게에 들러서 노란 원피스를 구입했다. 거기다 하이힐까지 신은 그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그 클럽으로 향했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지....

“저기 있네.”

프랭키 파의 조직원들이 탄 차량에서 보스인 프랭키를 비롯한 조직의 간부들이 우르르 내려서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걸 자기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타미라.

그녀는 웃으며 자신의 핸드폰을 어깨에 고쳐 멘 뒤 클럽 입구로 향했다.

입구 앞에는 클럽의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는 자들이 두 명 있었는데, 그들이 빠르게 타미라의 몸매를 훑더니 막고 있던 입구에서 각자 좌우로 비켜섰다.

타미라는 그 열린 입구로 들어섰고 이내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클럽 특성상 여자들이 많은 게 좋았기에, 여자 손님은 대충 봐 줄만 하면 기도들이 안으로 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클럽 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 타미라. 하지만 먼저 들어간 프랭키 파 조직원들의 모습은 클럽 안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라고 그러니까 술부터 넣고....여자들은 최대한 예쁜 얘들로....”

딱 봐도 조직원처럼 보이는 자들이 클럽 관계자들과 한 쪽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타미라는 그 근처를 기웃거리다가 클럽 관계자들과 얘기를 끝내고 움직이는 조직원들의 꽁무니를 쫓았다.

“저기 있었군.”

클럽의 안쪽으로 VIP 손님을 위한 룸이 있었는데 프랭키 파의 보스와 간부들이 거기 들어가 있는 모양이었다.

“잘 됐네.”

아까 토리오파의 조직원들을 쓸어 버렸을 때처럼, 잘하면 또 한 번에 프랭키 파의 보스와 그 수뇌부를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생각과 함께 타미라가 메고 있는 핸드백 안에 딱딱한 것이 솔방울처럼 생긴 그것이, 그녀의 엉덩이에 닿은 핸드백 가죽 너머로 여실히 느껴졌다.

* * *

버드랜드란 이름의 클럽은 뉴욕 중심부에 위치해 있었다. 그 클럽에 관한 다양한 말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클럽 소유주가 마피아 보스라든가, 정계의 유력자라든가 하는 말들은 이미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이 일리가 있다는 것도 다들 아는 사실이었고. 그럴 게 버드랜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조직원이고 경찰이었으니 말이다.

놀라운 건 그들이 공존하는 그 클럽 안에서 여태 큰 잡음이나 소란 같은 게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룰이 잘하면 오늘 깨질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웬 미친년 하나가 총기에다가 수류탄까지 한 발 챙겨 들고 그 클럽을 찾았기 때문에.

클럽 입구를 지키던 기도들도 다리와 등을 훤히 드러낸 노란 원피스 차림의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자신의 핸드백 속에 총과 수류탄을 넣고 다닐 줄 어떻게 알겠나?

뭐 어째든 복수를 위해서 버드랜드를 찾은 여자 킬러 타미라는 지금 복수 말고 다른 쪽으로는 생각은 일체 하고 있지 않았다.

그 한 가지에 집중해도 될까 말까한데 다른 생각할 새가 어디 있겠나? 한 번 실행하기로 했으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그대로 밀어 붙이는 불도저 같은 그녀의 성격이 여기서도 그대로 발휘 되고 있었다.

“잠깐....”

당연히 프랭키 파 보스와 간부들이 들어가 있는 VIP룸에 초대도 받지 않은 손님이 들어가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피슝! 피슝!

하지만 타미라의 수중에 소음기 달린 권총이 쥐어져 있다면 그건 또 얘기가 달라졌다.

“헉!”

먼저 타미라 앞을 막아섰던 두 명의 조직원들이 가슴에 총알을 박고 쓰러지자, 그 뒤쪽 조직원들이 화들짝 놀라 허리춤과 뒤춤에서 각자 권총을 꺼냈는데, 그런 그들이 응사를 하기 위해 그 권총을 타미라를 향해 겨눌 때....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타미라의 권총에서 먼저 불길을 내뿜었고, 다섯 발의 총알이 삽시간에 다섯 명의 조직원의 목숨을 앗아 가버렸다.

즉사 코스인 머리와 가슴에 총알이 박힌 다섯 조직원들이 쓰러지면 룸 밖에서 소음이 난 탓인지 VIP룸 안에서 곧 문이 열었다.

피슝!

그 사이 그 문 앞에 당도한 상태의 티미라. 그녀가 문을 연 자의 이마 한 가운데 들고 있던 소음 권총으로 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휙!

그리고 열린 VIP룸 안으로 안전핀 뽑힌 수류탄을 던지곤 그 문을 닫으며 그 즉시 문 옆으로 몸을 옮겼다.

쿠콰앙!

이내 VIP룸 안에서 폭발이 일었고 아비규환으로 변한 그 안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철컥!

그때 타미라는 권총의 탄창을 새 걸로 바꾸고 노리쇠를 당기면서 VIP룸의 방문을 활짝 열었다.

* * *

“진짜? 정말로 토리오파 놈들이 켈리의 펍에서 씨 몰살을 당했다고?”

“네. 토리오파 보스인 그랙부터 간부들 90%가 죽었다고 합니다. 존슨 경감이 제게 한 말이니 확실합니다.”

“존슨 경감이 그렇게 말했다면야....크하하하하하. 이거야 원. 이렇게 쉽게 앓던 이가 뽑힐 줄이야.”

뉴욕의 슬럼가를 두고 토리오파와 프랭키 파의 싸움은 3년 넘게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에는 둘 중 하나가 뉴욕 슬럼가의 주인이 될 테지만 그 시기가 언제 일지는 프랭키 파의 보스인 프랭키도 쉽사리 예단을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현재 뉴욕에서 토리오파와 프랭키 파의 세력이 엇비슷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고 둘의 팽팽한 힘의 균형이 깨지는 날이 올 것이고, 그때 진정한 뉴욕 슬럼가의 주인이 정해 질 거라 프랭키도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그 날이 이렇게 불쑥, 갑자기 그를 찾아왔고 프랭키는 기쁘기 한량없었다. 단지 토리오파를 그렇게 만든 자와 그 배후가 궁금하면서 살짝 걱정도 됐다. 그 자들이 혹시 자신도 토리오파의 보스인 그랙처럼 노리는 게 아닌가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대 정적이 사라진 오늘 같은 기쁜 말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또 오늘 아니면 막말로 내일부터 축하 할 시간이 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미 지시를 내려놨지만 토리오파에게 그 짓을 한 자들이 누군지 알아내고 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말이다.

설마하니 오늘 낮에 그런 짓을 저지른 자들이, 오늘 밤에 당장 그를 찾아올 거란 생각은 프랭키로서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미친 자들이 어디 있겠나? 지기들이 한 짓 때문에 경찰 눈을 피해 어디 꽁꽁 숨어 있겠지.

“자자. 다들 잔을 들어라.”

프랭키의 외침에 시끌벅적하던 룸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해지면서, 여기저기서 급하게 술잔에 술을 따르는 소리가 잠시 울리더니 이내 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술잔을 들었다. 그걸 보고 프랭키가 흡족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오늘 같이 기쁜 날 마시지 않으면 언제 마시겠나? 다들 건배!”

“건배!”

프랭키는 건배한 술잔의 술을 단숨에 비웠다. 그런 그를 보고 프랭키 파 간부들 역시 각자 손에 들린 술잔의 술을 다 마셨다. 그렇게 한잔 두잔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살짝 경직 되어 있었던 룸 안의 분위기가 빠르게 밝아지고 얘기 속에 웃음꽃이 피었다.

“....하러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글쎄 그년이....도로 집어넣으라는 거야.”

“크크크크. 그래서?”

“그래서는....성질나서 그년 입에 내걸 집어넣었지.”

“크하하하하....잘 빨아는 주디?”

“잘 빨기만? 양치질도 해 주던데?”

“뭐? 푸하하하하....”

얘기 대부분이 음담패설이었지만 그것 말고 조직 간부들의 입에서 나올 말이야 뻔하다보니, 다들 분위기 망치지 않기 위해서 더 노골적으로 그쪽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응?”

그때 룸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났고 그 소리를 들은 조직의 간부 중 하나가 몸을 일으켜서 룸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털썩!

그 문을 연 조직 간부가 쓰러졌고 문 밖에 키 큰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문제는 그 여자의 손에 소음 권총이 쥐어져 있다는 거고.

휙!

그리고 룸 안으로 솔방울 같은 게 들어왔다. 동시 룸의 문이 닫혔고.

“수류탄....”

그 소리를 막 들은 프랭크 파의 보스 프랭크. 순간 머리에서 위험 신호를 보내왔지만....

폭발이 먼저 일었다. 수류탄 하나에 룸 안은 삽시간에 쑥대밭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그 안에 있던 조직 간부 18명, 그들이 죄 쓰러져 있었다. 그 중 수류탄이 터질 때 제일 가까이 있었던 자들....그들의 몸은 넝마 상태였다. 하지만 그들이 몸빵을 해 준 덕분인지 쓰러졌다 몸을 일으키는 간부들이 얼추 8-9명은 되어보였다. 그런데....

피슝! 피슝! 피슝! 피슝!....

언제 들어왔는지 룸 안에 들어 온 여자 하나가 소음 권총으로 한 발에 한 명씩 조직 간부들을 쏴 죽이고 있었다. 그걸 보고 프랭키는 확신했다.

“킬러!”

권총으로 저 정도 정확하게 사람을 쏴 죽일 수 있는 자는 킬러들뿐이었다. 한데 그 킬러가 여자다. 여자 킬러 중에 이렇게 대범하고 영악한 자가 있었다니....

프랭키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저 여자 킬러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피슝!

“컥!”

여자 킬러는 냉정하게도 프랭키와 대화 대신 그의 이마 한 군데에 총알부터 박아주었다.

* * *

수류탄이 터진 뒤 룸 안으로 진입해 들어간 타미라. 그녀는 그 룸 안에서 움직이는 건 다 총알을 박아주었다. 그것도 두 번 총질하지 않고 한 명 당 한 발씩만 쐈다. 그녀도 3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여태 머리와 가슴 한 가운데 총알을 맞고 살아 있는 사람은 못 봤다.

원래 타미라는 가능하다면 프랭키 파의 보스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자세하게 까지는 아니어도 그들이 왜 수잔 언니를 죽였는지 그 이유 정도는 알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쳇....”

시간이 없었다. 클럽 밖에 대기 중이던 조직원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클럽 쪽 관계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단 점. 내부에 있는 그들이 움직였다면 아마 타미라는 룸 안에 프랭키 파 수뇌부들을 전부 죽이지 못했을 터였다. 그들을 상대하느라고 말이다.

“잘 가라.”

해서 결국 타미라는 프랭키 파 보스와는 제대로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깔끔하게 헤드 샷을 날려 준 뒤 황급히 클럽 뒷문을 통해 내뺐다.

“저기다. 잡앗!”

당연히 그런 그의 뒤를 프랭키 파 조직원들이 쫓아왔고....

탕! 타탕! 탕! 탕! 탕! 탕!

서로 길거리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누가 범죄 조직 아니랄까? 놈들은 뉴욕 한 복판에서 거침없이 타미라를 향해 총질을 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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