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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94화 (79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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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네. 의원님. 오랜만이로군요? 네. 네. 제가 전화 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아담은 차분한 어조로 얘기를 시작했지만, 통화가 끝나갈 때에는 목청이 제법 올라가 있었다. 그럴 것이....

“....데 백악관 주인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저희 가주님께서 많이 실망하실 겁니다. 네. 그건 얘기가 다르죠. 저희 가문을 무슨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는 거나 다를 게 없잖습니까? 오해요? 그 말은 제가 하고 싶군요. 법무부장관과 FBI국장이 저희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거 같으니 말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네. 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의원님께 전화 드리고 있는 거잖습니까? 의원님께 그들과의 중재를 부탁드리려고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언제든 그분들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네. 네. 그럼요. 이번 일만 잘 해주신다면 결코 섭섭지 않게 챙겨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아담은 하워드 상원의원과 통화 후, 마치 진이 다 빠진 듯 어깨부터 시작해서 허리까지 힘을 쭉 뺐다. 그나마 주위 보는 눈이 있었기에 몸을 지탱하는 두 다리에 힘까지는 빼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 멍하니 서 있던 아담. 그가 뭔가 생각이 난 듯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의 연락처를 검색하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실장님.

아담의 전화를 록펠러가의 정보팀장이 재깍 받았다. 지금 리암의 집에 있는 그 정보팀장 말이다. 그에게 아담이 단호하게 말했다.

“거기서 전부 철수해.”

-네? 하지만....

“경찰이 됐든 FBI하던 우리는 리암 도련님을 죽인 자가 누군지 그것만 알아내면 돼. 그러니 그들이 알아서하게 내버려두고 다들 본가로 복귀하도록.”

-네. 뭐....실장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딱 봐도 정보팀장은 아담의 지금 결정이 탐탁찮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FBI였다.

그들이 움직인 이상 뭐라도 나오게 되어 있었다. 탈탈 털면 사람인 이상 먼지는 나오게 되어 있었으니까.

그걸 모를 아담이 아닌데 그가 이렇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리암 집에서 철수를 하라니....이건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 점을 염두에 둔 듯 정보팀장은 아담의 지시대로 철수를 시작했고, 아담의 집이 있는 빌딩에서 빠져 나오자 바로 아담에게 보고를 했다. 철수 끝내고 본가로 복귀 중임을 말이다.

그 보고를 아담은 마이어 록펠러가 누워 있는 병실에서 들었다.

아담이 FBI가 개입한 걸 마이어 가주에게 알리기 위해서 다시 병실로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그 사이 제법 얘기가 된 듯 병실 안의 분위기는 삭막했다. 특히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 마이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렇게 아담이 통화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던 마이어. 그가 아담이 통화를 끝내기 무섭게 물었다.

“리암의 집에서 다 철수했다고?”

“네. 거기 있어 봐야 FBI쪽의 의심만 더 사게 될 테니까요.”

“하긴 감출 게 있어서 거기 있는 줄 알겠군. 잘했어. 그리고....이만 퇴원하도록 하겠네.”

“네? 하지만 가주님 상태가....”

“괜찮아. 내가 여기 있으니 백악관이고 법무부장관이고 나를 우습게 보는 거 같단 말이지.”

“그럴 리가요? 그들은 가주님이 여기 계신 줄도 모르고....”

“과연 그럴까?”

“네?”

“그럼 내 병실 앞에 찾아 온 자들은?”

“그들이야 저희 가문 사람들이니....”

“그 가문 사람들 중....백악관과 법무부장관에게 내가 이지경임을 알렸을 경우는?”

“그, 그건....”

마이어 가주의 말 대로였다. 록펠러 가문의 일원이라고 해서 다들 마이어 가주의 지지자는 아니었다. 그 중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주의 정보를 넘길 자들은....많았다.

아담의 머릿속에서 그런 자들의 면면이 빠르게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갈 때였다. 마이어 가주가 자신의 팔뚝에 꽂혀 있던 링거 바늘을 빼냈다. 그리고 병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가자고. 본가로. 거기 가서....내가 내 자리를 꿰차고 있어야....그것들한테 약발이 먹히지.”

“....”

마이어 가주의 말이 맞았기에 아담도 더는 록펠러 본가로 가려는 늙은 가주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아담은 크나큰 실수를 벌써 두 가지나 저질렀다.

하나는 뉴욕대학 병원의 마이어 가주 주치의가 평소가 다름을 알고도 그걸 더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것과 또 하나는 바로 마이어 가주를 지금 본가로 가게 만든 것이었다. 물론 이때까지 아담은 자신이 놓친 이 두 가지 실수가 가져 올 파장을 전혀 알지 못했다. 더불어 자신이 처하게 될 운명 또한....

* * *

리암 록펠러의 집을 수색하던 FBI요원들. 그들은 이틀에 걸쳐서 꼼꼼히 그 집을 뒤졌다. 하지만 나온 건....

“지문이며 머리카락, 발자국 등등 그 집에서 나온 건 전부 경찰 아니면 록펠러 가문에서 나온 자들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그 집에서 나온 게 전혀 없단 말이로군?”

“네. 정말이지 탈탈 털어 먼지 하나 안 나왔습니다.”

“허어....”

FBI 선임특수 수사관인 도노반은 수사 결과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잡듯 뒤졌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범죄 현장은, 그의 20년 수사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도노반은 더 이곳이 수상했다.

“록펠러 가문에서 손을 쓴 게 분명합니다.”

자기 밑의 특별수사관의 확신에 찬 그 말에 도노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그 흔적을 남겼겠지.”

“네?”

“자네 말대로 손을 썼으면 그 과정에서 뭐라도 남긴 게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다못해 클로락스(미국락스)를 쓴 정황이나 증거라든지.”

도노반의 말에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그 특별수사관이 입 밖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아....”

“그런데 정말 아무 흔적도 없어. 정말 사신이 와서 리암 록펠러만 쏙 골라 죽이고 사라진 거처럼 말이지.”

수상하고 정말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도노반과 FBI요원들이 여기서 진짜 찾아내야 하는 건 록펠러가문의 비밀장부였다.

최근 대통령으로부터 FBI국장에게 내려 온 특별지시는 바로 인터넷상에 록펠러 가문의 비리를 퍼트린 제보자가 누군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정치 9단인 현 미국 대통령이 눈치 차린 것이다. 인터넷상에 퍼진 록펠러 가문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며, 진짜배기 비리들을 그 제보자가 쥐고 있음을 말이다.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FBI에서는 은밀히 그 제보자가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아이피를 추적했고, 그 결과 그 제보자가 리암 록펠러임을 알아냈다.

내부에서 그랬다면 이건 더 확실했다. 리암이 록펠러 가문의 비리를 증명할 비밀장부를 가지고 있는 게 말이다.

해서 FBI에서 은밀하게 리암에게 접촉을 시도하려 했는데 그가 갑자기 죽어버린 것이다.

이에 FBI에서는 리암이 살고 있는 집에 확실히 비밀장부가 있을 것으로 보고, 무리해서 경찰로부터 수사권을 가져와서 그 집을 샅샅이 뒤졌다. 벽과 바닥, 천장을 투시하는 최첨단 장비까지 동원해서, 그 집을 구석구석 살폈지만 결국 비밀장부를 찾아내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헛물 켠 FBI는 그 즉시 철수해 버렸고, 다시 그 사건 수사를 맡게 된 뉴욕 경찰국은 부랴부랴 형사들을 배정했다. 하지만....

“대체 우리보고 뭘 하라는 거야?”

“그러게.”

리암의 넓은 집에서 형사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뉴욕 최상류층이 사는 호화로운 집 구경을 하고 경찰국으로 돌아가는 거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긴급한 사건 수사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미 경찰과 FBI에서 조사한 수사 기록이 있어서 그걸 보고 수사를 진행해 나가면 될 일이긴 했다. 문제는 그 두 곳에서 남긴 수사 기록이었다. 그 기록에 뭐가 있어야 수사를 해도 하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이건 애초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사건이었고, 100% 미제 사건으로 방치 될 게 확실하니, 형사들도 알아서들 수사하는 걸 포기를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향후 뉴욕 경찰국에서 ‘경호원 증발 사건’으로 불리며, 역대급 미제 사건으로 두고두고 회자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 * *

안톤 록펠러는 부친 마이어를 보러 뉴욕대학 병원을 찾았다가 돌아와, 자신의 서재 책상에 앉아서 눈을 감고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으음....”

그러다 팔짱낀 그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오고, 눈썹을 찌푸리더니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아담....”

바로 현 록펠러 가문의 총 집사이자 마이어 가주의 비서실장인, 가문의 실세 중 실세인 아담 테일러였다.

지금 시점에서 왜 안톤의 입에서 아담의 이름이 거론 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톤의 두 눈에서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는 살기로 미뤄, 결코 좋은 의도에서 아담의 이름이 안톤의 입 밖으로 나온 건 아닌 거 같았다.

스윽!

그때 책상 위에 전화기로 손을 내 뻗는 안톤. 그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나야. 처리해 줘야 할 자가 있어. 가급적 조용히....사인은....급성심근경색이 좋겠군. 언제까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누군지는 늘 그렇듯 그쪽 메일로 보내주도록 하지. 확인하고 할 수 있으면 연락 주게.”

그렇게 통화를 한 후 안톤은 책상 위의 노트북을 잠깐 썼다. 그리고 브랜디 한 잔을 마시며 창가에 서 있을 때 그의 책상 위 전화기가 울렸다. 안톤은 들고 있던 브랜디 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그 손으로 전화 수화기를 잡았다.

“여보세요?”

구형 전화기라 누가 건 전화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톤은 누구 전화인지 아는 듯 태연히 그 전화를 받았다.

-정말 이 자를 죽여 달라고?

그러자 전화건 상대가 날선 음성 변조 된 목소리로 안톤에게 되묻고 있었다.

“누구나 그 쓸모가 다하면....폐기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 자는 너희 가문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하지 않겠나? 그리고 네가 우리 가문의 미래까지 걱정 하는 건 좀 오버가 아닌가 싶군.”

-크크크크. 그렇군. 내가 괜한 소릴 했어. 나야 네가 주는 돈 받고 사람만 죽여주면 되는 데 말이야.

“그래서? 할 건가 말 건가?”

-당연히 해야지. 돈을 이렇게 많이 주겠다는 데 말이야.

안톤은 처리해 줬으면 하는 자의 신상정보를 상대에게 메일로 보낼 때, 의뢰비를 얼마나 줄지도 적어 보냈다. 그 금액이 상대를 만족시킨 모양이었다.

-마침 나도 뉴욕이고....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잘 됐어.

“당장이라도 처리하겠단 건가?”

-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그, 그건 그렇지만....알았어. 지금 바로 착수금 보내지.”

-좋군. 근데....보낼 때 주기로 한 의뢰비 그냥 다 보내.

“뭐?”

-뭐 하러 귀찮게 두 번 나눠 보내? 오늘 중으로 처리할 건데.

“그, 그래도....”

-처리하는 대로 바로 미국 뜰 거야. 그러니 그냥 보내.

“어디 가려고?”

-크크크크. 이봐요. 고객님. 내가 어딜 가든 그걸 왜 당신에게 말해야하지? 그게 진짜 오버 같은데?

“그야 네가 미국 뜨면 연락이 안 되니 그렇지.”

-돈 떨어지면 어련히 알아서 돌아올까? 크크크크.

상대는 끝까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다른 연락처를 안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뒤, 안톤이 신경질적으로 전화수화기를 내려놨다.

쾅!

“건방진....실력만 확실하지 않았어도....”

안톤이 아는 한 킬러 중에 이 녀석만 한 실력자는 없었다. 하긴 안톤이 의뢰한 여덟 명을 전부 자연사 인 것으로 위장해서 죽인 녀석이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해 그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맡기면 뒤끝 없이 확실히 처리해 주는 자였다. 그래서 그 능력을 인정해서 곁에 두고 쓰려고 여러 번 제의도 했지만, 녀석은 어디 속하는 건 싫다며 그때마다 단칼에 거절했다.

그 뒤 미국 뜬다고 사라지고는 6개월 뒤에 나타나서 안톤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고, 그때부터 한 동안 안톤의 의뢰를 받아주던 녀석은 또 어느 날 미국 뜬다며 사라졌다. 그런 식으로 안톤의 주위에서 맴돌며 안톤의 정적들을 몰래 제거해 와 준 녀석은, 이제 안톤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안톤은 아직도 그 이름조차 모르는 녀석에게 잘 세탁 된 돈 100만 달러를 녀석의 계좌로 넣어주었다. 녀석이 원하는 대로 의뢰비를 일시불로 지불한 것이다.

* * *

뉴욕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특급호텔 중 한 곳인 파라다이스 호텔. 그곳의 휘트니스 센터의 헬스장에서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탄탄한 체구의 한 여자가 남자 못지않은 힘을 선보이며 벤치프레스를 들고 있었다.

“후욱! 후우욱!”

그런 그녀 주위로 두 명의 남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힐끗 그녀의 눈치를 보다, 이내 질린 얼굴로 휘트니스 센터의 다른 운동을 하러 슬그머니 헬스장 밖으로 나갔다.

그러던 말든 여자치고는 큰 키인 6피트(183센티)는 됨직한 여자는, 이를 꽉 깨문 채 뻘뻘 땀을 흘리면서 무려 3대 500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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