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암묵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십?’
거창한 말이지만 한마디로 백준열과 록펠러 가문이 서로 손을 잡았단 얘기다. 문제는 그게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리암으로서는 당장 알 수 없다는 점.
‘아담....’
이때 리암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바로 본가 집사인 아담 테일러였다. 그가 어째서 백준열과 가문이 손을 잡았는지를 왜 자신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는지, 리암은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 설마....”
놈과 가문이 악연으로 엮인 거라면....리암은 부르르 손을 떨면서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본가 집사이자 가주의 비서실장인 아담에게 전화를 걸었다.
-뭡니까?
아담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리암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 그에게 리암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담. 혹시 준열 백하고 손잡았습니까?”
-....
아담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침묵은 그리 길지 않았다.
-누구에게 들은 얘깁니까?
“누구긴요. 당사자인 준열이지.”
리암이 사실대로 얘기하자 아담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끄응....
그 소리만으로도 리암은 알 거 같았다. 가문이 백준열과 악연으로 엮인 게 맞다는 걸 말이다. 그걸 대변하듯 아담이 말했다.
-가급적이면....앞으로 리암 도련님도 그를 자극하는 말이나 행동은 삼가 주십시오. 혹여 그가 그 때문에 폭발하면....이래저래 이쪽도 골치 아파지니 말입니다.
당연히 백준열과 무슨 악연인지는 리암도 물을 수 없었다. 뭐 묻는다고 해도 대답해 줄 아담도 아니지만. 괜히 그 질문을 했다가 그의 눈 밖에 나면 리암 만 손해였다. 가문에서는 비밀을 가문 일원들에게 전부 알리지 않았다. 가문의 일원도 얼마든지 가문에 해가 되는 짓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뭐 일단은 알겠습니다.”
-혹시....그에게 뭐 실수한 거 아니지요?
아담의 물음에 리암은 뜨끔했다. 하지만 모든 걸 리암이 아담에게 밝힐 이유는 없었다. 아담이 리암에게 가문의 비밀을 숨기듯 말이다.
“실수는 무슨....내일 저녁에 가문 회의 열리는 거 맞죠?”
리암은 슬쩍 대답을 얼버무리고 말을 돌리며 아담에게 물었다.
-네. 내일 맞습니다. 회의 시간에 늦지 않게 본가로 오십시오.
“알았어요. 그럼 내일 봅시다.”
그렇게 아담과 통화를 끝낸 리암.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담이 이 정도로 쉬쉬할 정도면....준열이 본가 약점을 제대로 잡은 모양인데....가만....”
그때였다. 뒤늦게 뭔가 깨달은 게 있는 듯 팍 인상을 쓰는 리암.
“쯧....후안에게 괜히 연락했어.”
백준열이 가문과 연루된 이상 그의 생사여탈권은 그의 손을 떠났다고 봐야했다. 즉 백준열은 더 이상 리암이 함부로 죽여서 될 자가 아닌 게 되어 버린 것이다.
“....생돈 날렸네.”
이때 리암은 후안에게 청부를 의뢰하면서 들어간 선금을 아까워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불게 될 후폭풍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서.
하긴 리암 입장에서는 그가 죽이라고 해야 죽이기로 후안과 얘기가 되어 있었으니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그가 백준열을 죽이려 한 사실을 이미 백준열이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고, 그걸 리암은 모르고 있다는 게 그에게 있어서 정말이지 불운 하고 통탄할 일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진짜 불운하고 통탄스러운 곳은 바로 리암의 가문인 록펠러 가였다.
리암 때문에 백준열과 그들이 맺은 약속이 깨져 버렸는데, 정작 그들은 그걸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리암이 자신이 백준열에게 뭔 뻘 짓을 했는지, 제대로 아담에게 털어만 놨어도 록펠러 가에서 충분히 대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 * *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가 묵고 있는 방으로 올라 갈 때였다. 나는 리암을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리암이 날 죽이려 한 걸 잘 이용하면....’
이는 내가 록펠러 가문에 제대로 빅엿을 먹인 다음, 도리어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바로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지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내 수행비서 김종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지금 어디야?”
-막 필라델피아 공항에 도착한 상탭니다. XXX반도체 CEO와 한 시간 뒤 만날 예정이고요.
김종훈은 내 투자 건으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하지만 내가 일주일 더 미국에 체류하기로 한 이상 김종훈도 더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문대식에게는 얘기하고 김종훈에게는 그 점을 얘기하지 않았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그걸 애써 무시하고 김종훈에게 내 용건을 말했다.
“수고 많아. 근데 저번에 내가 말한 록펠러 가의 비리 중에 자잘한 것들로....언제든 터트릴 수 있게 준비해 놓으라고 했잖아?”
-네. 너튜버로 언제든 터트릴 수 있게 스탠바이 되어 있습니다만....
“잘 했어. 그거 지금 바로 터트려 버려.”
-지금 말입니까? 이렇게 빨리요?
“어. 그쪽이 나를 먼저 건드리네. 그러니 알려줘야지. 나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 지 말이야.”
-알겠습니다. 곧바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아아. 그리고 내일 하루 쉬고 펜실베니아로 넘어가.”
-네?
“회장님 지시로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일주일 더 여기서 지내기로 했어.”
-휴우. 잘 됐네요. 안 그래도 쓰러지기 직전이었는데....
당연히 그 결정이 내려진 게 한나절도 넘었다는 거 까지, 내가 굳이 김종훈에게 밝힐 필요는 없었다.
“해서 말인데 일정 때문에 미룬 다른 세부 투자처들 말이야. 거기도 싹 다 둘러보고 그 자리에서 계약이 가능하면 계약해서 돌아 와.”
-....
뭐 김종훈 입장에서는 일이 더 늘어놨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나는 채찍만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다. 당연히 당근도 준다. 이렇게....
“그 일 끝내고 돌아오면....남은 일정 동안 푹 쉴 수 있게 휴가와 포상금 줄 테니까 수고 좀 더 해 줘.”
휴가와 포상금이라는 내 말에 그제야 김종훈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조속히 다 처리하고 대표팀 곁으로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말씀하신 약속 꼭 지켜 주십시오.
뭐 약속이란 게 깨라고 있는 거지만 이럴 때 그런 소릴 했다간, 김종훈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 나는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며 그와 통화를 끝냈다.
“뭐 그렇다고 대충 일처리하지 말고 계약서 잘 챙겨서 와.”
-아니. 약속을....
뚜뚜뚜뚜뚜뚜뚜....
내 말 후 김종훈이 뒤에 뭐라 말을 했지만, 나는 할 말 다 한 터라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뭐 더 할 말 있으면....전화하겠지.”
하지만 김종훈은 자기 휴가와 포상금 확인 차 내게 다시 전화를 걸 정도로 얼굴이 두껍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묵고 있는 맨해턴 호텔의 로얄 스위트 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금발의 늘씬한 미녀, 쥬리가 나를 반겨 주었다.
“어서 와요. 준열.”
싱그러운 미소의 그녀는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그게 내게는 더 예쁘고 섹시해 보였다. 그대로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안자 그녀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다. 그래서 그녀와 포옹을 바로 풀지 않고 좀 더 오래 안고 있었더니 그녀가 말했다.
“좀 전에 리암과 통화 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의 생각회로 하나가 터져 나갔다.
* * *
리암은 맨해턴 호텔을 나서며 후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는 가는데 후안이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리암으로서 딱히 그게 신경이 쓰이지는 건 아니었다.
녀석이 뭘 하고 있기에 지금 자신의 전화를 받지 못하는지 모르지만, 어차피 자신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걸 확인하면 바로 전화 할 테니까. 그때 녀석에게 말하면 됐다. 백준열 청부 살인은 없었던 걸로 하자고 말이다.
“젠장. 이렇게 되면....쥬리도 놈에게 넘겨야 하는 건가?”
백준열의 문제는 일단 더 두고 보기로 한 리암. 그는 또 하나 그의 스트레스 원인인 자신의 연인 쥬리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니 지끈거리며 골치가 아파왔다.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고 나서 알고 보니 백준열에게 가 버린 쥬리.
그녀야 백준열을 처리하고 나면 자연히 리암의 품으로 돌아 올 터였다. 한데 그 백준열을 처리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쥬리 역시 그에게 돌아오는 게 요원해 진 것이다.
“혹시 모르니까. 쥬리에게 연락이라도 해 봐야겠어. 뭐 안 받으면 어쩔 수 없고.”
요 며칠 사이 쥬리는 리암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해서 이번에도 사실 리암은 쥬리가 자신의 전화를 받을 거라 그리 기대치 않았다. 한데....
-네.
쥬리가 리암의 전화를 받았다. 흠칫 놀란 리암은 반가운 나머지 그녀 이름을 크게 불렀다.
“쥬, 쥬리!”
-귀 아파요. 살살 말하세요.
“미, 미안. 네 목소리 듣는 게 하도 반가워서....”
리암은 쥬리 목소리가 진심으로 반가웠다. 그래서 아련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그와 달리 쥬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왜 전화 하신 건데요?
빨리 자기에게 전화건 용건을 말하라는 쥬리의 반응에 리암은 살짝 마음이 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떡하든 그녀의 마음을 자기 쪽으로 되돌려야 하는 리암으로서는 그걸 티내서는 안 됐다. 그래서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도 이해가 안 돼. 쥬리가 왜 내 곁을 떠난 건지 말이야.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고칠게. 그러니 다시 내게로 돌아와 주면 안 될까?”
-하아....내가 말했잖아요. 당신이 싫어서 당신을 떠나는 게 아니라고. 당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에게 가는 거라고 말이에요.
쥬리가 그와 결별을 말 할 때 잘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리암이 이렇게 전화해서 자신에게 집착하는 말을 하니 어지간히도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잊고....나보다 더 괜찮은 여자 만나요.
“쥬리. 당신 보다 더 괜찮은 여자는 없어.”
-리암....
리암은 구질구질하게 쥬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백준열보다 나은 게 없었다. 백준열이 그보다 나이도 더 어리고 잘 생겼고, 또 매력도 쩔었으니....재력 면에서도 한국의 대기업 후계자니 리암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니 리암이 핸드폰 붙잡고 쥬리에게 할 수 있는 게, 구차하게 말로 그녀를 잡고 늘어지는 거뿐이었다. 하지만 쥬리는 단호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과 난 끝났어요. 그러니 앞으로 내게 전화하지 마세요. 끊어요.
“쥬, 쥬리. 제발 끊지....”
뚜뚜뚜뚜뚜뚜뚜뚜....
“이런 Shit!....Asshole!”
자기기 끊지 말라고 했는데 쥬리가 전화를 끊자 제대로 빡 친 아담이 욕지거리를 내 뱉았다. 하지만 하필 그가 지금 있는 곳이 맨해턴 호텔 입구 앞이었기에 주위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며 인상들을 썼다.
그런 그들에게 아담은 뭘 보냐며 그들에게 욕을 쏘아붙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그 주위 사람들 중에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거 같아서 말이다.
록펠러 가문의 남자들은 다른 건 몰라도 가문에 먹칠하는 짓만큼은 피하고 봤다.
안 그랬다간 가주에게 불려가서 한 소리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당연히 리암도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 앞에 불려 가기 싫었다.
마침 그가 탈 차가 보였고 그쪽으로 걸어간 리암은 차가 멈추자마자 스스로 차문을 열고 그 차에 탔다.
원래라면 그가 서 있는 앞에 차가 와서 멈추고, 비서든 호텔 직원이든, 그 차 문을 열어주면 그제야 고상하게 차에 탔을 리암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격식 따윌 챙길 때가 아니었다.
* * *
허겁지겁 자신의 차에 탑승하고는 맨해턴 호텔을 빠져 나간 리암. 그가 여전히 연락이 없는 후안을 언급하며 또 입에서 욕설을 내 뱉었다.
“후안....이 새끼는 도대체 뭐하는데 아직도 전화를....Son of a bitch....Shithead 같은 새끼....”
욕은 후안에게 하고 있었지만 실상 리암은 백준열과 붙어먹고 있는 쥬리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리암은 아직 잊지 못한 자신의 연인 쥬리에게 차마 욕은 하지 못하고, 대신 그 원인을 제공한 백준열에게로 분노의 화살을 돌렸다.
“이게 다 그 원숭이 새끼 때문이야. 내가 가문의 일만 어떻게 해결되고 나면....빠득!”
리암은 너무 열 받아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함께 이까지 갈았다.
해서 백준열을 그냥 죽이는 걸로는 아무래도 그의 분이 풀릴 거 같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넘어가지만, 후일 백준열을 잡아다가 반드시 자기 손으로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 리암은 살인 경험이 있었다. 물론 그걸 아는 사람은 그가 죽인 사람의 시체를 처리해 준 시체처리업체 직원들뿐인데, 그들이 과연 7년 전의 리암을 기억하기나 할까? 그들에게 있어서 리암은 그저 스쳐 지나간 고객일 뿐인 것을 말이다.
이걸 아는 사람들은 아는데 폐기물처리업체가 있듯이, 사람의 시체를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자들이 있었다. 그런 그들을 간단히 처리자라고 불렀는데 정확한 그들의 명칭은 시체처리업체 직원들이었다.
당연히 그들을 부르려면 돈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만큼 뒤처리가 확실하니 리암은 백준열을 죽일 때 그들을 부를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큰일인데....”
백준열이 LA로 가버리는 바람에 다음 날 미팅이 무산 되었지만, 리암은 여전히 뉴욕 시티FC 구단 관계자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취소하진 않았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뉴욕 시티FC 구단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투자자와 언제 만날 수 있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