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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79화 (77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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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특급호텔의 보안 시스템은 확실히 까다로웠다. 몇 군데 빼고 나면 호텔 대부분에 CCTV카메라가 설치 되어 있었고 또 곳곳으로 보안요원들이 수시로 돌아다녔다.

“저기 손님....”

그렇게 후안이 호텔 안을 기웃 거린지 한 시간이 좀 넘어가자 호텔 측 보안요원이 그에게 다가왔다. 이는 호텔 측에서 수상쩍은 그의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그의 감시를 시작했다는 얘기였다.

“네.”

“저는 이 호텔 보안요원인 제레미 쿡이라고 합니다. 혹시 저희 호텔 투숙객이신가요?”

“아닙니다.”

“그럼 무슨 일로 저희 호텔을 찾아주신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아아. 저는....”

후안은 혹시 몰라 챙겨 다니고 있던 자신의 가짜 명함을 보안요원에게 내밀며 말했다.

“저는 내셔널&빌딩스라는 건축회사의 대표인 도밍스 테일러입니다. 이곳 실내 인테리어가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한 번 보러 왔습니다만. 아무래도 그 점이 여기 보안 팀에 오해를 사게 만든 거 같군요.”

그 말을 하는 후안을 똑바로 직시하며 보안요원이 그가 건넨 명함을 꼼꼼히 확인한 후 말했다.

“아아. 그러셨군요. 그런 일이라면 저희 측에 미리 얘기를 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렇다면 이런 번거로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그저 잠깐 둘러보러 보고 갈 생각만 한 터라....한데 막상 와서 보니 이곳에 볼 게 너무 많아서....역시 뉴욕에서는 맨해턴 호텔이 최고가 맞군요.”

이 호텔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하는 후안. 그 말에 이 호텔의 직원이기도 한 보안요원도 꽤나기분이 좋아졌는지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괜히 저희 호텔이 2년 연속 뉴욕 호텔부분 고객 만족도 1위를 달성한 게 아니죠.”

“오오. 역시....아아. 맞다. 제가 클라이언트와 미팅이 있는데 깜빡 했군요.”

후안이 누가 봐도 명품임이 분명한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고 말하자, 호텔 측 보안요원이 정준히 손짓을 하며 말했다.

“나가는 쪽은 저쪽입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비즈니스 때 바이어를 모시는 호텔을 여기로 바꿔야겠군요.”

“그래주시면 저희야 영광이죠. 살펴 가십시오. 테일러 대표님.”

후안은 보안요원에게 고마움의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 요원이 가리킨 방향으로 쭉 걸어갔다. 그러자 에스컬레이터가 나왔고 그걸 타고 밑으로 내려가자, 바로 정면에 호텔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보였다.

후안은 그 출구를 통해 호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근처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길 얼마....

호텔 밖으로 나온 백준열과 그의 여자로 보이는 백인 미녀, 그리고 그의 경호원들. 그들 앞으로 차들이 다가와 섰고, 그 차에 탄 그들이 어딘가로 떠났다.

“어쩌지?”

잠시 고민하던 후안은 지금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그들을 쫓아가기로 했다.

마침 그가 있는 노천 카페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섰고, 그 안에서 손님이 내리는 게 보였다. 후안은 곧바로 그 택시로 걸어갔고 빈 택시에 탑승했다.

“저기 벤츠 차 보이죠?”

“네. 손님.”

“그 차 좀 따라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운 좋게 택시 기사의 드라이브 실력이 뛰어났고 또 다른 길도 알았기에 후안은 들키지 않고 백준열 일행의 뒤를 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후안은 알지 못했다. 백준열이 이미 그의 추적을 알아채고 있음을....

* * *

뉴욕에서도 꽤나 유명한 씨푸트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백준열 일행. 근데 백준열이라는 저 동양인은 놀랍게도 자신의 경호원들도 그처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있었다.

물론 백준열이 앉은 테이블 주위를 교묘히 둘러 싼 형국으로 경호원들은 식사를 했다.

즉 언제든 문제가 생기면 곧장 백준열을 지킬 수 있게끔 말이다. 하지만 후안이 아는 한 미국의 그 어떤 경호원들도 저런 호사를 누리며 경호를 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그게 그들의 일이기도 했고. 고용주가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는 동안 그들이 그 고용주를 지켜 주는 대가로 그들이 돈을 받는 거니 말이다.

하지만 후안이 지금 보고 있는 고용주와 경호원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같이 움직이고 같이 먹고 말이다.

“좋은 고용주로군.”

후안은 저런 고용주라면 자신도 저 동양인의 경호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저 동양인에게 측은지심 같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지금까지 그가 처리 해온 청부 타깃들 중 한 명일 뿐.

“햄버거라도 사 먹을까?”

저들이 먹는 걸 보고 있자니 자신도 배가 고파진 후안. 그는 인근 햄버거 가게로 가서 그가 좋아하는 더블치즈버거 햄버거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돌아가서 살피니 백준열이 그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서 사라졌다.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후안이 그렇게 생각한 건 백준열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 했던 백인 미녀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고, 경호원들도 여전히자기들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20여분이 좀 넘게 시간이 흐르고 백준열 일행이 씨푸드 레스토랑을 나왔다.

후안은 별 생각 없이 일정 거리를 두고 그들을 쫓아갔다. 그때 백준열 일행이 갑자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후안의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그의 촉이 위험을 경고해 온 것이다.

“젠장....”

후안은 자신이 들켰음을 직감하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움직일 때 뒤에서 누군가 그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가만있으면 바로 따라 잡힐 상황이었다.

“에잇!”

후안은 냅다 뛰었다. 그러며 뒤돌아보니 두 명의 동양인들이 그를 열심히 쫓아오고 있었다. 그 두 동양인들은 후안도 안면이 있는 자들이었다. 바로 백준열의 10명의 경호원들 중, 딱 봐도 팀장으로 보이던 자와 그 팀장과 꼭 붙어 다니던 그 경호원이었으니까.

후안은 도망치며 생각했다. 저 동양인 팀장이 제법 뛰어나다고 말이다. 어

떻게 자신의 추적을 알아챘는지 모르지만 ,후안이 청부 대상을 관찰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들켜서 쫓기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처럼 촉이 좋은 놈인가?’

그 생각을 하면서 달아나던 후안. 하지만 이곳은 LA가 아니었다. 후안도 처음 와 보는 곳인 만큼 이곳 지리를 잘 모르는 그가, 잠깐 딴 생각을 하면서 그만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쳇....”

골목 안의 담장은 후안이 뛰어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었다. 결국 뛰던 걸음을 멈춰 선 후안. 그런 그의 뒤로 두 동양인이 나타났고....후안은 별 수 없이 두 동양인과 대치하게 됐다.

“너 누구야?”

두 동양인들 중 후안이 팀장이라고 여기고 있던 놈이 그에게 물어왔다. 후안의 정체가 뭔지 말이다. 하지만 그걸 순순히 대답해 줄 후안이 아니었다.

대신 후안은 뒤춤에서 자신의 권총을 꺼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팀장이란 놈이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득달같이 후안에게 달려들었고, 그걸 보고 놀란 후안이 바로 꺼낸 권총의 총구를 그 팀장 놈을 향해 겨누려 할 때, 그 자가 뻗은 손이 후안이 쥔 권총의 총구 방향을 틀었다.

탕! 탕!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그 사이 몸으로 부딪쳐 온 그 동양인 팀장과 뒤엉켜 뒤로 넘어진 후안.

퍽!

하지만 후안은 권총을 끝까지 쥐고는, 그 권총의 개머리로 상대의 머리를 후려쳤다.

“크윽!”

그러자 상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 만큼 권총을 잡은 후안의 손이 프리 해졌다. 후안은 그 틈에 권총의 총구를 재차 자신을 덮친 놈의 머리로 향하고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데....

빠악!

또 다른 동양인 경호원이 그런 후안의 권총을 쥔 손을 발로 걷어찼다. 손이 팔에서 떨어져 나갈 거 같은 통증과 함께 후안의 손에 쥐어져 있던 권총이 날아갔고, 그 사이 후안의 발을 후려 찬 경호원이 재차 후안의 얼굴을 향해 발길질을 해 왔다. 후안은 다급히 두 팔로 안면을 방어했다. 이대로 얼굴을 걷어차였다간 놈들에게 사로잡힐 테니 말이다.

퍼억!

후안은 두 팔 중 왼팔에 끔찍한 고통이 일었다. 아무래도 왼팔이 부러진 거 같았다.

하지만 후안은 바로 상체를 일으키며 권총이 날아간 방향으로 몸을 뒹굴었다. 그때 후안의 권총 개머리에 머리를 얹어 맞았던 경호 팀장이, 그런 그를 쫓아 같이 몸을 뒹굴었고 후안이 권총을 쥐었을 때 그 경호팀장이 그를 덮쳤다.

어렵사리 다시 권총을 수중에 넣은 후안. 하지만 끝까지 그를 쫓아 온 경호팀장과 뒤엉켜 버리면서 후안은 그 권총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문제는 후안에게 상대는 경호팀장 하나가 아니란 점. 후안은 급한 대로 두 다리를 마구 휘저었다. 그때였다.

“큭!”

정말 운 좋게 후안이 휘두른 두 다리 중 하나에 뭔가 걸렸고, 동시에 상대 경호팀장이 허리를 구부렸다.

그 말은....남자의 급소가 가격 당했다는 소리. 후안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후안은 낭심을 맞고 무기력해진 경호팀장을 뿌리치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근데....

툭!

자신을 끌어안고 있던 상대를 겨우 뿌리치고 몸을 막 일으킨 후안의 발 아래로 그의 권총에 꽂혀 있었던 탄창이 떨어졌다. 경호팀장이 기어코 그의 권총에 탄창 빼는 버튼을 누른 모양이었다.

파앗!

그때 다른 경호원이 몸을 일으킨 후안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후안은 바로 권총의 총구를 그 경호원에게 겨눴다. 비록 권총에서 탄창이 빠졌지만 권총의 약실에는 탄알이 한 발 남아 있었으니까.

즉 저 경호원부터 쏴 죽이고 떨어진 탄창을 주워 다시 권총에 꽂으면 됐다.

하지만 비록 후안에게 급소인 낭심을 맞았다지만 경호팀장은 후안 바로 옆에 있었다. 그걸 간과한 후안이 막 권총 방아쇠를 당길 때였다.

퍽! 타앙!

경호팀장의 몸을 부딪쳐 옴과 동시에 후안의 권총에서 발사 된 총알.

그 총알은 빗나갔다. 하지만 방금 그 총알에 죽을 뻔한 경호원은 그 자리에 얼어버렸고, 경호팀장에게 부딪쳐서 옆으로 나뒹군 후안은 이제는 쓸모없어진 자신의 권총을 보고는 벌떡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골목 밖으로 내 뺐다.

그런 그의 뒤로 경호팀장이 뭐라고 떠드는 게 후안의 귀로 들려왔다. 아마도 자신과 같이 있던 경호원에게 후안을 쫓으라고 소리치고 있는 거 같았다.

후안은 골목 밖으로 나오자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이대로 큰 길로 내 빼면 그건 하수나 할 짓. 후안은 도로 맞은편의 주택가로 뛰어갔다.

* * *

그 주택가 옆의 보도를 빠른 걸음으로 걷던 후안은 우선 몸에 묻은 흙먼지부터 털었다.

그렇게 수시로 뒤를 살피며 걷던 후안. 다행히 그 두 동양인들이 그를 쫓아오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놈들이 언제 나타날지는 모르는 일. 후안은 헝클어진 머리를 만지며 앞으로 쭉 걸어갔는데, 그때 그의 시야에서 10여 미터 정도 전방의 한 연립 주택의 입구 문이 막 열리며, 그 안에서 나오는 한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의 한 손에는 가방이 들려 있었고 다른 손에는 강아지 리드 줄이 쥐어져 있었는데, 그 문틈에 선 노인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그대로 거기 계속 서 있었다.

아마도 강아지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어서 기다려주고 있는 듯 보였다. 후안은 그쪽으로 뛰어가서 문을 잡아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노인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레밍턴씨.”

누가 봐도 같은 연립 주택에 사는 이웃처럼 보이게 말이다. 노인의 가방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면 후안도 그 노인의 이름을 알 수는 없었겠지. 정말 이래저래 오늘은 후안에게 운이 좋은 날이었다.

노인도 후안이 자기 이름을 알자 그를 같은 연립 주택에 사는 이웃처럼 여기는 듯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후크. 너 이 녀석 빨리 나오지 못해.”

노인은 문을 잡아 준 후안의 호의에 가볍게 감사를 표하고, 강아지 리드 줄을 살짝 당기며 강아지를 재촉했다. 빨리 문밖으로 나오라고....

그제야 안에서 뭘 하고 있었던지 모를 작은 강아지가 문 밖으로 나왔고, 노인은 그 강아지와 같이 후안이 뛰어 온 보도로 쭉 걸어갔다. 그걸 잠깐 지켜보던 후안. 그가 자연스럽게 연립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층부터 시작해서 연립 주택의 방들을 꼼꼼히 살피며 위로 올라갔는데, 3층에서 후안은 확실히 사람이 없는 방을 발견했다.

다른 방과 달리 그 방만 유일하게 문틈 사이로 관리비 청구서가 꽂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 연립 주택의 관리인이 꽂아 둔 모양인데, 그걸 아직 챙겨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단 건 지금 저 방에 주인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얘기.

후안은 곧장 그 방 앞으로 간 다음, 주위를 살핀 뒤 그가 가끔 자물쇠를 딸 때 이용하던 만능열쇠를 꺼냈다.

틱! 티틱!

그리곤 그 만능열쇠로 그 방의 문을 열어보려 시도를 했다. 오래된 건물답게 이 연립 주택의 방문은 디지털 도어록이 아닌 열쇠로만 열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달칵!

“오예스....”

운 좋게 자물쇠 따는 데 쓰던 만능열쇠로 방문을 열 수 있었다. 후안은 곧장 그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그 방 문 틈에 꽂혀 있었던 그 관리비 청구서도 챙겨서.

“휴우우....”

방 안에 들어오자 후안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후안은 자신이 이 방에 숨어 있는 걸 동양인들에게 들킬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두어 시간 만 있다가 가자.”

생각 같아서는 이 방 주인의 침대에라도 눕고 싶었다. 하지만 가급적 그의 흔적을 남겨서 좋을 게 없었다.

해서 후안은 혹시 여기 주인이 갑자기 들어오더라도 자신이 바로 들키지 않는....이 방의 한쪽 구석에 있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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