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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77화 (77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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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 커피 기계 맞은편에 위치한 핫 코너. 거기 한국식의 막대 꼬치 형 핫도그가 아닌, 미국식 즉석 핫도그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빵에 구운 소시지를 넣고 소스를 얹어서 주는데 음료와 나오는 세트가 2달러 밖에 안 한다.

“우와....”

이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만큼이나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옆에 피자도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핫코너라고 해 봐야 핫바, 호빵 정도가 다인데, 역시 미국은 달랐다.

두툼한 도우에 치즈를 올려놓은 피자들은, 코스트코 피자 사이즈와 맞먹을 정도로 컸다.

한국 피자 두 배에 달하는 한 조각이 달랑 5달러!

“허얼....”

이어 그 핫코너를 건너 뛰어 옆을 보니까, 잡화 코너 인 듯 보이는 곳에 네일 케어 상품들이 진열 되어 있었다.

미국인들이 셀프 네일에 유독 약하기도 하고 한국처럼 네일이 저렴하지도 않아서, 앞서 봤던 치과 제품처럼 다양한 네일 케어 제품이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매니큐어는 물론 손재주 없는 분들이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네일 케어 상품, 젤 네일을 제거하는 간편한 제품까지 다양했다.

“대박이네.”

그렇게 내 시선에 마지막으로 또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편의점 제품은, 다름 아닌 이곳 편의점만의 PB 상품이었다.

일레븐 세븐을 사랑하는 덕후들을 위한 PB 상품들 말이다. 한국에도 편의점 자체 브랜드로 나온 과자나 음료수를 볼 수 있는데, 이곳 미국에서도 일레븐 세븐 텀블러, 티셔츠 등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 중에 있었다.

이렇듯 내가 미국 편의점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동안, 뒷문을 통해 나갔던 문대식과 경호팀원 한 명이 편의점으로 되돌아왔다. 한데 둘 다 먼지투성이 몰골에 땀투성인 체 였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게 여기까지 뛰어 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잡아 오라고 한, 내 뒤를 몰래 따라오고 있었던 자는 어디다 두고 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죄송합니다.”

그때 문대식이 내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 대답으로 알 수 있었다. 문대식과 경호팀원이 그 자를 놓쳤다는 걸 말이다. 나는 문대식과 경호팀원의 몸 상태를 빠르게 내 두 눈으로 스캔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네. 둘 다....크게 다친 곳은 없는 거 같으니....”

여기서 내가 말한 크게 다친 곳이라 함은 바로 총상을 의미했다. 그놈이 수중에 권총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게는 내 주변으로 위험한 자들이 접근해 오면 경고해 주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걸 모르는 자들이 내게 접근했다가 그 동안 다 잡혔었다. 오늘만 빼고.

“말씀해 주셨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문대식이 딱 봐도 총알이 찢어 놓은 거 같은 정장 왼쪽 팔뚝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마저 하던 말을 이어서 했다.

“귀신 같이 총을 뽑아서 쏘더군요. 방비하고 있었기 망정이지 자칫 죽을 뻔했습니다.”

그 말을 하는 문대식의 그 왼쪽 팔뚝에 총알이 스치며 찢어 놓은 정장 상의의 위치가, 그대로 내 시선이 수평으로 움직였을 때 심장 한가운데였다. 즉 놈이 20-30센티만 더 총구를 옆으로 틀었어도 문대식은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싸늘한 시체로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겠지.

순간 욱하니 화가 치밀었다. 그 딴 놈 때문에 문대식이 죽을 뻔 했단 사실 자체에 나는 극도로 화가 났고 그건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가자.”

내가 갑자기 싸늘하게 얼굴을 굳히고는 앞장서서 편의점을 나가자, 문대식이 놀라며 그런 내 뒤를 쫓아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다급히 나를 추월해서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대표님. 너무 위험합니다. 그냥 경찰을 부르시죠?”

문대식은 역시 눈치가 빨랐다. 그는 지금 내가 뭘 하려는 지 이미 파악을 한 거 같았다.

맞다. 나는 지금 화가 나서 녀석을 내손으로 직접 때려잡으러 가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진짜 위험한 짓이라며 문대식은 지금 내 앞을 가로 막아 선 것이고.

* * *

결과적으로 문대식이 내 앞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도 내 말에 흠칫하며 막아선 내 앞을 비켜섰으니까.

“녀석은 이 근처에 있어.”

“네? 하지만....”

“너희를 따돌리고 여기로 다시 돌아왔다고.”

내 말이 맞다면 지금 이러고 있어선 안 됐다. 당장 경찰에 신고함은 물론이고, 안전한 곳에 몸을 숨어 있어야 했다. 어째든 놈의 수중에 권총이 있었고, 반면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은 총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즉 녀석이 총질을 해 대면 현실적으로 그들이 나를 지켜 줄 방법이 없었던 것. 그걸 알기에 문대식은 나와 같이 몸을 안전하게 숨길 곳을 주변에서 살피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놈은 내가 잡을 수 있으니까.”

그 말을 하면서 나는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20센티 쯤 되는 녹슨 철근을 토막을 주워들었다. 그걸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문대식. 하지만....

툭!

내가 그 녹슨 철근을 두 손으로 잡고 부러트리자 그걸 보고 휘둥그레진 문대식.

나의 인간 상식의 범주를 벗어 난 괴력 앞에,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다들 놀라워 할 때 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뭘 그리 놀라나? 잔뜩 녹슨 철근 좀 부러트린 걸 가지고.”

그렇게 말한 뒤 나는 곧장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인간 사냥을 위해서....

처음에는 천천히 걸었지만 내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뛰기 시작했고, 그 뜀박질이 멈춘 것은 아까 편의점에서 불과 1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의 한 건물 앞에서였다.

그 건물은 상당히 오래 전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누후한 5층짜리 연립 형태의 주거지로, 나는 녀석이 우리가 녀석의 뒤를 쫓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 족히 2Km를 돌아서 달렸다.

“저기 3층 집에 있어.”

나는 그 건물 입구를 마주보는 건물 옆에, 나와 같이 몸을 숨기고 있던 문대식에게 말했다. 한데 문대식은 내 그 말에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당연히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물어야 정상인데 말이다. 그런 식의 질문은 사실 아까부터 했어야 했다. 내가 어떻게 녀석이 다시 이쪽으로 돌아 온 걸 알았는지부터 시작해서....

하지만 문대식도 그렇고 그 밑에 경호팀원들도 그 점에 대해 딱히 궁금해 하지 않고 있었다. 뭐 그 이유야 내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이런 식의 기행을 해 오다보니, 저들도 이런 상황에 면역이라도 된 것처럼 굴고 있었던 것.

나는 놈이 숨어 있는 건물 3층을 직시하다가 어느 순간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지금이다. 가자.”

그렇게 나는 문대식과 경호팀원들과 같이 권총을 소지한 위험한 놈이 숨어 있는 건물 쪽으로 쪼르르 달려갔고, 그 건물 입구 앞에 도착했다. 당연히 그 건물 입구를 막고 있는 문을 굳게 잠겨있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안에서 열어주지 않는 한 열리지 않는 문이었지만, 내가 손을 가져다 대자 ‘철컹’ 소리와 함께 열렸다. 마치 누가 안에서 열어 준 거처럼....

분명 신기한 장면이건만 내 뒤의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은 그걸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나를 따라 문이 활짝 열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 *

내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 중에 「개 목걸이」 아이템에서 새롭게 생겨난 능력이 있었다.

바로 ‘괴력 발휘’로 10초 동안 내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의 3배를 그 시간 동안 쓸 수 있었는데, 나는 설마하면서 그 능력을 사용한 채 녹슨 철근을 구부려 보려 했다. 한데 녹이 슬어 있다 보니 철근이 구부러지지 않고 그냥 부러지면서 두 토막이 났다.

어차피 녹슨 철근을 나는 던지면 무조건 맞추는 능력을 통해 써 먹을 생각이었다. 두 손이 한 손보다 낫더니 철근도 비록 부러졌지만 하나보다 둘이 나을 테니까. 또 놈의 손에 총이 쥐어져 있는데 그 놈 잡겠다고 맨 몸으로 달려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뭐 놈과의 거리를 내 기준 반경 20미터 안에 접근만 해도 녀석을 강제 수면 능력으로 간단히 잡을 수도 있었고.

그것 말고도 내 각종 능력들을 활용, 다양한 방법으로 나는 녀석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랬기에 이렇게 겁도 없이 「개방울」아이템의 위치 추적 능력으로 녀석에게 다가가는 거고 말이다.

타닥! 타닥! 타탁!

2층까지는 소리를 내서 계단을 오르던 나는 2층에서 3층으로 올라 갈 때 일부러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계단을 올랐다. 그걸 보고 내 경호팀원들도 기척을 죽이고 내 뒤를 따라 3층으로 올라왔고.

“저기야.”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내 뒤에 문대식에게 말했다. 그리곤 최대한 안전하게 놈을 잡기 위해서 앞서 생각해 둔 방법인 강제 수면 능력을 사용했다. 그랬더니....

-디링! 반경 20미터 밖입니다. 재사용까지 30분의 쿨 타임이 필요합니다.

‘젠장....’

놈이 숨어 있는 3층 방의 복도에서 대충 눈대중으로 놈이 반경 20미터 안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선 저 방의 구조가 길었고 하필 그 방의 끄트머리 창고 안에 녀석이 숨어 있었던 것. 그걸 뒤늦게 위치 확인 능력으로 살핀 뒤 나는 속으로 녀석이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 문대식과 경호팀원을 뿌리치고 달아난 것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 둘에게 잡힐 수밖에 없었다. 둘 다 특수부대 출신이고 무술 유단자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녀석이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지닌 건 아니었다. 위치 추적할 때 「개눈깔」아이템의 추적자 정보에서 녀석의 근육량과 체지방률을 볼 수 있었는데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처럼 꾸준히 관리하고 있는 몸은 아니었다.

즉 별거도 아닌 놈이 오늘 하루 억세게 운이 좋은 탓에 나와 경호팀원들을 이렇게 엿 먹이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그 운도 이제 다 됐다.

내 성격 상 30분은 못 기다린다. 해서 나는 놈이 숨어 있는 방으로 움직였고 역시나 잠겨 있는 방문을 간단히 열었다.

그 방의 제일 끄트머리 구석 진 창고 안에 숨어 있는 녀석의 귀에 당연히 방문 열리는 소리 따위가 들릴 리 없었다.

먼저 방 안에 들어간 나는 호주머니 속에서 아까 내가 부러트린 녹슨 철근 토막 두 개를 꺼내서 양속에 하나 씩 쥐었다. 그 사이 내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 온 문대식과 경호팀원들. 그들을 향해 내가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그리곤 나만 혼자 녀석이 숨어 있는 방 한쪽 구석, 창고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창고 쪽을 향해 창고 안에 숨어 있는 녀석이 스스로 기어 나오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사용했다. 바로 내가 지정하는 생명체의 체내 수분을 짜내는 탈수 능력을 말이다. 목마른 녀석은 곧 저 창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터였다. 그때였다.

-디링! 괴력 발휘 능력의 쿨 타임이 끝났습니다. 능력 발휘 시 10초 동안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말에 내 입 꼬리가 스르르 위로 올라갔다. 안 그래도 던지면 무조건 맞추는 능력만으로 놈을 잡을 수 있을까 걱정이 좀 됐다. 날카로운 물체를 던지면 확실한 살상력을 보여 주는 능력은 맞았다. 하지만 그 끝이 뭉텅한 녹슨 철근 두 개를 던져서 녀석을 맞췄을 때 놈에게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 할지 나로서도 알 수 없는 노릇. 그런데 괴력 발휘 능력을 쓸 수 있다?

‘끝났군.’

녀석이 창고 밖으로 튀어 나올 때 괴력 발휘 능력을 사용해서 녹슨 철근 토막을 던져 맞추면 충분히 놈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런 확신이 들 무렵....

철컥!

창고 안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 * *

LA에서도 악명 높은 갱단인 멕시칸 보이즈의 조장 중 한 명인 후안 가르시아.

그는 갱단에 소속 되어 있으면서도 청부 살인이라는 부업을 뛰었다. 그게 가능한 건 후안이 총질을 잘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갱단에서 총질 잘하는 그에게 자잘한 일 따위를 시키지 않았던 것. 그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후안은 며칠 씩 시간을 비워도 됐고 그 시간 동안 맡은 바 살인 청부 임무를 완수할 수가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 딱히 할 일이 없었던 그는 VIP고객으로부터 연락을 받고서 조직의 지하 사격장을 나왔다. 그리곤 차를 타고 LA에서도 유명한 특급 호텔로 향했다.

“뭐? 벌써 체크아웃 했다고?”

특급 호텔답게 거기 묵고 있는, 이번에 그의 타깃이 된 동양인의 정보를 알아내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근데 그 동양인이 호텔을 나갔고 하필 공항으로 갔다는 얘기에 급하게 공항으로 달려 간 후안.

“휴우....다행이다.”

동양인이 그길로 자기 나라로 날아가 버렸다면 그의 이번 청부도 그대로 물 건너가 버렸을 테니 말이다. 천만다행으로 놈은 뉴욕으로 갔고 후안은 그 즉시 그 사실을 의뢰자에게 알렸다. 그러자 그 의뢰자 말했다.

-뉴욕으로 가. 그리고 녀석 주위에 있어.

언제든 의뢰자가 연락하면 그 즉시 그 동양인을 죽여 버릴 수 있게 말이다. 그렇게 의뢰자와 통화 후 후안은 자기가 속한 갱단 조직의 2인자인 토니 가르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헉헉헉....또 뭐?

뭘 하고 있었는지 가쁜 숨을 고르며 후안의 사촌 형인 토니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정황상 토니가 약을 하고 여자와 떡을 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간간히 핸드폰 너머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게 말이다. 그런 그에게 후안이 당당히 자신이 그에게 전화 건 용건을 밝혔다.

“토니. 나 뉴욕에 좀 갔다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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