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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73화 (77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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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프레처는 눈앞의 동양인이 거만하게 서 있는 거 자체가 짜증이 났다. 누굴 믿고 저러나 싶었는데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짧은 지식에 동양에는 아직 신분제가 존재한다고 들었다. 공산국도 있었고.

하지만 이곳은 미국이다.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미국에 왔으면 미국의 법을 따라야지. 그리고 놈의 옆에 저 아름다운 백인 금발 미인.

딱 봐도 프레처와 같은 미국 내 중산층 남자들은 절대 만날 수 없는 존재다.

그런 여자가 왜 저 동양인과 같이 있는 건지 프레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뭐 돈 때문이겠지.’

미국에서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었다. 저런 미인도 마찬가지고.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원숭이 따위에게 몸을 팔다니....’

백인 우월주의자인 프레처는 순간 인종차별주의자로 바뀌었고, 자기가 왜 이곳 백화점에 왔는지, 그 이유도 잊고 꼴불견인 그 동양인 앞을 가로 막았다. 그리고 시비를 걸었고 싸움이 시작 됐다. 그런데....

‘뭐, 뭐야?’

권투 좀 해 본 프레처. 그래서 그동안 치료비와 합의금을 꽤나 많이 물어줘 왔던 그였는데, 그가 시비를 건 동양인은 그 동안 그의 주먹에 맞고 뻗은 놈들과 달랐다.

빨랐고 주먹도 묵직했다. 그렇기에 때리기 급급했던 프레처가 반대로 쳐 맞기 급급했고, 결정타로 녀석의 니킥이 그의 안면에 꽂히는 순간....의식을 잃은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으으으으....”

그의 눈앞에 싸움이 벌어져 있었다. 그것도 패싸움이....그 중 프레처가 아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와 같이 이곳 백화점 노후 배관 공사를 맡아 줄 그의 동료들. 그들이 왜 싸움박질 중인지는 곧 알 수 있었다.

“저, 저 새끼는....”

화려한 돌려 차기에 프레처의 동료 닉을 나가떨어지게 만든 저 동양인.

바로 프레처를 니킥으로 기절 시켰던 그 동양인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프레처의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패싸움은....바로 프레처가 쓰러진 걸 본 그의 동료들이 동양인과 싸움이 붙은 게 분명했다.

“으으윽....”

몸을 일으키려는 프레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어서 저들을 도와야....“

그러나 그건 그의 생각 뿐,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얼마나 강하게 얻어맞았던지 일어나려니 머리가 어질어질 했던 것.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빨리 몸을 일으켜서 동료들과 같이 싸워야....

그렇게 겨우겨우 프레처가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너무 살살 찼나?”

어느 새 프레처 앞에 나타난 동양인. 그와 딱 눈이 마주치는 순간....

홱!

동양인이 날았고 녀석의 발이 프레처의 턱에 꽂히면서 프레처의 의식의 끈이 또 뚝 끊어졌다.

* * *

퇴로가 차단 된 상태에서 여섯 명의 백인 남자들 중 하나가 내게로 다가왔다.

문답무용. 현재 나와 우리를 포위한 자들 사이를 정확히 대변해 주는 말이었다.

내가 녀석들의 동료를 기절까지 시킬 정도로 패 놨는데, 그걸 본 그들이 나에게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나? 동료가 당한 만큼 갚아주면 될 일을 말이다. 즉 그들과 나 사이에 남은 건 주먹 다짐, 즉 싸움뿐이었다.

‘....오른발’

이제동의 싸움꾼의 실력이 내게 본능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내 앞으로 다가 온 저 놈이 나를 향해 발차기를 가하려 함을 말이다. 이에 내가 녀석의 움직임과 거의 동시에 오른발을 내 뻗었다.

뻑!

순간 나를 향해 돌려차기를 가하려 막 몸을 비틀던 백인 남자가, 내 발차기에 먼저 등을 맞아서 앞으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어허어억....”

‘태권도?’

분명 태권도의 돌려차기 동작이었다. 보아하니 백인 남자는 태권도를 배운 모양이었다.

그때 갑자기 주위가 싸해졌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를 포위 중인 백인 남자 중 하나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큭큭큭....한스....태권도 좀 배웠다고 깝죽거리더니....꼴좋다.”

그 말에 내 발차기에 맞고 앞으로 나자빠졌던 녀석이 벌떡 몸을 일으킨 뒤 얼굴이 시뻘게 져서 내게 재차 달려들었다. 등 좀 차였다고 계속 자빠져 있기 쪽팔렸던 모양. 하지만 이미 흥분해서 이성을 잃은 녀석의 공격에는 빈틈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휘리릭! 빠악!

나는 녀석이 나에게 하려 들었던 그 돌려차기를 정확히 선보였다.

털썩!

내 발이 정확히 녀석의 관자노리에 꽂히는 순간 녀석은 썩은 고목 쓰러지듯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때까지 걸린 시간은 1-2초 사이. 내 돌려차기의 빠름은 앞서 녀석이 하려던 돌려차기와 차원이 달랐다.

“....”

그 한방에 또 다시 주위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정적은 내 처음 발차기에 맞고 쓰러졌던 동료를 비아냥거렸던 녀석이 깼다.

“저 새끼가 한스를....쳐!”

다구리 앞에 장사가 없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달랑 여섯, 아니 이제는 다섯인가? 그 정도 가지고 싸움꾼의 능력을 가진 내게 덤벼들다니....

나는 내 뒤와 쥬리를 내 경호팀원들에게 맡기고 미쳐 날 뛰기 시작했다. 먼저 덤벼드는 백인 남자에게 오른 주먹 카운터펀치를 날린 뒤 연타로 왼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퍽!

그러자 단박에 둘이 픽픽 쓰러졌다.

첫 번째는 내게 주먹을 휘둘러 온 백인 남자였는데, 내 오른 주먹에 맞고 벌러덩 뒤로 자빠졌고, 두 번째는 내 왼 주먹에 나를 덮쳐 오던 또 다른 백인 남자가, 급소인 관자노리를 맞고 그 자리에 픽 쓰러졌다. 그리고 그 자세에서 뒤차기를 가했는데 그게 운 좋게 뒤에서 나를 덮치려던 녀석의 가랑이 사이에 정확히 박혔다.

“....끄으아악!”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그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은 내 뒤의 백인 남자에게 나는 그만 사과를 하고 말았다.

“아이고. 미안.”

차 놓고 나서 그러기 좀 그랬지만.... 뭐 그렇게 순식간에 다섯 명 중 셋을 처리한 나는 나머지 둘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일루 와.”

* * *

6명 중 4명이 쓰러지고 나자, 주변 분위기가 싹 변했다. 이정도 되면 자기들 두 눈으로 본 게 있으니 알아서 기어야 하는데, 남은 두 명의 백인 남자들은 그럴만한 눈치가 없었다. 아니 머리가 텅 빈 놈들이라고 해야 하나? 이거야 원, 싸움도 상대를 봐 가면서 해야지.

“죽어!”

그 중 더 머리가 나쁜 놈이 나에게 덤벼들었고, 나는 그 녀석을 보란 듯 이번 역시 화려한 돌려차기로 쓰러트렸다. 그때 내 눈에 제일 먼저 내가 쓰러트렸던 그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가 정신을 차린 게 보였다.

녀석은 내가 싸우는 걸 보고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쓰러질 때 뒤통수를 제법 세게 바닥에 부딪쳤던 탓인지 녀석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계속 비틀거렸다.

그 사이 나는 나머지 한 명의 백인 남자를 주먹으로 때려눕혔다. 그리고 나에게 시비를 걸었던 그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에게로 나는 걸어갔다.

그때 그 놈이 기어코 몸을 일으켜 허리를 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녀석이 놀란 듯 두 눈을 부릅떴다. 그 녀석에게 나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돌려차기를 먹였다. 그것도 540도 돌려차기를 말이다.

그때였다. 뒤늦게 백화점 보안요원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그들은 나를 향해 권총을 겨눴다.

나는 두 손을 들어 그들과 싸울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표했다. 그러자 그들이 911에 전화를 하고 우리를 감시하면서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핸드폰 좀 써도 될까요? 보다시피 나는 맨 몸이고 당신들은 내게 권총을 겨누고 있는데....”

그랬더니 백화점 보안요원들끼리 쑥덕거리더니 이내 말했다.

“핸드폰은 써도 좋다. 하지만 수상쩍은 짓을 하면 그 즉시....쏴 버릴 테니 허튼 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말도록.”

그 살벌한 경고에 나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들고 있던 손을 내려서 정장 상의 안쪽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천천히 꺼냈다. 그리고 그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이대로라면 나와 일행은 100% 경찰서로 가야 했다. 그리고 조사를 받고 변호사 불러서 어쩌고저쩌고....귀찮은 일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 터. 나는 타국의 유치장에 하룻밤을 보내는 끔찍한 경험 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해서 나는 이 모든 걸 해결해 줄 해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록펠러 가문의 가주 마이어 록펠러에게 전화를 건 거다. 그러자 마이어 록펠러의 비서실장인 아담이 내 전화를 받았다.

-또 무슨 일이요?

그는 어지간히 내 전화가 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든 말든 나는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을 그에게 빠르게 얘기했다. 그러자 그가 바로 알아듣고 말했다.

-비버리힐즈의 바니스 LA백화점이라고 했죠?

“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작작 좀 사고 치시오.

뭐 하루건너 사고를 치고 있으니 아담 실장 입장에서야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미국에서 나를 위해 궂은일을 해 주고 있는 그에게 굳이 대립각을 세울 생각이 없었던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네. 앞으로 조심하도록 하죠.”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나서 잠시 뒤 보안요원들 앞에 보안팀장과 딱 봐도 백화점 고위 간부로 보이는 자가 나타났다.

“총 치워.”

그리곤 보안요원들을 그 자리에서 철수 시켜 버리고는 내게 말했다.

“경찰 쪽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가시면 됩니다.”

일종에 축객 령이었는데 나는 백화점 고위 간부로 보이는 자의 그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여기 있어봐야 일만 더 키우는 꼴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를 타고 백화점을 빠져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911 구급차 여러 대가 백화점 입구에 도착해서 붉은 빛의 경광등을 번쩍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그걸 지나치며 도로에 접어 들 때 쯤 경찰차들이 보였다. 그걸 보고 내가 타고 있던 차 앞쪽에 물었다.

“문 팀장에게 전화 했어요?”

그러자 조수석의 경호팀원이 즉시 대답했다.

“네. 오실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옆에 쥬리에게 말했다.

“같이 쇼핑 못해서 미안해요.”

“아뇨. 대신 멋있는 모습 보여줬잖아요.”

그러며 슬그머니 한손을 내 허벅지 위에 올리는 쥬리. 그런 그녀 눈에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길거리 농구에서 맹활약했을 때 그녀가 내게 보여 줬었던 그 끈적끈적한 눈빛을 말이다.

* * *

리암은 요 며칠 사이 반쯤 폐인이 되어 있었다. 그가 이렇게 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자신의 연인이자 비서인 쥬리와 헤어진 것이고, 두 번째는 뉴욕에서 그가 벌여 놓은 스포츠 사업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헤어지자는 말과 함께 자신에게 사표를 제출한 쥬리.

리암은 대체 그녀가 왜 자신의 곁을 떠나려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가 원한다면 결혼까지 생각 중이었던 리암이었다. 당연히 리암은 그런 자신의 본심을 쥬리에게 얘기했었다. 그랬더니 정작 쥬리가 당시 그와 결혼을 거부했었다.

자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며, 이쪽 분야로 더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서 말이다. 그래 놓고 이제와서 헤어지자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거기에 아무 문제없이 착착 진행 중이었던 뉴욕의 스포츠 사업 정리 문제 역시 갑자기 뒤집어졌다.

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다고 봤던 스포츠 사업 정리 문제였다. 근데 그걸 열렬히 환영했던 본가에서 뒤엎어 버린 것이다. 환장할 노릇은 그래놓고 본가에서 아무런 말도 없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리암은 왜 그랬는지 알고 싶어 가주의 비서실장인 아담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아담은 깊게 한숨만 내쉬고, 그럴 일이 생겼다며 정작 진짜 이유는 알려주지 않고서, 더 이상 본가에서 리암의 스포츠 사업에 관여하지 않을 거란 말만 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뉴욕시의 스포츠 사업은 지지고 볶던 리암 보고 알아서 하란 얘기였다. 하지만 이미 적자 폭이 너무 커져 여기서 손절, 즉 팔아버리지 않으면 대안이 없는 상태의 스포츠 사업이었다.

문제는 그걸 알면서 누가 뉴욕시의 문제의 두 구단, 뉴욕 닉스와 뉴욕 시티FC를 사겠는가?

한국에서 온 그 재벌가의 후계자가 아니고서 말이다. 그래서 리암은 사람을 시켜서 쥬리와 백준열에 대해 알아보게 했다. 순수하게 지금 그들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그랬더니....

쾅!

“뭐라고? 쥬리가 지금 누구와 어디에 같이 있다고?”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격분한 듯, 리암이 주먹으로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고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하지만 현실은 역시나 잔인했다. 리암은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기어코 상대방으로부터 다시 전해 들어야만 했다.

-당신의 비서인 쥬리는....지금 백준열이라는 동양인과 같이 비버리힐즈 힐튼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 묵고 있습니다.

그 순간 리암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설, 설마....’

리암은 일단 통화를 끝낸 뒤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준열....놈이다. 놈이 확실해. 놈이 본가에 뭔 짓을 한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록펠러 가문이 어떤 곳이던가? 특히 현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는 사업에 관한한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올 사람이었다. 그런 마이어 록펠러 옆에서 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할 인간이 아닌 아담 비서실장.

그 두 사람과 만난 백준열이었다. 그런데 그 뒤 그에게서는 연락이 끊겼고 아담 실장은 냉정하게 앞으로 리암 보고 뉴욕 스포츠 사업을 알아서하라고 했다. 그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서 말이다.

그렇다면 얘기는 뻔했다. 본가에서 백준열을 구워 삶는데 실패한 것이다. 아니 되레 본가에서 놈에게 약점을 잡힌 게 분명했다. 근데 거기에다가 놈은 자신의 여자까지 뺏어갔다.

“백준열!”

준열의 이름을 말한 뒤 리암의 꽉 다문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두 눈에서는 살광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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