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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72화 (7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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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 능력들 중에서 내가 봐도 쓸 만한 능력은, 바로 「개방울」 아이템의 ‘광역 좀비’와 「개 짖는 소리」 스킬의 ‘진실의 소리’였다.

「개방울」 아이템의 ‘광역 좀비’라는 능력은 말 그대로 내 주위 사람들을 일정 시간 동안 좀비처럼 만들어 버리는 능력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만 내 반경 50미터 안에 사람들을 전부 10초간 좀비처럼 아무 생각도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거다. 내가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포위 당 했거나 사로 잡혔을 경우, 내 빼는데 있어 확실히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이었다.

‘시간이 좀 아쉽지만....’

이제 막 그 능력이 생기다보니 그럴 수밖에. 다른 능력들처럼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면 분명 내게 큰 도움이 될 능력이었다.

반면 그에 비해 「개 짖는 소리」 스킬의 ‘진실의 소리’는 당장 써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능력도 만족스러웠다. 내가 「개 짖는 소리」 스킬을 사용하면 나와 대화하는 사람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단지 상대가 하는 말에 한해서 진실의 유무를 알 수 있었기에, 그 속내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게 어딘가?

대인 관계에 있어서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경우만 알아도 뒤통수 맞을 일이 크게 줄어 들 테니 말이다.

“어휴....”

내가 상태창에 빠져 있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어느 새 새벽 3시가 다 됐다. 나는 조심스럽게 떡 실신했다가 이제는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쥬리를 안아 들고 그녀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방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이불까지 덮어 준 후 조용히 그 방을 나왔다.

이어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 맥주 하나를 꺼내서 창가에 서서 그 맥주를 마셨다. 창밖의 야경을 안주 삼아서....

그 뒤 내 방으로 간 나는 씻기 귀찮아서 그대로 침대에 뻗었고 그대로 잠이 든 모양이었다. 깨어보니 침대 위에 엎드려 뻗은 상태 그대로였으니까.

“으으으으....”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나는 굳은 몸을 풀고 나서 시간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벌써 아침 9시.

방 밖으로 나가 보니 쥬리가 그녀 방에서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즉 아직도 쥬리는 자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서둘러 룸서비스로 아침 식사를 주문하고 우리가 갈아입을 옷들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 뒤 욕실로 가서 씻고 나오니 그 사이 룸서비스로 나와 쥬리가 입을 옷들이 준비 되어 있었다.

“오오....벌써?”

나는 그 준비성에 감탄하면서 어제 내가 받았던 이곳 호텔 내 컨시어저의 명함을 바지 속에서 꺼내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봤다. 그랬더니 역시나 그 컨시어저가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가 내가 룸서비스로 주문을 하자마자 옷들을 가져다 준 것이었다. 그뿐 아니었다. 아침 식사 역시 내가 생각한 거 보다 훨씬 더 빨리 내 방으로 배달이 되어왔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생긴 오전 약속에도 아침 식사를 하고 움직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쥬리와 같이 아침 식사는 하지 못했다.

그녀는 나와 같이 아침 식사를 하는 거 보다 잠을 자는 게 더 행복한 거 같았으니까. 그렇다면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맞겠지.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니까, 내 여자도 가능한 한 그렇게 살 수 있으면 그렇게 사는 게 맞다는 게 내 생각이니까 말이다.

* * *

미국에서 내 일정 중 사실 가장 중요한 건 현지 투자였다. 그 때문에 투자처를 방문하는 건 내 마지막 일정 중에 꼭 해야 할 일이었고. 그래서 귀찮지만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걸려 온, 뉴욕에 있는 내 현지 투자법인의 대표 그렉의 전화를 받고 LA에 투자한 투자처 몇 곳을 방문하기로 결정을 했다.

현재 내가 수령한 미국 슈퍼 로또로 불리는 메가 밀리언의 당첨금은 내가 말한 대로 골고루 투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미국이었고 그 투자한 곳에서 투자자인 나와 만나기를 원했다. 해서 오늘은 LA에 있는 그 투자자들을 만나고 내일은 다시 뉴욕으로 가서 그곳 투자자들과 미팅을 한 후 모레, 나는 다시 한국으로 가기로 내 일정의 큰 틀을 잡은 상태였다.

LA에서 내가 투자한 곳은 주로 영화사업체와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체, 그리고 몇몇 전도유망한 IT사업체였다.

그 중 오전에 영화사체와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체 쪽 CEO와 미팅이 잡혔다. 오후에는 IT사업체 쪽 관계자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고.

“부지런히 움직여야겠군.”

미국이라는 곳은 땅덩어리가 워낙 넓다보니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녹록찮았다. 그래서 정신없이 잡힌 오늘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니 벌써 오후 5시였다. 나는 반쯤 녹초가 된 상태로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고, 내 방으로 들어가니 쥬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제야 그녀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금 근처 백화점에서 쇼핑 중이라고 했다.

“내가 그쪽으로 가지.”

그래서 쥬리가 쇼핑 중인 백화점에서 그녀와 만나서 LA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가서 거기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곳 비버리힐즈는 미국에서도 나름 치안 상태가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쇼핑에 방해가 되지 않게 경호팀원 둘 만 데리고 쥬리와 만나기로 한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의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갈 때까지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쥬리!”

“준열!”

그리고 양손에 쇼핑 가방을 든 쥬리를 만날 때까지도. 하지만 미국인들 중에 인종 차별주의자는 내 생각보다 많았다. 하긴 쥬리 같은 초특급 백인 미녀와 같이 쇼핑 중인 동양인을 보는 백인 미국 남자들의 기분이야 좀 엿 같겠지. 보통의 경우 그걸 직접적으로 티 내지 않는 게 맞는데 인종 차별주의자는 역시 달랐다. 이건 뭐 태어 날 때부터 뇌구조가 다른 건지....

“어이 돈 많은 칭챙총? 아님 Jap? 그것도 아니면 Gook?”

그냥 대 놓고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말은 내 뱉었다. 칭챙총은(Ching Chang Chong)은 중국어를 흉내 내는 것이나 한중일 동아3국에 모두 쓰이는데 주로 받침과 단음절이 발달한 한국과 중국인(웹상에선 한자와 한글)을 비하할 때 쓰이는 말이었다. 그리고 일본인은 대개에 Jap이란

단어을 사용하고, 베트남을 주축으로 동남아시아 인을 비하하는 데에는 Gook이라는 말을 썼다.

즉 지금 내 앞을 막아서서 두 손으로 자기 눈을 찢어 보이고 있는 인종 차별주의자는 동양인이 그냥 싫은 모양이었다. 그때 그를 보고 내 옆에 쥬리가 눈살을 찌푸리고 내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준열. 그냥 가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야 더러워서 피하지. 쥬리의 말이 맞았기에 나는 좋게 쥬리와 같이 내 앞의 거대한 똥 덩어리를 피해가려 했다. 하지만....

“그 여자에게서 당장 손 못 떼? 허어. 그 참....그녀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으라니까. 주제도 모르는 칭. 챙. 총!”

그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의 도가 넘은 발언이 결국 나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누가 보면 내가 쥬리를 납치라도 해서 데리고 다니는 줄 알겠다. 그때 내 경호팀원 두 명이 나서려는 걸 내가 막았다.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쥬리도 뒤로 가 있어.”

나는 내 팔짱을 끼고 있던 쥬리와 주위 경호팀원들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그런 나를 히죽거리며 쳐다보고 있는 내 눈앞에 백인 인종 차별 주의자를 보고 말했다.

“덤벼. 크래커.”

“What? 마더 파터 Fuc...."

내 말에 인내심이라고는 1%도 없어 보이는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가 득달같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 * *

온갖 인종 비하 발언이 난무하는 미국이다. 당연히 백인 비하 발언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크래커’(cracker)고.

흑인들이 종종 가난한 남부 백인을 경멸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말인데 그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17세기에도 꽤 모욕적인 표현으로 쓰였고 나중에 미국 남부에 정착한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이민자를 지칭하는 데 쓰이기도 한 표현인데, 보아하니 내게 아시아 인 비하 발언을 하고 있는 내 눈앞의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가 바로 그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인 모양이었다. 그러니 그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두 눈이 뒤집어져서 내게 달려드는 거겠지.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걸어오는 싸움만큼은 피하지 않는다. 상대가 먼저 악의를 가지고 나를 해치려 드는 데 그걸 어떻게 참나?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그저 덤벼 오면 싸워 줄 뿐이다.

휙! 휙!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는 딱 봐도 싸움 좀 해 본 작자였다. 덩치에서부터 나를 훨씬 압도하고 있으니 자신이 나와 싸워서 질 거란 생각은 아예 하고 있지도 않겠지.

나름 헬스 좀 한 거 같은 데 저런 근육과 싸움꾼의 근육은 질적으로 달랐다. 그리고 내 몸은 나를 곧 때려죽일 거처럼 마구 주먹을 휘둘러대고 있는, 저 물러터진 근육의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와 달리 싸움꾼의 딴딴한 근육이었다.

내가 잘도 녀석의 주먹을 피하자 녀석이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씩씩 거리며 두 팔을 벌리고 나를 잡으려 들었다. 자신의 얼굴과 상체를 훤히 드러낸 체 말이다. 그러니까 내 공격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이다. 나는 녀석의 그 잘못 된 생각부터 바로 고쳐 주었다.

퍽!

정확한 타격. 내 주먹에 안면을 맞은 녀석의 고개가 뒤로 휙 젖혀졌다. 그리고 한걸음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녀석. 내 주먹맛이 보통이 아님을 그제야 깨달은 듯 보이는 녀석에게 내 몸이 날아올랐다.

파앗!

순간 내 몸이 연결 동작으로 녀석에게 발길질을 가했던 것. 예상치 못한 듯 내 그 발차기에 감히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녀석은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뻑!

“크으윽!”

녀석의 거구가 몸 휘청거리며 이번에는 옆으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그런 그 녀석에게 내가 바로 따라 붙자 녀석이 냅다 주먹을 날려 왔다. 내 공격에 그리 크게 데미지를 입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녀석의 몸을 두툼하게 두르고 있는 지방층이 내 공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 주었겠지.

스슥!

나는 복싱의 Ducking 동작과 비슷하게, 무릎을 굽히면서 머리를 이동해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의 마구잡이 식 주먹세례를 피했다.

파파팟!

그 뒤 풋워크 같은 잔발 스텝을 밟으며 녀석에게 파고들어가, 번개처럼 왼 주먹을 내뻗었다.

퍽!

“컥!”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의 머리가 뒤로 크게 젖혀지며 비틀거렸다. 이번엔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때 내 오른 주먹이 녀석의 복부에 정타로 꽂혔다.

퍼억!

“크으윽!”

녀석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복부의 데미지가 다리로 내려가며, 무릎이 저절로 꿇려졌다.

내 몸은 마치 그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그대로 몸을 날려, 녀석의 안면을 향해 강력한 타격기인 니킥을 날렸다.

뻐어억!

타격 소리부터가 달랐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의 고개가 완전 뒤로 젖혀지며 백화점 바닥에 뒤통수를 강하게 부딪쳤다. 그 충격으로 실신한 듯 뻗어 꿈쩍도 하지 않는 백인 인종차별주의자.

* * *

여기까지가 딱 좋았다. 한편의 액션 영화 주인공 같은 모습....

“헉헉....”

악당을 쓰러트리고 그런 녀석 앞에서 가볍게 숨을 고르며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 그런 나에게 히로인인 쥬리가 다가와서 내 품에 안기면....

‘캬아....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별거냐?’

내가 막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내 뒤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저기....”

“빨리 지원을....”

내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와 싸울 동안 뒤로 물러나 있었던 두 경호팀원들의 갑작스런 호들갑에 내가 슬쩍 앞을 쳐다보자....

“젠장....”

내가 쓰러트린 백인 인종차별주의자 주위로 녀석과 비슷힌 체구의 백인 남자 여섯 명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살기등등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면서. 딱 봐도 저들은 내가 쓰러트린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와 연관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와 주먹질로 그를 쓰러트린 걸 다 지켜봤고. 그러니 곧 죽일 듯 험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걸 테고.

지금 상황에서 대화는 무의미했다. 내가 말을 건다고 어차피 저들이 받아주지도 않을 거고 말이다.

사실 혼자 건장한 남자 6명과 싸우는 건 미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뒤에 두 경호팀원들이 호들갑이었다. 그리고 둘 중 하나가 문대식과 통화 중이었다.

호텔에 있는 문대식과 나머지 경호팀원들을 이쪽으로 부르는 모양인데 그들이 오기 전에 아마 상황은 끝나 있을 거다.

내가 얻어터지든, 저들이 내가 좀 전에 쓰러트린 백인 인종차별주의자 처럼 여기 백화점 바닥에 널브러지든지 말이다.

“잡아!”

그때 여섯 명의 백인 남자들 중 한 명이 외쳤고 그 즉시 나머지 백인 다섯이 나와 쥬리, 그리고 두 명의 경호팀원을 에워쌌다. 도망치지 못하게 말이다. 내가 안 움직이다보니 내 곁의 쥬리와 두 명의 경호팀원들도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었기에 우리는 여섯 명의 백인들에게 이내 둘러 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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