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64화 (76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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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미국에 오고 나서 신미나는 늘 눈치를 보고 살았다. 그런 그녀 눈에 며칠 전부터 그녀 집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건 그녀를 충분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끔 말이다.

“안 돼. 아이들은 절대 내 줄 수 없어.”

아이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 아이들까지 삼명그룹에 뺏기게 된다면 그녀는 영영 이전의 그 삼명그룹 큰 며느리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윤호야. 오늘 학교에 가면....동생을 데리고....학교 후문으로....”

큰 아들인 백윤호에게 한 시간 정도 수업을 받은 뒤 선생님께 집에 일이 있다고 말하고 조퇴를 하라고 일렀다. 하지만 그걸 놈들이 감시하지 않을 리 없을 테니, 조퇴를 하고 나서 학교를 몰래 빠져나와야 했는데 그걸 위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녀가 움직이면 바로 감시가 따라 붙을 테니 말이다.

해서 신미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서, 옆집에 사는 브라운씨 부부와 친하게 지냈다. 친절한 그들이라면 자신의 부탁을 들어 줄 터였다.

그렇게 신미나는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안전한 곳에서 숨어 살기로 작정하고 탈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조퇴한 아이들을 이웃 브라운 부부가 자신들의 차에 태워서, 그녀가 있는 멜로즈 거리의 한 치과병원 앞에 나타났다.

“브라운 부인. 정말 고마워요.”

“아니야. 이웃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지.”

그렇게 이웃 부부에게서 아이들을 받고서 웃는 얼굴로 그들 부부를 보낸 뒤, 신미나는 주위에 감시자가 있는지 거듭 확인했다.

다행히도 그녀의 탈출 계획은 성공한 거 같았고 신미나는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LA를 빠져 나갔다. 근데....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5번 도로를 타기 직전, 그녀 차를 경찰차가 와서 멈춰 세웠다. 그리고 그녀에게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했고, 신미나는 불안해 하며 자신의 신분증을 경찰에게 보여줬다. 그랬더니 그녀의 신분증을 보고 난 경찰이 그 자리에서 무전을 치고 난리를 떨었다. 그걸 보고 신미나는 뭐가 잘못 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러면서 아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CCTV카메라가 영 눈에 거슬렸는데, 거기 자신과 차가 찍힌 게 이런 결과를 불러 온 게 아닌가 싶었다. 그때 그 경찰이 그녀에게 정중히 말했다.

“차를 돌려서 집으로 가시죠. 저희가 거기까지 안전하게 에스코트 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신미나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리고 자신의 탈출 계획이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녀는 차를 돌려서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그때부터 감시자들이 배는 늘어나서 그녀와 아이들을 대놓고 감시했다.

특히 그녀가 외출을 하면 감시자가 마치 경호원처럼 그녀를 따라왔다. 그러니 더 이상 그들을 피해 탈출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신미나는 땅을 치며 후회했다. 감시가 소홀했을 때 탈출했어야 했는데....하지만 이젠 늦었다. 내일 백준열이 여기 집에 오겠다고 했다. 그게 무슨 소리겠는가?

그가 삼명그룹 백 회장의 지시를 받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처리 문제도 마무리 짓고.

그녀는 아이들 없이 살 수가 없었다. 근데 또 이대로 죽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불안한 심정으로 밤잠을 설치던 신미나. 그녀는 신경안정제를 먹고 새벽에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것도 평소보다 한 알을 더 먹고서.

그리고....그녀가 깼을 때 그녀 집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윤호야!”

그녀는 아직 신경안정제의 효과가 남은 탓인지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비틀거리고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목 놓아 큰 아들을 찾았다. 그때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그녀 귀에 들려왔고, 그녀는 비몽사몽간에 거실에서 수영장으로 가는 유리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이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쭉 걸었다.

첨벙!

그리로 가는 사이에 수영장이 있었지만 그녀 눈에는 그 수영장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영장에 빠진 그녀는 허우적거렸다. 수영을 할 줄 아는 그녀였지만 신경안정제의 효과 때문인지 수영을 해서 수영장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그 안에서 첨벙거리던 그녀.

“우푸....우푸....”

점점 체력이 떨어지자 그대로 몸을 축 늘어트린 그녀의 입과 코로 물이 계속 들어갔다. 그렇게 잠시 후 그녀가 수영장 한가운데 둥둥 떴다. 뒤통수를 드러낸 채 얼굴을 수영장 바닥으로 향한 채 말이다.

* * *

황당한 노릇이지만 나는 내 형수 신미나가 사는 집으로 가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시신을 보관 중에 있다는 LA의 한 병원으로 갔다. 거기서 나는 핏기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의 싸늘한 주검으로 나를 반기는 신미나를 만날 수 있었다.

“신미나씨 맞나요?”

“네. 맞습니다.”

나는 그녀의 인척으로 아이들 대신 그녀가 신미나가 맞는지 검시관에게 확인을 해주었다.

“사인은 신경안정제 과다복용 후 수영장에 빠져서 익사한 것으로....”

검시관으로부터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자세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경찰이 와서 알아보겠다며 나보고 경찰서로 같이 가자고 했다. 말이 참고인조사지 나를 무슨 용의자로 보는 거 같았다. 아마도 내가 확실한 알리바이를 밝히지 못하면 경찰은 나를 범인으로 몰아갈 수도 있었다. 증거라면 언제든 조작할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나는 굳이 내가 누군지에 대해 경찰에게 밝히지 않았다. 대신 전화 한 통을 했다.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에게 말이다. 물론 그 전화를 마이어 록펠러가 직접 받지는 않았다. 그의 비서실장인 아담이 받았고, 나는 그에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간단히 말했다. 그러자 그가 알았다고 했고....

“죄, 죄송합니다.”

나를 경찰서로 데리고 가겠다고 호기롭게 내 앞에 나타난 경찰이 잠시 뒤 내게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그걸 보고 나는 내친 김에 아담에게 다시 연락해서 뉴욕 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있을 내 경호팀원 얘기도 했다. 그랬더니 아담이 역시나 알았다고 했고....

-어떻게 한 겁니까?

병원을 나설 때 문대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문대식의 얘기로는 내가 죽이고 조져 놓은 그 킬러들이 뉴욕에서도 알아주는 자들로 뉴욕 경찰서의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단다.

그래서 참고인 조사 후 오후에는 나올 줄 알았던 문대식도 경찰서에 계속 붙잡혀 있었는데. 갑자기 경찰서장이 나타나서는 문대식과 내 대신 죄를 뒤집어 쓴 경호팀원을 풀어줬단다. 그래서 지금 문대식과 경호팀원이 이쪽으로 합류하기 위해 뉴욕 공항으로 이동 중이고.

“빽 좀 썼지. 뭐.”

-빽이요? 그런 게 갑자기 어디서....

문대식은 뭐라고 하려던 말을 멈췄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왔다.

-혹시 록펠러 가문과 연관 있습니까?

나는 대답대신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빨리 오기나 해. 여기 당장 초상 치르게 생겼어.”

-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문대식에게 나는 신미나의 죽음을 알려줬다. 그랬더니 그가 당황하며 말했다.

-그, 그런 일이....아이들은....

“장례 치르고 한국으로 보내야지.”

엄마도 없는 이국땅에 두 아이를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마 신미나가 죽었다는 얘기는 지금쯤 백승렬 회장에게도 전해졌을 터였다. 가급적 제일 빠른 시간대의 비행기로 LA로 넘어 오겠다는 문대식과 막 통화를 끝냈을 때였다.

“하여튼....양반은 못 된다니까.”

백승렬 회장의 비서실장인 이동훈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네.”

나는 그 전화를 받았고 이동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혹시 도련님이 손쓰신 겁니까?

그러니까 이동훈은 지금 내가 신미나를 죽인 건지 묻고 있었다.

“아닙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삼명그룹에서 알아보면 밝혀질 일이었다. 때문에 내가 이동훈에게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 정도는 이동훈도 알았다.

-휴우. 다행이군요. 회장님께서 도련님이 LA에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전방위적으로 손을 쓰시는 거 같아서 말입니다.

여기서 전방위적이라 함은 신미나의 죽음에 대한 모든 걸 말했다. 아마도 거기에는 그녀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과 함께 향후 대책도 포함 되었을 터. 그렇다면 내가 딱히 나서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그러니까 내 손으로 신미나의 장례를 치러 주지 않아도 되고, 두 조카도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

“잘 됐네. 그럼 내가 그 일에 관여할 게 전혀 없다는 거잖아요?”

내 말에 신미나의 장례식에서 내가 손을 떼려는 걸 바로 알아차린 이동훈.

-그건 아니죠. 혈족 중 누군가 거기 장례주관자가 되어 장례식을 치러야 하는데....아시다 시피 신미나씨 쪽에서 그걸 해 줄 리 없고....

결국 그녀의 이혼 전 시댁인 우리 쪽에서 나서야 하는 데 하필 그녀의 시동생인 내가 여기 있네?

-아마 회장님께서도 그러라고 하실 겁니다. 그러니....

“알았어요. 할게요. 하면 되지. 뭐....”

-잘 생각하셨습니다. 회장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동훈 실장과 통화를 끝내고 나는 신미나의 집으로 향했다.

거기 미성년자인 내 두 조카 녀석들이 있으니 녀석들을 챙기러 가야 했다. 때문에 LA에서 묵을 예정이었던 호텔 방의 예약도 김종훈을 시켜 전부 취소를 시켰다.

* * *

“작은 삼촌....”

백승렬 회장의 장손이라고 할 수 있는 백윤호. 녀석이 다행히 나를 알아봤다. 그 밑에 조카 녀석은 내가 누군지 모르고 엄마만 찾으며 칭얼거렸다. 나는 그런 녀석들의 저녁을 챙겨 먹이고 게임을 시켜줬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녀석들이 신나서 게임을 했고 10시가 되기 전에 막내 녀석이 게임을 하다 졸았다. 그 녀석을 녀석의 침대에 눕히고 오자 여전히 게임 중이던 백윤호가 내게 물었다.

“작은 삼촌. 엄마 죽었어?”

“....”

나는 어린 조카 녀석에게 뭐라 대답해야 할지를 두고 잠깐 생각을 했다. 그때 녀석이 또 물었다.

“우리 그럼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야?”

어째든 여기 있는 두 조카 녀석들은 백승렬 회장의 손자들이었고, 그에게 있어서 후계자인 내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혹시 내게 자신이 없다면 두 조카 녀석들 중 하나가 내 후계자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고. 그러니 백승렬 회장에게 있어서 이 두 조카 녀석들은 아직 쓸 만 한 패였다. 그 쓸 만 한 패를 챙기지 않을 백 회장이 아니니까, 녀석들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정리한 후 대답을 했다.

“엄마....천국으로 가셨어. 그리고 너희는 곧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던지 게임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백윤호. 녀석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녀석에게서 과거 백준열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되었는데 굳이 그 시절의 백준열의 기억까지 알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 떠오려는 그 기억을 내가 먼저 거부해 버렸다. 그 뒤 신미나가 마신 것으로 보이는 와인을 마셔 봤는데 생각 보다 내 입맛에 맞았다. 그래서 그 와인을 다 마시고 나니 시간이 11시가 다 됐다. 근데 그때까지 게임 삼매경인 백윤호.

“이리 줘.”

나는 내일 학교, 아니지 장례식장에 상주 노릇을 해야 할 백윤호에게서 게임기를 뺏고 녀석을 침실로 밀어 넣었다.

“빨리 자.”

그 뒤 나도 씻고 자려는데 어제 만났던 그녀. 암캐 세이코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 빠구리하고 나서 보상치를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통화 후 상태창을 확인하기로 하고 그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에요. 세이코.

“네. 어쩐 일이십니까?”

나는 그녀와 볼 짱을 다 본 터라 그녀를 사무적으로 대했다. 세이코라는 여자는 내 여자로 삼기에는 급이 많이 떨어졌다. 나이도 많았고. 물론 그녀가 미츠비시 그룹의 계열사 대표인 만큼 돈이 많기는 하겠지만 내게 돈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하도 연락이 없어서 내가 먼저 전화한 거예요. 지금 어디에요?

“저는 지금 LA에 와 있습니다.”

-....

내가 LA에 있다니 세이코가 꽤나 놀란 거 같았다. 아마 내가 오늘도 뉴욕에 있을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려왔고 그 소리를 듣고 난 뒤 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디링! 당신의 일본 여자와 두 수하가 지금 일본 땅에서 죽게 생겼습니다. 그들을 구하려면 세이코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암캐 세이코를 잘 설득해서 그들을 구하세요. 시간 없으니 빨리....세이코에게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당신 남편에게 전화해서 그 세 사람 죽이면 당신도 죽을 거라고....

시스템의 그 말을 듣고 난 나는 녀석이 말한 일본 여자가 나나미고, 두 수하는 그녀를 안전하게 한국으로 잘 데리고 오라고 보낸 내 전담 해결사인 철수와 세르게이임을 알 수 있었다.

근데 그들이 지금 죽을 위기에 처했다니....그리고 그들을 살리려면 세이코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니....생각 같아서는 바로 철수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녀석의 시간이 없다는 말에 나는 결심을 했다.

“세이코. 지금 당장 일본에 있는 당신 남편에게 전화해서 그 세사람 죽이면 당신도 죽을 거라고 말해요.”

-.....

“뭐해? 빨리 전화하지 않고!”

-준, 준열상!

내 날선 말에 적이 당황한 세이코. 하지만 내 그 재촉에 내 암캐로서 내게 종속 된 거나 마찬가지인 그녀가 이내 순종하며 대답했다.

-알았어요. 지금 바로 남편에게 전화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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