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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63화 (76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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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 사이 나는 몸을 숙이고 비어 있는 녀석의 옆구리에 주먹을 짧게 끊어 쳤다.

퍽!

“컥!”

녀석의 입에서 단말마가 터져 나왔고, 그의 몸이 확연히 옆으로 기울었다.

충격을 제대로 받은 듯 보였는데 녀석은 놀랍게도 멀쩡하게 두 손을 뻗어 내 등을 잡았다.

그 즉시 내가 몸을 비틀었지만 엄청난 녀석의 악력에 단단히 잡혀 쉽게 빠져 나오지 못했다.

부웅!

그때 녀석의 무릎이 올라왔다. 딱 봐도 보통이 아닌 녀석의 하체였다. 그런 녀석의 무릎 찧기에 걸린다면 결정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그런 움직임 자체가 내게는 느리게 느껴졌다. 즉 바로 대응이 가능했단 소리.

퍼억!

나는 두 손을 교차해서 그걸 막았다. 그러자 녀석이 재차 무릎을 올려 차왔다. 녀석에게 이건 나를 잡을 절호의 기회일 터.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공격해서라도 반드시 나게 타격을 입힐 생각 같았다. 하지만 나도 두 손 만으로는 녀석의 강력한 무릎차기 공격을 계속 막을 수 없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나도 발을 들어 녀석의 대퇴부를 차버렸다.

“....크윽....”

그 고통이 상당한 듯 잔뜩 찌푸린 얼굴로 녀석이 뒤로 물러났다. 하긴 거기 허벅지에 총알이 박혀 있었으니 당연한 건가? 그때 내 귀로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이 방 문 앞에 도착한 게 감지되었다.

‘내가 너무 시간을 끌었군.’

그 생각과 동시에 나는 몸을 바짝 낮추고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움찔하면서 녀석이 방어적으로 왼다리를 뒤로 물렸고, 그때 내가 녀석의 앞으로 나와 있는 오른발을 잡아 확 당기며 일어났다. 그러자 녀석의 상체가 뒤로 홱 젖혀졌고 그때 나는 잡고 있던 녀석의 발에서 손을 떼고 뒤로 넘어지는 녀석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그리곤 녀석의 얼굴을 잡은 상태로 바닥에 강하게 내려찍었다.

쿠웅!

안 그래도 뒤로 넘어지는 거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데 거기에 더해 내 손이 녀석의 뒤통수가 바닥을 향하게 강하게 내려찍어버렸으니 그 충격은 몇 배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녀석은 뒤통수가 바닥에 찍힘과 동시에 코피가 터져 나왔다. 당연히 의식은 없었고 팔다리는 발작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게 더는 내게 위협은 되지 않았다.

“쳇....”

나는 녀석이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린 걸 확인하고 몸을 일으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콰앙! 쾅! 쾅!

그때 문대식이 억지로 문을 열려고 괜한 문에 몸통박치기를 가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먼저 외쳤다.

“문 열어 줄 테니 그만 해.”

내 목소리를 바로 알아들은 듯 문대식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무사하십니까?”

“그래.”

나는 문 앞으로 가서 잠긴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바로 문 앞에 서 있던 문대식이 먼저 안으로 들어왔고, 뒤이어서 경호팀원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방안의 상황을 살피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게 방 안에 두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한 명은 만년필이 목에 꽂힌 채 딱 봐도 죽어 있었고, 또 한 명도 겉으로 봐선 반쯤 죽어 있는 거처럼 보였으니까.

문대식은 만년필을 목에 꽂고 있는 여자 쪽은 건너뛰고 쌍코피가 터진 채 널브러져 있는 건장한 남자 쪽으로 가서 그의 경동맥을 자신의 검지와 중지로 짚었다.

“아직 살아....있네.”

그 말 후 나를 돌아보며 문대식이 말했다.

“여기는 제가 처리할 테니 대표님은 그만 방으로 돌아가십시오.”

문대식이 내가 예상한 말을 늘어놓을 때였다.

달칵!

이곳 로열스위트룸의 안쪽 방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딱 봐도 귀엽고 앙증맞은 작은 꼬마 아가씨가 걸어 나왔다. 바로 내가 구하기 위해서 무리해가며 여기로 쳐들어 온 원인 제공자의 등장이었다.

* * *

이곳 로얄 스위트룸에는 내가 처리한 두 사람 말고, 킬러의 손에 죽은 저 아이의 아빠가 있었다. 그는 소파에 앉은 상태로 앞가슴과 이마에 총을 맞고 죽어 있었다.

그걸 아이가 봐선 안 됐다. 해서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며 그 아이의 시선이 소파 쪽으로 가지 않게 최대한 내 몸으로 가렸다.

“놀랐지? 이제 괜찮으니까....안으로 들어가서 더 자자구나.”

뭐 최대한 다정하게 대했지만 아이는 아무래도 처음 보는 내게 경계심을 가지는 듯 했다. 내 손이 팔에 닿자 움찔하고 부르르 몸을 떨면서 영 두려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말이다.

“대디! 대디!”

그리고 큰소리로 악을 쓰며 아빠를 찾았다. 그 목소리가 하도 커서 더 시끄럽게 떠들었다간 우리가 곤란해 질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상황이 그대로 외부 인에 노출 되면 누가 봐도 우리가 범인 같아 보일 테니 말이다.

즉 문대식이 손을 쓰기도 전에 다른 증인들이 생겨나면, 내가 제아무리 재벌 4세라고 해도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한국이라면 또 모를까.

여기가 미국인 이상 나도 적당히 몸은 사려야 했다. 해서 나는 내 능력을 사용해서 아이를 잠재웠다. 「개방울」아이템이 5Up이 되면서, 내 반경 20미터 안에 있는 사람을, 한 시간 정도 푹 자게 만들어 주는 강제 수면 능력을 써서 말이다.

물론 내가 아이를 바로 잠재우는 걸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빤히 지켜보게 할 수는 없는 노릇. 해서 나는 아이를 잠재우면서 동시에 손으로 아이의 입을 막고 그 아이를 안아들었다.

“자자. 아저씨랑 방에 들어가서 자자.”

그리곤 아이가 나온 방으로 그 아이를 안아들고 들어갔다. 즉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본 것은 내가 소리지르는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그 아이를 안아서 방으로 들어간 것 밖에 볼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내 능력으로 아이를 잠재운 걸 그들은 절대 알아볼 수 없었다. 내 등이 그 순간을 다 가렸으니까.

나는 잠든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바로 그 방을 나왔다. 그러자 언제 왔는지 문대식이 그 방 앞에 서 있었다.

“아이는요?”

그리고 내게 물었다.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자.”

“네?”

“잔다고. 자. 슬리핑(Sleeping)!”

믿지 못하는 문대식. 하긴 막 소리를 질러대던 아이의 입을 막고 방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아이가 바로 잔다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말이 됐다.

나는 문대식이 보란 듯 방문을 활짝 열었고, 또 그가 방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막고 서 있던 내 몸을 방문 옆으로 옮겼다. 그러자 방안이 훤히 드러났고 문대식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침대에서 고이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걸 보고 문대식이 황당한 눈으로 나를 쳐다 볼 때 내가 말했다.

“그럼 뒤처리 잘 좀 부탁 해.”

나는 곧장 아이의 방을 나서며 문대식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 준 뒤 곧바로 여기 로얄 스위트 룸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바로 옆방에 내 거처인 같은 타입의 로얄 스위트 룸 안으로 들어갔다.

* * *

백준열이 나가고 문대식은 혹시 몰라 아이의 방으로 들어가서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그랬더니 아이는 확실히 잠들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깊게 말이다.

“허어....”

백준열이 대체 어떻게 놀란 아이를 이렇게 빨리 잠재울 수 있었는지, 문대식은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백준열의 행보 자체가 문대식에게 있어서는 상식 파괴자였기에, 그는 여기서 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봐야 자기 골만 아플 뿐....

거기다가 지금은 당장 그가 처리해야 할 일만 해도 장난 아니었다. 일단 사람이 둘이나 죽었다. 시신을 없애지 않는 한 경찰을 불러야 할 상황이었다. 문제는 경찰이 오면 이쪽에서 해명을 해야 한다는 건데....그게 여간 복잡하고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기 있는 자신과 경호팀원들은 일관된 진술을 해야 했다. 그를 위해서 완벽한 시나리오가 필요한데 그걸 만들기 위해서 문대식은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어떻게 된 일인지 전부 말씀해 주십시오.”

문대식의 그 말에 기다렸다 듯 백준열이 얘기를 했다.

-옆방에서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렸어. 그래서 거기로 찾아갔고 거기서 총 든 여자가....

백준열의 얘기를 조용히 경청한 뒤 문대식은 빠르게 머릿속에 한 편의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그리고 백준열과 통화를 끝내고 잠시 생각 끝에 그 시나리오를 완성 시켰다. 그 뒤 자신의 경호팀원들을 부른 문대식.

그가 본격적으로 이번 일에 대한 뒤처리에 들어갔다. 백준열이 미국 유학 시절에 사고 친 게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그때마다 그 뒤처리를 해 온 문대식이었다. 그는 능숙하게 이 일도 처리했고, 정확히 한 시간 뒤에 신고를 받은 뉴욕 경찰이 맨해튼 호텔을 찾아왔다.

그렇게 살인 사건이 벌어진 옆방이 시끌벅적했지만, 백준열은 자신의 거처인 로얄 스위트 룸에서 쿨쿨 잘 잤다. 귀에 귀마개를 꽂고서 말이다.

“으아하아암....”

그렇게 백준열이 아침에 기상했을 때 시간은 벌써 9시가 다 되어 있었다. 백준열은 잠에서 깨자 바로 문대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문대식이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로 그때 그의 수행비서인 김종훈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

백준열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고 김종훈의 목소리가 바로 그의 귀에 꽂혀왔다.

-지금 문 앞인데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백준열은 그 말에 인터폰 쪽으로 가서 거기 비디오 화면에 김종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방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바로 방 안으로 들어 온 김종훈이 백준열에게 말했다.

“문 팀장과 팀원 한 명이 지금 뉴욕 경찰서에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뉴욕 최고 로펌의 변호사를 붙였습니다.”

그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문 팀장은 그가 유학 시절에도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해 왔으니까.

문 팀장은 경호책임자로 팀원 한 명은 나대신 그가 한 걸로 내 대신 죄를 뒤집어쓰기 위해서.

뭐 당시 내가 친 사고라고 해봐야 벌금 수준이었기에, 내 대신 죄를 뒤집어 쓴 경호팀원이 실제 처벌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변호사 말이 죽은 사람이 둘이나 되다보니 풀려나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릴 거 같다더군요. 문 팀장은 참고인 조사가 끝나면 오후에 복귀 가능하고요.”

하지만 나는 오전에 비행기 타고 LA로 가야 했다. 그리고 그 비행시간에 맞추려면 지금 움직여야 했고. 물론 그 스케줄은 내 수행 비서인 김종훈이 다 챙기고 있었다. 단지 그는 내 의사를 물었다.

“LA로 가는 걸 오후로 미룰까요?”

즉 문 팀장이 뉴욕 경찰서에서 나오면 그와 같이 LA로 갈 건지 김종훈이 내게 묻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일정대로 움직여.”

“그러시다면....지금 바로 공항으로 가셔야 합니다.”

김종훈이 자신의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고 나는 그러자며 곧장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나는 김종훈과 남은 경호팀원들과 같이 뉴욕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10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LA로 날아갔다.

* * *

LA행 델타 항공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서 나는 김종훈이 건네는 서류 봉투 하나를 받았다.

“이건가?”

“네.”

나는 서류 봉투 안에서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장부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 장부를 펼치고는 거기 빽빽하게 적혀 있는 글과 금액을 적어 놓은 숫자를 살폈다. 대충 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있었다.

바로 마이어 록펠러가 어떤 식으로 횡령을 했는지 그게 장부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걸 검찰에 넘기면 마이어 록펠러는 적어도 살아서 감옥에서 나올 수 없었다. 횡령 자체만으로도 최소 10년은 감옥에서 썩어야 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장부에 횡령 말고 배임을 비롯해서 세금포탈의 정황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이거 양도세를 대 놓고 포탈했군.”

만약 이게 언론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진다면....그 동안 록펠러 가문이 폭넓은 자선 사업으로 구축해 온 좋은 이미지가, 한순간 똥통에 쳐 박히는 신세로 전락할 터였다.

“스캔 떠서 파일로 만들어 둬.”

나는 그 말을 확인한 그 장부를 도로 서류봉투에 넣어서 김종훈에게 건넸다. 지금 이 장부는 증거로 필요하지만 이 장부의 내용을 인터넷 세상에 알리는 데는 스캔 한 파일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네.”

김종훈이 대답하며 내게서 그걸 받아서 자신의 007가방 속에 넣고는, 일등석 짐칸에 그 가방을 넣었다. 그 뒤 나와 김종훈은 LA공항에 착륙할 때까지 별 말없이 각자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6시간 비행 후 LA공항에 도착한 우리를, 현지에서 고용한 사설경호업체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와 일행들은 그들의 안내를 받아서 LA 비버리힐즈에 있는 내 형수와 조카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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