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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62화 (7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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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가 아이를 죽이는데 필요한 시간은 1초면 됐다. 뭐 좀 몸을 써야 했지만 목을 비틀어버리면 끝이니까. 그 다음은 분해되어 있는 권총을 결합하고, 그 권총으로 방 밖에 방심하고 있을 수잔을 제거하면 됐다. 그런데....

“뭐야?”

이 시간에 누가 여길 찾아온단 말인가? 혹시 총소리 때문에?

하지만 수잔은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사용했고, 그 정도 소리는 방밖에서 들리지도 않을 소음이었다. 따라서 총소리 때문은 무조건 아니고....그렇다면....

수잔이 죽인 앤서니가 부른 자이거나, 이 새벽에 그를 찾아와도 될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겠지.

‘혹시....’

앤서니가 아이를 재우고 고급 창녀라도 부른 건가? 안토니오의 머릿속에 빠르게 몇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는 수잔과 같이 일체 기척을 내지 않고, 초인종 소리를 내고는 비디오 화면 창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인터폰 쪽으로 움직였다.

“음?”

“....”

그런데 정작 인터폰의 비디오 화면 창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철컥!

누가 열어준 것도 아닌데 로얄 스위트룸의 입구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에 반응해서 일급 킬러 수잔이 총구를 그 자를 향해 겨누는 그때였다.

“컥!”

수잔이 방아쇠에 닿아 있는 손가락에 힘을 주기도 전에 날아온 뭔가가 수잔의 목에 박혔다.

피슝! 피슝!

동시에 수잔이 두 발의 총알을 발사했다. 한 발은 입구 문을 또 한 발은 그 위 천장을.

툭!

그리곤 들고 있던 권총을 떨어트리고 두 손으로 자신의 목에 박힌 게 뭔지를 확인할 때였다.

파파팟!

어느 새 두 사람이 서 있던 인터폰 앞 쪽으로 쇄도해 들어 온 그 자가 두 사람을 들이 받았다. 먼저 저항이 불가능한 수잔을 옆으로 밀쳐 버린 그 자는, 달려 온 기세 그대로 안토니오에게 몸통박치기를 가했다.

뻐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부웅 뒤로 날아오른 안토니오는, 중력의 법칙의 예외 없이 그대로 벌러덩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미식축구 선수는 보디체크를 당해도 절대 손에서 공을 놓쳐선 안 된다.

안토니오는 그 생각과 동시에 절대 정신을 잃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뒷머리를 보호하는 가운데 바닥을 굴렀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기절하는 걸 모면한 그가 신음성을 흘리며 몸을 일으킬 때였다.

“끄으응....”

그 사이 수잔의 권총을 확보한 그 자가 그 총으로 안토니오를 겨누고 있었다.

정상적인 몸 상태였다면 그걸 보자마자 몸을 좌우 어디로든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안토니오의 몸은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피슝!

“큭!”

소음기 달린 권총에서 날아온 총알이 정확히 안토니오의 오른쪽 어깨에 박혔다.

그 순간 틀어지는 몸을 그대로 그 방향으로 돌렸다. 그 정도 몸은 쓸 수 있었기에. 다시 바닥에 몸을 구르는 안토니오.

앞 번과는 달리 총알이 어깨에 박힌 상태인 그는 최대한 더 많이 몸을 굴렸다. 그래야 그가 살 가능성도 그 만큼 높아지니까.

* * *

생존자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내 방을 나설 때 내 손에는 만년필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내가 묵고 있는 이곳 호텔 방에서 뾰족하니 날카로운 뭔가 무기가 될 만한 날붙이 같은 건 그 만년필이 다였으니까. 당연히 만년필을 뚜껑은 열린 상태였고....

내게는 「개똥」아이템이 5UP이 되면서 던지면 무조건 맞추는 능력이 생겼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물을 어디로, 혹은 누군가에게 던졌을 때, 그 사물이 그 대상에 적중시켜 주는 능력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능력을 지금 써야 할 거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능력....존재하는 그 어떤 문도 열 수 있는 「만능 오프너」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옆방 로얄 스위트 룸의 문이 열렸고 나는 그 문을 열고 곧바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두 남녀 중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누려는 여자의 목을 보고서 내 손에 쥐어져 있던 만년필을 내던졌다. 그리고 던지면 무조건 맞추는 능력을 사용했다.

그 결과 여자의 목에 정확히 만년필이 박혔고, 그 과정에서 그 여자가 권총 두 발을 발사 했지만 나와는 동떨어진 곳에 총탄이 박혔다.

“....어어억!”

그리곤 들고 있던 권총을 떨어트리곤 두 손을 자기 목으로 가져갔다.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부릅 뜬 그 여자와 나의 시선이 불과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마주쳤다.

왜냐하면 그녀가 총질을 할 때 나는 그녀를 향해 만년필을 던지느라 잠깐 추춤 했을 뿐, 그대로 그녀와 그녀 옆에 남자를 향해 계속해서 짓쳐들고 있었으니까.

만년필이 목에 박힌 체 그걸 확인하느라 더듬더듬 자기 목을 만지는 여자 따위는 신경 쓸 거 없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그녀 뒤에 날카로운 기세와 죽음의 향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남자가 중요하지.

다행인 건 경황 중임에도 그 남자가 살상용 무기를 꺼내지 않고 있단 점이었다.

저런 위험한 남자가 그런 무기를 꺼내지 않고 있단 건 수중에 그런 무기가 없단 소리. 그래서 나는 더 부담 없이 그대로 내 몸을 던져서 녀석의 앞가슴에 내 어깨를 박아 넣었다. 그랬더니 그대로 뒤로 날아가서 나동그라지는 남자.

미식축구 선수의 보디체크의 파괴력은 시속 56㎞로 달리는 자동차가 벽에 충돌했을 때 운전자가 받는 충격과 비슷한 파워다. 아마 지금 내가 가한 게 그 정도 충격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남자가 그렇게 뒤로 나뒹구는 사이 나는 여자가 떨어트린 권총을 챙겨 들었다.

“허얼....”

그때 놀랍게 내게 그 끔찍한 보디체크를 당한 남자가 몸을 일으키는 게 보였다. 역시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하긴 저 녀석 주위에 둘러진 검붉은 아우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 놈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 왔는지. 그랬기에 저 자를 향하는 내 권총의 총구는 거침이 없었고, 조준이 됨과 동시에 방아쇠가 알아서 당겨졌다.

“쩝....”

하지만 권총까지 잘 쏘진 못했다. 그런 능력이나 재능까지는 내가 아직 가지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싸움을 잘할 자신은 있었다. 맨손으로는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싸움 능력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 권총에 어깨를 맞고 일부러 구르는 티가 역력한 저 놈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그런 나를 기다렸다는 듯 벽을 짚고 벌떡 일어난 녀석이 앞서 내가 한 거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씩씩거리며 한 마리 미친 들소처럼 말이다.

근데 그런 녀석을 보고 있자니 백준열의 잡지식이 갑자기 떠올랐다. 미식축구의 파괴력에 대해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폭스스포츠가 진행한 실험을 했었는데 93㎏의 수비수가 5m가량을 달려와 보호 장구를 찬사람 모형에 태클을 가하자, 모형의 갈비뼈가 순간적으로 35㎜가량 밀렸다는 뭐....

‘정신 차려!’

지금 그딴 생각이나 할 때인가? 다행인 건 녀석이 내가보기에 너무 느리다는 점. 그리고 나는 녀석과 달리 생생한 몸 상태. 즉 지금 내가 녀석의 몸통 박치기를 피하는 건 너무도 간단한 일이었다.

휙!

내가 몸을 틀자 녀석의 몸통 박치기는 허공을 갈랐고 다시 바닥을 나뒹굴었다. 물론 그쪽은 출구 방향이었기에 녀석이 그대로 내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내 손에 권총은 장식이 아니다.

피슝! 피슝!

두 발의 총을 쐈고 한 방은 녀석의 엉덩이, 또 한 발은 녀석의 왼쪽 허벅지에 박혔다.

내가 아무리 권총을 쏴보지 않은 초짜이기로서니, 불과 2-3미터 앞에 사람 다리 하나 못 맞출까?

아아! 물론 첫발은 실수로 엉덩이를 맞추긴 했지만, 어째든 허벅지에 총알을 맞은 녀석은 입구로 내빼지 못하고 신음소리와 함께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크으억....”

그리고 또 옆으로 굴렀다.

데구르르....데구르르....

그걸 보고 내 입에 혀가 절로 차졌다.

“쯧쯧쯧....뭔 굼벵이도 아니고....”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저놈이 지금 내 앞에서 그 재주를 자랑하고 있었다.

* * *

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안토니오. 그랬기에 그는 뉴욕 마피아 조직의 총보스 갬비아노의 칼로 불리며 현재는 뉴욕 범죄조직들의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자신이 여기서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기에 어깨에 총을 맞은 지금 안토니오는 이를 악물고 굴렀고 그런 그에게 권총을 든 놈이 다가왔다. 그런 그를 보면서 안토니오는 한쪽 벽으로 굴렀고, 그 벽에 다다르자 손을 뻗어 그 벽을 짚었다. 그 다음 그 반동을 빌어 벌떡 몸을 일으킨 뒤 그 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은 권총에 익숙지 않았다. 즉 전문 킬러는 아니라는 얘기. 하긴 저 놈이 킬러였다면 지금 그의 어깨에 박힌 총알이 그의 심장에 박혀 있겠지. 그러니까 지금 안토니오의 기습적인 공격은 먹혀들 공산이 컸다.

무엇보다 녀석은 권총을 쥐고 있지만 그 총구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그 총구를 들어 자신을 쏘기까지 1초는 걸릴 테고 또 방아쇠를 당기는 데까지 0.5초정도 걸린다고 봤을 때 안토니오는 자신 있었다. 그 사이 자신의 손이 녀석의 권총이나 그 권총을 쥔 손으로 쳐내거나 잡아서 그 방향을 틀어버릴 자신 말이다. 하지만....

“허엇....”

녀석은 그에게 전혀 권총을 겨누지 않았고, 달려든 자신을 멀뚱이 지켜보고 있다가 그대로 몸을 슬쩍 옆으로 틀었다. 그 때문에 그대로 녀석을 스쳐 지나가면서 앞으로 구르고 만 안토니오. 놈을 향해 거의 몸을 내던진 상태라, 막상 어깨에 부딪치는 게 없다면 앞으로 꼬꾸라지는 수밖에 없었다. 잔뜩 어깨에 체중을 실은 터라서 말이다.

“젠장....”

다행히 어찌저찌 낙법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충격이 없을 수는 없었다. 맨 바닥에 몸을 던진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라서. 그렇지만....

‘입구....’

충격에 어깨가 떨어져 나갈 거 같은 고통이 일었지만 앞으로 두 바퀴를 구르고 막 몸을 일으키려 할때였다. 전면에 입구가 보였고 그걸 보자마자 안토니오의 몸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뒤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렸고 그 두 발이 다 안토니오의 몸에 박혔다. 한 발은 엉덩이, 또 한 발은 왼쪽 허벅지에 박혔는데 허벅지에 박힌 총알의 타격이 컸다.

“크으으윽....”

그의 생각과 달리 왼다리가 움직여주지 않았던 것. 그 결과 걸음에 균형이 무너진 그는 다시 꼬꾸라졌고 살기 위해서 안토니오는 재빨리 옆으로 굴렀다.

놈이 쓰러진 그를 향해 혹시 또 총을 쏠까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총소리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대신 다소 시니컬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굼벵이라고?’

감히 뉴욕 범죄 조직들도 덜덜 떨게 만든 자신을 벌레 취급이라니....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그 놈이 말했다.

“어이. 그만 구르고 일어나.”

그 말에 안토니오는 구르던 걸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어느 새 그 앞에 다가와 있는 그놈. 근데 놈의 손에 권총이 쥐어져 있지 않았다. 그걸 의식한 듯 그 놈이 한쪽을 턱짓했다. 그곳을 쳐다보니 벽 앞 협탁 위에 권총이 놓여 져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안토니오 눈앞에 이놈이 자신과 맨손으로 싸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허어....”

비록 어깨와 엉덩이, 허벅지에 총알이 박힌 상태지만 안토니오는 기가 찼다. 감히 자신을 상대로 싸우겠다고 나선 저놈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뭐....나야 고맙지.’

근데 또 생각해보니 이건 그가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럼 그렇지. 이 내가....이런 곳에서 죽는다는 게 말이 돼?’

그 생각과 동시에 안토니오의 찌푸리고 있던 얼굴이 서서히 펴지면서 그의 입 꼬리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천부적인 싸움꾼 이재동의 싸움 실력. 그게 미국에서도 먹힐지는 모르지만 나는 눈앞에 총 맞은 남자에게 싸워서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보는 저놈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이쪽으로 뛰어오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고 있었으니까.

길어야 20여초. 그 안에 그들이 이 방 앞에 도착할 거다. 물론 그들에게는 나처럼 어떤 문이든 열수 있는 능력 같은 건 없으니, 내가 열어주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올 수 없겠지만.

나는 그들이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면 바로 입구 문을 열어 줄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길게 시간 끌 생각이 없단 얘기다.

내 눈앞에 살기등등한 저 놈도 나와는 애초 말 따윈 나눌 생각이 없는지, 바로 내게 주먹을 휘둘러왔다. 나는 발을 고정한 채 가볍게 상체만 살짝 뒤로 물리며 놈의 주먹을 피했다.

휙!

녀석의 주먹에 실린 바람이 내 콧잔등을 스쳤다. 생각보다 빠르고 누가 외국인 아니랄까? 팔 길이도 길었다. 하지만 역시 다친 몸인지라 몸이 굼떴고 빈틈이 많았다.

파앗!

나는 바로 녀석의 안으로 파고들어가며 녀석의 겨드랑이를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녀석에 비해 정상적인 몸의 나는, 거기다 싸움꾼 이제동의 싸움 실력이 발휘되고 있었기에, 그 빠르기는 놈이 다치지 않아도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퍽!

근데 내 주먹이 녀석의 겨드랑이를 때렸을 때였다.

훼액!

어느 새 한 바퀴를 돈 녀석이 반대편 팔꿈치로 내 관자놀이를 노렸다. 실로 대단한 임기응변식 반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 공격을 빤히 보고 있었던 내가 당해 줄 리 없었다.

파악!

내 손바닥이 녀석의 팔꿈치를 막았고 순간 녀석이 되레 신음성을 터트리며 몸을 비틀거렸다.

“....크으윽....”

그럴 게 내가 막은 녀석의 팔꿈치의 어깨에 총알이 박혀 있었는데, 그걸 아마도 녀석이 깜박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즉 팔에 가해진 충격이 고스란히 상처의 고통이 되어 녀석의 대뇌에 전달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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