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58화 (75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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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백준열의 예상대로였다.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는 사람을 시켜 백준열의 뒤를 밟게 했다. 그랬더니....

“뭐? 그놈이 어디를 가?”

“듀폰가를....”

“허어....”

그게 다가 아니었다. 최근 록펠러 가문과 사업적인 문제로 사이가 틀어진 월마트 월튼을 만나러 월마트 뉴욕 본사를 찾아갔다는 말에 마이어 록펠러는 뒷목을 잡았다.

“회, 회장님!”

그걸 보고 기겁한 비서실장 아담이 마이어 록펠러에게 다가오자....

“으으....괜찮아. 호들갑 떨지 마.”

“하, 하지만....”

마이어 록펠러는 괜찮다고 하지만 아담의 눈에는 아니었다. 안 그래도 나이가 많은데 몇 가지 중증 질환까지 달고 살고 있는 마이어 록펠러였다. 사실 마이어 록펠러는 언제 쓰러져서 운명을 달리 할지 몰랐다. 그 정도로 노환에 여러 병증들로 고생 중이었지만 그는 그걸 철저히 숨겼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랬기에 그를 곁에서 모시는 아담의 입장에서는, 요즘 매일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다.

아담은 기어코 주치의를 불렀고 주치의로부터 몇 가지 조치를 받은 다음에야 마이어 록펠러는 하려던 일을 마저 할 수가 있었다.

“정말이지 맹랑한 놈이야. 이런 식으로 경고를 보내다니....일단 녀석 주위에 사람들부터 다 철수 시켜.”

“네.”

백준열이 왜 듀폰 가와 월마트를 찾았는지는 뻔했다. 록펠러 가문이 없어도 대체 할 곳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 마이어 록펠러에게 명백히 경고한 것이다. 그러니 개수작 부리지 말라 이거겠지.

“으음....그리고 그 일은 어떻게 됐나?”

침음성을 흘리던 마이어 록펠러가 불쑥 아담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아담이 바로 대답했다.

“빅토르 위젠과 당시 가까웠던 사람들을 통해 알아 본 결과....비밀장부가 있는 걸로 밝혀졌습니다.”

알아보려 했으면 진작 알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빅토르 위젠이 죽었기에 당시 그런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없었고, 빅토르 위젠 본인 말고는 비밀장부에 대해 아는 자가 아예 없었기에 그 일은 묻혀서 잊히는 게 맞았다. 한데 그 사실을 그 백준열이란 놈이 어떻게 알아낸 건지 마이어 록펠러로서도 수수께끼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그 장부는 지금 어디 있나?”

“그게....지금 찾고 있는데....죽은 빅토르 위젠의 딸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해서 그 딸에게 사람을 보내놨습니다.”

그때 아담이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아담은 즉시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고 마이어 록펠러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화 좀 받고....”

“됐어. 그냥 여기서 받아.”

“네.”

마이어 록펠러의 허락을 득한 뒤 아담은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어어. 그래 어떻게 됐나? 어....뭐? 으음....알았으니 거기서 빨리 철수해.”

통화 후 아담이 마이어 록펠러에게 바로 말했다.

“저희보다 먼저 빅토로 위젠의 딸을 찾은 자가 있었답니다. 그 자가 빅토르 위젠의 유품이 있는 그 딸집의 창고에 들어갔고....창고에 있어야 할 그게 사라졌다고 하니....아무래도 비밀장부가 그 자 손에 넘어 간 거 같습니다.”

“뭐? 그럼 어서 그 자를 잡아야지?”

“한데....그 자가 동양인이랍니다.”

“뭐?”

그 말은 곧 백준열의 사람이 그 비밀장부를 가져갔다는 얘기. 즉 록펠러 가문의 목에 제대로 개 목줄이 채워졌다는 소리였다.

* * *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아담이 전화 통화 후 굳은 얼굴로 마이어 록펠러에게 보고를 했다.

“제 예상대로....비밀장부를 가져간 자가 백준열 쪽 사람임이 최종적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아담의 그 말에 시가를 피우고 있던 마이어 록펠러가 신경질적으로 그 시가를 재떨이에 찍어 눌러 껐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담에게 말했다.

“놈이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 줘. 그렇게 방심하게 만든 다음....쥐도 새도 모르게 사고사나 의문사로 처리 해 버려.”

“네.”

록펠러 가문이 자신의 가문의 최대 적을 상대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수법이었다. 그 동안 이 수법에 당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랬기에 록펠러 가문이 지금까지도 미국 최고의 명문가로 세인들의 머릿속에 각인 되어 있는 거고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적이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 주는 거였다. 그 정도로 퍼줘야 적도 방심을 할 테니 말이다.

이를 위해 록펠러 가문에서는 가주의 딸까지 적에게 내주기까지 했다. 그러니 적은 방심할 수밖에 없었고. 그때 딱 한 번의 역습으로 록펠러 가문은 최대의 적을 제거해 왔다.

그걸 마이어 록펠러가 지금 지시했고 그런 일을 이미 몇 차례 해 온 아담이었다. 그는 자신 있었다.

백준열이라는 동양인 애송이보다 더한 자들도 그가 준비한 덫에 걸려 제거가 되었다. 그러니 그 일에 아담은 그 일에 자신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었다.

그런 아담을 보고 마이어 록펠러가 피식 웃었다. 그리곤 말없이 아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가볍게 토닥여 준 뒤 자신의 집무실을 나갔다. 그만큼 아담에 대한 마이어 록펠러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였다.

평소 마이어 록펠러의 그림자라 불리던 아담이었다. 그런 그가 마이어 록펠러를 따라 집무실을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았다. 그가 그렇게 한 건 앞으로 마이어 록펠러를 곁에서 모시는 일을 자신이 아닌 다른 가문의 측근 인사가 대신 할 거라는 소리였다.

지금부터 아담은 오로지 백준열이라는 자를 제거하는 일에만 집중해야 했다.

그게 좀 전 마이어 록펠러로부터 그가 전달 받은 임무였다. 마이어 록펠러를 다시 곁에서 모시는 건 그 임무를 끝낸 다음에나 가능했다.

“가급적 빨리 끝내고....회장님 곁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담은 좀 전에 집무실을 나간 마이어 록펠러를 향해 정중히 머리를 숙이며 그렇게 말한 뒤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나다. 처리해야 할 자가 생겼으니 사람들 모아.”

3년 전이었던가? 록펠러 가문에 해가 될 자가 나타났고, 그때 아담은 전담팀을 꾸렸다.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을 아담이 다시 소집한 것이다. 그렇게 전화 후 아담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상대가 외국인이니 미국에 있을 때 끝내는 게 최선이긴 한데....”

그렇지만 오늘 본 그 백준열이라는 애송이는 보통 애송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만약의 경우도 준비를 해둬야 했다.

“한국에 누가 있었지?”

록펠러 가문의 사람들 중에서 지금 한국에 나가 있는 자들이 누구며, 그들 중 누가 유능한 자인지 아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미국에서 녀석을 제거하는 데 실패할 경우, 그때는 아담이 한국으로 가서 마저 그 녀석을 제거하는 일을 계속 이어나가야 했으니, 그 일에 적합한 자를 고르려면 그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 * *

듀폰 가와 월마트 뉴욕 본사를 다녀오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네비게이션의 지도상에 보면 두 곳 다 가까이 있어서 시간이 별로 많이 걸릴 거라 생각지 않았는데 그런 내 생각이 틀렸다.

“벌써 8시라니....”

숙소인 맨해튼 호텔에 도착하니 저녁 식사 시간도 훌쩍 지나 있었다. 그때 내게 전화가 걸려왔다. 누군지 바로 확인한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암캐 세이코의 전화였으니 말이다.

“네. 세이코.”

-호텔이죠?“

호텔인건 맞았다. 이제 맨해튼 호텔 로비에 들어서고 있었으니까.

“네. 호텔입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고 그러자 그녀가 바로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방의 호수를 알려 주며 말했다.

-여기 2103호인데 지금 여기로 와 줄 수 있죠?

아직 저녁도 먹지 않은 나는 잠깐 고민을 했다. 뭐라도 급하게 먹고 세이코를 보러가도 가야하지 않나하고 말이다. 하지만....

-....기다리죠.

그녀는 내게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뒤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리는 세이코.

“헐....”

덕분에 나는 바로 그녀의 방으로 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에게 말했다.

“나는 갈 데가 있으니까....먼저들 식사하고 쉬어.”

내 그 말에 그들은 바로 눈치를 챘다. 내가 여기 묵고 있는 어떤 여자,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아까 야외 농구장에서 봤었던 그 일본 여자의 방에 찾아가려 한다는 걸 말이다. 그때 문대식이 내게 말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실 곳의 호수는 알려주시죠?”

내 경호팀장으로서 당연히 물어야 할 질문이었고 나는 그에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2103호.”

그 호수를 자신의 핸드폰 메모장에 찍어놓고 저장 시킨 뒤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은 나를 21층에 내려주고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1층에 있는 호텔 뷔페식당을 이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예전의 백준열이었다면 이건 어림도 없는 짓이었다. 그가 어디를 가든 그의 경호팀원들은 그를 따라 움직여야 했으니 말이다.

즉 내가 세이코의 방에 들어가 있을 동안 그들은 그 방과 복도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싸움 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그걸 알기에 문대식과 경호팀원들도 실내에서는 내가 마음껏 돌아다녀도 방치를 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저기로군.”

나는 21층에서 2103호실을 쉽게 찾아서 그곳의 문 앞에 섰다. 그리곤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있던 세이코가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어서 와요. 준열상.”

나는 그녀가 열어주는 문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문이 닫혔다. 그때 훅하니 좋은 냄새가 내 코를 간질였다. 나는 곧 그 냄새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막 샤워를 했는지 가운 차림의 세이코. 그런 그녀의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

* * *

“....”

세이코에게서 나는 냄새 때문에 준열이 말도 없이 넋 놓고 서 있자 그걸 보고 세이코가 피식 웃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

그 말 후 그녀가 뒤돌아 방 안으로 걸어갔다. 그때 드러난 그녀의 가는 발목과 종아리가 준열의 눈을 바로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의 다리가 저절로 움직였는데 무슨 좀비처럼 여전히 넋 나간 얼굴로 세이코를 따라 움직였다.

미츠비시 그룹의 계열사 대표답게 그녀가 쓰고 있는 이곳 방도 로얄 스위트 룸이었다. 당연히 그 실내는 널찍하고 화려했다.

“앉아요.”

세이코가 먼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며 말했다. 그러자 준열이 최대한 그녀 가까운 쪽 소파에 앉았다. 그리곤 그녀를 쳐다봤는데 도통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누가 봐도 그녀에게 홀린 거 같은 모습....그런 그를 보고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세이코가 깔깔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호. 뭘 그렇게 봐요? 그러다 내 얼굴에 구멍 나겠어요.”

농담조로 한 말이건만 그 말을 들은 백준열은 전혀 웃지 않았다. 오히려 심각한 얼굴로 더듬거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 그런데....왜 저, 저를 여기로 부르신 겁니까?”

그런 백준열의 반응에 세이코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어머. 제 방으로 부른 게 혹여 준열상에게 결례를 저지른 건가요?”

“아, 아니. 그건 아닌데....”

“미안해요. 한국에서는 이러면 안 되는 건 줄 모르고....”

세이코는 곤욕스런 얼굴로 말하고 있었지만, 입 꼬리가 실실 위로 올라가고 또 눈에서 한껏 기대에 찬 눈빛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 그런 거 아닙니다. 저는 단지....세이코씨가 저와 같은 마음인지 알고 싶어서....”

반면 백준열은 세이코 앞에서 제대로 된 열연을 펼치고 있었다. 마치 첫사랑인 연상의 여인에게 고백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마음이요? 무슨 마음을 말씀하시는 건지?”

반면 그런 백준열을 세이코는 재미있다는 듯 그녀 뜻대로 가지고 놀았다.

“그, 그게....세이코. 지금 당신을 따먹고 싶어요.”

그 말과 동시에 백준열이 손을 뻗어 세이코의 손목을 잡아챘다. 순간 놀란 세이코가 빽 소리쳤다.

“히익! 조또 마떼....”

그때 백준열이 세이코의 잡은 손목을 당겨서 그녀의 그 손을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에다가 가져갔다. 그녀의 손은 이내 그의 가랑이 사이로 불룩 튀어 나와 있는 무언가에 가 닿았다. 순간 세이코의 놀란 두 눈이 더 커지며 외쳤다.

“이, 이게 뭐....맙소사....이거 정말 그거 맞아요?”

세이코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백준열을 쳐다봤고, 그런 그녀에게 백준열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는지....직접 확인해 보시던가요.”

백준열의 그 말에 세이코가 ‘꼴깍’ 군침을 삼켰다. 그때 이미 백준열의 말자지 위에 올려 져 있던 세이코의 손은 뭐가 그리 급한지 벌써 그의 말자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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