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56화 (75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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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럴 게 그녀가 자신이 없는 동안 집안의 사용인들과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해 온 것이 밝혀 진 것이다.

그걸 알게 된 구로다 회장은 분개했고 그녀를 내쳤다. 그랬더니 쫓겨난 그녀는 좋다고 다른 놈들과 붙어먹었다.

그런 안 좋은 소문이 구로다 회장의 귀에 까지 들렸을 무렵, 그녀와 놀아나던 남자들 중 미군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미군은 에이즈 보균자였고.

그렇게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던 그녀는 결국 천벌을 받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미군이 그녀에게 기어코 에이즈를 옮긴 것.

당시 에이즈하면 걸리면 죽는 병이었다. 그건 그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렇게 그녀는 에이즈 걸리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때 구로다 회장은 그녀의 죽음을 딸인 세이코에게 알리지 않았다. 뭐 뒤에 그녀가 고등학교 들어가고 나서 그 사실을 알고 몇 달간 세이코와 관계가 나빠졌지만, 그 덕분에 딸은 그만큼 빨리 철이 들었다.

구로다 회장의 그늘을 벗어나면, 그녀 혼자는 사실 별거 아니란 걸 알게 된 것이다.

그 뒤 그녀는 변했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서 구로다 회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다.

근데 단 하나....남자관계만큼은 구로다 회장도 어쩔 수가 없었다.

“피가 문제인가....”

당장 구로다 회장부터 워낙 복잡한 여자관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기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뭐라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나? 그래서 그 문제만큼은 섣불리 관여하지 않았더니 어디서 거지같은 놈을 데리고 와서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구로다 회장은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세이코가 그랬다. 자신은 이 남자가 아니면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구로다 회장은 어쩔 수 없이 세이코의 결혼을 허락했고....

그 결과가 혼다라는 어디 아무짝에도 쓸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쓰레기 바람둥이 사위였다. 그 녀석 때문에 세이코 역시 지금까지 크게 고통을 받고 있었지만 구로다 회장 눈치를 보느라 차마 헤이지지도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구로다 회장에게 있어서 이혼은 없었으니까. 그랬기에 세이코가 결혼할 때 구로다 회장이 말했었다. 만약 이혼한다면 그녀에게 갈 유산은 1엔도 없을 거라고. 그건 세이코 말고 구로다 회장의 두 아들들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두 아들들이 미국에 오자마자 사고를 쳤다. 고급 창녀들을 불러서 난잡한 섹스 파티를 벌인 것이다.

그나마 그들 숙소 안에서 그 짓을 했기 망정이지....

당연히 구로다 회장은 다음 날 그 짓을 한 두 아들을 힐책했다. 그렇게 워싱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넘어 왔는데, 이제는 딸인 세이코가 사고를 칠 모양이었다.

그녀의 경호를 맡고 있던 노무라 과장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세이코가 한국의 젊은 사업가 놈과 아무래도 눈이 맞은 거 같았다. 그 얘기를 자신의 경호실장 이시하라에게 전해 듣고 구로다 회장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어떤 놈인데?”

“JYB엔터테인먼트라고 한국에서 제일 큰 연예기획사입니다. 나이는....”

이시하라 실장으로부터 백준열에 대해 대충 설명을 들은 구로다 회장.

“놔 둬. 세이코가 어지간히 알아서 하겠지.”

“네.”

구로다 회장도 잘 알았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걸 말이다.

실제로도 자신의 두 아들들은 하지 말라니 더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워싱턴에서 했던 그 난잡한 섹스 파티를 알고 보니 몰래 계속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로다 회장이 붙여 놓은 경호팀을 포섭해서 말이다. 그래서 이시하라 실장에게 그 경호팀을 싹 다 자르라고 얘기해 놓은 상태였다. 당연히 지금은 안 되고 일본에 가는 즉시 말이다.

그나마 세이코는 구로다 회장에게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경호 책임자 노무라 과장에게 백준열에 대해 알아보라고 한 게 무슨 뜻이겠나?

바로 자신이 만난 그 한국 남자에 대해 구로다 회장의 허락을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정도로 협력해 주는 딸에게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적당히 즐길 수 있게 세이코에게 그 한국인 백준열이라는 남자와 만나도 된다고 허락을 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로다 회장은 세이코가 그 백준열에게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나이 차이도 차이지만 어차피 유부녀인 그녀가 아직 20대인, 그것도 국적도 다른 새파랗게 젊은 남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 정도로 그렇게 완전히 빠질 줄 몰랐으니까.

* * *

현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의 비서실장인 아담.

그는 뼛속까지 록펠러 가문의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그의 인생에 있어서 록펠러 가문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그의 선친인 브라이언은 전대 가주의 집사였고, 그로부터 거의 세뇌 당하듯 록펠러 가문이 최우선이라는 얘기를 들어 온 아담.

그런 그에게 있어서 마이어 록펠러 다음 록펠러 가문을 이끌 가주가 될 사람은 중요했다. 하지만 마이어 록펠러는 작금에 그의 장남인 안톤 록펠러를 거의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고 있었다. 그러나 아담의 생각은 달랐다.

‘안톤은 뒤가 구려서....무엇보다....’

마이어 록펠러의 진짜 장남 브라운 록펠러의 죽음이 석연찮았다. 아담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브라운의 죽음의 뒤에 분명 안톤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확실한 조사를 아담은 할 수 없었다. 바로 마이어 록펠러가 그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마이어 록펠러는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가 그걸 파헤치기를 원치 않는 한 아담도 어쩔 도리는 없었다.

그래서 아담은 더더욱 안톤이 록펠러 가문의 다음 가주가 되는 데 반대였다.

그렇지만 누가 차기 가주가 될지는, 순전히 현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가 결정할 일이었다. 그리고 마이어 록펠러는 냉철한 사업가였다. 그가 봤을 때 안톤이 자신의 뒤를 물려 받아서 가문의 사업을 잘 이끌어 나갈 거 같으면, 안톤이 설혹 희대의 살인마라고 하더라도 그는 그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 줄 사람이었다.

그런 마이어 록펠러가 요즘 들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가문의 일원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리암 록펠러였다.

문화 사업 쪽으로 제법 성과를 보였기에 마이어 록펠러는 리암에게 스포츠 사업을 맡겼다.

단 뉴욕에서 말이다. 왜냐하면 뉴욕 시장과 마이어 록펠러가 약속한 게 있었으니까. 그랬는데....

“에잉....”

그 결과가 참담했다. 보고서를 보고 있던 마이어 록펠러가 끼고 있던 돋보기안경을 벗고는 아담이 있는 쪽을 매서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아담이 말했다.

“안 그래도 오늘 리암 도련님이 그에 대해 대안을 제게 알려 오셨습니다.”

“대안?”

아담의 말에 마이어 록펠러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몸을 아담 쪽으로 틀었다. 마이어 록펠러가 명백하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어서 말하란 듯 두 손으로 깍지를 끼는 마이어 록펠러를 보면서 아담이 말했다.

“한국에 삼명그룹이라고 아십니까?”

“알지. 요즘 전자 쪽 반도체로 뜨고 있는 기업이 아닌가?”

“맞습니다. 그 삼명그룹의 막내아들이 지금 뉴욕에 와 있고 리암 도련님이 그와 접촉한 상탭니다.”

하지만 마이어 록펠러는 아담의 막내아들이란 말에 살짝 실망의 눈빛을 띠었다. 그걸 또 바로 알아차린 아담이 이어서 말했다.

“아아. 삼명그룹의 차기 후계자가 바로 그 막내아들입니다.”

“그래?”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이어 록펠러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런 그에게 아담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리암 도련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 뒤 아담의 설명이 쭉 있었고 그걸 묵묵히 듣고 있던 마이어 록펠러가 말했다.

“내일 만나보도록 하지.”

그렇게 성사 된 백준열과의 만남이었다. 아담은 미리 리암과 마이어 록펠러를 만나게 했고 백준열을 만나기 전 두 사람의 이해관계를 조정했다. 그리고 이제 그 담판만이 남은 상황.

마이어 록펠러의 지시로 백준열이 기다리고 있는 접객 실로 가면서 아담은 한국에서 온 삼명그룹 후계자가 참 운이 없는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필 리암을 만나서 망할 게 확실한 뉴욕 스포츠 사업에 발을 담그게 될 테니 말이다.

이때까지 아담은 백준열을 그 스포츠 사업에 끌어 들이는 데 실패할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 일을 맡을 사람이 다름 아닌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였기에.

아직 30살도 되지 않은 애송이가 80살도 넘은 능구렁이 마이어를 상대로, 그의 마수를 빠져 나갈 거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 * *

‘잘생겼군.’

백준열이라는 삼명그룹 후계자를 처음 본 순간 아담은 그 생각부터 들었다. 뭐 하지만 아담에게 있어서 외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중시하는 건 오로지 능력이었고, 오늘 처음 본 백준열의 능력이 어떤지는 아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냉철한 눈으로 그를 살폈는데, 백준열은 나이에 비해 확실히 비범한 데가 있어 보였다.

‘괜히 막내가 후계자가 된 게 아니로군.’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저 백준열이 뛰어나 봤자 이곳은 록펠러 가문이었다.

백준열보다 더 뛰어난 인재들이 득실거렸고, 그런 인재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일이 바로 록펠러 회장의 비서실장인 그의 역할이었다. 그렇게 인재풀이 넘쳐나는 상태에서 백준열이라는 존재는 전혀 아담의 관심의 범주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쪽으로....”

아담은 백준열을 직접 데리고 마이어 록펠러가 있는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쪽은 여기 남고....”

백준열의 근접 경호원은 집무실 앞에 남기고 백준열과 같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백준열입니다.”

“....”

백준열은 마이어 록펠러 앞에서 당당했다. 그걸 보고 아담은 생각했다.

‘Fools rush in where angels fear to tread.’

그러니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백준열은 너무나도 해맑은 얼굴로 마이어 록펠러를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이어 록펠러는 자신의 일족, 그것도 사업 외적인 만남이 아닌 한 절대 자신의 위엄을 풀 사람이 아니었다. 하물며 그것이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더더욱....

“앉게.”

마이어 록펠러는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백준열에게는 손도 내밀지 않고 말했다. 그랬더니....

털썩!

백준열이 마이어 록펠러가 상석에 앉지도 않았는데 그보다 먼저 소파에 앉아버렸다. 그걸 보고 막 자신의 자리에 엉덩이를 걸치려던 마이어 록펠러의 얼굴이 사납게 변했다.

마이어 록펠러는 사람들의 만남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지금의 백준열의 행동을 그냥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록펠러 가문의 가주께서는 역시 다르시네요. 손님에게 이렇게 빨리 자리도 권해주시고. ”

백준열의 그 말에 마이어 록펠러의 막 화내려던 입이 쏘옥 들어갔다.

백준열의 말처럼 녀석에게 앉으라고 한 건 그였으니까. 녀석이 그 말을 하지 않았으면 또 모를까. 이미 그 말을 한 상태에서, 이제 와서 마이어가 녀석이 버릇없다고 말하는 건 누워서 침 뱉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이어는 부글거리는 속을 가까스로 진정 시키며 녀석을 쏘아봤다.

언제든 저놈이 그의 눈 밖에 나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가차 없이 물어뜯어 줄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 * *

마이어 록펠러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왜냐하면....

“가주님 어머님께서 뉴욕 현대미술관(M0MA)을 건립했을 때....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연 예술의 전당 링컨 센터를 건립할 때....9000만 달러(약 1015억원)를 출연하셨는데....그때 빅토르 위젠이라는 사람이 회장님의 회계 일을 도맡아서 했었죠.”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백준열의 말 속에서 죽은 지 30년도 넘은 사람의 이름이 나왔고. 그 순간 마이어 록펠러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빅토르 위젠!

아담도 아는 인물이었다. 현 마이어 록펠러 회장이 있기까지 크나큰 역할을 해 준, 당시 마이어 록펠러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사람이었으니까.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죽었지만....근데 혹시 아세요? 위젠이 비밀장부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말을 하며 백준열이 능글맞게 웃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은 마이어 록펠러와 아담은 웃을 수 없었다.

미국은 90여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그리고 그 폐지 된 범죄 중에 백준열이 언급한 위젠의 비밀장부가 나왔을 경우, 당시 온갖 탈세와 탈루를 저질러 온 마이어 록펠러는 무조건 법정에 서야 했다. 그리고....

‘록펠러 가문은 끝장이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체이스 맨해튼 플라자 건립 때 그 프로젝트에 동원된 노동자만 4만 명이 넘었죠. 근데 누군가 그 인건비에 손을....”

“그만!”

마이어 록펠러가 버럭 외쳤다. 뉴욕에서 은행 마천루로 불리는 체이스 맨해튼 플라자였다. 그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사람은 바로 안톤 록펠러였다.

즉 백준열은 현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뿐 아니라 차기 가주가 유력한 안톤의 비위 사실까지 지금 언급하려 하고 있었다.

물론 백준열이 확실한 비위 사실을 말하기 전에 마이어 록펠러가 끊어버려서 아담은 그 구체적인 사실까지 듣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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