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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 시간 동안 재빨리 캠퍼스를 둘러보고 싶었다. 석사 학위까지 따느라 이곳에서 보낸 세월이 무려 6년이었다. 그 만큼 추억이 많이 쌓인 곳이었기에 그녀는 일본에 있으면서도 이곳을 자주 그리워했었다. 하지만....
“하아....”
그녀는 10년 전의 팔팔했던 그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지금 신고 있는 하이힐로는 절대 한 시간 안에 캠퍼스 전체를 둘러 볼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녀가 주로 공부했던 학부 건물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은 넘게 걸릴 거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캠퍼스 구석구석 추억의 탐방은 포기하고 시간 되는대로 캠퍼스를 걷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일찌감치 정문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오게 된 그녀는 자신이 공부하다 힘들 때 가끔 산책했던 근처 공원 쪽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발견한 길거리 농구....
“에릭이 농구를 좋아했었지.”
유학 당시 그녀는 가임기, 즉 완연한 성인이었고 당연히 남자를 알았다.
그랬기에 미국 유학 시절 남자가 늘 곁에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유학 당시 그녀는 남자관계가 복잡했었다.
미국 남자들에게 있어서 동양인 여자는 아무래도 매력적으로 보일만 했었고, 그녀는 그런 미국 남자들의 환상을 충족시켜 주기 충분한 섹스에 프리Free 한 여자였으니까.
그렇다보니 그녀 주위에 늘 남자가 들끓었고 제법 문란한 성생활을 영위했었다. 그런 그녀의 남자들 중에서 특히 그녀가 좋아했었던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에릭으로, 그는 흑인이었고 대학 농구 선수였다. 비록 NBA에서 뛸 정도의 실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대학농구에서 만큼은 붙박이로 졸업할 때까지 농구부 주장을 맡았던 리더십이 강한 남자였다.
하긴 에릭 정도 되었으니 미츠비시 그룹의 회장 장녀인 그녀를 1년 동안 감당할 수 있었겠지. 그 만큼 당시 대학생이었던 세이코는 그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
에릭과의 이런저런 추억을 떠올리며 세이코는 길거리 농구 코트로 다가갔고 거기서 볼 수 있었다.
“아아!”
에릭을 연상 시키는 호쾌한 덩크 슛을 터트리는 한 남자를 말이다. 한데 그 남자가 자신과 같은 동양인이었다. 키도 그리 크지 않은데 어떻게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미국인들을 뚫고 저런 멋진 덩크 슛을 성공 시킬 수 있는지, 그녀가 이렇게 시퍼렇게 두 눈을 뜨고 그 장면을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원래는 잠깐 구경하고 떠날 생각이었던 세이코. 하지만 그녀는 길거리 농구가 다 끝날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노무라 과장?”
“네. 대표님.”
“저 사람에게 내 명함 주고 와요.”
세이코가 자신의 핸드백에서 막 꺼낸 자신의 명함을 그녀의 경호 책임자 노무라 과장에게 건넨 후, 손가락으로 야외 농구 코트 안에 한 동양인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노무라 과장은 그 남자에게로 곧바로 다가가서 말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노무라 과장은 일본인 특유의 친절한 얼굴로 그 동양인 남자에게 말했다.
물론 이곳이 미국이니 영어로 말이다. 그랬더니 상대가 유창한 일본어로 말했다.
“네. 말씀하세요.”
“아아. 혹시 일본인....”
“아뇨. 저는 한국인입니다.”
노무라는 상대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자기도 모르게 그만 인상을 쓰고 말았다. 왜냐하면 노무라는 일본의 극우파 성향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럴 때에도 그 가식적인 일본인 성향은 어디가지 않았다.
바로 표정을 원래 웃는 얼굴로 돌린 노무라가 친절하게 말했다.
“그러시군요. 저는 미츠비시 그룹 경호실 소속 노무라 과장입니다. 여기....”
노무라는 자신이 누군지 밝히고 세이코에게서 받은 명함을 눈앞의 한국인 남자에게 건넸다.
* * *
미국인들 사이에 동양인들. 그것도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젊은 여자를 보고서 관심, 혹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지. 당연히 나는 그쪽에 신경을 기울였고 그들의 얘기를 전부 다 엿들었다. 괜히 내가 개 특성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는 게 아니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특성을 통해 나는 그들이 하는 얘기를 바로 옆에서 듣듯이 잘 들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저들이 일본인들이며 저 젊은 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니란 것을. 그리고 저 여자가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단 것도. 그랬기에 여자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그걸 내게 주라고 자신의 경호원에게 시켰다.
나는 그 모든 걸 다 알면서도 그저 모른 척 행동했다. 그런 내게 그녀의 경호원이 다가왔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미츠비시란 말에 사실 나도 좀 놀랐다.
미츠비시 그룹은 미쓰이 그룹, 스미토모 그룹과 함께 일본의 3대 재벌 그룹이며, 삼명 그룹 못지않은 세계적인 굴지의 재벌가였으니까. 그리고....
“세이코?”
명함에는 그녀가 미츠비시 생명보험의 대표이사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명함을 보고 노무라 과장을 빤히 쳐다보자 그가 재빨리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제 명함이 아니라 제가 모시고 계신....”
그는 몸을 틀어 세이코가 있는 곳을 두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분이 바로....세이코 대표님이십니다.”
그때 그녀가 나를 쳐다봤고 나는 또 다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녀가 생글거리고 웃으며 먼저 고개를 살짝 숙였고 나도 그런 그녀를 보면서 따라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녀처럼 웃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일본의 미츠비시 그룹은 극우 기업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니까. 지금 한국에서는 그들의 강제징용문제로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일터. 그런 곳의 계열사 대표와의 만남이 내게 있어 그다지 반가울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건 저쪽 역시 마찬가지 일터였다. 내가 누군지 모르니 저렇게 웃고 있지. 내가 삼명가의 막내란 걸 알면....
삼명 그룹은 일본 대기업과 그리 관계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었다. 반도체 경쟁에서 삼명 그룹이 승리하면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몰락해 버렸으니까.
물론 그게 다 삼명 그룹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단지 표면상 삼명 그룹이 그 대장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니까.
나는 받은 세이코의 명함을 챙기고 내 명함을 노무라 과장에게 건넸다. 삼명 그룹의 명함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나는 JYB엔터 대표 명함을 꺼냈다. 그 명함을 들고 노무라 과장은 세이코에게로 갔고 잠시 후....
세이코가 자신의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제법 유창한 영어로 내게 말했다.
“요즘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을 여기서 뵙다니....정말 영광이에요.”
그리곤 그녀가 먼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자신감 뿜뿜 내뿜으면서....
그녀는 마치 나를 아랫사람 내려다보듯 강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다. 보통 여자가 아니란 걸 말이다. 근데 막상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이거 뭐야?’
나는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그럴 것이....
* * *
세이코의 몸을 두르고 있는 아우라는 강렬했다. 빛으로 보자면 재력가와 권력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금빛이 둘러진 자색이랄까? 그 빛은 주로 지배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색이었다.
아무튼 세이코는 그런 여장부 스타일의 여자였다. 하지만....그건 그녀 겉에 드리고 있는 빛이었을 뿐 정작 그녀의 속은 음흉하고 흉악한 검붉은 빛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개잡년....암캐라니....’
내가 세이코의 겉과는 완전 다른 속을 간파했을 때였다.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일본인 발정 난 암캐 세이코 발견. 그녀를 만족시키고 개지수의 포인트를 획득하세요. 참고로 암캐와 섹스 시 꼭 보지 안에 사정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보상이 된다는 점 유의하십시오. 이때 암캐가 임신하는 일은 없으며 교미 특성이 개화 되었을 때 그 영향으로 한번 사정할 때마다 개지수 +10의 보상이 지급됩니다. (단 입 싸 시도 암캐가 절정 시 사정한 걸로 인정합니다. 더불어 애무에 의한 절정도 빠구리 회수에 포함 됩니다.)
이건 나로서 노다지를 발견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개지수를 확실히 쌓을 수 있는....
당연히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JYB엔터 명함 주길 잘했군.’
그러지 않고 삼명그룹 명함을 줬다면 세이코라는 암캐가 지금처럼 내 눈앞에서 색욕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미츠비시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 쪽으로 관심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호호호호. 잘못 알고 계시네요. 작년에 TBS방송국을 시작으로 지금은 아사히호신문사까지 인수 절차에 들어가 있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내년에 스미토모 그룹과 미츠비시 그룹이 소닉뮤직 인수를 두고 크게 신경전을 벌이는 일이 일어난다.
알다시피 소닉뮤직은 세계 3대 음반 기업 중 하나다. 그곳을 일본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인수하려 든 건, 그 만큼 그들이 엔테테인먼트 사업 쪽으로 진출하려는 뜻이 확고함을 드러낸 거고. 하지만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사의 대기업화가 그걸 막아내는 데 성공한다.
즉 미츠비시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실패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사업 쪽으로 세이코는 확실히 유능한 CEO였다. 하지만 내게 있어 그녀는 그저 암캐일 뿐이었다.
내게 따먹히고 개지수를 헌납하는 절대 을乙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녀와 나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도 바쁘고 나도 바빴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리 바빠도 그거 할 시간은 있는 법이다. 왜 옛날 단칸방에 살아도 연년생으로 자식들만 줄줄이 잘 만들어대지 않았던가?
“저는 맨해튼 호텔에 있어요.”
헤어지기 전 세이코가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내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저도 거기 있을 예정입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를 쳐다보는 세이코.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나는 전 세계 호텔에서도 VVIP고객이다. 즉 내가 묵고자 하는 호텔이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내게 방을 내 주게 되어 있단 얘기다. 그 중에 맨해튼 호텔은 당연히 포함 되어 있었고. 즉 전화 한통이면 맨해튼 호텔은 나를 위해 기꺼이 방을 제공할 터였다.
“스케줄 끝나고 나서 호텔 들어가면 전화주세요. 그때 지금 하던 얘기를 마저 하도록 하죠.”
세이코는 영민한 여자였기에 내가 하는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그러죠.”
그녀는 노무라 과장에게서 받은 내 명함을 여전히 손에 들고 있었다. 그 명함을 내 앞에 흔들어 보이며, 언제 왔는지 근처에 정차하고 있던 차로 향한 그녀는, 그 차를 타고 이내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 * *
일본인 특유의 가식적인 모습으로 백준열과 헤어진 세이코. 그녀는 차에 타자마자 얼굴에 웃음끼를 싹 지웠다. 그리곤 그 다음 일정을 위해 곧바로 뉴욕 컨벤션 센터로 향하면서 여전히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백준열의 명함을 자신이 타고 있는 차 앞, 그러니까 노무라 과장이 앉아 있는 조수석을 향해 내밀며 말했다.
“....알아봐요.”
“네. 대표님.”
그게 무슨 소린지 바로 알아들은 노무라 과장이 세이코가 건넨 백준열의 명함을 받아 잘 챙겼다. 그 사이 세이코는 좀 전 본 백준열의 명함에 전화번호를 자신의 핸드폰에 재빨리 입력했다. 노무라 과장 몰래 말이다.
원래라면 세이코는 평소처럼 백준열의 명함을 받아서 자신의 가방에 던져 넣어두면 됐다.
그 뒤 오늘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호텔로 돌아가면, 그때 그녀 방에서 백준열에게 받은 명함을 보고 그에게 전화를 건 다음, 그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자신의 명함첩에 그의 명함을 잘 넣어 두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세이코는 그러지 않고 일부러 백준열에게서 받은 명함을 노무라 과장에게 주면서 그에 대해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녀가 그렇게 한 이유는 바로 노무라 과장이 자신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노무라 과장은 누구 사람이냐? 그건 그녀도 알고 그녀와 후계자 경쟁 중인 그녀의 오빠와 동생도 알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도 노무라 과장 같은 그들 경호 책임자들이 붙어 있을 테니 말이다.
맞다. 노무라 과장은 바로 세이코의 부친 되는 구로다 회장의 사람이었던 것.
그랬기에 그녀는 외국에서 만난 남자의 명함을 자기 마음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다.
세이코에게 있어서 백준열과의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지만, 구로다 회장 입장에서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즉 세이코는 백준열에 대한 검증을 구로다 회장 측에서 직접 확인해보라고, 그에게서 받은 명함을 노무라 과장에게 넘긴 것이다.
그래서 만약 백준열이 정말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길거리 농구를 한 거라면 그와 안 만나면 될 것이고, 정말 우연히 만난 게 맞다면 오늘 밤 그와 비즈니스 적으로 만나서 아까 하던 얘기를 좀 더 깊게 나눌 수 있을 터였다.
뭐 그러다가 좀 더 사적인 얘기를 나눌 수도 있고, 거기서 더 발전하면 서로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하고 뜨거운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는 거고 말이다.
물론 세이코는 그와 얘기 나누는 것보다 섹스를 하기 위해서, 오늘 밤 그와 만날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