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47화 (74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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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철썩!

림 속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농구공.

“우와아아아!”

“나이스! 이거거든.”

“이제 20점 차다.”

경기는 계속 이어졌고 백준열 쪽의 압박수비는 계속 되었고, 뉴욕대생에서는 쉽사리 그 수비를 뚫지 못했다. 반면 백준열은 던지는 족족 그 공을 림 안으로 통과 시키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14점의 리드 폭이 더 벌어지면 어느 새 20점까지 벌어졌다.

“이리로 줘!”

그때 안 되겠다 싶었던지 골밑에 있던 상대 뉴욕대생 센터 필립이 골밑을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해서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힐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걸 보고 백준열이 곧장 그를 쫓았고, 필립이 동료들에게서 공을 패스 받을 때였다.

툭!

“어엇!”

“잡앗!”

기어코 그 공을 스틸하는데 성공한 백준열, 그를 막으려 달려드는 나머지 2명의 상대 뉴욕대생들을 보고 준열이 그들 양 사이로 바운드 패스를 넣었다.

그러자 상대 학생들 발밑으로 공을 통과한 농구공이, 백준열 쪽 센터 문대식에게 패스가 되었고, 그 패스를 받은 문대식이 비어 있는 골대에 훌쩍 뛰어 올라, 가볍게 레이업 슛을 성공 시켰다.

철썩!

“와아아아아!”

“와우! 22점 차다.”

이거 잘하면 더블 스코어의 굴욕을 당할 지경에 처하자, 뉴욕대생 쪽에서 긴급히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타임! 타임!”

하지만 막상 코트를 벗어나 한 곳에 모인 뉴욕대생들은 가쁜 숨을 고르기 바빴다.

“하아....하아....하아....”

그 정도로 그들은 많이 지친 상태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전부 다.

그 만큼 백준열 쪽에 탈탈 털린 그들은 다들 속으로 후회를 했다.

괜히 동양인들과 농구하겠다고 한 걸 두고 말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지금은 어떡하든 벌어진 점수 차를 최대한 좁히고 이 경기를 끝내야 했다.

“....남은 시간은 이제 3분뿐이야. 그 안에 몇 점 더 따라 잡자.”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뉴욕대생들은 그 말을 하는 사실상 그들의 리더인 필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필립은 지금부터 맨투맨으로 타이트하게 상대를 압박해서 상대의 미스를 유발하는 쪽의 전술을 말했고, 그 말이 끝났을 때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기 재개 합니다.”

그 말에 필립을 주축으로 뉴욕대생들이 원을 그리며 뭉친 뒤 손을 내밀었고, 포개진 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일제히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코트로 들어갔는데 그때 필립이 재빨리 근처 동료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부르노. 상대 보스 좀 더 타이트 하게 마크 해. 우리가 득점하면 뭘 해? 저쪽이 같이 따라 득점해 버리면 어차피 그 점수 차는 좁힐 수 없는데.”

“알았어.”

필립의 말에 부르노가 상대 측 선수들. 그 중에서 오늘 상대의 주 득점포인 백준열을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그

러니까 필립이 말한 상대 보스가 바로 백준열이었던 것. 하긴 백준열 쪽에서는 누가 봐도 백준열이 보스처럼 보였으니까.

뉴욕대생들이 그를 보스라고 칭하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 * *

전 후반에 한 번씩 쓸 수 있는 작전타임. 뉴욕대생들이 그 작전타임을 쓴 이상 이제 3분 뒤에는 경기가 끝날 예정이었다. 왜냐하면 백준열 쪽에서는 작전타임 같은 걸 쓸 생각이 없었으니까.

공격권은 백준열 쪽. 해서 심판이 던져 준 공을 받은 문대식이 그 즉시 그 공을 백준열에게 넘겼고, 그 공을 받은 백준열은 가볍게 농구공을 튕겼다.

퉁! 퉁! 투퉁! 퉁!

그리곤 거침없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 들어갔다. 당연히 백준열을 마크하는 상대 뉴욕대생이 있었다. 그러나....

파팟! 파파파팟!

백준열은 간단한 잽스탭에 이은 페이크로 그 뉴욕대생을 벗겨내 버리고는, 그대로 드리블을 치며 골대로 파고 들어갔고,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 채 자세를 최대한 낮췄다. 이때 속도를 더 내기 위해 공은 최대한 적게 튕기며 공과 한 몸이 되어서 골대로 뛰어 올랐다.

스윽!

그리곤 공을 쥔 손을 가볍게 림 위에 올려놓았다.

철썩!

그러자 농구대 그물이 시원스레 흔들렸다.

드리블 후 레이업 슛이 시원하게 들어가는 걸 보고서 백준열은 피식 웃으며 그대로 상대 진영에 남았다. 왜냐하면 그들 팀 전술인 압박이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 되었으니까.

빙의하기 전 준열의 말대로라면 자기 팀원들의 체력은 믿을 만할 수준. 그랬기에 전반부터 후반까지 그 압박 전술을 밀고 나갔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코어가 벌써 20점 차 이상으로 벌어졌으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준열은 살살 농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가 하고 있는 농구는 어쩌면 그가 이승에서 할 수 있는 정말 마지막 농구일 수 있었으니까.

물론 지금 백준열의 몸에 빙의한 상태인 드라코 귀신에게는, 이 경기 말고 2경기를 더 뛸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순전히 그의 욕심이었다. 좀 더 많은 경기를 뛰어보고 싶은....

지금 그의 영혼 상태로 봐서 그는 이 경기 후 승천할 공산이 컸다. 그랬기에 드라코 귀신은 지금이 너무 소중했다.

이에 드라코 귀신은 지금 백준열의 심장이 터질 거 같았지만 농구공이 있는 쪽으로 득달같이 달려갔다.

파팍! 팍! 팍!

그리고 적극적인 대인 마크! 그런 그의 악착같은 수비에 질려 공을 동료에게 패스하려던 뉴욕대생이 그만 패스 미스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공을 잡은 문대식이 골대를 향해 대충 공을 던졌다.

휙!

누가 봐도 저건 골을 넣기 위해 던진 슛이 아니었다. 저대로라면 이미 골밑에 자리 잡은 상대 뉴욕대생 센터에게 리바운드 될 게 확실해 보였다.

터어엉!

한데 공이 백보드를 맞고 튕겨 나온 그 순간이었다. 언제 달려들었는지, 백준열이 점프해서 튕겨 나온 공을 양손으로 쥐고 그대로 투 핸드 덩크 슛을 꽂아 버렸다.

쾅!

림이 요동치고 그물을 통과한 농구공이 콘크리트 바닥에 맞고 높게 튀어 올랐다.

백준열은 마치 상대 선수들 보란 듯 림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훌쩍 뛰어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

좀 전까지 시끌벅적했던 야외 농구장. 그곳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우와아아아....”

“완전 그림이다.”

“그런데 저 키에 덩크가 된다고?”

“대체 얼마를 점프 한 거야?”

“점프력 하나는 NBA 선수를 능가하는 거 같아. 대단해.”

그 한방에 작전타임까지 해가며 추적의 의지를 불태우던 뉴욕대생들의 의욕의 불길이 확 꺼져 버렸다.

* * *

필립은 비록 고교 농구부에서 발목 부상으로 농구를 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열심히 공부를 해서 명문 뉴욕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무리 하지 않은 탓인지 발목도 많이 좋아진 그는 같은 뉴욕대생들과 길거리 농구를 즐기게 됐다.

센터로 활약했었던 그는 길거리 농구에서 거의 왕으로 군림했다. 그 정도로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는데, 오늘 제대로 망신을 당하고 있었다. 그것도 동양인을 상대로 말이다.

백인인 필립도 필립이지만 뉴욕대생들 중에는 흑인도 있었다. 흑인들에게 동양인의 농구를 한다? 그야말로 가소로운 소리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동양인들에게 자신들이 쳐 발리고 있었으니....당연히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그런 암울한 기분으로 제대로 된 경기에 임하는 건 힘들었다. 그래서 전반에 잘 맞던 손발이 지금은 엉망으로 변했다.

특히 문제는 그나마 박스 아웃 상황에서 필립 때문에 리바운드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그거 빼고 나면 뉴욕대생들은 제대로 된 득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득점을 하기 위해서 필립은 상대 진영으로 빠르게 넘어갔고, 그를 마크해 오는 상대 팀원을 향해 등을 돌렸다.

키가 크고 무거운 사람이 자신보다 작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 쓰는 포스트업으로 드리블을 시작한 필립.

그는 상대를 등지고 드리블을 시작하며 상대의 등, 정확히는 왼팔을 굽힌 채 어깨 전체로 상대를 쿵쿵 들이 받았다.

퍽! 퍽!

“크윽!”

그렇게 3점 라인부터 밀고 들어 간 필립은 상대가 어떡하든 그를 가슴으로 밀쳐내려 들었지만 덩치와 키 차이에서 그가 더 컸기에 그게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필립에 떠밀린 상대가 틈을 들어냈고, 밀어낸 만큼의 공간 안에서 필립이 몸을 회전하며 림 쪽으로 한발 더 전진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점프해서 공을 림으로 던졌고....

철썩!

그 공이 운 좋게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로써 스코어는 다시 22점 차.

필립은 뉴욕대생들과 자기들 진영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기 그대로 남아서 맨투맨 압박 수비를 펼쳤다. 하지만....

파팟! 팟팟팟팟!

공이 상대 보스에게 넘어가자 그대로 자신을 마크 중인 부르노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리고 돌파, 쭉쭉 뉴욕대생쪽 진영으로 올라가 버리는 상대 보스를 보면서, 나머지 뉴욕대생들은 쌍욕을 내 뱉으려 자기들 진영으로 뭐 빠지게 뛰어 들어갔다.

다행히 뚫린 부르노를 대신해서 수비가 좋은 크루거가 상대 보스의 팔을 잡아챘다. 반칙으로 상대 공격을 끊어 낸 것이다.

그래서 바로 실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점 위기를 벗어난 건 아니었다.

퍽! 퍽!

필립이 특유의 힘을 바탕으로 상대 보스를 골밑 밖으로 밀어 낼 때였다.

체구에서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필립은 쉽사리 상대 보스를 압도해 내지는 못했다. 그때였다.

슥!

필립은 순간 자기 등 뒤가 허전해지자 놀라 뒤를 돌아봤다.

분명 좀 전까지 몸을 맞댔던 상대 보스가, 어느 새 반원을 그리며 그의 앞에 자리를 잡은 것.

너무 빨라 제대로 허를 찔리고 만 것이다. 그때 상대 쪽에서 3점 슛을 쐈고....

텅! 터더덩!

그 공은 다행히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림을 맞추고 튕겨 올랐다.

“차앗!”

필립은 그 공을 따내기 위해서 바로 몸을 뽑아 올렸다.

하지만 그 보다 반 템포 더 빨리 몸을 솟구쳐 올린 백준열이 리바운드를 따냈다.

휙!

그리곤 패스 할 것처럼 페인팅을 해서 필립을 속인 뒤, 다시 훌쩍 뛰어 레이업 슛으로 점수를 냈다.

“아아....”

22점의 점수 차가 24점 차까지 더 벌어지며 상황이 자칫 더블스코어까지 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뉴욕대생들.

“지더라도 최선은 다하자.”

“그래. 파이팅.”

필립도 나머지 뉴욕대생들도 더는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이 경기를 끝내기로 한 모양이었다. 뭐 더블 스코어가 나면 또 어떤가? 어차피 저 동양인들을 계속 볼 것도 아니고 말이다.

툭!

하지만 그런 방심이 진짜 더블 스코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만들었다. 체력이 생생한 준열이 상대 뉴욕대생이 딴 데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또 다시 공을 스틸해 버린 것.

퉁퉁퉁퉁퉁!

그리곤 빠르게 골대 쪽으로 드리블 해 나가다가 3점 선 앞에서 멈춰 서서는 공을 쐈다.

철썩!

3점 슛이 너무나도 깔끔하게 림을 통과하면서 점수 차는 27점으로, 정말로 더블 스코어 차이가 나 버렸다. 스코어 54대 27!

* * *

백준열의 몸에 빙의해서 그의 몸을 자신의 몸처럼 쓰고 있던 드라코 귀신.

그는 점점 영혼력이 약해지는 걸 느끼면서 이제 곧 승천할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그의 원한이 다 풀리다보니 더는 지상에서 버틸 영혼력이 없었던 것.

‘....아쉽구나. 다시는 농구를 할 수 없다니....’

시간을 확인하니 이 농구경기 종료까지 시간도 이제 채 30초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번의 공격 후 경기가 끝날 거고 그때 그도 강제로 승천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드라코 귀신은 패스를 받자 공을 튕기며 상대 진영을 향해 드리블을 시작했다.

그의 앞을 막아서는 상대 선수를 간단히 잽스텝에 이은 방향전환으로 젖히고 그대로 상대 진영 3점 라인까지 움직였다. 이어 뒤에서 쫓아 온 상대 선수를 다시금 크로스오버로 나가떨어지게 만든 뒤 3점 슛을 쏠거처럼 페이크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드라코 귀신 앞에 두 명의 상대 선수가 떴고 순간 공을 거둬들인 그는 그대로 골대로 드리블 해 들어갔다.

“막앗!”

그 소리와 함께 필립이 드라코 귀신에게 달려들며 그의 레이업 스텝에 맞춰 점프를 하면 손을 쭉 뻗었다.

그걸 보면서 전속력으로 림을 향해 내 달린 드라코 귀신.

파앗!

그가 날아올랐다. 그런 드라코 귀신의 눈에 필립의 양팔이 보였지만 어차피 그의 타점을 위협할 높이까지는 아니었다. 거기다가 드라코 귀신의 공을 잡지 않은 왼손이 필립의 블로킹을 견제하고 있었다.

순간 공중에서 몸을 활처럼 휜 드라코 귀신.

콰아아앙!

그는 모든 힘을 다해 공을 쥔 오른손을 림에 내려 꽂았다. 그를 가로막은 필립을 제끼고 림을 잡아먹을 뜻 찍어버린, 그야말로 멋들어진 인유어페이스(농구에서 수비수가 앞에서 막고 있어도 덩크 슛을 성공하는 것) 덩크였다. 그 득점을 끝으로....

“경기 끝!”

호루라기가 없었기에 심판이 말로 경기 종료를 알렸다. 그렇게 더블 스코어 차로 대패한 뉴욕대생들은 자신의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농구 정말 잘하시네요.”

필립이 특히 오늘 훨훨 코트 위를 날아다닌 상대 보스에게 악수를 청하며 그를 극찬했는데 정작 상대는 멍 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아....미안.”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보이는 상대 보스가 멋쩍게 웃으며 필립이 내민 손을 뒤늦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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