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46화 (74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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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문대식으로부터 자신이 신을 운동화를 받아 든 백준열. 그가 주변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뭐해? 빨리 운동화로 갈아 신지 않고?”

“....”

그 말에 경호팀원들이 일제히 문대식을 쳐다봤고 문대식은 대답대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구두를 벗고 자기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가방 속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기 시작한 것.

그걸 보고 다른 경호팀원들도 너도나도 운동화로 갈아 신기 시작했다.

그 사이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은 백준열이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몸 푸는 동작이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보기에 너무 낯설었다.

그럴 것이 지금 몸을 풀고 있는 백준열은 그들이 알고 있던 그 백준열이 아니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아까 뉴욕 닉스가 홈구장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화장실에서 준열에게 들러붙은 귀신이 있었다.

바로 뉴욕 닉스의 에이스 슈팅가드 드라코 블룸. 그의 염원이 바로 준열의 몸에 빙의해서 농구 경기 3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준열은 그 드라코 귀신의 염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좀 전 자신의 몸을 드라코에게 넘겼던 것.

그러니까 지금 준열은 준열이 아닌 드라코인 셈이었다. 그 드라코가 자신만의 습관처럼 농구경기 시작 전에 몸을 풀기 시작했고, 그걸 본 문대식과 경호팀원들로서는 그의 그런 모습이 낯설 수밖에 없었던 것.

“몸 다 풀었으면 다들 이리로 와 봐.”

먼저 몸을 푼 준열이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에게 외쳤고, 준열이 몸 푸는 걸 보고 자기들 나름대로 몸을 풀고 있었던 그들이 우르르 준열 주위로 모여 들었다. 그런 그들에게 준열이 물었다.

“농구 좀 해 봤다! 손들어!”

준열의 그 말에 문대식을 비롯한 경호팀원 전부가 일제히 손을 들었다. 그럴 것이 미국에 온 그들은 전부 백준열이 유학 시절 그를 경호했던 경호팀원들이었던 것. 그들은 백준열이 공부하다가 틈만 나면 즐겼던 농구 덕분에 다들 농구를 할 줄 알았다.

한국에서, 특히 성인 남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스포츠는 축구다. 왜냐하면 그들은 군대를 다녀왔고 군대에서 축구와 족구는 누구나 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준열의 경호팀원들은 그 축구보다 농구가 더 익숙했다. 그만큼 준열이 미국 유학시절 거의 매일 농구만 하다 보니 그렇게 변한 거다.

그래서 일까? 준열의 경호팀원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그들끼리 농구 경기를 했고, 그 때문에 농구 실력에 있어서 일반인들 보다 한참 위에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 그들에게 준열이 말했다.

“키순으로 줄 서 봐.”

그 말에 경호팀원들 중 자신의 키가 크다 싶었던 경호팀원들이 앞으로 나왔고, 준열은 그들 중 네 명을 자기 쪽으로 당겨왔다.

비슷한 농구 수준에서 최우선은 역시 키가 큰 거니까. 그 점은 NBA 출신 드라코가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때 그들이 있던 농구대의 맞은편에서 3대 3 농구경기를 마저 하고 있던 대학생들을 향해 준열이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 준비 끝났어. 빨리 한판 뜨자고.”

* * *

준열의 눈에 야외 농구장이 보이기 무섭게 그의 옆에 모습을 드러낸 드라코 귀신.

[오오. 드디어 농구를 하는 건가?]

들뜬 그의 목소리에 준열이 속으로 대꾸했다.

‘저들로 괜찮은 거야?’

[괜찮아. 실력은 좀 많이 떨어지는 거 같지만....그건 숙주인 너도 마찬가지잖아? 짜리몽땅한 것이....]

‘뭐? 짜리 몽땅! 이거 봐. 내 키가 6.2피트나 되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준열이 발끈했다. 미국에서도 6피트가 넘으면 큰 키에 해당 했으니까. 하지만....

[미안. 6.5피트(198센티)이하는 내가 상대해 보지 못해서....]

드라코 귀신 입장에서 나는 확실히 작은 키의 짜리몽땅한 남자가 맞았다.

드라코 귀신이 먼저 사과까지 한 마당에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던 나는, 그대로 야외 농구장으로 가서 거기서 3대 3 농구 중인 대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농구 경기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당연히 그들은 내 제안을 받아드리지 않았다.

“됐어요. 저희는 뉴욕대생들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잠깐 잠깨러 여기 온 거 뿐이에요. 다시 도서관에 들어가 봐야 해서....”

하지만 이어진 내 제안에 그들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것이....

“2쿼터 경기로 우리랑 붙어서 이기면....천 달러 주지.”

나는 지갑 속에서 백 달러 지폐 10장을 꺼내서 농구대 뒤쪽 벤치에 올려놓고 그 위에 돌멩이 하나를 더 살포시 올려놓았다.

괜히 견물생심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니다. 막상 천 달러를 자기들 눈으로 직접 보니 대학생들 눈이 욕심으로 번들거렸다. 그때 한 학생이 말했다.

“하지만 저희가 지면....”

“너희가 져도 백 달러 주지. 도서관 돌아가는 길에 출출 할 텐데 햄버거라도 하나 사 먹을 수 있게 말이야.”

내 그 말에 대학생들은 다들 좋다며 콜을 외쳤다. 그렇게 대학생들과 야외 농구장에서 농구 경기를 성사 시키고 문대식과 경호팀원들과 같이 운동화로 바꿔 신자마자 드라코 귀신이 말했다.

[이제 당신의 몸을 내게 넘겨줘요.]

어지간히도 몸이 달아 오른 드라코 귀신이 내 몸에 빙의하려 들었고, 나는 이미 견신 시스템을 통해 내 몸을 드라코 귀신에게 넘겨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임을 재차 확인하고 나서, 녀석에게 내 몸을 넘겼다. 순간 잠이 든 거처럼 나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 * *

내기에 져도 백 달러면 6명이서 배부르게 햄버거를 사 먹을 수 있었다. 해서 뉴욕대생 6명의 학생들은 동양인들과 농구를 해주기로 했다.

그 전에 그들끼리 하고 있었던 3대 3 농구의 승패는 가렸다. 어차피 스코어가 19대 17이었기에 승부를 금방 볼 수 있었으니까. 스코어 21대 19로....원래 앞서고 있었던 쪽이 결과적으로 이겼다.

“자. 다들 내 놔.”

이긴 쪽의 학생이 손을 내밀자 진 쪽 학생들이 10달러씩을 지갑에서 꺼내 그 학생의 손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진 쪽 학생들에게서 30달러를 챙긴 그 학생이 말했다.

“이 돈으로 Mac에서 음료수 시켜 먹으면 되겠다.”

그러자 그 학생의 뒤에서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던 학생이 버럭 소리쳤다.

“브루노.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 우리가 왜 햄버거를 먹어?”

그 말에 그 옆에 학생이 동조하며 말했다.

“맞아. 천 달러 챙겨서 그 맞은 편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고기 썰어야지.”

그러자 나머지 진 쪽의 세 학생들도 자신들의 돈을 챙겨간 그 학생에게 면박을 줬다.

“브루노. 넌 너무 부정적이야.”

“맞아. 우리가 저 동양인들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난 이해가 안 돼.”

“와아. 너 설마 우리가 저들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미친....”

이에 브루노라는 학생은 주섬주섬 돈을 챙기며 흥분한 친구들을 진정시켰다.

“그래. 그래. 내가 말실수 했다. 미안해. 그러니까 우리 필승을 위해서 어떤 식으로 경기를 할지 정하자. 당장 누가 뛸지 포지션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하잖아?”

브루노가 현실적인 얘기를 꺼내자 그제야 다른 학생들도 진지한 얼굴로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헨리 네가 올라운드 플레이가 가능하니까 나머지 5명이 뛰고 네가 수시로 교체해 주는 쪽으로 포지션을 정하고....점프볼은 케인 네가 우리 중에 제일 키가 크니까....”

뉴욕대생들은 확실하게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나름대로 작전을 짰다. 그렇게 동양인 남자들과 뉴욕대생들 간의 5대 5의 내기 농구가 시작 됐다.

심판이 공을 던지자 6.3피트의 대학생과 백준열이 동시에 뛰어 올랐다.

툭!

하지만 농구 공을 먼저 건드린 건 백준열이었다. 놀랍게 190센티가 넘는 대학생보다 백준열이 더 높이 뛰어 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가 건드린 공은 정확히 자신의 편인 경호팀원 가슴팍에 그대로 전달이 됐다. 즉 백준열 편에 선공권이 주어진 것이다.

* * *

길거리 농구. 그러니까 3대 3 농구는 골대 1개를 사용하는 반코트 농구로, 여섯 명만 모이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본래 정식 코트를 갖추기 힘든 또는 그러기엔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동네에서 골대 하나만 가지고 편하게 즐기기 시작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대부분의 규칙은 5대5 농구와 동일하지만 공격 제한시간은 5대5 농구의 절반인 12초, 경기시간은 10분 (단 게임), 21점을 먼저 득점하면 경기가 끝나며 연장전은 시간제한 없이 2점을 먼저 득점하면 끝나는 걸 룰로 한다.

하지만 이 룰도 길거리 농구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시간제한 없이 21점을 먼저 얻는 쪽이 이기는 게 일반적인 룰이라고 보면 됐다. 이곳 야외 농구장의 뉴욕대생들도 그건 마찬가지였고.

팍!

“나이스 블로킹!”

“우와아아아!”

백준열은 농구를 아주 잘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의 파리채 블락에 야외 농구장 주위에 여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꺄아아악! 너무 멋있어!”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이 시간에 웬 여자들이냐고?

바로 근처 셀리나의 파티에 참석했던 여자들 중 농구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알아서 이곳으로 몰려와서 백준열과 그의 경호원들을 응원해 주고 있었던 것.

하긴 백준열도 그렇고 그의 경호원들 모두 잘 생기고 체구도 좋았기에 여자들의 관심을 받을 만 했다.

그렇게 한 명 두면 늘기 시작한 여자들을 비롯해서 관객이 어느 새 50명은 족히 됨직했다.

“형님들. 살살 좀 해주세요. 백 달러 가지고는 간에 기별도 안 가겠어요.”

이미 1쿼터를 뛰고 2쿼터 중인데 백준열 쪽과 붙은 뉴욕대생들은 벌써 체력적으로 힘든지 수시로 교대를 하며 뛰고 있었다.

하지만 스코어는 35대 20. 백준열 쪽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다. 백준열은 그 35득점 중에서 25점을 혼자서 올리고 있었다.

그 경호원들이 그에게 찬스를 몰아 준 것도 있지만, 그의 개인 돌파에 의한 득점도 10점이나 되었다.

“아아....”

반대로 백준열의 경호원들의 집요한 수비에 뉴욕대생의 공격이 또 무위로 돌아갔다.

“여기!”

백준열이 손을 들자 공이 바로 그에게 넘어왔고, 그는 앞에 190센티 족히 넘어 보이는 뉴욕대생이 그의 돌파를 막아 보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착! 착! 차차착!

이에 백준열은 간단히 잽 스텝 한번하고 돌아왔다가 다시 잽 스텝 후 슛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그 훼이크에 움찔거리며 장신의 뉴욕대생이 움직였다.

퉁!

그때 그 장신의 뉴욕대생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던져 넣고 잽싸게 돌아들며 다시, 그 공을 받아 돌파에 성공한 백준열은, 골대로 돌진 후 스텝을 밟아 뛰어 올라 레이어슛!

철썩!

이 경기에서 그가 돌파로만 12득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 * *

백준열의 몸에 빙의한 드라코 귀신.

‘아아....바로 이거지.’

농구만 다시 할 수 있다면 당장 승천을 해도 좋다는 염원을 가지고 여태 농구장의 화장실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지박령으로 살아 온 드라코 귀신이었다.

예전 농구를 할 때는 코트에서 뛰는 이 즐거움을, 아니 소중함을 몰랐었다. 그저 잘하는 농구니 뛰었고 골을 넣었다. 그러자 돈이 그의 손에 쥐어지고 여자들이 그의 품에 안겨왔다. 그 재미에 정작 농구는 뒷전이 되었다. 물론 드라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폼을 자랑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당시 그의 농구는 뛰어다니느라 힘만 들고 재미라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죽고 나니 깨달았다. 그에게 있어 농구가 전부였단 걸 말이다.

한데 죽어서도 이렇게 농구를 할 수 있다니. 그리고 농구가 너무 재미가 있었다. 힘든 줄도 하나 모르겠고.

“패스!”

3점 라인 바깥에서 받은 공을 백준열은 농구대 림을 향해 시원하게 던졌다.

철썩!

림은 건드리지 않고 정확히 들어간 농구공이 그물 걸려 내는 저 소리가, 정말 짜릿하니 사람을 미치게 흥분 시켰다. 그걸 넣은 사람이나 그걸 지켜보는 사람 모두를 말이다.

10분 경기 뛰는 게 뭐 힘들까? 하지만 농구에서 그 10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보통 체력의 성인 남자는 그 10분을 뛰고 숨이 턱까지 찬다. 하지만 백준열 쪽과 뉴욕대생들은 다들 농구를 해 온 사람들. 그들에게 있어 전, 후반 10분씩 뛰는 경기는 충분히 감당해 낼 체력이 있었다. 그 만큼 경기에 임하는 그들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잡아.”

“압박 수비다.”

“젠장....”

뉴욕대생들의 강한 수비 압박에 결국 공을 빼기고 만 백준열 쪽.

휙!

그 공은 뉴욕대생의 슈팅가드에게 패스가 갔고, 그 학생은 3점 라인 앞에서 제법 유려한 폼으로 슛을 쏘았다.

텅! 철썩!

그 학생이 던진 공은 백보드를 맞고 림을 한 바퀴 돈 다음, 빙그르르 그물망을 통과해서 밑으로 떨어졌다.

“아아....”

“그게 들어가네.”

골대 밑에서 그 공을 문대식이 리바운드 할 때 주위의 경호팀원들이 탄식과 함께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누가 봐도 운 좋게 들어간 득점이었다. 그것도 3득점. 그 결과 스코어는....

37대 23!

여전히 백준열 쪽이 14점이나 리드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준열 쪽 누구도 방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 게 농구에서 14점 리드는 금방 따라 잡힐 수 있는 점수임을 그들 중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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