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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43화 (74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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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방안에서 세 사람이 서로서로 윈윈 해하며, 셋 다 만족스런 얼굴로 그곳을 나왔다.

준열은 록펠러 가문의 가주와 곧 만날 수 있다는 데 흡족해 했고, 리암은 그런 준열을 이용해서 가주의 추궁이 예상 되는 난제를 해결 할 수 있어 좋았고,

마지막으로 헬렌은 오늘 밤 리암의 집에 가서 그와 뜨거운 밤을 같이 보내고 나면, 내일부터 그의 여자가 될 생각에 얼굴에 계속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데 행복한 그 세 사람과 달리 정작 오늘 가장 해피 해야 할 생일의 주인공 셀레나는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찍은 동양인 미남 준열로부터 버림을 받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 준열이 리암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자 그녀를 팽개치고 그쪽으로 달려가 버렸으니 말이다.

당연히 셀레나가 있는 곳의 분위기는 우중충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했다. 그럴 게 거기는 셀레나 말고 또 한 사람, 바로 헬렌 때문에 상처 받은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 치정으로 엮인 남자들이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제 3의 프랭크들이 자신들이 아닌 그녀의 선택을 받은 남자, 즉 리암이 헬렌과 같이 그 방을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런 가운데 준열과 리암, 헬렌이 함께 그곳에 나타났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해답이 지금 연출 되고 있었다.

“헬렌은 괜찮아요?”

그 첫 포문을 연 건 셀리나였다. 그녀가 샐쭉한 얼굴로 준열을 향해 물었고, 준열은 셀리나가 뜬금없이 왜 자기에게 헬렌을 묻는 지 의아해 하며 일단 대답을 했다.

“네. 뭐....보시다시피 괜찮은 거 같네요.”

대답하면서 준열은 옆에 헬렌을 쳐다봤고 자신을 뻘쭘하게 쳐다보는 준열을 보고 정작 헬렌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한 셀리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런 건 나한테 직접 물어.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난리야?”

그러자 평소와 달리 상당히 예민해져 있던 셀레나가 발끈했다.

“쓸데없는 짓?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헬렌 입장에서야 셀레나가 갑자기 자기보고 성질을 내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불어 그런 상대의 도발을 참아 줄 만큼 헬렌은 내적 수양의 깊이는 그리 깊지가 않았다.

“말 한 번 잘했다. 누구 때문인데? 어디 네 입으로 말해 봐.”

헬렌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싸울 수 있는 뻔뻔함과 말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세치 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셀레나가 걸어오는 싸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주위 여건이 그녀를 돕지 않았다. 특히 늘 그녀의 편이 되어 주었던 남자들....그들이 그녀에게서 돌아선 게 컸다.

“헬렌이 잘못했네.”

“맞아. 친구 생일인데 말이지.”

“벌주 마시고....오늘 밤은 셀레나 곁에서 쭉 붙어 있어 주는 게....”

“그러는 게 도리긴 하지. 헬렌이 셀레나의 친구라면....”

문제는 헬렌의 그 남자들이 이후 그녀가 뭘 해야 할지, 그녀의 추후 행동을 구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 말대로 한다면 헬렌은 오늘 밤 이곳 파티 장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셀리나 곁에 붙어서 밤 새 그녀의 시녀 노릇을 해줘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 사람의 약속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 오늘 밤에 헬렌이 리암의 집에 가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헬렌은 준열과 리암을 번갈아가며 쳐다봤고 그 중 준열이 짧게 한숨을 내 쉬더니 입을 열었다.

“하아! 보아하니 여기 헬렌을 선망하는 남자 분들이 꽤 많은 거 같은데....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뜬금없는 준열의 제안. 하지만 거기 있는 남자들 중 절반 넘은 남자들이, 준열의 그 말에 관심을 보였다.

* * *

예로부터 미녀는 세상 모든 영웅호걸들과 고락을 함께 한 좋은 파트너였고, 지금도 뭇 남성들이 선망하는 로망이다.

헬렌은 바로 그런 미녀였고 그녀로 인해 자신의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게 싫었던 준열은, 그 자리에서 그 미인 쟁탈전을 제안했다. 여기 있는 남자들끼리 경쟁해서 최후의 승자가 미인, 즉 헬렌을 오늘 밤에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거 좋네. 그렇게 하자.”

“뭐....나쁘지 않네. 나도 찬성!”

그리고 일견 말도 안 되는 그 제안이 거기 있는 남자들에 의해 열렬한 환영 속에 받아드려졌다.

사실 이런 문제는 초 간단 해법이 있었다. 바로 미녀 본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선택하는 거 말이다. 그 둘이 서로 좋다는 데 누가 뭐랄까? 그럼 모든 건 해결이 된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게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

왜....헬렌이 당장 리암이 좋다고 그의 팔짱을 끼고 파티 장을 나가면 될 일 아니냐고?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겠지. 하지만....

‘저들이 헬렌과 리암이 같이 파티 장을 나가게 둘 거 같지 않거든.’

지금도 아주 적의가득한 눈으로 리암을 쳐다보고 있는 주위 남자들이 열 명도 넘었다.

물론 리암과 준열의 경호원들을 동원한다면 가능한 일이긴 할 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오늘 셀레나의 생일 파티는....

그러한 문제점을 두루 고려해서 준열이 생각해 낸 해결책이 바로 남자들끼리의 경쟁, 즉 미녀 쟁탈전인 것이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그 경쟁을 할 것인지를 두고 또 말들이 많았다.

“가위바위보?”

“야이. 마더....파더...XXX!”

“그냥 술로 하자.”

“어이. 넌 한 잔 밖에 안 마셨지만 나는 벌써 몇 병은 마셨거든.”

“그럼 팔씨름은 어때?”

“팔씨름?”

“오오. 그거 좋겠다. 나는 찬성!”

“나도 찬성!”

“나도....”

누가 꺼냈는지 몰라도 순식간에 남자들 사이에서 미녀 쟁탈전의 종목이 결정 되어버렸다. 바로 팔씨름으로 말이다.

팔씨름, 영어로 Arm Wrestling은 힘과 지구력, 저항 그리고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 스포츠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마주 보고 팔을 넘겨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말이다.

특히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팔씨름 대회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고, 스포츠로 세계 팔씨름연맹(World Arm Wrestling Federation)이 매년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약 40개 국가가 참여할 정도로 팔씨름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건 이곳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실제 한달 전에 전미 팔씨름 대회가 개최되었고, 예선전부터 시작해서 결승전까지 경기를 쭉 라이브로 중계한 TV매체도 있었다.

그랬기에 현재 미국에서 팔씨름의 인기는 아직 식지 않은 상태였고, 그 때문인지 몰라도 셀레나의 파티에 참석한 남자들 중 한 명이 미녀 경탈전의 경쟁 종목으로 팔씨름을 거론 한 거 같았다. 그리고 다수결에 의해 그게 받아드려지면서 미녀 쟁탈전에 참가할 남자들이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손목과 팔 근육을 풀기 시작했다.

* * *

처음 팔씨름 얘기가 나왔을 때 나와 리암은 당황했다. 그럴 것이 지금 이 파티 장의 남자들 중에서 그와 나보다 덩치가 작은 남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특히 헬렌의 남자들은 다들 한 덩치들 했다. 헬렌이 힘 쎈 남자들을 주로 선호한 모양인지 말이다.

내가 미인 쟁탈전을 제안 한 이유를 눈치 챈 리암은 처음에는 나에게 엄지를 세워 보였다가 지금은 아예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긴 여기 남자들과 팔씨름을 해서 그와 내가 결승에 오를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끝까지 해 봐야 하는 거고....’

나는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레벨 업을 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내 능력 중에 팔씨름에 유리한 능력이 두 개나 있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개코」아이템에 ‘번쩍’ 능력과 「개방울」아이템의 ‘아차’ 능력이었다.

우선 ‘번쩍’능력은 순간의 내 힘을 2배 이상으로 끌어 올려 주는 능력이었다.

왜 역도 선수들의 경우 시합을 시작하기 전에 정신을 차리는 각성의 용도로 암모니아 냄새를 맡고 경기장에 들어간다고 하지 않던가? ‘번쩍’능력이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개코」아이템이 평소 내 팔의 2-3배에 달하는 힘을 집중 시켜 줄 예정이었다.

또 ‘아차’능력은 「개방울」아이템의 맥 빠지게 하는 소리를 통해, 그야말로 아차 하는 사이 상대의 혼을 쏘옥 빼 놓아 그 힘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으로 팔씨름에 승리를 내게 안겨 줄 예정이었고.

‘두 가지 능력만 잘 활용한다면....’

내가 팔씨름에서 우승하는 건 확실했다. 설혹 나보다 팔 힘이 세 배 이상 강한 상대가 있다고 해도 「개방울」아이템의 ‘아차’ 능력을 사용해서 이겨 버리면 될 일이니까.

“자자. 시작들 합시다. 이쪽으로 모이세요.”

우선 미녀 쟁탈전에 몇 명이나 참가할지 그 수부터 새어보았더니....

“....스물아홉, 서른, 서른하나.”

31명이나 되었고 홀수라 그 중 한 명은 그냥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걸로 정해졌다. 그리고 가위 바위 보를 통해 그 운 좋은 부전 승자를 뽑았는데....그게 나다.

‘오늘은 확실히 운이 좋군.’

가위 바위 보 하는 데까지 내 능력을 사용하는 건 좀 그래서, 나는 그냥 내 마음대로 가위와 바위, 그리고 보를 그저 순차적으로 냈을 뿐인데, 그게 나를 부전 승자로 만들어 주었다.

뭐 어째든 32강전을 그렇게 건너뛰고 바로 16명의 승자들이 16강전을 치렀다. 그때 내 상대는....

“흐흐흐흐. 이거야 뭐 하나 마난데....”

딱 봐도 100kg은 훌쩍 넘어 보이는 덩치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내 손을 잡았다. 여기서 그립 싸움은 필수였다. 그립이 불리하면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뭐 하지만 상대는 체구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울퉁불퉁한 자신의 팔뚝에 한껏 고무 되어서는 내 손을 대충 잡았다. 반면 나는 상대의 손을 잡은 상태에서 내 몸을 뒤로 슬쩍 제치며 상대의 손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리고 시작 소리와 함께 바로 팔에 힘을 주입할 수 있게 힘쓸 준비를 마쳤다. 그러자 우리 쪽 심판을 맡은 앞서 32강에서 패한 남자 중 한 명이 우리 앞에 나타나서 외쳤다.

“바로 갈게요. 시~자악!”

시작과 동시에 나는 힘을 줬고 그때까지 싱글벙글 웃고 있던 상대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어어....자, 잠깐만....”

퍽!

하지만 상대의 팔이 허무하리마치 맥없이 넘어가버리면서, 팔 씨름판에 대 이변이 연출 되었다.

* * *

“저거 봐. 팔씨름은 팔 힘만 세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그게 다 팔을 비롯한 상체 전반을 사용하는 운동이라서 그래. 팔씨름을 하는 자세에 따라 어떠한 근육을 사용하는지가 결정 되거든. 자주 사용하는 근육은 이두근(당김)과 전완근(손목) 및 삼각근, 대흉근(넘기는 역할) 등이지만, 때에 따라 삼두근 등을 비롯한 다른 근육을 사용하기도 하지. 팔씨름은 팔꿈치를 고정하고 팔을 옆으로 미는 힘이 강해야 하니 팔씨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운동을 해야 한단 말이고. 그래서 팔씨름 선수들은 밴드나 도르래를 이용하여 훈련하는데....”

자신을 뉴욕대 체육과 조교라고 소개한 남자가 팔씨름에 대해 강의라도 할 요량인지, 자신을 붙잡고 침을 튀겨가며 떠들고 있는 동안, 리암은 길게 한숨을 내 쉬며 아까부터 계속 헬렌에게 미안한 눈길을 보냈다.

왜냐하면 준열처럼 운이 없었던 그는 32강전부터 팔씨름을 해야 했고 상대에게 압살을 당했다. 시작과 동시에 바로 넘어가버리면서 그를 응원하러 와 있던 헬렌을 실망시키고 만 것이다. 근데....

“와아! 저 동양인 제법인데?”

“그러게. 저메인을 이기다니 말이야. 녀석 요즘 헬스에 진심이던데.”

“혹시 저메인이 봐 준 거 아닐까?”

“에이. 설마....저메인이 승부욕이 얼마나 강한데.”

“하긴. 그렇다면 저 동양인. 보기보다 힘 좀 센가 보네. 뭐 그래봐야 대니얼의 상대는 안 되겠지만....”

“당연하지. 뉴욕대 초대 팔씨름 챔피언인 대니얼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리암은 직감했다. 누가 팔씨름을 하자고 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대니얼이 누군지 슬쩍 알아봤더니....

벌써 이기고 한쪽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승자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녀석을 확 째려 봐 준 뒤 리암은 자신의 예상을 깨고 8강에 올라간 준열에게로 향했다. 리암은 당연히 준열이 질 줄 알았다. 왜냐하면 준열의 16강 상대가 바로 리암을 꺾고 올라간 녀석이었기 때문에.

그 녀석의 힘이 얼마나 센지는 그와 팔씨름을 해 본 리암 자신이 제일 잘 알았다.

그랬기에 리암은 자기보다 여리여리 해 보이는 준열이, 자기 뒤를 이어 쪽 팔린 꼴을 겪게 될 거라 봤다. 한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준열이 그 녀석을 꺾어 버린 것이다.

“준열. 내가 너를 확실히 잘못 본 모양이다. 너의 팔 힘이 이리 쎌 줄은 몰랐다.”

“뭘요. 운이 좋았죠.”

준열은 딴엔 겸양쩍게 한 말인데 그 말을 들은 리암의 얼굴이 바로 벌레라도 씹은 듯한 얼굴로 변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그래서 준열이 힐끗 그의 눈치를 보며 묻자, 리암은 쉬이 대답을 하지 않고 여전히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정작 딴 쪽에서 그 대답이 흘러나왔다.

“왜 그러긴요. 좀 전에 당신이 이긴 그 사람에게 아까 자기가 졌으니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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