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40화 (738/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김종훈은 힐끗거리며 자기 옆에 앉아 있는 백준열을 곁눈질 했다. 하지만 백준열은 뭐가 그리 고민이고 생각할게 많은지 차에 타자마자, 표정을 굳히고 팔짱까지 낀 채 차창 밖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김종훈은 뭐라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고 도로 닫았다. 왜냐하면 조수석의 문대식이 백미러를 통해 자신을 쏘아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지금 백준열을 건드리지 말라는 문대식 나름의 조언이었다. 물론 그 조언을 무시하고 백준열에게 말을 걸 수는 있었다. 어째든 그는 백준열의 수행 비서였으니까. 하지만 김종훈은 그러지 않았다. 여기서 굳이 객기를 부릴 이유가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문대식의 다음 반응이 김종훈의 기분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은 뒤, 문대식은 전면에 시선을 두고 철저히 김종훈을 무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게 꼭 자신은 할 일을 다 했으니 그 다음 백준열을 건드리건 말건 그건 네 선택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마치 그런 자신을 보고 욱해서 오기로라도 백준열을 건드려 보라는 듯....

‘흥! 내가 속을 줄 알고?’

피식 입 꼬리를 올리며 앞쪽을 쳐다보던 김종훈은 입을 꾹 다문 채 백준열과 반대쪽 차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때 백준열은 자신에게 들러붙어 있는 드라코의 원혼과 얘기 중이었다. 그 결과....

-원혼 드라코 블룸이 승천하기 전 농구 경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딱 3게임만 농구를 할 수 있다면 드라코의 천부적인 슈팅 가드로서의 능력을 당신이 획득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받아드리겠습니까?[Y/N]

견신 시스템의 제안은 일반인인 백준열에게는 농구를 잘할 수 있게 된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농구라....’

현재 백준열의 신장으로는 제대로 된 농구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남자로서 농구를 잘하게 된다는 건 그만큼 메리트가 있는 얘기였다.

특히 미국에서 유학 할 때 누구보다 열심히 농구를 했었던 그였다. 그랬기에 원판 백준열의 농구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 그걸 무시할 수 없었던 준열은 흔쾌히 드라코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다.

‘뭐 3게임 정도야....’

무엇보다 드라코는 3게임에 대한 명확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 말은....

‘길거리 농구로 대체해도 된다는 거고....’

뉴욕에서 길거리 농구는 흔했다. 길거리 농구 대회도 있을 정도니까. 하루 날 잡아서 길거리에서 농구 3게임만 뛰어주면 될 일이었기에, 백준열은 이번 귀신의 원혼을 풀어주는 것도 쉽게 해결 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지이이잉!

그때 준열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준열은 즉시 핸드폰을 꺼내서 누구 전화인지 살피고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리암. 네. 네. 아아....뭐 어쩔 수 없죠. 그럼 그쪽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리암과 통화 후 준열이 옆에 자신의 수행 비서인 김종훈에게 말했다.

“목적지가 바뀌었어. 리암 쪽과 연락해서 그쪽으로 가.”

준열의 그 말에 김종훈이 즉시 리암의 경호팀장인 제이크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가 말해주는 주소지로 지금 이동 중인 목적지가 변경 되었다. 뉴욕에서 알아주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브룩클린의 한 주택가로 말이다.

* * *

준열이 정확히 누군지 알아내고 난 뒤 리암은 생각이 더 많아졌다. 근데....리암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젠장....누구야?”

자신의 생각을 방해한 전화에 리암이 성질을 내며 핸드폰을 살폈다.

“어? 안톤 형이네.”

하지만 리암의 화는 바로 죽었다. 왜냐하면 그에게 전화 한 상대가, 그가 함부로 화를 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안톤 록펠러!

바로 리암의 큰아버지로 지금 록펠러 가문의 장남이자 가장 유력한 차기 가주로 꼽히는 인물로, 60살을 갓 넘긴 그는 실질적으로 가문의 주요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가 차기 록펠러 가문의 가주가 되는 걸 미국 상류사회에서는 당연한 일로 여겼다.

뭐 하지만 아직 록펠러 가문의 가주는 누가 뭐래도 리암의 할아버지인 마이어 록펠러였고, 그는 여전히 정정했다. 불과 한 달 전에 20대의 한 할리우드 섹시 여배우와 스캔들이 날 정도로 말이다.

미녀를 좋아하는 피가 흘러서일까? 어떻게 된 게 록펠러 가문의 남자들은 다들 미녀를 너무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건 리암도 마찬가지였고. 그랬기에 쥬리를 자신의 수행비서로 삼아서 이렇게 출장 중에도 데리고 다닐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 쥬리가 지금 그의 곁에 없었다. 그랬기에 그 허전함을 아까부터 술로 달래고 있었고.

그 술기운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안톤 백부와 통화할 때 리암은 그 술이 확 깼다. 왜냐하면 오늘이....

“....네. 네. 네에? 이런....깜빡했다. 셀리나가 화나 있지는 않죠? 네. 휴우. 그건 다행이네요. 알았어요. 지금 뉴욕이니 바로 가보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큰아버지.”

안톤 백부의 차녀이자 리암과 가장 친한 사촌 셀리나 록펠러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며칠 전부터 셀리나의 생일은 그의 수행 비서인 쥬리가 챙기고 있었다. 한데 당장 그의 곁에 쥬리가 없다보니 리암이 그걸 스스로 챙기지 못한 것이다.

“제이크. 목적지 바꿔.”

“네?”

“셀리나 집으로 가자.”

리암은 바로 차를 돌리게 만들었다.

“아아. 맞다. 생일 선물.....”

그리고 리암이 사촌 셀리나에게 줄 생일 선물을 고민할 때 제이크가 말했다.

“부관장님. 일행인 준열에게 연락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제이크의 그 말에 리암이 움찔하더니 바로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준열에게 연락을 했다. 자신의 사촌 여동생의 생일인 걸 깜빡 했다고. 그래서 지금 사촌 여동생 생일 파티 장으로 가야하는데 준열도 같이 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다. 다행히 그의 제안을 준열이 받아드리면서 리암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하지만 아직 그의 손에는 사촌 여생의 생일날 줄 선물이 쥐어져 있지 않았다.

결국 리암은 조카 셀리나가 사는 브룩클린의 주택가의 한 꽃집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꽃을 한 다발 샀다. 그리곤 그녀 집, 그러니까 생일 파티 장을 찾아가서....

“미안하다. 셀리나.”

꽃다발 속에 선물 대신 자신의 아멕스 카드를 넣어서 셀리나에게 건넸다.

“어머머. 리암 오빠. 고마워요.”

이제 나이를 먹어 돈 쓰는 맛을 알게 된 아가씨 셀리나. 그녀는 다른 어떤 선물보다 리암이 준 카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옆에 계신 분은 누구?”

리암이 데리고 나타난 신비로운 검은 눈동자의 동양인 남자를 보는 셀리나의 눈빛이 어째 예사롭지가 않았다.

* * *

셀리나 록펠러.

현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의 장남인 브라운은 재작년에 췌장암으로 죽었다. 그래서 현재 마이어의 장남은 둘째 아들인 안톤이었고 그는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그 안톤의 두 딸 중에 차녀가 바로 셀리나였다.

셀리나는 록펠러 가문의 일원인 것만으로도 특별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큰아버지인 브라운이 죽고 나서 자신의 부친인 안톤이 차기 가주가 유력해지면서, 그녀의 지위는 확실히 더 높아졌다. 가문의 일원에서 차기 가주의 딸이 되었으니까. 그로인한 그녀의 경호는 더 심해졌고,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래도 딱히 문제가 될 일은 일으키지 않고 올해 명문 뉴욕대를 졸업한 그녀는, 현재 변호사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그 시험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일 년에 한 번 꼭 찾아오는 그녀의 생일이 되었고, 차기 록펠러 가문의 가주의 차녀로서 사교계를 챙기지 않을 수 없었던 그녀는, 자기가 현재 살고 있는 브룩클린의 집에서 간소하게 생일 파티를 열었다.

초저녁부터 가문의 일족들이 찾아와서 그녀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 떠났고, 그 뒤 그녀의 지인들이 몰려오면서 셀리나는 자신의 또래들과 제대로 된 파티를 즐겼다.

뭐 내일이면 다시 머리 싸매고 변호사 공부를 해야 하겠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최대한 즐길 생각이었다. 그 중에 당연히 멋진 남자와 섹스도 포함 될 것이고.

그런 그녀에게 가문의 일원 중 가장 늦게 찾아 온 리암 오빠가, 안 그래도 살 게 많은 그녀에게 아멕스 카드를 선물했다.

“고마워요. 쪽쪽!”

‘잘 됐다. 이걸로 그것들을 다 사면 되겠네.’

얼추 300만 달러 쯤 될 테지만 그 정도 긁었다고 화를 낼 리암 삼촌이 아니었다.

그때 리암 삼촌 옆에 잘 생긴 동양인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자연 그 남자에게 셀리나의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셀리나는 23살의 성욕에 굶주린 가임기 여성이었으니까. 물론 임신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호기심에 셀리나가 먼저 리암에게 동양인 젊은 남자가 누군지 물었고, 그제야 자신이 데리고 온 게스트를 신경 쓰면서 그녀에게 그 동양인 젊은 남자를 소개 시키는 리암.

“이쪽은 한국에서 온 엔터 쪽 사업가 준열 백이야.”

“안녕하세요. 준열이라고 불러 주세요.”

“네. 준열. 반가워요.”

셀리나는 운명을 믿었다. 그리고 눈앞의 잘 생긴 동양인 남자 준열과 손을 잡는 순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와 자신의 운명의 실타래가 엮이기 시작하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훼방꾼이 있었다. 그것도 바로 가까이에.

“준열. 저쪽으로 가서 뭐 좀 먹으면서....아까 하던 얘기를....”

바로 준열을 이 파티에 데리고 온 당사자. 리암 사촌오빠 말이다. 자신의 파티에 와서 무슨 비즈니스를 하려는 건지 몰라도 이건 예의가 아니지. 무엇보다 셀리나가 파티에 온 남자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 남자를 상대로 말이다. 그때 그녀 눈에 띤 게 바로 셀리나와 같이 올해 뉴욕대를 졸업한 헬렌이었다. 그녀는 화려한 금발에 물오른 미모를 자랑하며 이 파티장의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럴 만한 게 그녀는 바로 뉴욕대의 퀸이었으니까.

실제 뉴욕시에서 주최한 미인 대회에서 퀸의 자리에 오른 그녀였다.

“헬렌. 부탁 좀 하자.”

“뭐?”

“저기 남자 둘 보이지?”

“어. 아저씨와....잘 생긴 동양인 남자 말이지?”

역시 보는 눈을 같았다. 준열의 외모에 꽂힌 듯 보이는 헬렌에게 셀리나가 말했다.

“저 아저씨가 바로 내 사촌오빠 리암이야. 그리고 싱글이지.”

셀리나의 그 말에 동양인 남자에 꽂혀 있던 헬렌의 시선이 그 즉시 옆에 아저씨 쪽으로 옮겨갔다. 그런 그녀에게 그럴 줄 알았다며 셀리나가 싱긋 웃으며 하던 말을 마저 이어서 했다.

“바로 네가 찾고 있는 돈 많은 남자 중 한 명이지.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니까 명줄도 그리 길 거 같지는 않고.”

셀리나의 말에 헬렌의 입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리암에게 여전히 꽂혀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셀리나는 굳이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헬렌이 알아서 움직일 테니 말이다.

‘자아. 헬렌. 어서 가서 리암 오빠를 물어.’

셀리나는 풀어 놓은 사냥개 헬렌. 그녀는 뉴욕의 퀸이 된 후 공공연히 말해왔다.

자신은 부자와 결혼할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부자가 가급적이면 나이가 좀 많고 명줄이 짧은 편이 좋겠다고.

그러니까 빨리 죽을 부자와 결혼해서 그 부자가 죽고 나면, 그 재산으로 평생 호의호식하며 남은 여생을 최대한 즐기며 살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황당한 말을 누구하나 면박주지 않았다. 아니 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정도는 해도 될 정도로 헬렌은 아름다웠으니까.

그런 뉴욕의 퀸이 움직였고 미녀라면 환장하는 록펠러 가문의 남자 중 한 명인 리암은 그런 헬렌의 도발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됐다.”

헬렌이 성공적으로 동양인 젊은 남자 곁에서 리암 삼촌을 떼어내서 은밀한 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셀리나. 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혼자 남아 있는 동양인 젊은 남자 준열에게로 곧장 직진했다.

* * *

리암이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해서 가긴 하지만 사실 나는 고기가 당기지 않았다. 그보다는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챙겨 온 엄마 손맛의 그 반찬들이 더 먹고 싶었다.

“즉석밥 데워서....”

밥에 그 반찬들과 같이 먹을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거기다 뜨끈한 라면 국물까지....그렇게 머릿속으로 행복 회로를 열심히 돌리고 있는 내게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김종훈이 말했다.

“대표님. 저기....리암이 꽃을 사고 있네요.”

주택가의 도로를 차로 이동 중 김종훈이 가리킨 교차로 옆에 한 꽃가게에 진짜 리암이 화려한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이내 그 꽃다발을 들고 대기 중인 차에 탔고 그 차는 2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한 주택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주택이 리암이 아까 내게 말한 그의 사촌 여동생이 사는 집이었고, 문제의 그 생일 파티 장이었다. 그러니까 내게 있어서 저기가 목적지로 차에서 내릴 곳이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