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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38화 (73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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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뭐 어째든 튜팍은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며, 힙합 그 자체로 평가받는 인물이자, 동시에 90년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으로, 힙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그의 비기와 함께 이름정도는 한 번쯤 들어 봤을 정도로, 파급력과 영향이 어마 무시한 아티스트였다.

그런 그가 어째서 한낱 비루한 화장실 잡귀가 되었는지 나로서도 좀 궁금해지기는 했다.

백준열의 지식에 따르면 튜팍은 죽은 지 이미 15년이나 지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도대체 무슨 원한 때문에 아직 승천도 못하고 잡귀로 남아 있는지 그게 알고 싶어 진 나는, 그와 진중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랬더니 그 결과....

-원혼 튜팍 에이커가 승천하기 전 꼭 사과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 대상은 바로 그의 전 연인 휘트니휴스턴. 그녀에게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한 건 그녀뿐이었음을 꼭 말해주고 싶답니다. 그렇게 해준다면 튜퍅 에이커의 천재적인 래퍼 실력을 당신은 획득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받아드리겠습니까?[Y/N]

‘허얼....튜팍의 랩 실력을....내가 가질 수 있다고?’

튜팍이 누구던가? 전미 매체에서 랩에 대한 토픽으로 캐릭터를 창작할 때 그들의 이미지를 벤치마킹하여 제작하기도 할 정도고,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사와 그만의 철학, 또 그 가치관을 제외하더라도 힙합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의 튜팍 만큼 영향력과 파급력과 인기를 대체할 아티스트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랩 실력을 내가 가진다는 건....

‘이건 못 먹어도 무조건 고go 해야지.’

나는 바로 예스를 외쳤다. 속으로. 그러자....

[동양인. 내 부탁을 들어 줘서 고마워.]

그 말을 내게 남기고 내게 들러붙어 있던 화장질 잡귀, 튜팍이 순간 사라졌다. 원혼이 사라지자 나를 짓누르고 있던 사이한 기운도 싹 사라졌다.

“휴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는데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차문이 열렸다.

차에서 내린 나는 곧장 농구장이 있는 대형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리암을 만났고 VIP석에 앉아서 농구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나저나 휘트니휴스턴을 어떻게 만나지?”

튜팍의 부탁은 사실 들어주기 쉬운 편에 속했다. 그가 지정한 상대를 만나서 그의 얘기를 전해주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 상대가 문제였다. 지금은 그 인기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팝의 여왕으로 추앙 받고 있는 휘트니휴스턴이었다. 일반인이 그녀를 만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휘트니휴스턴?”

그때였다. 화장실 갔던 리암이 돌아왔는데, 그가 내가 혼자 중얼거린 소리를 아무래도 들은 모양이었다.

내 옆에 비어 있는 자리에 그가 앉았고, 나는 그런 그에게 내가 뱉은 말에 대해 나름의 변명의 말을 늘어놨다.

“아아. 그게....사실은 내가 휘트니휴스턴의 골수팬이어서....”

“으음. 그랬어? 가만....그러고 보니 오늘 워커 힐에 그녀의 디너쇼가 있다고 들은 거 같은데....”

그 말을 하면서 리암이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잠깐 통화 후 전화를 끊으며 내게 말했다.

“이거야 원....너 정말 운이 좋은 거 같다.”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내가 리암을 쳐다보자 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휘트니휴스턴이 오늘 워커 힐에서 저녁 공연이 취소되면서....농구 보러 여기 왔다네?”

“네에?”

리암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운이 좋다는 말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특별히 여기로 그녀를 불렀어. 너한테 소개시켜 주려고.”

나는 주위에 보는 눈만 없었어도 리암에게 달려들어서 그의 볼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난리가 나겠지. 당장 리암만 해도 나를 게이로 의심할 테고.

“정말....고마워요. 리암.”

“뭘....우리 사이에. 아아. 마침 저기 오네.”

그리고 거짓말처럼 늘씬한 자태에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하얀 이를 선명히 드러내고는 검은 요정이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서 리암과 내 경호팀원들이 길을 열어주었고, 휘트니는 리암 쪽으로 곧장 다가가서 그와 가볍게 포옹을 했다. 딱 봐도 둘 사이는 친분이 있어 보였다.

“휘트니. 반가워.”

“저도요. 이게 얼마만이죠?”

“2년? 추수감사절 때 애리조나에서 만난 거 같은데?”

“피닉스파크 공연장에서 말이죠?”

“어어. 그때 진짜 대단했지.”

그렇게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그 뒤 자연스럽게 리암이 휘트니에게 나를 소개 시켰다.

“여기는 한국에서 온 엔터테인먼트 대표 준열 백. 당신의 열렬 팬이라더군.”

“안녕하세요. 휘트니.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거짓말 아니고 내가 팝의 여왕을 이렇게 가까이서, 그것도 그녀와 악수까지 나눌 수 있다니....정말 영광이었다. 휘트니휴스턴은 내가 내민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엔터 대표라니 저와 아주 무관한 분은 아니시군요. 그런 분이 제 팬이라니. 제가 영광이에요.”

말하는 것만 봐도 나는 알 거 같았다. 휘트니휴스턴은 인성이 좋은 사람이란 걸 말이다. 하긴 그러니 튜팍 같은 똘아이 래퍼가 그녀를 사랑한 거겠지만.

“자아. 앉아서 얘기하지. 여기 마실 것 좀....”

리암의 중재로 우리는 VIP석에 앉아서 샴페인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비행기에서도 그렇고 리암은 술을 꽤 많이 마시는 거 같았다. 실제 휘트니와 나는 한 잔 받아놓고 그걸 찔끔찔끔 마시고 있는데 비해, 리암은 벌써 세 잔째 마시고 또 잔에 샴페인을 따르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샴페인 한 병을 다 마셨고....

“여기 샴페인 한 병 더 가지고 와.”

기어코 샴페인 한 병을 더 시키는 리암. 아직 농구 경기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 * *

식전 행사가 있고 주심이 휘슬과 동시에 농구공을 위로 던져 올렸다. 그 공을 따 내기 위해 코트 위에 선수들이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공은 홈팀인 뉴욕 닉스가 소유하게 되었다.

그렇게 1쿼터 경기가 시작되었고....

“농구 좋아하세요?”

나는 리암이 비워 준 내 옆자리에 앉은 휘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휘트니가 시선을 코트 위 선수들에게서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러니까 이렇게 여기 와 있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귀찮음이 살짝 묻어나왔다. 즉 경기 관람 중인데 거기 더 집중할 수 있게 말 걸지 말라는....

때문에 나도 더는 그녀에게 말 붙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입을 다물고 나도 농구 경기를 관람했다. 보통 농구는 10분씩 4쿼터로 진행하는데, NBA는 12분씩 4쿼터로 진행한다. 그리고 그 12분은 금방 지나갔다.

“나 화장실 좀....”

그리고 경기 시작 전부터 샴페인을 퍼 마신 리암은 쿼터 당 주어지는 2분의 휴식 시간 때 다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 그를 보고 휘트니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농구장에 올 때면 일부러 한 시간 전부터 물 한모금 마시지 않아요. 농구장의 화장실은 여자에게 좀 많이 번잡하거든요.”

그러며 그녀는 리암에 따라 준 그녀의 샴페인 잔을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그 옆에 따지 않은 생수통도.

그 샴페인 잔에는 샴페인이 그녀가 받았을 때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반쯤 샴페인을 마신 상태였고.

그때 불현 듯 생각이 났다. 그녀와 튜팍이 그녀 생일날 같이 마신 샴페인이 말이다. 그리고 그날 밤에 뜨거웠던 그 순간들이....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 그러니까 내가 휘트니를 만나서 그의 얘기를 전하려면 그에 대한 어느 정도 진정성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안 그러면 내 말을 휘트니가 믿어 줄 리 없을 테니까.

해서 나는 원혼 튜팍에게서 휘트니와 그의 추억의 편린을 좀 전달 받았다. 그 추억 중 하나가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고.

“12년 전....이곳 뉴욕 세인트 레지스 호텔....당신 생일 날 터트린 샴페인 마개가 천장이 부딪쳤다가 당신 머리에 맞았죠.”

내 그 말에 팝의 여왕답게 주위 시선을 의식해서 웃음 띤 얼굴의 포커페이스를 쭉 유지하고 있던 휘트니휴스턴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 그걸 당신이 어떻게....”

그리곤 당황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혹시 무당을 아십니까?”

“무우다앙?”

그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며 두 눈을 크게 부릅뜬 휘트니휴스턴에게, 나는 미리 생각해 둔 바를 말했다. 그러자....

“그러니까 당신이 한국의 주술사란 얘기로군요?”

모로 가던 서울로만 가면 되고, 거지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으면 됐다. 휘트니휴스턴이 지금 딱 그랬다. 마치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은 거처럼....

‘가만....그러고 보니....’

최근 미국사회에서 무속신앙이 점점 유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외 토픽에서 본 거 같았다.

‘후두라고 했던가?’

아프리카 부족과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전통 신앙과 주술에서 유래한 ‘후두’라는 무속신앙은 한때 미국의 대표적인 미신으로 여겨졌었다.

그게 요즘 다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것이다. 주문을 외우고 영물을 사용하면 에너지와 힘을 얻을뿐더러 적을 곤경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는, 이 후두는 전문 쇼핑몰까지 만들었고 거기에 등록 된 고객 수만 2만3000명에 이를 정도라고 했다. 그 쇼핑몰에서 각종 부적과 양초, 기도용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었다.

나는 굳이 휘트니에게 당신이 그 후두를 믿는 사람 중 한 명인지 묻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녀가 그런 영적인 믿음을 신봉한다는 거지. 그 말은 곧....

‘귀신을 믿는다는 얘기고....’

이러면 얘기하기 쉬웠다. 나는 사실대로 휘트니에게 얘기했다. 튜팍이 그녀에게 전해달라는 말을 그대로 그녀에게 전한 것이다. 그러자....

“튜팍이....그랬군요.”

휘트니의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갑자기 침울해지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안 그래도 큰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걸 보고 나도 알 수 있었다. 튜팍 만큼이나 그 당시 휘트니도 그를 사랑했었다는 걸 말이다. 그때였다.

-원혼 튜팍 에이커의 의뢰를 완수하시면서, 그의 재능인 ‘천재 래퍼’를 획득하셨습니다.

-원귀 튜팍 에이커의 염원이 풀리며 원귀의 한이 전부 사라집니다. 원귀 튜팍 에이커가 일반 영혼이 되어 곧 승천을 할 예정입니다.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리고 그 다음 내 옆에 튜팍 에이커의 원혼이 나타났다. 그리고 날 보고 말했다.

-동양인. 정말 빠르군. 내가 부탁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이렇게 해결해 주다니 말이다. 진짜 고마워. 이제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겠네.

딱 봐도 원혼이 다 풀린 튜팍이 당장이라도 승천할 거 같아 보였다. 그런데....

“지금 그가 여기 있나요?”

갑자기 우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휘트니가 물어왔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어디 있죠?”

나는 내 옆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그녀가 내 옆에 텅 빈 공간을 쳐다보며 말했다.

“튜팍. 나도 당신이 그리워요. 당신이 그렇게 가지 않았더라도....”

휘트니는 튜팍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나도 가슴이 좀 먹먹해졌다. 만약 튜팍이 살아 있었다면 둘의 사랑은 분명 결실을 맺었을 거 같아서 말이다. 내가 알기로 휘트니의 현재 결혼 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으니까.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더 가는 건 아니지.’

여기서 내가 두 사람 사이에 더 감정 이입하는 건 분명 오버였다. 그 사이 휘트니가 튜팍에게 할 말을 다 한 거 같았다. 그리고....

[이봐. 동양인. 마지막으로....휘트니에게....전해 줘.]

튜팍은 자신이 남은 유언처럼 짧게 승천 전 자신의 메시지를 휘트니에게 전했다.

“휘트니. 튜팍이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해 줄 말이 있다고....그게....Love You....랍니다.”

내 말에 울고 있던 휘트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큭큭큭....과연....튜팍 답네요.”

그 말 후 휘트니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2쿼터가 시작 된 상태지만 그녀는 농구경기가 한창 펼쳐지고 있는 코트 쪽은 보지도 않고, 화장 좀 고쳐야겠다며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뒤 화장실 갔던 리암이 돌아왔고, 그는 비어 있는 휘트니의 자리를 보고 내게 물었다.

“휘트니는?”

“화장 고치러 화장실 간다던데요.”

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자리에 앉은 리암. 그는 남은 샴페인을 마시며 느긋하게 농구경기를 직관했다. 그리고 2쿼터 경기가 끝나갈 무렵 돌아온 휘트니가 자리에 앉기 전 나에게 말했다.

“준열. 고마워요. 튜팍을 기억할 수 있게 해줘서....그리고 저 ‘후두’ 안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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