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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36화 (73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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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고로 내가 지금 리암의 뉴욕시티 FC에 투자를 한다는 건, 쏠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였다. 3년 동안 투자해서 손해 만 볼 사업이었으니까.

단지 EPL의 최강팀 맨체스터 시티 FC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걸 내가 3년 앞당긴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내가 그 일 때문에 영국으로 날아가는....그런 번거로운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EPL에 투자를 하지....’

미국의 사커와 달리 영국의 축구는 10년 뒤에도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사실을 대 놓고 리암 앞에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사커라....저도 축구는 좋아합니다만....뉴욕시티 FC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군요.”

한마디로 네가 말한 그 뉴욕시티 FC라는 매물에 대해 내가 관심이 있다는 걸 살짝 리암에게 내비친 것이다. 안 그래도 그 뉴욕시티 FC에 대해 내게 열심히 설명 중이었던 리암. 내 그 말에 자신의 설득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한 듯 살짝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직접 날아가서 한번 살펴보는 게 어떤가? 왜 10번 말하는 거 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도 있으니 말이야.”

“그 말은 지금 저보고 뉴욕에 같이 가자는 말입니까?”

“그래. 왜? 다른 일정이라도 있는 건가?”

“아뇨. 별 다른 일정은 없습니다. 저도 내일쯤 뉴욕이나 LA에 갈 생각이었긴 한데....”

“잘 됐군. 그럼 지금 당장 나와 같이 뉴욕에 가세.”

“지금 말입니까?”

리암의 성격이 상당히 급하다는 건 나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몰랐다. 설마 여기서 뉴욕까지 차로 가겠다는 건 아닐 테고.

미국 땅이 넓은 거야 미국인인 리암이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그렇다면....

“혹시 전용기가 있습니까?”

리암이 록펠러 가문의 일원이란 걸 나는 잊지 않고 있었다.

“당연하지. 지금 전화하면 한 시간 뒤에 여길 뜰 수 있을 거야. 뉴욕 시티FC의 경기는 오늘 볼 수 없지만 거기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는 같이 할 수 있어. 아무래도 내 설명보다는 그들과 얘기해 보는 게 자네에게도 유익할 거 같고.”

그러니까 리암은 지금 나로 하여금 뉴욕 시티FC에 투자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려고, 그곳 관계자들과 미팅을 직접 주선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매물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 건 내 마음이란 거지.’

그리고 나는 리암과 그의 사업보다는 그의 배경, 즉 록펠러 가문과 연을 맺는 게 더 우선이었다. 그걸 얻는데 있어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노선으로 갈아 탈 수 있었고, 그걸 얻게 되면 딱히 리암에게 연연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미국에 투자하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지 손해 보기 위해서는 아니니까.’

차라리 그 돈을 어려운 곳에 기부해서 내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어차피 실패할 사업에 투자하느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뉴욕 시티 FC에 투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오늘 저녁에 그곳 관계자들은 만나야 할 거 같았다. 왜냐하면 나한테는 아직 리암이 필요했으니까.

“그럼 가시죠.”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에게 이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었고 리암이 그걸 모를리 없었다.

“좋아. 옷 갈아입고 30분 뒤에 호텔 로비에서 보도록 하지.”

그 말 후 리암이 먼저 식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자신의 연인 쥬리를 챙겨서 내 로열 스위트 룸을 나섰고, 바로 옆에 또 이곳 호텔의 다른 그의 로열 스위트 룸으로 들어갔다. 그때 내 연인이었던 알리샤가 회사 출근을 위해서 내 방을 나서며 말했다.

“나도 널 따라 뉴욕에 가고 싶긴 한데....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알리샤에 대해 나는 크게 미련 같은 건 없었다. 딱 원 나잇 상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주말에 뉴욕에 갈 테니 그때 봐.”

하지만 알리샤의 생각은 나와 다른 거 같았다. 뭐 그거야 주말이 되어 보면 알 일이고.

“네. 그러죠.”

사람 일은, 특히 남녀 사이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알리샤를 문밖까지 배웅하고 나서 나는 컬럼비아를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 * *

내 짐만 챙기면 됐기에 내가 먼저 호텔 로비로 나왔다. 그때 내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김종훈이 달려왔다.

“헉헉....갑자기 뉴욕이라니요? 비행기 예약도 하지 않고....”

리암 일행과 같이 있는 동안 나는 내 수행비서 김종훈에게 자유 시간을 주었다. 그랬더니 아침부터 컬럼비아 관광이라도 나갔던지, 내 전화를 받고 어이없어하던 그가 호텔로 급히 돌아와서는 내게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었다.

“일단 숨부터 골라. 아아. 저기 오네.”

내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김종훈도 나를 따라 고개를 돌리다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검은 정장 남자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바로 내가 이곳 컬럼비아에서 고용한 보안 회사 쪽 사람들, 즉 경호 인력들이었으니까.

일단 나를 지켜 줄 보디가드들은 있어야 하겠기에 내가 커트에게 연락해서 최소 인원만 데리고 로비로 와 달라고 했더니 그가 달랑 보디가드 두 명을 데리고 온 것이다.

안 그래도 커트와 여기 보디가드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김종훈. 그가 내 앞으로 나서며 커트에게 물었다.

“다른 보디 가드들은요?”

그리곤 주위를 살폈다. 마치 주변에 다른 보디가드들이 배치되어 있겠지 하면서.

“네?”

커트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를 쳐다봤고 그런 그에게 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 뉴욕에 갈 건데 두 명으로는 부족 할 거 같군요.”

내 말뜻을 바로 알아들은 커트가 즉시 내게 사과를 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최소인원이라고 하시기에....근처에 있으니 더 부르겠습니다.”

커트가 다른 보디가드들을 부를 동안 김종훈이 자기 방으로 올라가서 짐을 챙겨 로비로 내려왔고 그 사이 내가 기다리고 있던 사람, 리암이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좀 늦었지? 미안.”

그런데 리암의 곁에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 쥬리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쥬리에 대해 물으려다가 리암의 굳은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딱 봐도 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듯 했다.

“가자고.”

그렇게 리암이 서둘러 호텔을 나섰고 나는 그런 그의 뒤를 따라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공항에서 리암의 전용기에 바로 탑승했다.

전용기가 왜 편한지 타기도 전에 알 거 같았다. 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비행기에 탔다. 아무런 수속 같은 거 없이 말이다.

“한 잔 하지.”

그리고 비행기에서 리암과 그가 좋아하는 삼페인을 마시는 사이 비행기는 이륙해서 뉴욕으로 날아갔다.

* * *

리암에게 굳이 쥬리에 대해 묻지 않아도 그가 알아서 내게 얘기를 했다. 샴페인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리암에 길게 한숨을 내 쉬며 그녀와 싸운 것에 대해 내게 털어 놨으니까.

“하아아....여자는 도저히 모르겠어. 내가 뭘 잘못 했다고. 준열. 너는 알아?”

“뭘요?”

“여자의 마음을 말이야.”

“글쎄요.”

“기가 차서. 내가 자기 마음을 너무 몰라준다네. 아니. 말을 안 하면 내가 그 마음을 어떻게 알아?”

답답하다는 듯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까지 쳐가며 연신 샴페인을 마셔대는 리암. 그런 그를 보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리암 몰래.

‘성공했군.’

보아하니 쥬리가 작심하고 리암에게 헤어지자고 한 모양이었다. 당연히 리암은 그 이별을 받아드릴 수 없었고. 그래서 그녀를 두고 이렇게 혼자 나와 같이 뉴욕 행 전용기에 몸을 실은 걸 테고 말이다.

사랑은 사랑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 하지만 이런 그의 모습이 쥬리로 하여금 그와 이별을 더욱 확고하게 결정 짓게 만들고 있음을 리암은 전혀 모르는 거 같았다.

‘이 양반아. 일보다는 사랑이 우선이어야지.’

쥬리 같은 감성의 여자에게는 수시로 확신을 줄 필요가 있었다. 세상에 너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네가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리암은 그런 쥬리의 감성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는....

‘....이별이지.’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 따윈 없다. 그걸 알기에 내 눈앞의 리암이 벌써 두 병째 샴페인을 마시고 있는 거고.

“아아. 내가 깜빡했네. 오늘 저녁에 뉴욕 시티 FC 관계자들과 만나기로 한 거 말인데. 거기 주요관계자들이 협회 워크숍 참석으로 인해 지금 마이에미에 가 있다지 뭔가? 해서 그들과 약속을 하루 미뤘네. 내일 저녁으로. 괜찮지?”

“네?”

당연히 안 괜찮지. 그럴 거면 내가 이렇게 급하게 컬럼비아를 떠나지 않아도 됐었다는 얘기지 않은가? 욱하니 성질이 났지만 나는 그걸 겉으로 전혀 티 내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화를 내거나 불만을 표출한다고 해서 내게 득 될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때 술에 취한 듯 리암이 주절거렸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특별히 뉴욕 닉스의 경기를 관람하기로 했네.”

“네에?”

이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란 말인가?

“아아.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나 NBA팀도 하나 가지고 있어. 그게 뉴욕 닉스고.”

그러니까 리암의 말은 지금 나보고 뉴욕에 가서 미국프로농구(NBA-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를 같이 직관 하자는 얘기였다. 그때 리암이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하아아....뉴욕 닉스는 올 초까지 잘 나갔어. 한데 드라코가 죽어버리면서....지금은 완전 죽 쑤고 있지. 젠장....사커도 그렇고....나와 스포츠 사업은 영 맞지 않는 거 같아.”

그 말 후 다시 잔에 채워진 샴페인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리암. 그가 이내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전용기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경호 팀장이라며 자신을 제이크로 불러달라고 말한 중년의 정장남이 내게 말했다.

“미스터 백. 리암이 너무 취해 잠이 들었습니다. 자기 전에 저보고 미스터 백이 불편한 거 없게 편의를 봐 주라고 했으니 뭐든 불편한 점이 있으면 제게 말해 주십시오.”

제이크는 딴에는 정중하게 내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몸에서 은은히 뿜어져 나오고 있는 기운이 말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백인우월주의자라고. 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이다. 나로서는 리암이 왜 이런 자를 곁에 두고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뭐 내가 그의 경호원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니까.

“그러죠.”

그냥 더러우니까 나도 제이크와 더 이상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필요한 게 있어도 일부러 그를 찾지 않았다. 여기 전용기 안에 그 불편함을 해소시켜 줄 사람은 그 말고도 많이 있었으니까.

* * *

리암의 뉴욕 닉스에 대해 듣고 나서 나는 인터넷으로 뉴욕 닉스에 대해 살펴봤다. 그러며 알게 되었다. 올해 초 케니, 드라코, 데릭. 이 뉴욕의 3인방이 차세대 NBA를 이끌고 나갈, 그리고 NBA에서 전도유망한 선수들이었음을 말이다.

한데 그 중에 뉴욕 닉스의 드라코가 그만 교통사고로 덜컥 죽고 말았다. 그로인해 뉴욕 닉스의 성적이 급 하락해서 지금은 밑바닥을 빡빡 기고 있었고.

“오늘 저녁에 뉴욕 닉스가 홈구장 매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브루클린을 불러 들여서 경기를 치르는 군.”

현재 뉴욕닉스는 리그 꼴찌였다. 브루클린은 바로 그 위였고. 둘의 승차는 단 1승.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 두 팀의 매치는 누가 리그 꼴지 인지를 정하는 나름 빅 매치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지켜봐야 하는 구단장의 심정은 어떨까?

“쯧쯧. 리암이 술을 마실 만도 하군.”

내가 리암이라도 답답해서 술을 마셨었을 거 같았다.

“그나저나 NBA의 경기 일정이 빡빡하기로 유명하다더니 그 말이 맞군.”

당장 정규 시즌만 25주간 82경기를 치르는 NBA 였다. 그러니까 평균적으로 1주일에 4경기 꼴로 경기를 치르며 백투백(2일 연속 경기) 일정도 간간히 있었다.

“허얼....크리스마스에도 무조건 경기가 있다니....”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명절이다. 그런 날 경기를 해야 한다니 NBA의 경기 일정이 얼마나 팍팍한지 능히 짐작이 갔다. 미국에서 농구 스타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만 이런 사정을 알고 나니 딱히 부럽지 않았다.

“역시....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게....최고지.”

나는 이따가 저녁에 뉴욕에서 직관할 NBA 경기에 대한 기대감에 기분이 한껏 UP이 됐다. 그런 나를 보고 김종훈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농구장 같이 사람 많은 곳에서 경호는 쉽지 않은데....”

그러며 나를 경호하기 위해서 이 비행기에 같이 탑승한 커트와 7명의 경호원들에 대한 우려 심을 대 놓고 표출했다. 그러자 생각이 났다.

“아아. 맞다.”

나는 서둘러 비행기의 전화기로 지금쯤 뉴욕 공항에 도착했을 문대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문대식이 다행히 내 전화를 받았다.

“뉴욕이야?”

-네. 지금 막 컬럼비아로 가려고 대기 중입니다.

다행히 문대식과 그의 부하들이 컬럼비아행 비행기에 탑승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올 필요 없어. 그냥 거기 있어.”

-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문대식에게 나는 지금 내가 뉴욕으로 가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자 문대식이 좋아하며 말했다.

-그럼 저희는 숙소를 잡고 거기 가서 쉬고 있겠습니다.

문대식의 그 말을 내 옆에서 듣고서 김종훈이 피식 거리며 말했다.

“어디서 개수작을....30분 뒤에 뉴욕 공항에 도착할 텐데. 쉬기는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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