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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35화 (73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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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막말로 내가 「개다리」아이템을 사용해서 현해탄을 건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태평양을 건널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해서 내가 살짝 실망하고 있을 때였다.

“음냐냐냐....”

갑자기 소파 위의 알리샤가 몸을 옆으로 돌렸다. 소파가 넓다고 하나 사람이 몸을 한 바퀴 구를 정도로 넓지는 않았다. 해서 소파로 떨어질 게 확실해 보이는 그녀를, 나는 재빨리 움직여서 일단 그녀가 소파 아래로 떨어지는 것부터 막았다.

“읏차!”

그 다음 그녀를 번쩍 안아들고는 그녀 방으로 향했다. 내 방은 조용한 게 리암과 쥬리가 이미 깊게 잠들어 있었다. 해서 나는 당연하다는 듯 알리샤의 방으로 향했고 먼저 안고 있던 알리샤를 침대 한쪽에 눕혔다. 그리고 그녀 몸에 이불을 덮어주자 그녀가 알아서 그 이불을 말면서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리곤 살짝 입 꼬리를 올리며 깊게 잠들었다.

딱 봐도 지금 모습이 알리샤가 가장 선호하는 잠 잘 때의 가장 편안한 자세인 거 같았다.

뭐 어째든 알리샤가 완전 숙면에 들어간 걸 확인하고 나서, 나는 곧장 욕실로 가서 몸을 씻었다.

쏴아아아!

내 몸에 묻은 것들을 전부 씻어 낸 다음, 나는 곧장 침대로 돌아가서 알리샤 옆에 누웠다.

시간을 확인하니 딱 6시였다.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고 피곤했던 터라 밀려드는 수마에 별 저항 없이 그대로 잠식당했다.

“....으으으....”

그리고 밝은 빛에 정신을 차리고 이내 눈을 떴다. 뭐 해가 뜨고 나서 잠이 들었지만 그때에 비해 지금은 날이 환하게 밝은 상태였다. 옆을 돌아보니 알리샤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잘 자고 있었다.

아마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자 이불로 가리고 저렇게 쿨쿨 잘 자는 거 같았다. 하지만 나와 달리 알리샤는 직장인이었다. 근데 오늘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나는 일단 몸을 일으켜서 방의 창가 커튼을 쳤다. 암막 커튼이 아닌 탓에 커튼을 쳤음에도 방 안은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의 밝기를 유지했다. 뭐 그래도 눈부시게 환한 거 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봐요. 알리샤. 출근 안 해도 돼요?”

나는 혹시 몰라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자고 있는 알리샤를 흔들어 깨우며 그렇게 형식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이불 속 알리샤가 말했다.

“괜찮아. 반차 냈으니까.”

그리곤 계속 자는 그녀를 두고 내가 방밖으로 나갔을 때였다.

“어이. 준열. 일어났어?”

리암이 해맑은 얼굴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가 지금쯤이면 깨어서 쥬리와 같이 자기 방으로 돌아갔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룸서비스로 갈아입을 옷을 여기로 시켰고, 그 시킨 옷으로 막 갈아입은 듯 보였다.

“쥬리는?”

내가 그의 연인을 챙기자 리암이 고개짓으로 내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그런데 그 옷 차림이 러닝복이었고 신고 있는 신발 역시 러닝화였다.

‘아아. 맞다. 아침에 같이 뛰기로 했었지.’

내가 막 그 생각을 할 때 리암이 말했다.

“혹시 몰라 준열, 네 것도 준비 해뒀는데....”

그러며 리암이 가리킨 장식용 협탁 위로 내가 입고 신을 러닝복과 러닝화가 가리런히 놓여 있었다.

* * *

미인은 잠꾸러기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리암과 내가 한 시간 가량 뛰고 다시 호텔 방으로 돌아왔을 때까지 두 여자들은 계속 자고 있었다.

한 시간을 뛰었으니 땀투성일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각자 방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물론 그때까지도 두 여자는 자고 있었다. 그때 먼저 씻고 거실용 공간의 소파에 나와 있는 나를 향해 리암이 말했다.

“준열. 체력이 정말 좋더군.”

리암이 나를 칭찬하면서 내 옆에 앉았다. 그런 그에게서 나와 같은 샴푸향이 났고 그를 돌아보고서 나도 그를 칭찬했다.

“리암도 잘 뛰던데요?”

리암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6Km나 되는, 좀 전에 달린 러닝 코스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그것도 일정 속도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사실 나는 간밤에 새로 생긴 내 능력인 「개다리」아이템이 아니었다면, 아마 리암과 같이 뛰지도 못했을 터였다.

그 정도로 리암은 거의 마라토너 정도의 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내 칭찬은 진심이었다.

“뭘, 준열에 비하면 이야....”

이 양반 어제부터 사사건건 나와 자신을 비교하고 있었다. 리암이 승부욕이 강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게 좀 병적인 거 같았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원하는 바를 얻어 내지 못한 터라 나는 일단 참았다. 대신....

“10년 뒤에 저는 아마 리암 만큼 뒤지 못할 겁니다.”

리암이 나보다 10살이나 나이가 더 많다는 걸 돌려서 까 주었다. 비교할 걸 해야지.

자기보다 10살이나 어린 남자보다 자신이 좀 못 뛰었다고 그걸 질투를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크음....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까지 자는 거야?”

내 말뜻을 알아들은 리암이 괜히 무안한지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연인인 쥬리가 자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하긴 지금 시간이 벌써 정오를 넘겼다. 직장인들에게는 점심시간이란 얘기. 한데도 두 여자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가만....”

그러고보니 알리샤가 아까 반차를 냈다고 하지 않았던가? 반차란 오전, 오후 중 주어지는 휴가를 말하는 거고. 알리샤는 오늘 오전에 휴가를....

“이런....”

나도 벌떡 몸을 일으켜서 알리샤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알리샤. 일어나요. 지금 12시가 넘었어요.”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번데기처럼 그 안에서 자고 있던 알리샤를 흔들어 깨우며 내가 말하자....

“....정확히 몇 신데?”

“12시 20분요.”

“뭐?”

내 대답에 화들짝 놀란 알리샤가 자기 몸에서 이불을 걷어내고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비틀거리며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당연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 상태로....

* * *

알리샤가 씻는 동안 나는 룸서비스로 그녀가 입을 속옷이며 겉옷을 주문했다. 그동안 보아온 그녀의 옷 취향에 걸맞게....

“센스 있네.”

씻고 나온 알리샤는 내가 주문한 옷들이 마음에 든 듯 점심을 먹으면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내 예상대로 알리샤는 1시까지 회사에 들어가 봐야 했다. 다행히 이곳 호텔에서 그녀 회사까지는 택시로 10분 거리. 그 택시야 내려가면 호텔 입구 앞에 늘어서 있었으니 그 중 아무거나 타고 회사로 가면 됐다.

“흥....”

그런 알리샤를 좀 전에 막 일어난 쥬리가 부러운 듯 쳐다보며 연신 누군가에게 눈치를 줬다. 한데 쥬리의 연인인 리암은 그것도 모르고 점심 식사에 열중이었다. 쥬리는 그런 리암을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그걸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쥬리에게 「개끗발」스킬을 사용했다. 이제 곧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개끗발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고....

‘리암에게 이별을 통보하게 될 테지.’

그럼 그때 내가 쥬리에게 연락해서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어 버리면 될 일이었다.

물론 그게 당장 이뤄질 건 아니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서 벌어질 일일 수도 있었고.

모든 건 쥬리의 이별 통보에 리암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에 따라 그 시간은 더 길어질 수도, 아니면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결정이 나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야 여기, 미국에서 결정이 나면 좋겠지만....’

그럼 쥬리와 같이 한국으로 갈 수 있을 테니까. 근데 오늘 리암과 같이 뛰면서 그와 제법 진솔하게 얘기를 나눴는데, 리암은 쥬리를 비서 이상의 감정으로 만나고 있었다.

그걸로 미뤄 쥬리를 내 여자로 만드는 데는....내 생각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뭐 그게 급한 건 아니니까.’

내 주위에 내 여자는 어차피 많았다. 쥬리를 얻는 데 몇 달 쯤 걸리는 건 내게 있어 그리 급한 일도 아니었다. 그보다 지금은 어떻게 리암을 이용해서 록펠러 가문과 연을 맺을 것인가. 그걸 생각할 때였다. 그리고 그 해답은....

“준열. 스포츠 분야 쪽으로도 관심이 있다고 했었지?”

식사 중 리암이 내게 불쑥 물어왔다.

“네. 관심은 있는데....아직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서....”

아까 리암과 뛸 때 그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서 요즘 그가 고전중인 사업, 즉 스포츠 투자 사업에 내가 관심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아무래도 그 미끼를 리암이 문 거 같았다.

“축구에 투자하는 건 어때?”

리암의 축구란 말에 내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럴 게 미국인인 리암이 말하는 축구란 미식축구를 말하는 걸 테니 말이다. 알다시피 한국에서 미식축구는....비인기종목 그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었다.

미식축구, 즉 ‘풋볼(football)’은 한 팀이 11명의 선수로 구성되고, 타원형의 공을 가지고 뛰거나 차거나 던져서 상대편 골을 공략하여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를 말했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공격과 방어가 분명하게 나누어져 경기가 진행되고, 경기 중에 과격한 신체적 접촉이 허용되므로 강인한 신체와 조직적인 두뇌가 요구되었다.

동시에 각자의 위치, 역할, 책임에 대한 희생과 봉사정신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남성스포츠의 하나이고 말이다.

경기시간은 4쿼터, 60분으로 제1, 2쿼터가 끝난 뒤 10분 동안 휴식을 취하고 제3, 4쿼터가 진행되는데, 공격 측에게는 4회 연속 공격하는 공격권이 주어지며, 4회 동안 10야드 이상을 전진하게 되면 다시 4회의 공격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4회 공격하는 동안에 10야드 전진하지 못하면 다운의 종료지점에서 공격권을 상대편에 주어야 한다.

경기는 공격 팀이 자기 진영 40야드 지점에서 플레이스킥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때 공격 팀은 공을 따라 대개 일렬로 포진하고, 수비 팀은 자기 진영 45∼50야드 사이에 5명 이상의 선수를 배치해야 한다.

킥된 공을 받은 수비 팀의 선수는 상대의 엔드존을 향하여 달리며 나머지 선수는 태클하려는 상대 선수를 어깨와 몸으로 블로킹하여 볼을 가지고 뛰는 선수의 전진을 도와야 하는데, 볼을 가지고 전진하다가 정지된 지점에서 볼을 가지고 있는 팀이 4회의 공격권을 가지게 되며, 스크리미지상태에서 공격한다.

매 공격마다 25초 이내의 작전시간을 가진 뒤 실시하게 되며, 공격과 수비가 모두 과학적인 종합판단 아래 합리적으로 짜여 져야 하므로 대단한 두뇌와 체력이 필요한 스포츠다.

득점은 상대 엔드 존에 볼을 가지고 들어가는 터치다운(6점)과 플레이스킥으로 골포스트를 넘기는 필드골(3점), 공격 팀에 의한 자살골인 세이프티(2점), 터치다운 후에 1회 주어지는 3야드 공격에서의 터치다운(2점), 필드골(1점) 등에 의하여 할 수 있었다.

* * *

한국에서 미식축구를 하는 곳은 대학팀과 사회인 팀 합쳐서 수십 개에 불과하다.

10년 전에 겨우 전국대회로 종별플래그풋볼선수권대회가 열리기는 했지만, 탁구나 배드민턴에 비한다면 미식축구를 하는 사람들은 동호회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연히 백준열은 그런 미식축구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 미국에서 미식축구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내가 알기로 록펠러 가문에서도 프로 미식축구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서 나는 리암이 말한 축구 투자가 바로 그 프로 미식축구팀에 대한 투자인 줄 알았다.

“글쎄요. 축구에 대해 제가 잘 몰라서....”

미국에서 유학 생활까지 한 백준열이었지만 농구에 비해 축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실제 내 머릿속에 축구에 대한 지식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뭐? 그럴 리가? 내가 알기로 한국에서 축구는....꽤 인기 있는 스포츠라던데....”

리암은 분명 풋볼(football)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잘 아는 축구를 유럽에서는 풋볼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풋볼은 분명 미식축구였고. 뭐가 좀 이상해서 내가 리암에게 물었다.

“리암. 혹시 사커를 말하는 건가요?”

내 그 물음에 그제야 리암이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듯 ‘아’하며 내게 말했다.

“미안. 내가 말한 축구는 바로 사커야. 사커.”

리암의 말 정정에 나는 그제야 리암이 내게 투자를 제안한 축구가, 바로 7년 전 쯤 미국에 생긴 MLS에 대한 투자임을 깨달았다.

MLS(Major League Soccer)는 미국의 최 상위 프로 축구 리그를 말했다.

이름에서 메이저 리그로 줄여 부를 수도 있겠지만 보통 미국에서 '메이저 리그 = 야구'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약자인 MLS로 통칭되는 일이 많았다.

“MLS를 말하는 거로군요?”

내가 MLS를 알자 리암이 반짝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맞아. 그 MLS. 실은 내가 작년에 뉴욕시티 FC를 인수했거든. 근데....”

사실 기업에서 스포츠 팀에 대한 투자는 절대 손해가 나지 않는다. 그 투자로 인해 더 큰 이익을 이미지 개선과 매출 증가를 통해 얻기 때문에.

그 기업이 삼명그룹이 됐든, 아니면 JYB엔터가 됐던 미국 내 스포츠 팀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일단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에 속하는 MLS, 그 중에서도 신생 팀인 뉴욕시티 FC에 투자를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왜냐하면 좀 전 리암이 내게 언급한 뉴욕시티 FC는 앞으로 3년 동안 강등 권에서 허덕이는 약체 팀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할 예정이었으니까.

뉴욕시티 FC가 MLS컵 플레이오프에 처음 진출하게 되는 3년 뒤에는, EPL의 최강팀 맨체스터 시티 FC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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