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27화 (72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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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외국에 나가면 직면하는 가장 원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먹는 것이다. 거기에는 마시는 물도 포함 되고.

다행히 외국 물이 나에게 맞지 않은 건 아니었다. 물론 비싼 생수를 사 먹고 있긴 했지만. 어째든 그 물이 안 맞아서 외국에 있는 내내 고생했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으니까.

거기에다가 외국 음식도 비교적 내 입맛에 맞았다. 역시 그게 비싼 음식들이어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하여튼 지금까지 나는 먹는 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고 있었다.

한데 느끼한 육류 고기를, 그것도 늦은 밤에 먹으려니 속이 매슥거렸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뭐다?

‘바로 라면이지.’

라면 국물은 그 어떤 느끼한 음식도 커버 쳐 주는 만능 음식이 아니던가?

“그게 뭐에요?”

내가 정수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식탁 위에 컵 라면 두 개를 올리자, 열심히 스테이크를 먹고 있던 쥬리가 물었다. 그런 쥬리의 반응에 그녀의 연인인 리암도 내 컵 라면에 관심을 보였고.

당연히 그들이 내가 들고 나타난 게 컵라면임을 모를 리 없었다. 해서 나는 그들이 궁금해 하는 본질의 대답을 그들에게 말했다.

“이거 한국의 컵라면인데 내가 외국에 나갈 때 꼭 챙겨 가는 필수품 중 하납니다.”

그때 내 옆에 알리샤가 말했다.

“오오! 냄새가 좋은데?”

그런 그녀 입에서 양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확 풍겨왔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인상을 쓸 내가 아니지. 나는 싱긋 웃으며 덮고 있던 컵라면 뚜껑을 열고는 그 속에 나무젓가락을 넣고 휙휙 휘저었다. 내가 그런 이유는....

내 옆에 알리샤 말고 리암과 쥬리도 라면 냄새를 맡게 하기 위해서였다. 육개장 라면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에 리암과 쥬리의 눈빛이 더 호기심을 띠었다.

이때 나는 다른 컵 라면, 그러니까 짜장 컵라면을 들고 일어섰다. 왜냐하면 짜장 컵라면은 시간이 되면 뜨거운 물을 어느 정도 따라 버려야 했으니까.

나는 식탁 근처 싱크대로 가서 컵라면 안에 들어 있는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 다음 그 컵라면을 들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가서 앉은 다음 식탁 위에 올려 져 있던 짜장 스프를 그 컵라면에 부었다. 그 다음 컵라면 안의 면과 짜장 스프가 잘 어울리게 휘저었다.

그 과정에서 짜장 라면의 냄새가 훅하니 주위로 퍼졌고....

“와아! 준열. 냄새 끝내 주는데? 그거 나 좀 주면 안 될까?”

내 옆의 알리샤가 들고 있던 포크에 고기를 접시에 빼내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들고 있는 저 무식하게 큰 포크로 내 짜장 라면을 먹겠다는 얘기.

‘그건 곤란하지.’

나는 바로 고개를 내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알리샤. 그 포크는 너무 커. 대신 내가 줄게.”

알리샤에게 잘 비벼진 짜장 컵라면을 내밀었다간 최소 절반 이상이 저 무식하게 큰 포크에 찍혀 사라질 터.

해서 나는 나무 젖가락으로 알리샤가 한번 먹을 적정량을 덜어서 그녀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그러며 그녀에게 말했다.

“라면만 먹지 말고 고기와 같이 먹어 봐요.”

내 말에 알리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단히 짜장 라면을 포크에 잘 말아서, 자신이 좀 전에 빼 놓은 고기를 다시 그 포크에 찍은 다음 그걸 입으로 가져갔다. 제법 크게 입을 벌린 알리샤는 별 문제 없이 그 포크의 짜장 라면과 고기를 입 안에 넣었고....

“쩝쩝쩝....오오!”

그리곤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나를 쳐다보고는 엄지를 세워 보였다. 그러며 입 안의 음식을 열심히, 그리고 게걸스럽게 씹어 먹었다. 그런 알리샤를 보고 리암이 말했다.

“맛있어?”

그 물음에 알리샤가 바로 대답을 했다.

“진짜 맛있어. 오빠도 먹어 봐.”

알리샤의 그 말에 리암이 나를 간절히 쳐다보았고 나는 별수 없이 알리샤에게 준 양 만큼의 짜장 라면을 덜어서 리암의 접시에 올려줬다. 그러자 그 옆이 쥬리가 가만있지 않고 말했다.

“나도 좀....”

“....”

나는 대답 대신 짜장 라면을 쥬리 접시에도 덜어 주었다.

“생큐!”

쥬리가 내게 고마워하며 웃을 때 그 옆에 리암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 짜장 라면의 면발과 같이 고기를 입속에 넣은 채로 말이다.

“....어떻게 이런 맛이....쩝쩝쩝....”

그런 리암의 반응에 쥬리도 자신의 스테이크 고기에 내가 덜어 준 짜장 라면을 휘감아서 입속에 넣었다. 그리곤....

“....쩝쩝쩝....이거 진짜 맛있네요. 이게 뭐라고요?”

결국 나는 내 컵라면을 거의 먹지 못했다. 짜장 라면에 이어서 육개장 라면 역시 세 사람에게 양보해야만 했고....

“쥬리. 국물을....다 마셔 버리면....”

“미, 미안해요. 너무 맛있어서....”

그들은 짜장 라면보다 육개장 컵라면의 얼큰한 국물에 더 환장을 했다.

* * *

쥬리로부터 육개장 컵라면을 받아든 나는 국물이 보이지 않자, 결국 한 소리를 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쥬리에 이어서 리암이 사과를 해왔다.

“준열. 사실은 내가 앞서 국물을 좀 많이 마셨어. 미안해.”

그러니까 리암이 쥬리에게 육개장 컵 라면을 넘길 때 이미 컵 안에 국물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였다.

“내가 라면 값은 따로....”

“아뇨. 괜찮습니다.

컵라면 하나 얼마나 한다고. 그걸로 리암에게 마음의 빚 하나를 지게 만들 수 있다면야....

나는 몸을 일으켜서 다시 내 방으로 가, 캐리어 안에 쟁여 놓은 컵라면을 전부 다 챙겨 나왔다.

“오오!”

그리고 그들에게 나는 한국 라면의 신세계를 맛보여 주었다. 육개장 말고 더 얼큰한 국물맛이 나는 컵라면에 진짜 매운 맛의 불 닭 라면, 카레라면 등등....

“아아. 배불러.”

“이힝! 너무 많이 먹었어요.”

“에휴. 내일부터 식단 조절에 들어가야겠네.”

같은 남자인 리암에 비해 두 여자들은 기껏 맛있게 먹어놓고서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라면 때문인지 몰라도 스테이크의 사이드 메뉴로 시킨 풀떼기, 즉 샐러드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나 역시 라면과 같이 먹는 고기 맛에 혹해서 먹다보니 지금은 배가 불렀다. 어째든 잠을 자야 하는 내 입장에서 더 이상 내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없었기에, 결국 남은 음식은 방 밖으로 내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 냄새 때문에 방 밖에 내 놓게끔 룸서비스 배달이 왔을 때 음식 서빙 카트를 두고 갔다. 그 서빙 카트에 남은 음식들을 실어서 방밖에 내 놓고, 프런트에 전화했더니 호텔 직원이 와서 금세 챙겨갔다.

그 사이 우리는 소화도 시킬 겸 얘기를 나눴다. 단 그림 얘기는 빼고. 알리샤가 앞서 심각한 위작 얘기에 자기가 배제 된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내 파트너였고 리암도 알리샤 눈치가 보였던지 그러기로 하고 얘기를 나눴는데 그때 쥬리가 한국의 K-POP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호오! K-POP을 안다고요?”

나는 좀 놀랐다. 왜냐하면 이때 K-POP은 미국 전역에까지 폭넓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니까.

일본의 J-POP이 폭넓은 일본의 대중음악을 지칭한다면, 이때 K-POP은 아이돌 중심의 음악에 가까웠다. 그래서 해외에선 이때 ‘K-POP=아이돌 음악’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K-POP은 낱말 뜻 그대로 한국(Korea)의 대중음악(Popular Music)을 말하는데, 재작년부터 윈드 걸스의 ‘Talk Me’를 기점으로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해외 음악가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만든 음악뿐 아니라, 군무 같은 퍼포먼스도 K-POP의 정체성으로 평가받게 되지. 현 세계 음악 시장에서 당당히 K-POP이라는 한 블록을 형성하고 시키고 말이야.’

그 일을 아마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JYB엔터이고 말이다. 그 때문에 JYB엔터에서는 미국의 주요 도시 중 뉴욕과 시카고,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필라델피아에 현지 지사 사무소를 열어 놓은 상태였다.

‘이곳 컬럼비아에는 없지만....’

미국에서 윈드 걸스의 ‘Talk Me’의 성공을 통해 우리 JYB엔터에서 전미 투어 공연을 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 주요 도시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었다.

이는 백준열이 JYB엔터 대표가 되면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성과였다.

“그럼요. 저 윈드 걸스의 ‘Talk Me'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소녀들 세상의 ’또 만나자‘도 좋아하고요.”

아직까지 K-POP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똘끼남의 ‘강북 스타일’이 내후년, BK소년단의 DNA`S 그 후년에 나오니 말이다. 그만큼 이 당시 쥬리가 한국의 걸그룹, 윈드 걸스와 소녀들 세상을 아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당연히 그녀의 연인인 리암과 알리샤는 윈드 걸스와 소녀들 세상이 누군지 조차 몰랐던지 쥬리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알리샤가 말했다.

“말 나온 김에....우리 노래 부를까?”

그녀의 그 말에 리암이 좋다며 외쳤다.

“좋아. 부른 배를 빠르게 소화시키는 데 노래 한 것도 없으니까.”

그러며 호텔 방을 두리번 거리던 리암. 그가 로열 스위트 룸의 제일 구석진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노래방으로 가자.”

뭐 딱히 놀랄 건 아니지만 이곳 로열 스위트 룸에는....노래방 시설이 갖춰진 방이 따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 * *

리암은 노래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여자도 노래를 잘하는, 성악과 출신의 여자였고. 하지만 노래를 잘한다고 해서 그 여자가 자신의 반쪽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그녀와는 진짜 사랑해서 결혼을 했다. 하지만 늘 바쁜 그를 그 여자는 이해해 주지 못했다. 그녀는 항상 가까이서 사랑을 갈구했고 그 사랑을 채워 줄 수 없었던 리암은 그녀와 협의해서 이혼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녀와는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이혼 후 성악 계에서 성공해서 유럽 투어 공연까지 할 정도로 승승장구 중인 그녀의 스폰서 역할을 리암이 든든히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뭐 노래를 좋아한다고 해서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리암은 그래도 노래방에서 노래 좀 부른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됐다.

그래서 노래방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선곡했다. 바로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말이다.

“오오! 이 명곡을....”

그의 선곡을 보고 준열이 감탄했다. 그런 준열에게 리암이 웃으며 물었다.

“이 노래를 알아요?”

그러자 준열의 입에서 바로 그 대답이 나왔다.

“물론이죠. 빌보드 넘버원 싱글이 되지 못한 최고의 명곡이잖아요. 천 번도 더 들었을 걸요.”

준열의 그 말에 리암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그 역시 족히 천 번 넘게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들었으니 말이다.

사실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은 마니아가 아니면 싱글로는 발매 되지 않은 사실을 모른다.

“러닝타임만 무려 8분대에, 록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예술적 터치와 그에 따른 음향과 스킬은....역대급 에픽 록이라 할 수 있죠.”

“에픽 록이라....과연....그만큼 사운드 변화가 다양하긴 하지. 일례로 미국인이 좋아하는 어쿠스틱 록 음악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니까.”

“알아요. 그때 경합했던 노래가 바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잖아요.”

“역시....”

리암은 준열과 얘기를 나누며 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때였다. 쥬리가 리암 다음 자신이 부를 곡을 노래방 기기에 선곡했다. 바로 라이오넬리치의 ‘All Night Long’이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한 곡이로군.’

미국의 한 TV매체에서 발표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3곡 중에 쥬리가 선곡한 라이오넬리치의 ‘All Night Long’이 있었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노래였다.

쥬리가 선곡을 하고 나자 한참 노래방 책자를 보고 있던 알리샤가 그 다음 곡을 바로 선곡했다.

이게 미국 노래방 문화인지는 모르지만 노래 부를 사람들이 노래방 기기에 자기 부를 노래를 다 선곡해야만 노래를 부를 모양이었다. 그래서 리암도 마이크는 들고 있지만 자신이 선곡한 노래의 반주를 틀지는 않고 있었다.

‘참고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선정된 3곡은....엘비스프레슬리의 ’Hound Dog‘과 사이먼&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라이오넬리치의 ’All Night Long‘이지.’

“어?”

“얄리샤?”

그때 리암과 쥬리가 놀란 얼굴로 노래방 기기의 모니터에 뜬 알리샤가 선곡한 노래 제목을 보고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게 그만큼 알리샤가 선곡한 곡이 엄청났기 때문에. 그 곳은 바로....

“휘트니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가라고도 볼 수 있는 히트송. 물론 영화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흥행은 대성공했고, 이때 OST 앨범은 4,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OST 앨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여가수 앨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3위와 같은 무수한 기록을 세우며 공전의 히트를 쳤고, 노래를 부른 휘트니휴스턴은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리며 명실 공히 월드스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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