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26화 (72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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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알리샤가 준열과 섹스를 해 보지 않았다면 좀 전 리암의 반응에 이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준열의 좆 맛을 보고 그의 절륜한 정력을 경험한 알리샤 입장에서 리암의 이런 행동은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소지가 있었다.

‘자기가 무슨....준열도 아니고....’

준열이야 알리샤를 떡 실신에 가깝게 만족 시킨 뒤에 그녀가 절정의 여운을 즐길 수 있게, 일종의 배려를 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리암은 이도저도 아닌 객기에 가까운 만용을 부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하면 알리샤를 만족시키지도 못해 놓고, 그녀를 위해 배려하고 있는 척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젠장....’

준열 때문일까? 리암은 그만 섹스에서 오버 페이스를 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알리샤를 몰아친 리암은 알리샤를 절정의 문까지 겨우 끌고는 갔지만, 최후에 그 문을 열 마지막 힘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절정의 문 앞에서 포기하는 사태를 맞고 만 것이고.

그걸 나름 배려하는 걸로 포장을 했지만 리암은 원래 착한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헉헉....알리샤....헉헉....미안. 내가 너무 무리를 해서....지금 더 할 일이....없다.”

솔직하게 알리샤에게 털어놓았다. 순간 알리샤의 굳은 얼굴이 빠르게 펴졌다. 그럴 게 알리샤도 생각이 난 것이다. 그녀가 리암을 좋아했었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게 바로 이런 식으로 솔직한 그의 모습이었음을 말이다.

“알았어. 그러니 숨 좀 고르고 하던 거마저 해.”

알리샤가 자신을 이해해 주자 그제야 상기된 리암의 얼굴이 빠르게 식어갔다.

그런 그에게 알리샤가 다가가서 그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렸고, 또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리암도 그제야 웃음을 지어보였다.

짝짝짝짝!

그때였다. 식탁 위에 나란히 앉아 있던 두 명의 관객들. 준열과 쥬리가 리암과 알리샤를 향해 박수를 쳤다. 그 소리에 리암과 알리샤가 그쪽을 쳐다보자 두 사람 중 준열이 대표로 말했다.

“두 분의 이해와 배려가 정말 보기 좋아서 그만....”

하지만 준열 옆에 쥬리의 시선은 딴 쪽에 있었다. 그건 그녀가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음을 대 놓고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누군지는 누구보다 리암이 잘 알았다.

어째든 현재 쥬리의 연인이 바로 그였으니까.

“하아아....”

리암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실제 그는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인지 지금 그가 처한 상황 자체가 황당하면서 쪽팔렸다. 단지 그런 그의 곁에 알리샤가 있기에 그게 큰 위안이 되고 있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섰다. 그때였다.

“우리 좀 씻고 뭐 좀 먹고 얘기 나눌까요?”

“어. 그게 좋겠어. 리암 오빠. 괜찮지?”

“어어? 어. 뭐....”

식탁 위에서 훌쩍 내려 온 준열이 그런 제안을 했고 그의 연인인 알리샤가 바로 호응을 하고 리암의 허락까지 받으면서, 네 사람의 섹스 파티가 다시 정상적인 파티로 전환 되었다.

* * *

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그건 일 뿐 아니라 사랑에서도 마찬가지고.

섹스 파티에서도 쉬어가는 시간은 있어야 했기에, 내가 한 제안을 알리샤와 리암이 받아드리면서 우리는 일단 몸에 묻은 찜찜한 이물질부터 제거하러 욕실로 향했다.

다행히 이곳 로열 스위트 룸에는 침실 방이 3개나 되었고, 그 방에는 당연히 욕실이 딸려 있었다. 그리고 거실용 공간에 화장실에도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나는 초대한 두 명, 리암과 쥬리에게 각각 방의 욕실을 쓰게 배려 해 주었고, 알리샤는 원래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서 몸을 씻게 했다. 그리고 나만 거실용 공간의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샤워 후 내가 내 방으로 갔을 때 그 방 욕실을 사용했던 리암이 막 욕실 밖으로 나오면서 우리는 한 방에서 마주쳤다.

“옷 좀 가지러 왔습니다.”

나는 방에 있는 내 캐리어를 가리키며 이 방이 원래 내가 쓰는 방임을 리암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자....

“혹시 내가 입을 옷이 있을까요?”

샤워 후 가운을 걸친 상태의 리암이 뻔뻔한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필요한 옷가지들이야 룸서비스로 시키면 언제든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러려면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지금의 가운 차림으로 기다려야 하는데....

“네. 있습니다.”

나는 흔쾌히 내 속옷과 옷을 리암에게 내주었다. 어차피 속옷도 다 새 걸로 가져 왔고 체구도 리암과 내가 비슷했던 터라 내 옷들이 리암에게 잘 맞았다.

“오오. 저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으시는군요?”

거기다 옷 입는 취향도 비슷했던지 리암은 내 옷을 입고 나서 나에 대한 호감도가 확 올라가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야 내가 「개눈깔」아이템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결정적으로 리암은 「개호구」스킬이 걸려 있었다. 나와 같이 있으면 그는 내 호구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첫 번째 호구 노릇은 바로 그의 애인인 쥬리를 내게 넘기는 게 될 것이고. 두 번째는 바로 나와 그의 가문과 연결 고리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생각을 다 정리 했다. 알리샤와 쥬리와 빠구리를 해 본 결과 쥬리를 내 여자로 만들기로 말이다.

아무래도 알리샤는 나이가 많았고 거기 맛도 쥬리에 비해 떨어졌다.

해서 나는 알리샤와 리암을 엮어주고 대신 쥬리는 내가 가지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곳에서 섹스 파티가 그걸 실현시켜 줄 창구 역할을 해 줄 터였다.

일단 스와핑으로 파트너가 교체 된 상태였는데, 어쩌다보니 동성들끼리 같이 한 방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리암이 내게 옷을 부탁했듯이 쥬리도 알리샤에게 갈아입을 옷을 부탁한 거 같았다.

어째든 헐벗었던 우리들은 다시 정상적인 옷차림을 갖춘 채 거실용 공간에 모였다.

네 사람이 각기 떨어져서 쭈뼛거리며 앉아 있을 때 이 방의 주인인 내가 나섰다.

“룸서비스 시킬 건데 혹시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말하세요.”

앞서 내가 말 한대로 씻고 나왔으니 이제 먹어야 하지 않겠나? 내 그 말에 알리샤가 제일 먼저 말했다.

“나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아무래도 과도한 빠구리로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고기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알리샤의 그 말에 그 옆의 쥬리가 즉각 동조하며 나섰다.

“나도요. 양고기 스테이크로다가....”

누가 서양사람 아니랄까? 참 육고기를 좋아했다. 시선을 힐끗 리암 쪽으로 돌리자 그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해서 나는 주로 고기 위주로 룸서비스에 전화해서 음식들을 주문했다. 술은 앞서 파티용으로 주문한 술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걸로 충분하다는 알리샤의 말에 더 주문하지 않았고 대신 음료는 각자 마시고 싶은 걸로 주문을 했다.

* * *

그렇게 룸서비스로 주문한 음식이 배달되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때 나는 알리샤를 이용해서 그림과 전시회에 대해 얘기를 유도하게 만들었고 리암이 그 미끼를 덥석 물었다.

“이곳 컬럼비아에서 19세기 초현실주의 화풍의 그림들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니 내일이라도 당장 테른 전시관을 찾아가 보시길....”

리암은 자신이 그 전시를 주관하고 있는 스위스 J 박물관 부관장이라는 사실까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내게 중요한 건 리암이 누구냐 보다는 그를 이용해서 록펠러 가문과 연을 맺는 거였으니까. 그리고 그걸 위해서 나는 내가 아는 비밀을 그에게 털어 놓았다.

바로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막스 에른스트의 작품인 ‘나무2’가 진품이 아니라 위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더불어 다른 화가들 하인리 캄펜동크, 앙드레 드랭, 키스 반 동겐 등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 14점 역시 위작이라고 말하자 리암이 피식 거리며 웃었다. 그리곤 나를 향해 냉소적으로 말했다.

“누가 들으면 당신이 레커드인 줄 알겠군. 아아. 레커드가 누구냐면....”

“나도 압니다. 세계적인 위작 감별사죠.”

내가 AI 레커드에 대해 알자 리암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준열의 지식에 따르면 위작 감별사로 유명한 사람들 중에 AI 레커드를 아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 했으니까. 즉 내가 AI 레커드를 안다는 건 위작 쪽과 연관 된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란 얘기고, 그런 내 말에는 당연히 없던 신빙성도 생길 수밖에 없었다.

“최근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소장품 ‘삼손과 데릴라, 피터 폴 루벤스의 작품이 91%의 확률로 위작이라고 판단한 걸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분이시죠.”

나의 이어진 말에 리암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초점이 잡힌 그 동공의 주인공이 고개를 흔들며 나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말도 안 돼. 우리가 수집한 작품이 무려 15점이나 가짜라고?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거요?”

그런 그에게 나는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볼프강 벨트라키!”

바로 위작 스캔들의 주인공의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그가 누군지 아는 듯 리암이 바르르 몸을 떨었다.

내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세계 미술계에 쓰나미급 충격을 선사할 일이었다. 하지만 내 말은 사실이었고 그건 리암이 당장 볼프강 벨트라키에게 전화를 해 보면 알 일이었다.

“그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어차피 볼프강 벨트라키는 누군가 자신의 위작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모든 걸 자백하려고 이때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니 리암이 그에게 전화해서 그 사실을 캔다면 순순히 자신이 위작했음을 털어 놓을 터였다.

내 말에 리암이 자신의 비서인 쥬리를 쳐다봤다. 그러자 쥬리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서 거기 있는 전화번호부의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핸드폰을 리암에게 건넸다.

아마도 비서인 쥬리의 핸드폰에 볼프강 벨트라키의 연락처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밤이긴 했지만 아직 잠들 시간은 아니었던 듯 볼프강 벨트라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 리암은 핸드폰을 스피커 폰으로 돌려놓았기에 나도 세기의 사기꾼, 위작왕 볼프강 벨트라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벨트라키씨. 저 리암입니다.”

-아아. 부관장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늦은 시간에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확인해야 할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전화 드렸습니다.”

-그 확인할 일이란 게 뭡니까?

“‘나무2’ 말인데....그거 위작 맞습니까?”

-....

리암의 직설적인 물음에 볼프강 벨트라키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네. 맞습니다.

내 생각대로 볼프강 벨트라키는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다. 반대로 그의 대답에 리암과 쥬리 모두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볼프강 벨트라키의 말이 이어졌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물음에 리암이 나를 쳐다봤고 내가 리암을 대신해서 볼프강 벨트라키에게 말했다.

“스위스 J 미술관에서 최근 하인리히 캄펜동크의 작품인 ‘푸른 그림과 말’을 구입했고, 그 보존을 위해 그림 성분을 조사했을 때 티타늄화이트 물감 속 성분에 화가 하인리히 캄펜동크가 활동했던 시대에 사용되지 않았던 산화성분이 포함 되어 있는 게 발견 되었습니다.”

-....

내 말에 잠시 말이 없던 볼프강 벨트라키. 그가 힘없이 말했다.

-그랬군요. 언제고 들통이 날 줄 알았습니다.

그 뒤 볼프강 벨트라키는 리암과 좀 더 얘기를 나누고 자기 발로 스위스 경찰청에 자수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볼프강 벨트라키와 통화를 끝낸 후 리암이 내게 물었다.

“우리 미술관에서 최근 하인리히 캄펜동크의 작품인 ‘푸른 그림과 말’을 구입한 건 사실인데, 아직 그 성분 검사를 했다는 보고는 들은 적이 없소만?”

“검사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 벨트라키가 자백했으니 그걸로 된 거지.”

내 대답에 리암이 어처구니 없어하며 나를 쳐다봤다. 그때 그의 비서인 쥬리가 끼어들었다.

“준열의 말이 맞아요. 검사하고 말고가 뭐가 중요해요. 벨트라키. 그 사기꾼이 자백한 게 중요하지.”

쥬리가 내 편을 들면서 리암도 더는 위작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게 되었고, 그때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룸서비스로 배달되어 왔다.

“양고기 스테이크는 이쪽으로....”

“그 스테이크는 내거니까 이리로....”

“준열. 설마 그 풀떼기를 나한테 주려는 건 아니겠지?”

나를 제외한 세 사람 모두 고기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다들 신경이 예민한 게 어지간히들 배가 고팠던 모양이었다.

나는 음식을 주문한 이 호텔방의 호스트로서 배달 온 음식을 게스트들에게 잘 나눠주었다.

어디서도 불만이 나오지 않게끔 말이다. 그리고 그 세 사람이 와인과 곁들여서 맛있게 고기를 썰어 먹고 있는 동안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 그걸 들고 나왔다.

바로 한국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인스턴트 음식. 바로 라면을 말이다. 당연히 삶아먹기 불편한 관계로 나는 컵라면을 챙겨 왔고,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육개장맛과 짜장 맛 컵라면 두 개를 캐리어 안에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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