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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11화 (70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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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한번 처져 버린 분위기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기에, 두 사람 사이에 그 동안 떨어져 지낸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 말인즉 지금의 서로에 대해 잘 몰랐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그들이 그 동안 살아 온 삶이 다르다보니 관심사 역시 다를 수밖에 없었고. 즉 리암이 박물관 일에 대해 말해봐야 알리샤에게는 관심 밖에 얘기일 뿐이고, 알리샤가 복권국에 대해 얘기해도 그건 리암에게 마찬가지로 따분한 소리로 밖에 들릴 뿐일 터.

문제는 그걸 두 사람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거다. 해서 지금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생각만 많았고 정작 얘기는 없었다.

“....”

그 때문에 테이블에 정적이 생각보다 길어졌고, 그 사이 할 일이 없었던 두 사람은 묵묵히 주문한 음식을 먹었다. 그 결과....

“다 먹었네.”

“그러게.”

메인 음식을 다 먹어 버린 두 사람. 그들이 다음 할 일은....

“디저트로 뭐 먹을래?”

리암이 알리샤를 보고 묻자 그녀가 바로 말했다.

“오빠는 애플파이 먹을 거지? 그럼 나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알리샤를 보며 리암은 그녀와 사귀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새해나 할로윈,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이 되면 미국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파이인데, 그 중 애플파이는 그 기원이 미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그 애플파이를 리암은 제일 좋아했다.

무엇보다 애플파이는 대형 식료품점이나, 레스토랑, 커피숍, 베이커리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그래선지 알리샤와 사귈 당시에 그녀가 자신을 위해 애플파이를 자주 구워 온 게 생각났다. 그때 메뉴판을 보던 알리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브라우니(Brownies)나 먹어야겠다.”

그 말에 리암이 자기도 모르게 불쑥 말했다.

“넌 컵케이크(Cupcake)를 좋아했잖아?”

리암이 기억하는 알리샤의 입맛은 가장 대중적이었다. 그래서 디저트 역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디저트 종류 대망의 1위인 컵케이크를 좋아했었고.

“그랬지. 근데 몇 년 전에 바뀌었어. 다이어트 때문에 프로즌 요거트(Frozen Yogurt)로.”

프로즌 요거트는 요거트와 유제품 그리고 각종 향료를 넣어 만들어낸 아이스크림 디저트다.

여자들 사이에는 다이어트 때문에 한때 인기가 많았던 디저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디저트에는 크림 대신 우유가 들어가 확실히 지방 함량이 낮지만, 미국으로 건너와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입맛에 맞춰 각종 토핑이 추가되면서, 실제는 다이어트와는 거리가 먼 음식으로 최근에 밝혀졌다.

그걸 아는 듯 알리샤는 기존에 시켜 먹던 프로즌 요거트 대신에, 지금 자신이 먹고 싶은 브라우니를 디저트로 시킨 듯 했다.

“나는....컵케이크로 할게.”

그리고 식성이 바뀐 건 리암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요즘에는 애플파이를 먹지 않았다.

대신 대중적인 입맛에 컵케이크를 즐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기 디저트로 컵케이크와 브라우니를 시켰고 다시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은 디저트가 나오고 나서야 풀렸다.

* * *

컵케이트는 얇은 종이나 알루미늄 컵(호일)에 구운 작은 케이크를 말 하는데, 주로 버터, 밀가루, 계란, 우유, 설탕, 베이킹 소다 등을 넣고 라즈베리, 머랭, 에스프레소, 퍼지 등의 토핑을 올려 완성한다. 머핀과 비주얼이 비슷해 보이는데, 그냥 머핀이 컵케이크의 종류 중 하나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리고 브라우니는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는, 미국 인기 디저트 2위의 음식이다. 주원료는 초콜릿과 버터, 계란, 바닐라, 밀가루, 코코아 등이며, 작고 납작한 케이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 같고.

“맛있겠다.”

“빨리 먹자.”

두 사람은 각자 앞에 놓인 디저트 앞에 이미 둘 다 넋이 나가 있었다. 그래서 메인 음식에 이어 디저트도 서로 방해하지 않고 집중해서 먹었다. 그러다보니 디저트가 나오고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 앞에 놓인 디저트 음식이 다 사라지고 없었다.

“쩝쩝....”

자기도 모르게 빈 접시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알리샤. 그런 그녀를 보고 리암 역시 깨끗이 비운 자기 접시 옆에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디저트 더 먹을래?”

나름 알리샤를 생각해서 물어 본 말인데 그녀는 그런 그의 호의를 가볍게 거절했다.

“됐어. 여기서 더 먹으면 살쪄.”

“그래? 그럼 식사가 끝났군.”

디저트까지 다 먹었으니 오늘 알리샤와 식사 자리도 사실상 끝이 난 상황. 한데 리암은 뭔가 좀 아쉬웠다. 그래서 알리샤에게 이곳 호텔 바에서 술 한 잔 더 하자고 제안하려 했다. 그런데....

“그러게. 뭐 잘 먹었으니까 됐어. 남은 기간 이곳 컬럼비아에서 잘 보내고....스위스 가면 연락 해.”

알리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하더니 그대로 레스토랑 안쪽으로 걸어갔다. 화장실에 가나 했는데 그쪽과는 움직이는 방향 자체가 달랐다.

잠시 후 그녀는 레스토랑 안쪽에 위치한 한 테이블로 갔고, 거기에는 아까 자신을 알리샤의 현 남친이라고 소개했던 그 건방진 동양인이 혼자서 식사하고 있는 게 리암의 눈에 띠었다.

“저, 저....”

순간 리암은 자기도 모르게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건 젊은 시절 딴 놈에게 자기 여자를 뺏겼을 때 느꼈던 그 분노와 정확히 일치 했다. 당시 리암은 득달같이 달려가서 자기 여자를 뺏어간 놈의 얼굴에 주먹을 먹였었다. 하지만....

“후후후....”

리암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때처럼 똑같이 화가 났지만 지금의 리암은 젊은 시절 리암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기와 있을 때와는 달리 생글생글 웃으며 동양인 남자와 얘기 중인 알리샤의 모습을 보면서 리암도 느꼈다. 그녀에게 지금 누가 더 중요한 남자인지 말이다.

“행복해라. 알리샤.”

조용히 그 말을 중얼거린 뒤 리암은 담당 서버를 불러 계산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지금쯤 자신이 잡아 놓은 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쥬리를 생각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다.

* * *

음식을 주문해 놓고 잠깐 알리샤가 있는 테이블에 갔을 때 나는 내 능력인 「개 멋져」스킬을 그녀에게 사용했다. 즉 식사가 끝나면 그녀는 알아서 내게 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나는 알리샤와 같이 있던 리암에게 「개호구」스킬을 걸어뒀다. 앞으로 리암이 나와 만나면 그는 내 호구 노릇을 해줘야 할 터였다.

나는 알리샤와 리암, 그 두 사람이 앞으로 나와 만났을 때 벌어질 연쇄효과를 기대하면서 느긋하게 주문한 음식을 즐겼다. 물론 언제든 알리샤가 내가 있는 테이블에 와서 앉을 수 있게 내 테이블은 나 혼자 사용했다.

“고기가 부드럽군.”

내가 주문한 티 본 스테이크(T-Bone Steak), 바로 소의 안심과 등심 사이에 T자형의 뼈 부분에 있는 것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말 그대로 안심과 등심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스테이크다.

잘 구워진데다 육즙도 잘 가둬져 있어서 씹을 때마다 터지는 육즙의 향연에 내 입이 즐거웠다. 거기에 느끼하지 않게 가니쉬로 나온 아스파라거스와 새우, 빙울 토마토와 옥수수가 곁들여지자 금방 접시 위 스테이크가 사라졌다. 하지만 내가 주문한 건 스테이크가 다가 아니었다.

혹시 모자랄까 싶어 더 시켜 둔 내 테이블의 담당 서버가 추천한 크림소스 파스타 종류의 제법 긴 이름의 파스타.

“후루룩....쩝쩝쩝....”

크림소스가 주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에 각종 해물이 들어가서 그 풍미가 예사롭지 않았다.

씹어 목안으로 넘기기까지 입 안에 맴도는 바다의 맛이 가시지 않고 계속 남아돌았다. 그렇게 내가 그 맛에 취해 열심히 파스타를 먹고 있을 때였다.

“맛있어요?”

불쑥 내 앞에 나타난 알리샤. 그녀의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들자 그녀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냅킨으로 입을 닦으면서 입안 음식을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앉아요.”

내가 자리를 권하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내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그 사이 나는 힐끗 그녀가 앉아 있었던 창가 테이블을 봤다. 그랬더니 그곳에 리암이 아직까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쪽을 힐끗거리며 쳐다봤다.

나는 그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게 잽싸게 그쪽을 향하던 눈길을 내 정면에 알리샤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할 만한 미국식 야한 농담이 생각나서 그녀에게 물었다.

“좀 야한 조크 있는데 들어 보실래요?”

“조크요? 으음....일단 들어보죠.”

알리샤는 어서 말해 보란 듯 팔짱을 끼고 등을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싱긋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남자가 늦은 밤 퇴근해서 집으로 가고 있었죠. 하필 이날 집으로 가는 길에 가로등이 고장 나서 그는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여자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와서 슬그머니 말을 걸어왔어요. ‘20달러만 줘요.’라고 말입니다. 남자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성매매를 해 본적이 없었지만, 이날은 이상하게 다른 여자와 섹스가 하고 싶지 뭐예요. 그래서 잠깐 고민하다가 돈을 지불했고 근처 골목에서 둘은 바로 섹스를 시작했죠. 그렇게 한창 둘이 즐기는 와중 어디선가 환한 후레쉬 빛이 비쳐졌고 알고 보니 경찰이었어요. 곧바로 그들에게 다가 온 경찰이 물었죠. ‘지금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그러자 남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아. 이 여자는 제 와이프입니다.’ 성매매 단속을 나온 경찰은 남자의 그 말을 듣고 바로 사과를 했습니다. ‘이런....제가 오해를 한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그러자 그 남자가 긴 한숨과 함께 말했죠. ‘하아아....괜찮아요. 사실 그쪽이 후레쉬를 비추기 전까지 저도 몰랐으니까요.’라고 말입니다.”

“크크크....호호호호호.”

내 얘기가 끝나자 고개 숙여 잠깐 웃음을 참는 듯 보였던 알리샤. 그녀가 이내 터져 버린 웃음보를 참지 못하고 내 앞에서 하얀 이에 이어 그 안 깊은 곳의 목젖을 드러내고는 해맑게도 웃었다. 그때 이쪽을 보고 있던 리암의 눈빛이 착잡해 보이는 걸 확인한 나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좋았어.’

그리고 생각했다. 리암이 알리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 이를 잘 이용하면 그와 오늘 밤에 만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말이다.

* * *

자신이 묵고 있는 이곳 호텔 로열 스위트 룸에 초인종을 누른 리암.

철컥!

그러자 바로 잠긴 문이 열렸고 그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간 리암은 볼 수 있었다.

“쥬리....”

자신이 그녀 생일날 선물했던 빨간 슬립 롱 드레스를 입고 요염한 포즈로 자기 앞에 서 있는 쥬리를 말이다. 그때 쥬리가 리암을 보고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어? 아아. 식사만 하고 바로 올라왔으니까. 그보다 식사는?”

“좀 전에 끝냈죠.”

쥬리가 저녁을 먹었다는 말에 리암이 반짝 눈빛을 빛내며 그녀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쥬리는 가만히 지켜보았고. 그렇게 둘 사이가 한 걸음 정도까지 좁혀졌을 때, 그녀 앞에서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리암이 물었다.

“나 기다린 거야?”

그 말에 쥬리가 도발적인 눈빛으로 리암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네.”

“왜?”

“그야....당신이 보고 싶으니까.”

쥬리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리암의 입 꼬리가 말아 올라갔고, 그런 그에게 먼저 한 걸음 내 디딘 쥬리가 까치발로 리암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순간 리암의 두 팔이 그런 그녀를 끌어안으면서 두 사람의 입술은 서로 포개진 채 한 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 그 사이 쥬리의 가슴이며 등, 허리, 엉덩이를 더듬어 대던 리암의 손이 쥬리의 롱 드레스 지퍼를 내렸다.

찌이이이익!

이어 쥬리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슬립의 양쪽 끈을 그녀 어깨 옆으로 치우는 리암의 손길.

스르르륵!

그러자 드레스가 아래로 흘러내렸고 먼저 그녀의 검은 레이스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리암은 능숙한 손길로 그녀의 허리에 걸린 드레스를 마저 풀어 바닥까지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사라락!

“으음....”

그렇게 상체에 이어서 하체에 달랑 검은 레이스 팬티만을 걸친 채, 완벽한 콜라병 몸매를 드러낸 쥬리를 보면서 리암의 입에서 절로 침음 성이 흘러나왔다. 더불어 리암이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몸매 하난 진짜 최고야.”

그런 리암의 노골적인 칭찬에 쥬리가 피식 웃더니, 그 보란 듯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에 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제 알았어요? 내 몸매가 최고란 걸?”

쥬리가 자신감 가득 한 얼굴에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며 말하자, 리암이 좋아서 아주 대 놓고 헤벌쭉 웃었다.

지금 쥬리는 팬티와 브래지어 차림인데 무슨 속옷 모델을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만큼 그녀의 몸매는 나무랄 데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때 쥬리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의 두 손이 리암의 가슴부터 시작해서 그의 배를 지나 더 밑으로 내려갔다.

철컥! 찌이익!

이어 그녀의 두 손이 거침없이 리암의 허리띠 버클과 바지 호크를 풀고 그 아래 지퍼를 내렸다. 그리곤 그의 바지를 밑으로 끌어 내렸다.

리암은 그 타이밍을 맞춰서 자신의 두 다리를 바지에서 빼냈다. 그러자 리암도 하체만큼은 쥬리처럼 팬티 한 장만 걸친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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