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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제이크는 자신의 허벅지를 강하게 꼬집었다.
‘아프다.’
꿈이 아니었다. 제이크는 재차 자신의 볼도 꼬집었다. 아팠다. 어찌나 세게 꼬집었던지 입안에 피 맛이 다 났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쓸 틈도 없이 제이크는 당장 자신이 처한 거지같은 상황에 치를 떨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내게....”
당첨자가 한 명 더 있다고 했을 때 제이크는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하지만 억만장자가 아니더라도 하프 억만장자만 하더라도 그게 어딘가? 그것만으로도 그가 평생 펑펑 돈을 쓰고 살아도 다 쓰고 죽지 못할 돈이었다. 해서 그 나빴던 기분을 겨우 진정 시켰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에게 벌어질 줄이야....
하긴 어떤 사람이 당첨 복권, 즉 같은 복권을 만 장이나 사겠나? 그런 짓을 하는 그 사람이 그냥 미친놈이지. 한데 왜 하필 자신이 당첨 된 복권을, 그 미친놈이 무려 만 장이나 샀고, 덕분에 달랑 한 장 당첨 된 자신의 복권,은 3등 당첨 복권만 못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3등 당첨금도 적지 않은 돈이긴 했다. 하지만 제이크에게는 그 당첨금을 싹 몰수 해 가 버릴 정도의 벌금이 남아 있었기에, 정작 그의 수중에 쥐어진 돈은 수백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그 돈으로 당장 일주일 뒤에 내야 할 카드 값도 갚기 어려웠다.
당첨금이 지급 되고 나자 복권국 직원들이 그를 보는 눈초리가 싹 바뀌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나온 제이크. 그런 그의 손에 구겨진 봉투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바로 제이크가 당첨금이라고 받은 현금이 들어 있는 봉투였다.
“하아....”
그 봉투를 내려다보는 제이크의 입에서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억만장자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자신이었다. 한데 지금의 그는....
수중에 달랑 수백 달러를 소지하고 있는 그저 약쟁이, 그것도 일주일 뒤에 예비 신용불량자가 될 예정이었다. 어차피 3만 달러를 훌쩍 넘긴 카드 값을 갚지 못 할 테니 말이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 온 것은....바로 카지노였다.
“그래. 저거다.”
메가 밀리언에도 당첨 된 그의 행운이라면, 카지노에서 3만 달러 쯤 따는 거야....
제이크는 막 문을 연 카지노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수중에 수백 달러의 현금이 있었다. 하지만 카지노에 들어 간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의 수중에 있는 현금은 달랑 수십 달러뿐이었다.
“제이크. 그만 해.”
그나마 그곳 카지노에 아는 사람이 있었기 망정이었지 아니었다면, 도박으로 돈을 잃고 이성을 상실한 제이크는 그 수십 달러의 돈까지 죄다 카지노에 털릴 뻔 했다.
“빨리 가.”
그 아는 지인에 의해 등 떠밀려서 카지노 밖으로 쫓겨나다시피 한 제이크.
“젠장....”
제이크는 쪽팔렸다. 그 지인은 바로 제이크의 동생의 친구였고, 제이크가 약쟁이임을 아는 그는 폭주중인 제이크를 자신의 권한, 그러니까 카지노 메인 딜러의 힘으로 억지로 그를 강제 퇴장시켰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 녀석을 욕했던 제이크.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수중에 그나마 수십 달러의 돈이라도 남은 건, 그 녀석 덕분임을 깨닫는 순간 제이크는 더는 친구 동생을 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수십 달러의 돈이 없었다면....약을 사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제이크의 발걸음이 약을 사기 위해 터덜터덜 드레이커의 아지트로 향했다. 그때 제이크는 누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물론 그 자가 제법 오래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음도....
* * *
세인트루이스에서 꽤나 악명 높은 범죄조직의 보스 드레이커. 그 밑에 조직원 중 한 명인 프랭키가 드레이커 조직의 2인자인 한스의 연락을 받고 그 앞에 섰다.
“프랭키. 좀 있다가 아지트를 나가는 녀석 하나 뒤를 밟아줘야겠다.”
“그게 누군데요?”
아지트에는 딱 두 부류의 인간 밖에 드나들지 않는다. 하나는 아지트의 주 고객인 약쟁이들, 그리고 또 하나는 그 약쟁이들에게 약을 제공하는 조직원들. 그러니 한스가 뒤를 캐라고 한 자는 약쟁이일 공산이 컸다. 그리고 그런 프랭키의 생각은 당연히 적중했다.
“제이크라고 우리 아지트 단골 고객인데....”
프랭키는 왜 자신이 약쟁이 뒤나 캐야 하는지 거기에 대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조직에서 시키니까 그런 가보다 생각하고 그 말에 따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점이 조직의 2인자인 한스에게 좋게 보인다는 걸 프랭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프랭키가 군말 없이 자신의 말에 따르겠다고 하자 역시나 한스의 입 꼬리가 실룩거렸다.
어지간히도 프랭키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프랭키는 미리 아지트 밖에 나왔고 담배 한 대를 다 피워 갈 무렵 아지트 안에서 누가 나왔다.
“저놈이군.”
한스가 말한 인상착의의 녀석이었다. 그때부터 프랭키는 제이크라는 약쟁이 뒤를 밟았다.
비록 미행에 관해 전문적인 교육까지 받지는 않았지만 눈썰미가 좋고 민첩한 프랭키는 누구 뒤를 밟아도 절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 그가 고작 약쟁이에게 미행이 들킬 리 없었다.
“응?”
그런 그의 눈에 약쟁이 제이크가 컬럼비아로 가더니 그곳 시내 한 복판에 복권국이 있는 건물에 떡하니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 말은....
“뭐야? 저 새끼....복권 당첨 된 거였어?”
프랭키는 그제야 조직에서 저 약쟁이 뒤를 밟으라고 한 게 이해가 됐다. 물론 이 사실은 즉시 조직에 알려야 했다. 프랭키는 핸드폰을 꺼내서 조직의 2인자이면서, 자신에게 제이크 뒤를 밟게 지시를 내린 한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
그랬더니 한스가 버럭 신경질을 냈다. 보아하니 또 약쟁이 년 중 하나와 떡을 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상당히 냉철한 성격의 한스가 이런 식으로 성질을 내는 건, 딱 하나 그가 떡 칠 때 방해했을 때뿐임을 잘 아는 프랭키. 해서 프랭키는 먼저 한스에게 사과의 말부터 건넸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알려 드려야 할 일이 생겨서....”
급하게라는 말에 한스의 목소리 톤이 한결 누그러졌다.
-그래서 그 급한 일이란 게 뭔데?
“제이크 말입니다. 그 놈이 좀 전에 복권국에 들어갔습니다.”
-뭐? 복권국?
한스의 목소리 톤이 확 올라갔다. 그건 한스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얘기. 순간 전화를 건 프랭키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때 한스가 말했다.
-몇 등 당첨인지 확인해. 그리고 녀석 뒤는 계속 밟고.
“네.”
그렇게 한스와 통화를 끝낸 프랭키. 그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복권국이 위치한 건물의 입구로 향했다. 좀 전 저 입구로 들어간 제이크라는 약쟁이가, 그러고 보니 상당히 들떠 있었음을 떠올린 프랭키. 그는 한때 자신과 동거 했던 여자의 사촌 동생이 복권국에서 일하고 있음을 떠올렸다.
“뭐 지랄 좀 하겠지만....”
프랭키는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여자에게 욕 좀 얻어먹고 나서 겨우 그 여자를 통해서 약쟁이 제이크가 왜 복권국에 들어갔는지 그 이유를 알아냈다.
“그렇군. 고마워. 내일? 좋아. 그럼 거기서 봐.”
한스도 그렇지만 드레이크 조직의 조직원들에게 여자는 다 약쟁이들이었다.
매일 보는 게 약쟁이들이다 보니 약쟁이 여자들과 뒹구는 게 그들에게는 퍽이나 자연스런 일이 된 거다.
프랭키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었고. 그러니까 프랭키가 좀 전 연락했던 여자 역시 약쟁이였다.
그런 그녀가 내일 프랭키에게 보자는 건 약 좀 빨고 거하게 섹스 한판 하자는 소리였다.
뭐 딱히 그런 그녀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프랭키는 그냥 그러자고 한 거고.
어째든 제이크가 왜 복권국에 들어갔는지 그 이유를 알아낸 프랭키. 그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거 돈 좀 만질 수 있겠는 걸....”
무려 메가 밀리언 일등 당첨이란다. 그 당첨금이 얼만지 프랭키도 잘 알았다. 단지 그 사실을 조직에서도 알아버렸으니 프랭키도 대 놓고 그 당첨금을 털어 먹을 수는 없게 됐다. 하지만 떡고물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프랭키는 자기 앞으로 떨어질 떡고물이 결코 적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제법 흥분이 됐다. 그런데 들어 간지 두 시간도 넘었는데 제이크가 도통 나오지 않았다.
“뭐지? 뭐하고 있기에 이렇게 안 나와?”
프랭키는 혹시 제이크가 당첨금 가지고 무슨 수작질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닐지 그게 걱정이 됐다. 해서 녀석이 지금 복권국에서 뭘 하고 있는 지 알아봐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 또 그 여자에게 전화를 해봐야 하나 생각을 할 때였다.
“저기 나오는군.”
제이크가 봉투 하나를 손에 쥔 채 복권국을 나왔다. 근데 어째 녀석의 얼굴이 밝지가 않았다. 억만장자가 된 녀석이 왜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지 당연히 프랭키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데 녀석이 갑자기 근처 카지노 간판을 한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허얼....”
대뜸 그 카지노가 있는 건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프랭키는 기가 차하며 그런 녀석을 쫓아 카지노 건물로 따라 들어갔다.
* * *
뭐 복권 당첨자가 카지노에서 좀 즐기는 거야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당첨금을 수령하자마자 카지노라니....
프랭키는 한심한 눈으로 제이크를 쳐다봤다. 그랬는데 제이크가 너무 진심으로 도박에 임했다. 그건 얼마든지 느긋하게 즐기면서 도박을 해도 될 억만장자가 보일 수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빚쟁이가 빚을 갑기 위해서 카지노에 와서, 매번 초집중해서 도박에 임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뭐 그런다고 해서 돈을 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뭐하자는 거지?”
프랭키가 지금 제이크에 대해 많이 의아해 할 때였다. 그 제이크는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수백 달러의 돈을 잃었다.
그러자 프랭키가 봐도 제이크의 눈이 해까닥 돌아있었다. 도박에 완전 눈이 먼 것이다.
바로 그때 카지노 관계자가 제이크에게 아는 척을 하더니, 그를 끌고 카지노 뒷문으로 데리고 가서는 밖으로 내보냈다. 적어도 프랭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당하는 당사자, 즉 제이크는 쫓겨나는 거 같았겠지만.
그로인해 한 동안 그 카지노 관계자를 욕해대던 제이크. 하지만 이내 몸을 돌린 녀석이 향한 곳은 바로 세인트루이스, 그리고 프랭키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운영 중인 마약 아지트였다.
그러니까 녀석이 제 발로 지옥의 구렁텅이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프랭키는 그 사실을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하고 아지트로 가는 도중에 한스에게 알렸다.
-수고했어. 너도 따라 들어 와.
“네.”
한스와 통화 후 프랭키는 더는 자기 모습과 기척을 숨기지 않고 대 놓고 제이크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도 녀석은 아지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자신의 뒤에 프랭키가 있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퍽!
“어윽!....뭐, 뭐야? 당신?”
아지트 문이 열리자 뒤에서 새치기 하듯 불쑥 앞으로 치고 들어와서는, 제이크를 옆으로 밀치고 먼저 안으로 들어가는 프랭키, 그를 향해 제이크가 정작 인상은 썼지만 그뿐이었다.
자기보다 훨씬 덩치가 커 보이는 프랭키를 향해 달려들어 한 방 먹여 줄 만큼의 용기가 약쟁이 제이크에게 있을 리 없었으니까.
“흥!”
그런 제이크를 힐끗 뒤돌아보며 비웃음의 콧방귀를 한방 날린 뒤, 프랭키는 아지트 안으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
“어서 와라. 녀석은?”
그런 그를 조직의 2인자인 한스가 반겼고 제이크를 찾는 그에게 프랭키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러자 한스의 시선이 입구 쪽을 향했고 거기에는 엉거주춤 아지트 안에 들어 선 제이크가 보였다. 순간 한스의 입 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고, 동시에 그의 손이 프랭키의 어깨에 올려졌다. 툭툭 프랭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거기서 손을 뗀 한스가 말했다.
“수고했어. 넌 그만 들어가서 쉬어.”
그 말 후 프랭키 옆을 그대로 스쳐 지나간 한스가 곧바로 제이크를 향해 쭉 걸어갔다.
먹잇감인 제이크에게서 절대 시선을 떼지 않고서.
마치 저 먹잇감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두 눈 기괴하게 번들거리며 말이다.
* * *
마약을 사기 위해서 아지트에 일단 발을 디딘 제이크. 근데 선뜻 발걸음이 아지트 안으로 더 이상 내디뎌지지가 않았다.
신종 마약의 맛을 본 터라 어차피 그 맛을 잊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크가 망설이는 건 역시 돈 때문이었다. 지금 그의 수중에 있는 수십 달러의 돈으로는 신종 마약을 한번 할 수 있을까 말까였다.
그러니까 그 뒤를 제이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약 후 그 환상이 깼을 때 당장 먹을 것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약을 하려면 돈도 있어야 하고 말이다. 그런데 먹을 거 살 돈도 없는 그가 무슨 약을 살 돈이 있겠나?
“하아....”
나오는 건 한숨 뿐. 그때였다.
“제이크. 안으로 안 들어오고 여기서 뭐하나?”
아지트 안에서 나온 누군가가 그를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제이크는 그게 누군지 보려 눈을 부릅떴고, 그 사이 성큼 그 앞에 다가와 선 그 자를 보고, 제이크는 그가 누군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한, 한스?”
바로 이곳 아지트의 두목인 드레이커의 오른팔이자, 약쟁이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이곳 마약 조직원들의 실질적인 우두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