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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앞서와 달리 나는 이번에 뜬 바뀐 견신 시스템의 상태창을 자세히 살폈다. 당연한 일이다. 레벨업이 이뤄졌으니 각 보유 아이템과 보유 스킬에 업그레이드 또한 됐을 테니까. 더불어 새로운 능력도 생겨났을 테고 말이다.
이름: 백준열(Lv16)]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6Up), 「개좆」(6Up)], 「개목걸이」(5Up), 「개코」(5Up), 「개방울」(5Up), 「개 알약」(역 5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5UP), 「개똥」(역 5Up), 「개막장」(2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5Up), 「충견」(일,6Up), 「개끗발」(역,5Up), 「개호구」(역,5Up), 「만능 오프너」(일,5Up-모든 문(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는 문)), 「개 멋져」(일,5Up), 「개 짖는 소리」(일,역, 5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3장), 역 스킬 1회 이용권(4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3개)
[특성: 개(7차UP완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60]
일단 레벨이 15에서 16으로 올랐음을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더불어 그에 따라 어떤 보유 아이템과 보유 스킬이 업그레이드 되었는지도 살폈고.
앞서 「개방울」아이템이 5Up이 되면서, 나는 아주 쓸 만한 능력을 하나 얻었었다. 내 주위, 정확히는 나를 기준으로 반경 10미터 안에 있는 사람을, 한 시간 정도 푹 자게 만들어 주는 강제 수면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그 능력이 아주 만족스러웠고 자주 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물리적으로 다치게 하는 능력보다는 잠재우는 게 훨씬 신사적이었으니까.
그처럼 이번에도 그런 쓸 만한 능력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하나 생겼다. 「개똥」아이템이 5UP이 되면서 말이다.
“던지면 무조건 맞추는 능력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물을 어디로, 혹은 누군가에게 던졌을 때, 그 사물이 그 대상에 적중시켜 주는 능력이었다.
이게 왜 쓸 만한 능력이냐? 그거야 내가 던지는 게 칼 같은 흉기라고 생각해 보라. 그 흉기를 아무렇게나 던져도 내가 맞추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죽은 목숨이지 않겠나?
그것 말고 「개막장」아이템이 3UP이 되면서 내가 지정하는 생명체의 체내 수분을 짜내는 탈수 능력이 생겼다.
현재 이 새로운 능력으로는 나는 상대의 체내 수분 5%를 짜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업그레이드 해 나감에 따라서 그 짜 낼 수 있는 탈수능력의 % 역시 올라갈 거라고 견신 시스템이 정보를 주었다.
그 말인즉 이 능력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 나갈 경우, 나는 언제고 사람의 몸에 수분을 쥐어 짜내서 없애 버릴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얘기였다.
다들 아는 바이지만, 인간의 몸은 수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긴 몸의 60~70%가 수분이고, 혈액의 94%, 뇌의 75%, 근육의 75%, 심장의 86%가 수분인데, 하루에 몸속에서 사용되는 수분의 양이 땀, 호흡, 대소변으로 2.5L라고 하지 않은가?
세계 보건기구 WHO가 권장하는 성인 하루 평균 물 섭취량은 1.5L~2L인데, 각 신체특성과 환경에 따라서 권장량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는 음식을 통해 섭취된 양분이 적절하게 흡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노폐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이처럼 물은 혈액의 순환을 도와 체온조절을 하고, 체내의 빈 공간을 메워 각 세포의 연결에 도움을 주는데 이 외에도 체중조절, 숙면, 피부탄력 등 많은 역할을 한다.
그런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혈액의 농도가 높아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각종 혈관질환에 노출되고, 신진대사가 어려워져 일상의 활력이 부족해지고, 몸속에 쌓여있는 독소의 배출이 되지 않아 소화기관이나 노폐물 배출을 담당하는 방광이나 대장, 피부등의 질환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체내의 수분 중 10%정도 증발할 경우 탈수를 느끼고, 피로감이나 현기증 등을 느껴 활동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으며, 20%만 부족해도 사망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 같은 경우 이 탈수 능력을 10-20%까지만 끌어 올리면 아주 무서운 능력 하나를 가지게 되는 셈이었다. 물론 지금 가진 5%의 수분을 짜 내버리는 능력도 쓸 만한 능력이기는 했다. 그 정도만 해도 상대의 목에 갈증 정도는 불러 올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갈증을 해소하려는 상대에게 내가 물에 뭔가 섞은 걸 먹인다면....
* * *
백준열의 쓰잘때기 없는 잡 지식에 따르면, 인간에게 있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의 적절한 수분섭취는, 바로 아침 공복에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마셔주고 식사 30분 전, 취침 2시간 전,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시간 2시간 전에 한번, 15~30분 전에 한번 이렇게 마셔주면 신진대사가 잘 이루어져 운동의 효과를 보기 좋단다. 참고 하시길....
보유 아이템의 업그레이드는 그 정도고 보유 스킬의 경우 「충견」스킬 만이 6UP이 됐다. 그로 인해 생긴 능력은 딱히 없었고, 개 특성이 7UP이 완료 되었다.
“....으음....”
그때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알리샤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한 동안 소파에 축 늘어져 있다가 힘겹게 내게 말을 했다.
“준열....물 좀....”
나는 그녀의 요구에 사무실 안에 있는 소형 냉장고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그 안에 생수가 비치되어 있었다. 그 생수 하나를 꺼내서 뚜껑을 열고 그걸 알리샤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걸 받아 벌컥벌컥 생수를 들이켠 알리샤. 그녀가 입가에 묻은 물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하아아....”
그리곤 나를 보고 말했다.
“정말 끝내 주는 섹스였어. 준열.”
그 말과 함께 나를 향해 엄지를 척 세워 보이는 알리샤. 이어 알리샤의 양쪽 볼에 깊게 팬 보조개가 생겨났다. 그리곤 그녀가 지금 몇 시인지를 물었다. 나는 벗어 놓은 내 바지 쪽으로 움직이며 대충 2시간 쯤 지났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바지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정확한 시간을 그녀에게 말해줬다.
내 예상대로 그녀가 이곳 사무실에 온지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어머.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어?”
나에게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에게는 긴 시간이었던 모양이었다. 알리샤가 그 말 후 소파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악!”
하지만 곧장 짧은 비명과 함께 아랫배를 잡고 도로 소파에 주저앉는 알리샤.
“괜찮아?”
그런 그녀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내가 그녀에게로 다가가자, 그녀가 손을 뻗어 그런 나를 제지하며 말했다.
“난 괜찮아. 그러니 너나 빨리 옷 챙겨 입어. 그리고 내 옷 좀 챙겨 주고.”
알리샤의 그 말에 나는 그녀가 시킨 대로 내 옷을 먼저 챙겨 입고는 주위에 흩어져 있는 그녀의 옷가지들을 챙겨서 그녀에게 가져 다 주었다. 그러자 그 사이 괜찮아진 듯 알리샤가 속옷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옷을 챙겨 입었다.
그렇게 헐벗었던 우리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자신의 손목시계로 시간을 재차 확인한 알리샤가 나에게 말했다.
“준열. 나 저녁 약속이 있어서....여기서 그만 헤어져야 할 거 같아.”
그 말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저녁에 꼭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었기에 안 그래도 이쯤에서 알리샤와 헤어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알리샤에 대한 매너는 아직 현재 진행형 중이었다.
“어디로 가는지 거기까지 내가 태워 줄게.”
“아냐. 그냥 택시 타고 가면 돼. 그러니 준열은 내 걱정 말고 바로 가도 좋아. 이따가 봐서 내가 전화 할 테니까.”
알리샤는 내가 오늘 밤도 컬럼비아에서 보낼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저녁 약속 후 봐서 나와 같이 밤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알리샤와의 미션은 끝났어. 그러니 굳이 그녀와 같이 밤을 보낼 필요는....’
물론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그녀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그녀에게 연락을 하겠지만, 그 전에 그녀가 연락해 오더라도 나는 그녀와 더 만날 생각은 없었다. 이정도 했으면 알리샤와 섹스도 할 만큼 충분히 했고 말이다.
* * *
알리샤는 아는 동네 오빠 리암과의 오늘 저녁 약속만 아니었더라도 한국인 남자, 준열과 더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리암과의 약속 시간이 이제 한 시간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준열과 당장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리암 오빠를 보러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단 집에 가서 씻고 단장도 해야 하므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준열이 그녀가 가려는 곳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을 때 살짝 혹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결코 안 될 일이었다.
백준열이라는 이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집이 어딘지 노출하는 건 자칫 그녀가 위험할 수 있었다.
한때 납치 당 할 뻔 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알리샤였다. 그래서 비록 백준열과는 뜨겁고 만족스런 섹스를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에 대한 확실한 신뢰까지는 생긴 건 아니었다.
그에 비해 리암 오빠는 이웃으로 20년을 봐 온 사이였다. 그랬기에 그를 믿고 현재 그가 묵고 있는 힐튼 호텔로 그녀가 직접 만나러 가려는 거고.
“그럼 택시가 올 때까지 기다려 줄게.”
백준열은 정말 매너가 좋았다. 미국 남자였다면 그녀가 가도 좋다고 했을 때 바로 여길 떠났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탈 택시가 올 때까지 그녀 곁에 있어주었다.
“쪽! 고마워!”
그래서 알리샤는 그런 백준열의 볼에 뽀뽀를 해주고 택시에 타고 나서 차창을 내리고 그에게 이따 전화하겠다며 손으로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게 복권 제작 공장을 나선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컬럼비아 시내 주택가로 향했고, 그녀 혼자 쓰고 있는 널따란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훌러덩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깨끗이 몸을 씻은 뒤 알리샤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화장을 시작했고, 화장이 끝나자 엊그제 쇼핑 때 구입한 에르메스 케시미어 블랙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노출이 좀 있었지만 그게 더 그녀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좋아.”
거울 앞에서 자신의 외모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알리샤는 명품 백과 차 키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직장과 일상생활을 할 때 타는 차와 달리 오늘 알리샤는 뚜껑이 열리는 스포츠카를 끌고 리암 오빠와 만나기로 한 힐튼 호텔로 향했다.
호텔 입구에서 차 키를 호텔 직원에게 넘긴 알리샤는 곧장 호텔 안으로 들어가서,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쭉 걸어갔다. 그리곤 엘리베이터를 타고 힐튼 호텔 최상층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같이 탄 엘리베이터 사람들이 다들 야릇한 눈으로 그녀를 보는 게 아닌가?
순간 알리샤는 기분이 팍 상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뭐로 보는 지 그녀도 눈치 챈 것이다.
하긴 그렇게 오해 할 만 했다. 그녀의 지금 옷차림과 진한 화장만 본다면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탄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에 도착했을 때 거기 있는 사람은 그녀 혼자였다. 그러니까 그녀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들은 그녀가 고급 창녀일거라도 끝까지 오해하고 자기들이 내릴 층에 다 내려 버린 것이다.
“쳇....”
알리샤는 그제야 후회를 했다. 리암 오빠를 보러 그녀가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리암 오빠도 그녀가 이렇게 그가 묵는 방까지 직접 찾아 올 줄 모르고 있었다. 한마디로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리암 오빠를 놀래 켜 주려 알리샤가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찾아 온 것이다.
“쯧....”
그러니 따지고 보면 그런 오해를 그녀 스스로 사서한 것이었고, 누굴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에이. 몰라.”
알리샤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원래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기 위해서 리암 록펠러가 묵고 있는 로열 스위트 룸의 초인종을 눌렀다.
* * *
나는 알리샤가 택시를 타고 사라지자 그제야 대기 중인 리무진에 탑승했다. 그런 내 옆에 알리샤가 아닌 김종훈이 앉아 있었다. 그는 내가 여자 때문에 자신을 딴 차에 타게 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걸 대 놓고 티내지는 않았다. 대신 꽁해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는 절대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나야 김종훈이 쫑알쫑알 옆에서 시끄럽게 굴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그때 운전석의 운전기사가 내게 물어왔다.
“어디로 모실까요?”
“힐튼 호텔로 갑시다.”
내 그 대답에 운전기사는 곧장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송신을 했다. 아마 동료 보안 회사 직원, 그 중에서 자신의 상사인 지부장 커트에게 보고하는 듯 했다. 지금 갈 목적지가 어딘지를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힐튼 호텔로 향했고 그곳에 도착하자, 김종훈이 차에서 먼저 내려서 프런트로 움직였다. 그리고 내가 경호원에 둘러 싸여 호텔 안에 들어서자, 프런트 쪽에 있던 김종훈이 쪼르르 내게 달려와서 말했다.
“예약 하신 방으로 바로 가시면 됩니다. 이쪽으로....”
나는 김종훈을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엘리베이터가 오는 동안 보안 회사 지부장인 커트가 내게 말했다.
“이곳 호텔의 보안이 워낙 좋으니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겠습니다.”
괜히 비싼 특급 호텔이 아니었다.
“뭐 그러세요.”
나는 내 안전을 커트가 지부장으로 있는 보안 회사 바이널리(Binarly) 측에 일임한 터라 쿨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