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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우리가 간 레스토랑에는 아직 손님은 없었다. 하긴 이제 막 점심시간이 되었으니까.
대신 레스토랑 안에 직원들이 이리저리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오기 전 그 준비에 다들 바빠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자, 원래는 입구 앞에서 이용 인원을 체크하는 매니저가 급한 대로 우리를 맞았다. 그리고 바로 물었다.
“몇 분이신지?”
물으면서 매니저는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사람들의 수를 재빨리 눈대중으로 세는 듯 보였다.
“커트씨. 수고들 하는데 다들 여기서 점심을 먹죠?”
내가 자신의 보안회사 직원들을 챙겨주는 말을 하자, 그가 기꺼워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허허.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들이야 고맙죠.”
그리곤 아예 그가 나대신 매니저에게 이곳 레스토랑을 이용할 인원을 말했다.
“전부 15명입니다.”
현재 나를 포함해 여기 있는 인원은 12명이었다. 근데 커트가 15명이라고 말한 건 지금 차에 있는 보안회사 직원들까지 다 포함한 거다. 즉 커트가 그들도 불러서 여기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이겠다는 얘기.
뭐 나야 12명이나 15명이나 돈 나가는 건 같았다. 물론 그 돈의 크기에 차이가 있지만 그 정도는 내게 푼돈에 불과했으니 상관없었다. 즉 커트는 부자의 그런 심리를 잘 꿰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테이블 담당 서버들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용 인원이 많다보니 한 테이블에 3-4명을 기준으로 5명의 테이블 담당 서버가 우리를 각자 테이블로 안내했다.
하지만 나는 나만 혼자 테이블 하나를 차지했다. 딱히 내가 물주라서가 아니라 알리샤와 같이 식사를 해야 했으니까.
“먼저들 먹어요.”
물론 나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김종훈까지 해서 보안 회사 직원들이 각자 먹고 싶은 걸 주문하고, 그들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며 알리샤를 기다렸다.
지이이잉!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고 누구 전화인지는 화면을 보고 검색 중이었던지라 곧장 확인이 가능했다.
내가 나나미를 찾으라고 일본에 보낸, 내 고민 해결사 철수의 전화였다. 나는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네.”
-대표님. 나나미양 신병을 확실히 확보했습니다.
그 말은 곧 철수 옆에 나나미가 있단 소리였다.
“바꿔요.”
-네.
잠시 철수가 뭔가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고 틀림없는 나나미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준열상. 나에요. 나나미.
“알아. 다친 데 없고?”
철수를 통해 나는 그녀가 어떤 처지였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네. 저는 괜찮아요. 그보다....지금 미국이라면서요?
“사업상 출장을 좀 왔어. 어. 뭐....다음 주면 한국 가니까 그때 보자고.”
그 뒤 나는 나나미와 소소하게 몇 분간 얘기를 나누다 그대로 통화를 끝냈다.
덕분에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라는, 내가 철수에게 내린 지시가 그대로 유효했고, 그로인해 일본 사회가 꽤나 시끄러워지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정말 내가 의도한 바는 절대 아니었다.
* * *
나나미와 통화 후 내가 다시 인터넷을 통해 현재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뉴스 위주로 쭉 살피고 있을 때였다.
“내가 좀 늦었네요.”
기다리고 있던 그녀. 알리샤가 내 앞에 나타났다.
“어서 오십시오.”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켰고 그녀를 반겼다. 그러자 알리샤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 테이블 담당 서버가 꺼내 주는 의자에 앉았다.
딱 봐도 알리샤는 미국 상류층 사회의 예절에 익숙한 거처럼 보였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야 백준열이 지금 두 눈으로 그녀를 보고 그렇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유학 시절에 백준열은 주로 미국 상류층 자제들과 어울렸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그들 집에도 자주 초대를 받았고.
미국 상류층에서도 대한민국의 최고 재벌가 자제에 대해 궁금한 게 있었던 모양이었다.
뭐 당시에도 삼명그룹은 충분히 글로벌 그룹으로 명성이 높았다. 세계 30대 그룹 안에도 들었고 말이다.
그러니 미국에서도 백준열은 최상류층 대접을 받았으며, 미국 상류층에 대해 자연히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백준열의 눈에 알리샤는 상류층의 삶이 이미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는 게 느껴지고 또 그래 보였다.
주문은 바로 이뤄지고 음식도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저도 유학시절 여기 자주 왔었습니다.”
나는 배가 고팠던지 음식이 나오자 거의 말없이 우아하게 식사 중인 알리샤에게 툭하니 그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알리샤가 차분히 먹던 음식을 다 먹고, 냅킨으로 조신하게 입을 닦은 뒤 나를 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랬군요. 전 여기 음식을 너무 자주 접해서....대학 다닐 때는 딴 곳을 자주 이용했죠.”
그리곤 내게 대 놓고 물었다.
“근데 치플레의 뭐가 좋아서 여길 자주 찾으신 건가요?”
그 질문 후 그녀는 마치 내가 그에 대해 길게 대답할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내려놓았던 포크를 다시 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나는 입속 음식을 다 삼키고 그녀가 한 질문에 대답을 했다.
“미국에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면서도 패스트푸드는 피하고 싶을 때, 멕시칸 레스토랑 ‘치플레 멕시칸 그릴’, 치플레는 꽤 괜찮은 선택지거든요. 쌀밥에 고기와 채소가 넉넉히 올라간 10달러 안팎의 볼(Bowl)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오픈 형 주방이라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데다, 또 고객이 직접 식재료를 보고 고를 수 있어 청결도나 안전성 면에서도 믿을 수 있고요.”
“와우! 당신은 진짜 치플레맨이로군요?”
내 대답에 알리샤가 감탄하며 놀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좀 더 진중해진 태도로 나에게 말했다.
“치플레 창업주는 미국 유명 요리학교인 더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카를 졸업한 스티브란 사람이에요. 제게는 삼촌 되시는 분이죠.”
“아아....그래서 좀 전 여기 음식을 자주 접했다고 하신거로군요?”
“맞아요. 삼촌이 처음 치플레 식당을 차렸을 때 그저 알루미늄 포일에 싼 부리토를 간편하고 빠르게 제공하는 식당에 불과했죠. 거기에 차별 점을 두고 싶어 했던 삼촌 때문에, 당시 저를 비롯한 가족들이 매끼를 멕시코 음식으로 먹어야 했으니까요.”
“그 차별 점이란 게 혹시 진정성 있는 음식(Food with Integrity)을 말하는 건가요?”
“호오! 그것까지 알아요? 당신 진짜 치플레맨이 맞군요. 삼촌이 당신을 보시면 좋아하시겠어요.”
진정성 있는 음식(Food with Integrity)은 치플레 레스토랑의 사업 모토였다. 즉 높은 수준의 동물 복지 기준을 충족한 육류와 현지 유기농 농산물만 엄선해 사용하고, 인공색소나 방부제, 향료 등을 절대 사용하지 않으며 신선한 식재료만 고집한 것이다. 때문에 주방에 전자레인지나 냉장고도 들여놓지 않았다.
그렇게 기성 패스트푸드와는 다른 건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치플레는 두터운 팬 층을 형성하며 지금 승승장구했고, 이를 눈여겨 본 맥도르날드에서 투자자로 나서며 치플레 레스토랑은 미국 내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4년 전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현재 S&P500 지수에 편입되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반열에 올랐다. 22달러에 시작한 치플레 주가는 현재 1000달러를 넘겼다.
그러니까 지금 내 눈앞의 알리샤라는 여자는 미국 요식업에서 성공한 대기업 회장을 삼촌으로 두고 있었던 것이다.
삼촌을 가족의 일원인 거처럼 얘기하고 있는 걸로 미뤄, 얄리샤와 그 가족들이 치플레 레스토랑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 말은 곧 그녀가 미국 내 최상류층에 속하는 로열패밀리 일 수 있다는 거다.
“스티브 회장님과 만날 수 있다면 저야 영광이죠.”
비록 록펠러 가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치플레 레스토랑의 최고 경영자와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면 충분히 꿩 대신 닭이라 볼 수 있었다.
미국에 로또 당첨 된 거 하나 가지고 진출한 내 입장에서 닭이면 진수성찬이었다.
물론 이후 계획에 따라 닭 뿐 아니라 꿩도 충분히 노려 볼만 한 상태이기도 했고.
* * *
지금 알리샤 눈앞의 젊은 동양인 남자는 억만장자다.
자신의 삼촌과 달리 자수성가한 억만장자가 아닌, 그야말로 운이 좋아서 메가 밀리언에 당첨 된 억만장자. 하지만 미국 전역에 걸쳐 체인망을 갖춘 레스토랑 최고 경영자나 메가 밀리언에 당첨 된 사람이나 같은 억만장자다.
한데 알리샤 눈에 젊은 동양인 남자는 그저 단순한 복권 당첨자가 아니었다. 그와 같이 복권에 당첨 된 제이크라는 미국인과는 너무나도 비교가 되는 남자였다.
좀 전 알리샤가 자신의 삼촌이 누군지 얘기했을 때에도 좀 놀라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여태 알리샤가 만나 온 남자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대개의 남자들은 자신의 삼촌이 누군지 밝히면 다들 눈빛이며 태도가 변했다. 하지만 눈앞의 동양인 남자는 그 말에 감탄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눈빛도 원래 그대로였고 태도 역시 바뀌지 않았다. 그 말은....
‘삼촌이 쌓은 부 정도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이나 부를 가졌다는 얘기....’
즉 눈앞의 동양인 남자는 든든한 뒷배를 둔, 재벌과 권력자의 자제가 확실했다. 그렇다면 그는 그녀와 어울릴 수 있는 급에 있는 남자였다. 물론 그 자격은 오늘 수령한 당첨금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삼촌과 만나려면 뉴욕에 가야 하는데....어떻게 저랑 같이 뉴욕으로 가실래요?”
은근히 유혹하는 눈빛으로 동양인 남자를 쳐다보며 말하는 알리샤.
“그래도 됩니까? 회사는요?”
직장은 어쩌고 뉴욕에 가겠다는 건지 물어보는 다정한 동양인 남자. 그런 그를 보고 알리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수퍼 바이저로서 뉴욕에 출장 좀 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아아. 그렇군요. 수퍼 바이저가....복권국에서 그렇게 대단한 자리인 줄 몰랐네요. 좋습니다. 같이 뉴욕에 가시죠.”
자신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는 동양인 남자. 그가 점점 더 마음에 드는 알리샤.
“으음....”
그래서일까? 아래가 더 축축이 젖어왔다. 저 남자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금세라도 오줌을 지릴 거 같은 그 찌릿찌릿함이 계속 되다보니 점점 더 참기가 어려워졌다. 때문에 화장실만 벌서 두 번을 다녀왔다. 여기서 한 번 더 화장실에 가면 상대는 그녀가 요실금에라도 걸린 줄 알거다.
생각 같아선 눈앞의 동양인 남자에게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복권국의 수퍼 바이저로서 오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복권을 만드는 공장을 방문해서 보완된 복권 디자인과 로고를 확인해야만 했다.
근데 그 공장이 있는 곳까지 가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거기 공장장을 비롯한 부서장들과 미팅까지 해야 했으니, 적게 잡아도 한 거기에 한 시간은 소요 될 것이고, 그렇게 공장을 방문하고 오는데 만 빨라도 3시간은 족히 걸릴 터.
그 3시간을 기다려 달라고 알리샤는 차마 눈앞에 동양인 남자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3시간이 지나서도 자신이 지금처럼 저 동양인 남자를 원할까? 이래저래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생각이 갈팡질팡하던 알리샤. 그런 그녀에게 동양인 남자가 먼저 말했다.
“오후에 뭐하세요?”
“네?”
“괜찮으시다면....당신과 같이 있고 싶은데....”
알리샤 그녀가 동양인 남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 * *
미국에서도 견신 시스템은 잘 운용이 되었다. 그 말은 내가 가진 능력도 쓸 수 있다는 얘기고. 나는 충분한 개 지수 획득을 위해서 알리샤에게 내 능력을 사용했다.
「개좆」 스킬의 매혹 향기와 쾌속절정까지 한꺼번에 다 사용하자, 알리샤가 안절부절 못하더니 화장실만 두 번을 다녀왔다. 하지만 그런다고 치밀어 오르는 욕정이 식혀 지는 건 아니지.
그걸 풀려면 나와 한 빠구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알리샤가 보기보다 참을성이 꽤 높았다. 거기다 성격도 우유부단했고.
이러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처해서, 그녀가 이대로 복권국으로 돌아가버리기라도 한다면....
‘별수 없군.’
해서 내가 먼저 말했다. 그녀가 결정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러자 그녀가 내게 자신의 오후 일정을 말하면서 일이 술술 풀렸다.
“그럼 저도 같이 복권을 생산하는 공장까지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실래요?”
“네. 바로 가셔도 되신다면 제 차로 가시죠?”
“좋아요.”
알리샤의 차가 뭔지 모르지만 그 차에 내가 타도 그녀가 운전을 해야 한다면, 그건 동승하는 거 이외에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알리샤가 내 차를 탄다면 얘기는 달랐다.
내 차는 따로 운전해 주는 보안 회사 직원이 있었고, 또 차가 리무진이었다.
넓은 실내를 자랑할 뿐 아니라 운전석과 승객석 사이에 장착된 글라스는 완벽하게 공간을 분리해 승객석의 프라이빗 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그 글라스는 투명도와 개폐여부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운전자와 탑승객이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했다.
내 경우 차 안에서 여자와 빠구리 할 때나 잠깐씩 운전자와 그 소통이 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