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00화 (69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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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서양여자들이 빨리 늙는 이유가 뭘까? 예쁘기로 소문난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미녀를 포함한 동유럽 쪽의 여자들은 어릴 때 정말 ‘엘프’ 라는 말이 어울리는 굉장한 미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슬라브계를 비롯해서 서양인들은 공통적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살이 찌는 건 물론이고, 서양인 특유의 건성 피부 때문에 동양인보다 훨씬 잡티가 많고 푸석해진다. 때문에 같은 나이라도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적게는 다섯 살에서 많게는 열 살까지도 어려 보인다.

하긴 백준열이 대학 다닐 때 중학생이냐는 말을 주변 미국인들 사이에서 자주 들었으니 말 다했지.

반대로 백준열이 한 파티에서 30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에게 공손히 대했다가, 그 남자가 파티 주인의 아들, 즉 10대란 사실에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동안(童顔), 말 그대로 어린아이 같은 얼굴이란 소리다. 즉 얼굴 각 부분의 구성비가 어린이와 비슷할수록 어려 보이는 건 팩트다.

백준열의 그 쓸데없는 상식에 따르면 얼굴을 상안(이마) 중안(눈썹부터 코끝까지) 하안(턱 끝까지)으로 3등분하는데 어린이는 상안이 가장 길고 다음이 중안, 하안 순서다. 그러니까 어른은 하안이 가장 길고 중안, 상안의 순서로 길다는 소리다. 결과적으로 동안은 얼굴 아랫부분이 미성숙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한데 서양인은 얼굴이 입체적이고 상안과 중안이 돌출되어 상대적으로 눈이 푹 들어가 보이며 코가 길고 턱이 발달해, 동양인보다 나이가 많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유럽은 날씨가 좋지 않은 지역이 많아서 햇볕이 뜨거운 날을 선호하는데, 동양에서는 하얀 피부를 아름답다고 생각해 자외선 차단 제를 바르거나 천으로 피부를 가리는 반면에, 서양은 선탠을 해서 갈색이 된 피부를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여기기에, 태양 아래 누워 하루 종일 빛 받는 것을 즐긴다. 그로인해 자외선의 영향을 받아 피부가 더 빨리 노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데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지? 대표님?”

“어?”

내가 잠깐 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김종훈이 내게 무슨 말을 한 거 같았다. 김종훈 쯤 되는 자가 그 정도 눈치가 없을 리 없었다. 해서 자신이 내게 물은 바를 재차 정확히 내게 물어 보는 김종훈.

“복권국에서 대표님이 세우신 미국 현지 투자법인으로 바로 당첨금 이체가 어렵다고 합니다. 해서 대표님의 미국 내 개인 계좌에 이체할까 하는데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 물음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어차피 순서와 절차의 문제였다. 미국 내 내 투자법인의 돈도 결국 내가 달러가 필요하는 내 개인 계좌로 돈을 넣어야 했다. 그런고로 내 개인 계좌로 돈을 넣었다가 다시 투자법인으로 그 돈을 넘기는 건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세금 문제는 당첨금을 수령할 때 이미 다 처리 된 상태일 테니까.

내 그 대답 후 복권국 담당자는 서류작업을 핑계로 30분 동안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VIP실을 떠났다.

한데 그들이 향한 곳이 바로 근처 다른 VIP실이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내 귀에 그들이 얘기하는 게 다 들렸으니까.

내 개 특성 능력이 무려 7차 업그레이드 진행 중이었다. 냄새를 잘 맡습니다와 소리가 잘 들립니다의 특성만으로, 복권국 담당자들이 어디로 이동하고 거기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나는 이렇게 다 파악이 됐다.

“으음....제이크라....”

나 말고 또 다른 이번 메가 밀리언 당첨자의 이름이 제이크였던 모양이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혼자 당첨금을 다 독식했을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지지리 복도 없는 인간이 되어 버렸군.”

그러나 나는 그에 대해 전혀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이크란 메가 밀리언 당첨자는 약쟁이로 당첨금을 수령 받고 몇 달 살지 못하고 약물치사, 그러니까 마약을 하다가 덜컥 죽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뿐이면 나도 측은한 마음은 들었을 거다. 하지만 그가 죽고 나서 그의 재산을 두고 범죄 조직 간의 싸움이 벌어졌고, 그 때문에 무고한 사람 십 수 명이 죽거나 다친다.

즉 내가 그런 약쟁이의 행운을 뺏어가 버림으로 해서, 제이크라는 저 메가 밀리언 당첨자는 마약을 하다 당장 죽을 일이 없어졌다. 또 그 돈 때문에 범죄 조직 간에 싸움도 벌어질 리 없었고, 무고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그야말로 일석삼조지.”

그런 좋은 일을 했는데 내가 저 제이크란, 다른 VIP실에 있는 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리가 있겠나?

* * *

서류작업에 필요한 30분의 시간이 지나고 복권국 담당자들이 다시 내가 있는 VIP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메가 밀리언 당첨금이 내 미국 내 계좌로 들어왔다.

나는 그 돈을 즉시 내 미국 내 투자법인으로 넘겼다. 내 투자법인은 뉴욕에 있었고, 그 뉴욕법인의 대표인 그렉과 나는 바로 통화를 했다.

“돈 들어갔죠?”

-네. 대표님.

그렉은 박 비서와 친분이 있던 자산운용사였다. 박 비서가 믿을 만한 자라고 해서 미국에서 만든 내 투자법인의 대표 자리에 앉혔는데, 수시로 전화통화를 해 본 결과 생각보다 훨씬 유능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내 말에 토를 달지 않아 좋았다. 한마디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 하는 사람이란 소리다. 지금도 마찬가지. 그는 내 지시를 열심히 경청했다.

“들어간 돈의 절반은 그렉이 안전하다 싶은 자산에 투자하세요. 나머지는 그린 애플과 구골, 엔비다이아, MSS, 네트워크 플렉스, 테그슬라, 루이시드....”

나는 투자하면 무조건 수익을 창출해 낼만한 미국 내 대장주와 주도주 주식에 지금 즉시 내 당첨금의 절반을 투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네. 말씀하신 곳에 적절히 분산 투자토록 하겠습니다.

그렉의 시원스런 대답에 흡족해 하며 내가 통화를 끝내자 그런 나를 복권국 담당자중 한 명이 빤히 쳐다봤다. 자신을 복권국 수퍼 바이저라 소개했던 바로 그 여자였다. 이름이....

‘알리샤라고 했던가?’

저 여자가 왜 이러나 싶었던 나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그러니까 주위에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너무 대 놓고 주식 투자에 대해 떠들어 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한 주식들은 이미 미국에서도 유명한 빅테크 기업들이었다. 돈만 있다면 미국인들도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한 곳이었기에 딱히 문제가 될 만 한 건 없었다.

그때 알리샤라는 여자가 내게 노골적인 눈빛을 보내왔다. 내게 관심이 있음을 눈빛 말고도 은연 중 계속 표출을 했다. 하지만....

‘에이미보다 못한 여자를 굳이....’

알리샤는 금발 미인이기는 했지만 에이미에 비할 바가 못 됐다. 해서 나는 정중히 그녀의 관심을 거절했다. 그녀와 악수 후 VIP실을 먼저 빠져 나와 버린 것이다. 그렇게 막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눈치 빠른 김종훈이 내게 슬쩍 물어왔다.

“복권국 담당자 중 알리샤라는 그 백인 미녀 말인데....딱 봐도 대표님께 관심 있어 보이던데....”

“....”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피식 웃기만 했다. 바로 그때였다. 내 머릿속을 은은하게 울리는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

-서양녀 알리샤라는 발정 난 암캐를 만족시키고, 개지수의 포인트를 획득하세요. 아시겠지만 암캐와 섹스 시 꼭 보지 안에 사정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보상이 된다는 점 유의하십시오. 이때 암캐가 임신하는 일은 없으며 교미 특성이 개화 되었을 때, 그 영향으로 한번 사정할 때마다 개지수 +10의 보상이 지급됩니다.

이전 서지연 때와 비슷한 미션을 견신 시스템이 내놓았다.

‘미친....’

미국에 와서도 견신 시스템이 이 지랄을 할 줄이야....

나는 순간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 사이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내 일행들이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리고 내가 내리기를 기다리던 김종훈이 멍 때리고 계속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나를 보고 외쳤다.

“대표님!”

“어?”

“내리셔야죠?”

“어어.”

나는 계속 멍한 상태로 김종훈이 말한 대로 일단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 * *

견신 시스템의 이번 미션은 한마디로 꿀이었다. 알리샤라는 여자와 한 빠구리를 완성 시킬 때마다 +10포인트의 개지수를 획득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고로 이건 무조건 받아드려야 할 미션이었다.

‘오케이. 좋아. 할게.’

나는 속으로 견신 시스템에 미션을 수행할 것을 알렸다. 그 다음, 시선을 옆으로 돌려 김종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김 과장?”

“네?”

내가 그를 부르자 김종훈이 움찔하며 대답을 했다. 한데 뭔가 눈치 챈 듯 꺼려하는 눈빛을 띠었다. 뭐 그런다고 그가 내 지시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는....

“위에 다시 올라가서....알리샤라는 여자에게 나랑 같이 점심 같이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와.”

“네?”

그게 무슨 개소리냐며 나를 어처구니 없어하며 쳐다보는 김종훈.

“....”

하지만 그런 그를 보고 내가 말없이 싸늘하게 얼굴 표정을 굳히자....

“알았습니다. 하면 되잖습니까!”

그리곤 내가 열어 놓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곤 신경질적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김종훈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나는 잠시 생각 끝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아무래도 김종훈 가지고는 알리샤라는 그 농익은 여자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 같아서 말이다.

내 그 생각이 맞았다. 김종훈이 타고 올라간 엘리베이터를, 다시 내가 타고 올라가 보니 김종훈이 알리샤라는 여자 앞에서 쩔쩔 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즉시 나섰고 알리샤로부터 점심 약속을 확약 받았다. 그리고 김종훈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면서 그를 좀 타박했다.

“어떻게 여자 하나 어쩌지 못하고....다른 건 다 잘하면서 말이야.”

“대, 대표님이 나서지 않으셨다면....분명 제가 다 알아서 했을 겁니다.”

“아유. 그래요? 그럼 앞으로 여자와 관련 된 일은 김 과장이 다 맡는 걸로 합시다.”

“그, 그건....”

내 그 말에 사색이 된 김종훈. 이래서 신이 공평하다는 거다. 인간에게 다 주진 않는다. 모든 면에 걸쳐서 유능한 김종훈이지만, 여자 앞에서는 영 쑥맥인 거처럼 말이다.

밑에 내려가자 내가 이곳 현지에서 고용한 변호사 스미스와 보안 회사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그 보안 회사 직원들의 우두머리인 커트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렇게 혼자서 멋대로 움직이면 어떡합니까?”

내가 김종훈을 쫓아 위로 올라갈 때, 급한 마음에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눌러 버렸고, 그 바람에 커트를 비롯한 경호원들이 같이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한 걸 두고, 우두머리인 커트가 화가 많이 난 거 같았다.

“미안해요.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할 테니 화 풀어요.”

명백한 내 잘못인지라 나는 커트에게 제대로 사과를 했다. 그러자 커트가 화를 풀었고 그 사이 먼저 움직인 보안 회사 직원들이 우리가 탈 차를 우리 앞에 대령했다.

“대표님. 그럼 저는 여기서 이만....”

그때 자신의 할 일을 다 한 변호사 겸 공인회계사 스미스가 작별을 고해 왔다.

“수고하셨어요.”

나는 그와 악수를 나눴고 그의 수임료와 수고료를 그 자리에서 바로 그의 변호사 사무실 계좌로 쏴 주었다. 내가 이체한 돈이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며 퇴장하는 스미스. 그렇게 스미스를 먼저 보내고 우리는 대기 중인 차에 탔다.

“호텔로 갈까요?”

그러자 내가 탄 차의 조수석의 커트가 내게 바로 물어왔다. 해서 나는 바로 대답해 주었다. 알리샤가 내게 추천한 그 음식점으로 가자고 말이다.

“아뇨. 치플레(Chipotle)로 가주세요.”

“치플레요? 벌써....아아....알겠습니다.”

커트는 내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시간을 확인하고서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미국에서 유명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치플레로 향했다.

* * *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치플레에 한번이라도 가봤거나 어떤 레스토랑인지는 들어 봤을 거다.

당연히 백준열의 기억이 있는 나는 그곳이 어딘지 알았다. 치플레는 대표적인 멕시칸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었고 백준열은 미국에 살 때 그곳에 자주 갔었다. 그곳의 대표적인 메뉴는 타코, 부리토, 그리고 부리토 보울인데 백준열은 그것들을 다 좋아했다.

당시의 그 맛이 생각이 나면서 내 입에 침이 절로 고였다. 내가 그 침을 꼴깍 삼킬 때 조수석의 보안 회사 바이널리(Binarly) 컬럼비아 지부장 네이슨 커트가 말했다.

“치플레는 서브웨이처럼 원하는 토핑을 마음대로 넣을 수 있고, 또 고기 종류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 좋지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고기종류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요.”

백준열의 그 쓸데없는 오지랖이 미국에 와서도 여지없이 발휘 된 거다.

“물론 서브웨이처럼 고기를 제외한 모든 토핑은 무료지만....”

내가 덧붙인 그 말에 커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내 생각대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신 분이시군요. 혹시 어디서 유학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보스턴요.”

“살기 좋은 곳이죠. 저도 거기 지부에서....”

커트와 나는 티키타카(tiqui-taca)가 잘 맞았다. 그래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았다. 반면 우리 둘의 대화에 끼지 못한 김종훈은 목적지인 컬럼비아 시내의 치플레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때 입이 잔뜩 튀어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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