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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뭐하지?”
제이크는 당첨금을 수령하면 뭘 할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에 들어갔다.
“먼저 엠마와 안소니에게 집부터 사줘야지. 넓고 호화로운....수영장이 딸린....”
엠마는 제이크를 낳아 준 모친, 그리고 안소니는 비록 배다른 형제이긴 하지만 그의 유일한 동생이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그들과 같이 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마약 중독자였으니까.
원래 그들은 가족답게 한 집에 같이 살았다. 하지만 마약에 맛이 간 제이크가 미쳐 날뛰면서 집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고, 제일 먼저 안소니가 집을 떠났다. 그리고 그 다음은 엄마인 엠마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제이크 곁을 떠났고. 그들이 없는 가운데 폭주한 제이크는 결국 크게 사고를 쳤고 약물중독치료센터로 보내졌다.
제이크의 가족들인 엠마와 안소니는 지금 캔자스시티에서 살고 있었다.
안소니가 어렵게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갔고, 그런 그의 뒤를 지금 엠마가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약물치료센터를 나온 제이크는 어렵게 수소문해서 그들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들 앞에 나서지 못했다. 왜냐하면 제이크가 없는 두 사람은 너무나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으니까.
제이크는 차마 그들의 행복을 방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제이크가 친 사고, 그러니까 마약에 취해서 자기 집에 불을 질렀고 그로 인해 이웃에도 피해가 가면서, 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 그 다 타버리고 남은 집터를 팔수밖에 없었다.
즉 제이크가 가족들의 보금자리를 완전히 날려 먹은 것이다. 그런 주제에 무슨 염치로 가족들 앞에 나설 수 있겠나?
결국 제이크는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가족들과 가까운 곳, 같은 미주리주에 속해 있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제이크는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그의 인생에 제대로 된 대박 로또가 터졌다.
옛날 엄마 엠마는 TV에서 나오는 베버리힐즈의 비싼 집들을 보고 저런 곳에서 하루만 살아도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어린 제이크는 그걸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고. 해서 그는 복권 당첨금을 수령하면 진짜 베버리힐즈의 비싼 집을 사기로 했다. 그리고....
“안소니는....병원을 개원 시켜 주지 뭐.”
기특하게도 공부를 잘한 안소니는 미주리대학 의대에 다니고 있었다. 녀석의 어릴 적 꿈인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사람이 진짜 되려고 말이다. 제이크는 안소니의 학비는 물론 녀석이 의대를 졸업하면 그 즉시 병원을 차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뭘 해줄지 생각하면서 행복한 고민 중이던 제이크.
“가만....그럼 나를 위해서는 뭘 하지?”
가족인 엠마와 안소니를 위해 뭘 해줄지 다 생각하고 난 뒤, 정작 제이크는 자신은 뭘 할지 생각에 들어갔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최고 비싼 음식을 시켜 식사를 하고....”
근데 그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카드 결제일은 아직 2주일이나 남았으니까. 식사비야 당첨금을 수령하지 않아도 카드로 얼마든지 결제하면 됐다.
“이런 날 이러고 있을 수는 없지.”
해서 제이크는 현재 자신이 가진 옷 중에서 제일 비싼 옷으로 갈아입고, 세인트루이스에서 상류층들이 가장 즐겨 가는 레스토랑 중 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 음식 값은 제이크가 한 달 일을 해도 모자랐다. 그러니 그곳에서 식사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제이크.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혼자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레스토랑 입구 앞에서 이용 인원을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테이블 담당 서버가 제이크 앞에 나타났다. 누가 비싼 레스토랑 아니랄까? 테이블 마다 담당 서버가 있었던 것이다.
“이쪽으로....”
담당 서버의 안내를 받아 지정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자 담당 서버가 자기소개와 함께 제이크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저는 이곳 XX레스토랑 주니어 서버 에이미에요.”
그리곤 잠시 자리를 떴다가 제이크가 메뉴판을 살필 약간의 시간을 준 뒤 돌아와서 물었다.
“음료는 뭘로 하시겠어요?”
“아이스 레몬에이트 한잔이요.”
잘사는 친구 녀석에게 주워듣기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받고, 바로 음식을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먼저 음료를 주문하고 나면 담당 서버가 다시 메뉴를 볼 시간을 준다나?
‘과연....’
녀석의 말대로 제이크가 음료를 주문하자 담당 서버가 그 주문만 받고 물러났다. 그 사이 제이크는 메뉴판을 보고 뭘 먹을지 골랐다. 그리고 담당 서버가 제이크가 주문한 음료인 아이스 레몬에이드를 가져오자 메뉴판을 그녀에게 넘기며 말했다.
“여기 연어 스테이크와 월도프 샐러드 주세요. 아아. 그리고 생수도 한 병 주시고요.”
제이크는 바로 몇 시간 전까지 탭 워터(Tap Water), 그러니까 수돗물을 마셨다.
미국의 수돗물에는 석회질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동할 때 꼭 생수를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제이크처럼 돈이 없는 사람들은....그냥 수돗물을 마실밖에.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제이크도 얼마든지 돈을 내고 생수를 사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잠시 후 담담 서버가 제이크가 주문한 음식들을 내어 왔고, 제이크는 맛있게 그 음식들을 먹었다. 그리고 이제 계산만이 남은 상황.
“손을 들라고 했지?”
제이크는 친구 녀석에게 들은 대로 가만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근처 직원이 그걸 봤고 잠시 뒤 그의 담당 서버가 나타났다.
“맛있게 드셨나요?”
“네. 계산 좀 부탁드립니다.”
“네. 잠시만....”
담당 서버가 사라졌다 곧 나타나서 제이크에게 계산서를 내놓았고, 그 위에 제이크가 카드를 올리자, 그 서버가 카드를 긁고 영수증과 펜을 주었다. 제이크는 잠깐 당황했다. 카드 결제를 했는데 서버가 영주증과 같이 펜을 그에게 주는 지 말이다. 그때 생각이 났다.
‘맞다. 팁!“
제이크가 영수증을 보니'TIP'이라고 적힌 빈칸이 보였다. 보통 음식점에서 일반적으로 주는 팁은 음식값의 15-20%정도란 건 제이크도 알았다. 그래서 제이크는 넉넉히 음식값의 20%를 팁으로 지불할 금액으로 적었다. 그러자 그걸 보고 그의 담당서버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리곤 영수증을 제이크에게 받아서 'TOTAL' 칸에는 음식값과 팁 값을 합한 총금액을 적어서 다시 그 영수증을 제이크에게 건넸다. 제이크는 그 총금액 밑에 사인을 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레스토랑 음식값을 지불한 뒤 제이크는 유유히 그 레스토랑을 나왔다.
* * *
세인트루이스에서도 꽤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나오는 제이크의 목과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앞으로 이런 곳을 수도 없이 들락거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제이크의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때 그와 같이 레스토랑을 나온 손님 앞에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차가 와서 섰고, 그 차에서 내린 레스토랑의 직원이 정중히 그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사이, 그 손님이 자기 차의 운전석에 탔다. 그리곤 비싼 차답게 조용히 저소음으로 제이크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때 제이크가 눈앞의 레스토랑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는 발렛파킹이 무료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 대답 후 그 레스토랑 직원은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곧 나올 다음 손님의 차를 빼러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그걸 보고 제이크는 생각했다.
“나도 빨리 차부터 사야겠다.”
그러며 무슨 차를 살지를 생각하면서 기분 좋게 길을 나섰다.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에서 100미터쯤 보도를 걸어가다 보면 택시 승강장이 나왔다. 거기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제이크. 한데....
“제이크!”
누가 그를 불렀고 그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자....
“어? 넌 제임스?”
바로 제이크와 같이 고등학교를 다녔던 친구였다. 문제는 제임스도 그와 같은 마약 중독자라는 건데....
“약물중독치료센터를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어. 근데 왜 아지트에는 안 와?”
제임스가 말하는 아지트란, 바로 약쟁이들의 소굴을 말했다. 당연히 거기 안 가려고 취직해서 여태 숨어 살아 온 제이크다. 거길 자기가 왜 기어 들어간단 말인가? 하지만 그걸 그대로 필터 없이 제임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마약 중독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약쟁이인데, 그가 아지트에 안 간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약쟁이란 말이 그의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해서 제이크는 대충 뭉텅 거려 얘기했다.
“미안. 바빴어. 돈 좀 모으느라.”
“아아. 너도 얘기 들었구나? 곧 새로운 약이 나오는 거 말이야.”
“뭐?”
“뭐야? 너 몰랐어? 우리가 쓰던 펜타닐보다 10배는 더 강력한, 엑스타시라는 녀석이 곧 출시 될 거란 소문 말이야.”
“그, 그런 소문이 있었어?”
이때까지만 해도 제이크는 제임스의 얘기가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마약보다도 슈퍼 복권에 당첨 된 게 제이크에게는 더 중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새로 나올 녀석 사려고 모은게 아니면, 돈은 왜 모은 건데?”
“그, 그건....”
약쟁이에게 약 말고 다른 걸 살 거라고 얘기하는 거 자체가 웃긴 소리였다. 해서 제이크가 제임스에게 뭐라 대답하기 어려워 할 때였다. 제임스가 갑자기 은근한 목소리로 제이크에게 말했다.
“제이크. 사실 나 그 엑스타시 지금 가지고 있어.”
“뭐?”
“드레이커가 맛 좀 보라고 줬어.”
드레이커라면 제이크도 잘 알았다. 그에게 마약을 대 주던 작자였으니 말이다. 보아하니 새로운 마약을 퍼트리기 위해서 마약 조직에서 시제품으로 풀어 놓은 마약 샘플을 드레이커가 약쟁이들에게 푼 모양이었다.
제임스는 그 마약 샘플을 꺼내서 제이크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제이크. 우리 이거 같이 할까?”
“....”
그 말에 제이크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때였다.
“제임스. 그거 나하고 같이 하기로 했잖아?”
제이크가 처음보는 약쟁이 하나가 나타나서 제임스에게 따지듯 말했다. 그러자 제임스가 버럭 화를 냈다.
“내가 언제 너하고 같이 한댔어?”
“뭐, 뭐야? 어제 나한테 햄버거 얻어먹을 때 분명 그랬잖아?”
“에이. 고작 햄버거,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반밖에 못 먹었는데, 그걸로 이거랑 퉁 치려고? 어림도 없어.”
“그, 그럼 어제 먹은 햄버거 도로 다 토해 내.”
“뭐라고?”
그때였다. 제이크가 나서며 말했다.
“그 햄버거 내가 사줄게.”
제이크에게는 카드가 있었다. 그 카드로 눈앞에 두 약쟁이들에게 햄버거쯤은 배터지게 사 줄 수 있었다.
* * *
근처 햄버거 가게로 두 약쟁이를 데리고 간 제이크. 그는 햄버거 두 개를 주문하고 자신의 카드로 계산을 했다. 그리고 햄버거가 나오자 먼저 제임스에게 햄버거 반개를 토해 내라는 약쟁이에게, 온 것으로 햄버거 한 개를 건네며 말했다.
“됐지? 꺼져.”
그렇게 거추장스런 약쟁이 하나를 쫓아낸 뒤, 다른 약쟁이 제임스에게 햄버거를 건네며 제이크가 말했다.
“약은 됐으니까 너 혼자 해.”
그리곤 제이크는 제임스를 두고 자기 집으로 가려 했다.
“제이크. 잠깐만....”
그런 제이크의 발걸음을 제임스가 붙잡았다.
“왜?”
“너. 약 끊었냐?”
“어.”
“미친....”
그때 제이크는 보지 못했다. 제임스의 눈빛이 악독하게 변하는 걸 말이다. 하지만 그 눈빛은 싹 돌변했고 제임스가 간절한 얼굴로 제이크에게 말했다.
“제이크. 정말 대단하다. 너라면 해 낼 줄 알았어. 그래서 말인데....나도 약 끊고 싶거든. 그래서 네 얘기를 듣고 싶어.”
‘뭐?“
“너도 성공한 걸 나라고 못할 거 없잖아. 한데 어떤 식으로 해서 약을 끊었는지는 너에게 그 얘기를 듣고 싶어.”
“그, 그게....”
제임스의 간곡한 요청을, 그것도 마약을 끊을 테니 도와 달라는 그 부탁을 제이크는 차마 거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임스 집으로 갔고 거기서 제이크는 자신이 약물중독치료센터에서 어떤 식으로 약을 끊었는지 상세하게 제임스에게 설명했다.
“그렇구나. 그런 식으로 금단 증상을 극복해 낼 수 있었던 거로군. 하지만....정말 힘들었겠다. 그렇게까지나....”
“맞아. 나 그때....죽는 줄 알았어. 하지만....”
그렇게 제이크가 열정적으로 내 뱉던 얘기가 얼추 끝나갈 무렵 제임스가 말했다.
“제이크.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 아프지? 이거 좀 마셔.”
제임스가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와서 오프너로 뚜껑을 딴 후 그걸 제이크에게 건넸다.
“고마워.”
제이크는 그걸 보고 어떤 의심도 하지 않고, 제임스가 내민 병맥주를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크으. 시원하네.”
맥주는 차가웠고 제임스의 말대로 말을 많이 한 제이크의 목을 시원히 적셔 주었다. 하지만....
“으음?”
갑자기 머리가 어질하더니 묘한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그 느낌이 뭔지 제이크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기 전에 먼저 제이크의 눈이 팽 돌았다.
“헤에....”
그리고 벌어진 제이크의 입이 히죽거리더니 해롱해롱 댔다. 그러며 병맥주를 다시 입으로 가져가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걸 보고 근처에 있던 제임스가 입매를 비틀며 말했다.
“나만 약쟁이일 수야 있나? 제이크. 넌 절대 약쟁이에서 벗어 날 수 없어. 누구 마음대로 벗어나? 한 번 약쟁이는 영원한 약쟁이인 걸. 크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