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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91화 (68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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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조은아의 비서로 근무하며 장미진은 누구보다 백준열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조은아가 그렇게 시킨 게 컸다.

조은아는 자기 주제는 모르고 야심이 컸다. 또한 자기라면 대한민국에서 최고 재벌이라 볼 수 있는 삼명가의 며느리가 되고도 남는다고 봤다. 그래서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의 세 아들들 중 유일하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막내아들 백준열을 노렸다.

해서 최근 들어서 백준열에 관한 모든 걸 알고 싶어 한 조은아. 그 때문에 그녀의 비서인 장미진은 요즘 자신의 업무 중 절반의 시간을 백준열을 조사하고, 그를 연구하는 데 할애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매일 조은아에게, 그녀가 퇴근하기 직전 지금처럼 보고를 했고.

“어제는 강남의 한 유명 클럽에서 여자와....”

“또 여자야? 하아....”

장미진의 보고서에 조은아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럴게 백준열 주위에는 이상하리만치 여자가 들끓었다. 이 여자, 저 여자. 어떻게 된 게 그런 여자들이 백준열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류지혜? 이년은 뭔데?”

보고 받을 때 장미진이 참고로 건넨 서류를 보고 잔뜩 인상을 쓰는 조은아.

“그게....백 대표님이 선을 본 거 같습니다.”

“뭐? 선? 허얼....일본 년에, 중학교 동창에다가 이제는 선까지 봤다고?”

기가 차하던 조은아. 그런 그녀가 갑자기 와락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만. 선이라면....집안이 괜찮은 년이란 거잖아?”

위기의식이라도 든 듯 조은아가 장미진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장미진이 꿀꺽 마른 침을 삼킨 뒤 말했다.

“네. 류상현 경기도지사님의 따님으로....”

"C발. 그래서? 백준열이 그년하고....설마 잘 된 건 아니겠지?“

“네. 어제 헤어지고 서로 연락은 없는 걸로 봐서....”

“휴우. 다행이다.”

조은아도 긴장할 정도로 여권의 잠룡 류상현 경기도지사의 요즘 정치 행보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그가 만약 차기 대통령이라도 된다면....

그런 고로 제아무리 재벌 3세인 조은아라도 지금의 류지혜는 감히 건드려선 안 될 존재인 셈이었다. 즉 류지혜와 백준열이 잘 되기라도 한다면, 조은아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전략하게 될 터였다. 근데 둘 사이가 잘 된 거 같지 않다니, 조은아의 입장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올 밖에.

그것 말고 장미진에게서 크게 조은아의 관심을 살 만한 얘기가 나오지 않자, 조은아가 장미진에게 말했다.

“그만하면 됐어.”

장미진의 백준열에 대한 보고를 그렇게 끊어 버린 조은아.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샵에 예약 다 되어 있지?”

“네. 본부장님.”

조은아가 말한 샵은 그녀의 미모와 몸매 관리, 그리고 품위 유지를 위한 명품 옷과 액세서리들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샵을 말했다.

조은아는 회사 일보다는 그 샵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오늘도 무려 두 시간이나 일찍 퇴근을 해서 샵에 들를 예정이었다. 한데....

지이이잉!

장미진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에 들어간 그녀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지금 퇴근하려던 중이던 조은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장미진 쪽을 향했다. 왜냐하면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면 샵에 가려고 움직이는 자신을 앞에 두고서, 그녀의 비서인 장미진이 저렇게 정색해서 전화를 받지는 않았으니까.

“네. 본부장님. 네. 네. 잠시 만요.”

통화를 잠깐 중단하고 장미진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조은아에게 말했다.

“최정석 운항 본부장님께서 드릴 말씀이 있으시다는데....”

“최 본부장이? 이리 줘 봐.”

장미진은 조은아가 내민 손에 자신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건넸다. 조은아는 그걸 받아 귀에 대고 말했다.

“나야. 오빠. 무슨 일인데?”

자신의 외사촌인 최정석이 별 일도 아닌 걸로 그녀에게 이렇게 전화를 걸어 왔을 리 없었다. 그래서 조은아도 통화를 시작하면서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 * *

한국항공 운항 본부 실.

“어?”

타 항공사의 예약 명단을 살피던 한 직원이 뭔가 문제가 될 만한 걸 발견한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그 명단을 들고 곧장 운항 본부장실로 달려갔다.

“본부장님. JYB엔터 백준열 대표 말인데, 갑자기 일정을 바꿨습니다.”

“일정을 바꿔?”

“네. 일요일 저녁에 미국 가는 게 아니라 금요일 저녁에 가는 걸로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 보십시오.”

운항실 직원은 자신의 손에 들린 명단을 최정석 운항 본부장에게 건넸다. 최정석은 그 명단을 살폈고, 이내 운항실 직원이 한 말이 무슨 소린지 알 수 있었다.

“일정을 이틀 앞당긴 거 같군.”

그렇다면 어서 이 사실을 자신의 외사촌인 조은아에게 알려야 했다. 왜냐하면 그 금요일이 바로 내일이니까 말이다.

“수고했어. 명단은 여기 두고 김 대리는 그만 나가 봐.”

“네. 본부장님.”

자신이 뭔가 큰 전공이라도 세운 듯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직원이 본부장실을 나가자, 최정석은 곧장 조은아의 비서인 장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장미진이 근처에 조은아가 있었던지 그녀를 바로 바꿔 주었다.

“....데 일정이 그렇게 바뀌었더라고.”

최정석은 백준열이 미국에 가는 일정을 이틀 앞 당긴 걸 조은아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걸 이제 와서 얘기하면 어떡해!

고마워해야 할망정 되레 버럭 화를 내는 조은아. 빨리 말하지 않았다고 아주 대 놓고 지랄이었다. 하지만 타 항공사의 승객 정보는 그날 오후나 되어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백준열은 하루 전에 일정을 변경했고 말이다. 그러니 최정석으로서는 그나마 그 바뀐 사실을 빨리 알아내서 조은아에게 연락해 준 셈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화를 내는 조은아에 최정석은 울컥해서 한 소리 하려다가 말았다.

그랬다가 자칫 조은아에 눈밖에 나버릴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참자.’

어떻게 잡은 조은아의 연줄인데 그걸 여기서 댕강 잘라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유명한 조은아의 갑질을 직접 체험해 보게 된 최정석.

“C발년....지랄도 풍년이다.”

그녀와 통화를 끝낸 뒤 그의 입에서 절로 그 말이 튀어나왔다. 그 만큼 조은아의 갑질이 외사촌인 최정석도 치가 떨리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기껏 연락해 줘도....에이 씨....”

기분이 팍 상한 최정석. 그는 조은아라는 줄이 아무래도 썩은 동아줄 같았다. 그래서 그녀 말고 다른 줄을 잡는 게 어떨까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고심은 다음 날 조은아의 타 항공사 갑질 동영상이 이슈가 되자 변심으로 이어졌다.

비록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그래도 조은아 보다야, 갑질이 심하지 않은 조은아의 여동생인 조현아 쪽에 새롭게 줄을 댄 것이다.

* * *

최정석의 전화를 받고 나서 조은아는 샵에 가려던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

“당장 비행기 표부터 구해.”

“네. 본부장님."

백준열이 왜 일요일 저녁에 미국에 가려던 일정을 이틀씩이나 앞당겼는지 모르지만, 그 여파는 조은아 측에, 특히 조은아의 비서인 장미진에게 크게 작용됐다. 당장 내일 떠나는 비행기 표를, 그것도 한국항공도 아닌 외국 항공사의 것을 구하기 쉬울 리 없었다. 하지만 구하려면 못 구할 건 또 아니었다.

“네. 네. 잘 알죠. 그럼요....이 은혜는 잊지 않을 게요.”

같은 항공사기에 알음알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항공사의 아는 인맥을 총 동원한 결과 장미진은 내일 컬럼비아로 가는 저녁 비행기 표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일등석이기 망정이지....”

일등석이 아니면 안 되는 조은아가 이럴 때 도움이 됐다. 다른 좌석들은 예약이 취소되어도 바로 대기 타고 있던 고객에 의해 매진이 됐지만, 일등석은 취소한 고객이 있어도 대기 중인 고객 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휴우. 살았다.”

하지만 비행기 표만 구했다고 문제가 다 해결 된 건 아니었다. 필요한 서류와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그 준비에 분주하던 장미진. 한데 그런 그녀를 돕기는커녕 미국으로 가는 당일 저녁 인천공항에서 조은아는 제 멋대로 굴었다.

“나 먼저 비행기에 들어갈게.”

백준열이 제일 먼저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얘기를 듣고 한껏 몸이 달아 있던 조은아. 그녀는 결국 바쁜 비서 장미진은 버려두고 먼저 비행기에 들어가 버렸다.

장미진은 출국 과정에서 절차상 수습이 덜 된 걸 처리하고 뒤늦게 비행기에 탔고, 그때 이미 조은아는 대형 사고를 쳐놓은 상태였다.

잘못은 자신이 해 놓고 대뜸 그녀 뺨을 때리며 모든 걸 그녀의 탓으로 돌리는 조은아에, 장미진은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아메리칸 익스프레서 항공 측에서 조은아를 내쫓았고, 그때 장미진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그러나....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나.”

한국항공 본사 법무 팀에서 팀장까지 나와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항공사에 억류 되어 있던 조은아를 빼내서 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장미진이 버림을 받았다. 한데 그녀를 당황스럽게 만든 일이 벌어졌다.

“그, 그러니까 그쪽 대표님이 저를 영입하라고 하셨단 말이죠?”

“그렇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에게 명함을 건넨 JYB엔터 김효석 실장이라는 사람이, 백준열 대표에게 연락을 받고 여기 달려왔다며 장미진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한 것이다. 보아하니 조은아가 비행기에서 쫓겨 날 때 장미진의 대처를 백준열 대표가 쭉 지켜 본 모양이었다. 그때 보여준 장미진의 활약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듯, 비행기에서 백준열이 자신의 회사 사람에게 일부러 전화까지 한 거 같았다.

“하지만 저는 엔터 쪽 일을 잘 모르는데....”

“엔터라고 해서 다를 건 없습니다. 특히 비서 쪽으로는 요. 저희 회사에 이사급 임원들이 20명도 넘습니다. 장미진씨는 그 중 한 분을 맡게 될 거고요.”

“아아....”

장미진은 조은아에 이어서 자신이 또 비서 일을 맡게 될 거라는 김효석 실장의 말에 살짝 실망스런 티를 냈다. 그걸 보고 김효석 실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비서 일이 싫으면....제 밑에서 본격적으로 매니지먼트 일을 배워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갑작스런 김효석 실장의 제안. 한데 그 제안에 장미진이 반짝 눈빛을 빛냈다.

“매니지먼트요?”

대놓고 호감을 드러내는 장미진. 이에 김효석 실장이 계속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매니지먼트란 연예 매니지먼트를 말하는 겁니다. 흔히 이를 연예기획사라고 부르죠.”

김효석 실장의 그 말에 장미진이 고개를 까닥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연예기획사란 연예인의 활동에 대해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회사라는 것도....”

“맞아요. 국내에서는 주로 소속사, 기획사라는 명칭으로 불리죠. 요즘은 예전과 달리 연예인의 활동만 지원해 주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연예인을 발굴 후 육성해서 키워내는 역할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내가 맡고 있는 매니저먼트 사업부는 주로 연예인의 스케줄 관리, 법적 대리 및 세금 처리 및 홍보 및 마케팅, 아이돌 그룹 기획, 컨텐츠 제작, 팬덤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어떻게 이 일에 한 번 도전해 보시겠습니까?”

“으음....”

김효석 실장의 제안에 장미진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해볼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장미진씨는 내일부터 JYB엔터 매니지먼트 제 1사업부의 MD로 내 밑에서 일을 배우면 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김효석 실장님.”

넉살 좋게 자기 앞에 꾸벅 인사를 하는 장미진을 보고 김효석의 얼굴에서 좀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김효석도 백준열 대표가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았다. 그러니 그도 JYB엔터로 끌어 들인 거고 말이다.

그런 그가 영입 하라고 한 인재가 바로 장미진이었고, 그런 인재를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매니저먼트 사업부로 데려갈 수 있게 된 데, 김효석으로서는 무조건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 * *

아메리리칸 익스프레스 항공사 보안 요원들에 의해 조은아가 비행기에서 쫓겨나고 나서, 백준열은 조은아를 끝까지 곁에서 보필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는 여비서에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요즘 JYB엔터에서 매니지먼트 사업부를 맡아서 개고생 중인 김효석 실장에게 일부러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그를 서포터 해 줄 인재가 부족함을 백준열이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 대표님.

“지금 어딥니까?”

-인천에서 새로운 컨텐츠 제작팀과 만나 미팅 후 서울로 가는 중입니다.

“어떻게 쓸 만은 하던가요?”

-네. 나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컨텐츠를 위주로....

백준열은 김효석 실장에게 보고를 들으려고 지금 전화를 한 건 아니었다. 해서 김효석 실장이 상세하게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자 바로 그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건 천천히 듣기로 하고, 그보다 지금 인천공항으로 갈 수 있죠?”

-인천공항이요?

“어렵습니까?”

-아뇨. 여기서 유턴하면....3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잘 됐네요. 인천공항에 오면 국제선 터미널에서 장미진이라는 젊은 여자를....”

백준열은 한국항공 경영본부장인 조은아의 비서인 장미진에 대해 김효석 실장에게 상세히 얘기했다. 그러며 그녀를 JYB엔터로 영입하라는 말까지 하고서 김효석 실장과 통화를 끝냈다. 김효석 실장이라면 어련히 알아서 잘 할꺼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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