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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88화 (68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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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여자 화장실 안으로 몸을 피할 때까지만 해도, 사부로는 자신이 불리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 수련관에는 그 말고도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들이 더 있었고, 그들 모두 특수부대 출신에 권총을 소지한 무장 상태였으니까.

그들이 전부 저 자에게 제거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또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그 동료들이 본사에 연락을 취했을 거라고 봤다. 즉 짧으면 10분, 길어도 20분만 버티면 본사의 동료들이 이곳으로 몰려 올 터였다. 그리고 그 정도 버티는 건 사부로에게 그리 힘든 일도 아니었다. 한데....

틱!

데구르르!

상대가 뭔가를 화장실 안으로 던졌다. 건전지 크기의 반짝거리는 그 뭔가를 사부로가 봤을 때 그는 저 물건에서 불길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저걸 치워야....’

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그 반짝거리는 게 터졌다. 보아하니 그 안에 기폭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폭발이 아니었다. 폭발과 동시에 그 작은 건전지 크기의 물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 그 연기가 삽시간에 화장실 안을 가득 채웠고 사부로는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 하지만....

“크윽....”

숨을 참는 걸로 문제가 해결 된 게 아니었다. 연기가 눈에 들어가자 따가웠고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부로가 지금 위치를 정확히 감지하고 있었단 점이었다.

지금 서 있는 그의 몸을 오른쪽으로 45도 틀어서 정면으로 그대로 걸어 나가면 화장실 입구였다.

거기서 다시 오른쪽으로 몸을 45도로 틀면 화장실 밖이었고. 그 정면에 아마 이런 최첨단 최루탄 무기를 사용한 상대가 있을 터.

사부로는 여기서 그가 버텨봐야 2분, 아니 1분을 견디기도 어렵다고 보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이대로 밖으로 튀어나가 상대를 죽이기로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몸이 움직였다.

파파파팟! 파파파팟!

먼저 화장실 입구에 도달한 사부로는 다시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가면서 동시에 총을 쐈다. 그리고 화장실 밖의 복도에서 벽에 부딪쳐서 쓰러지자 바로 눈을 떴다. 흐릿하니 복도 주위가 그의 눈에 보였고, 그 중 그의 오른쪽 시야 30도 지점에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그래서 그쪽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먼저 그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눈의 시야도 갑자기 흐릿해졌고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때 그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이걸로 끝이군.”

하지만 그 말은 일본어가 아니었다. 그래서 사부로는 끝내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 채 죽었다. 대신 그가 마지막까지 생각한 건 바로 사람이 죽기 직전에 청각은 살아 있다는 말이 다 사실이란 거였다.

그러니까 이 순간에는 시각이나 호흡 등 거의 모든 기능이 사라지지만, 청각만큼은 남아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임종 직전 환자의 가족들에게 계속 말을 걸어 주라고 부탁하는 것이고.

사실 이때 가족이 말을 건네도 환자는 의식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반응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비록 말은 못해도 가족들의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애정 표현을 인식은 할 수 있다. 실제 죽기 직전까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환자가, 가족들에게 ‘지금까지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듣자 부드러운 표정이 되어 그대로 죽어갔다는 일화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부로의 곁에는 그런 말을 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총 맞을 때 지었던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르렀다. 한데.... 끝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굳은 사부로의 얼굴이 스르르 펴지기 시작했다.

‘사토미!’

죽기 직전 반가운 얼굴이라도 본 듯 사부로는 비교적 편안한 얼굴로....죽었다.

* * *

화장실에서 만약을 위해 소지하고 있던 최첨단 무기까지 써 가며 상대를 제거한 세르게이.

그는 빠르게 3층을 훑었고 더는 이 건물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때 철수가 차를 건물 입구 앞에 대 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르게이는 말없이 그 차에 탑승을 했고 차는 바로 수련관을 빠져 나갔다.

“....”

차가 안정적으로 도쿄 외곽 도로에 접어들자, 그제야 운전 중인 철수가 자기 옆에 앉아 있던 세르게이에게 물었다.

“연기가 나던데. 그것까지 쓴 거야?”

철수는 세르게이가 가지고 다니는 최첨단 무기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걸 구해 준 게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고 그저 세르게이가 시키는 대로 불법 무기상과 접촉해서 구해 준 거지만.

“어. 뭐....어쩔 수 없었어. 실력이 제법인 놈이 하나 있어서 말이야.”

“잘했어. 자칫 그놈 때문에 시간 더 끌었으면....”

철수는 좀 전에 긴급 문자를 받았다. 그들이 좀 전 들쑤신 수련관으로 곧 무장한 자들이 들이 닥칠 거라고 말이다. 그걸 알려 준 자는 바로 철수가 정보를 의뢰한 료마였다. 료마가 그렇게 한 이유야 뻔했다.

왜냐하면 철수가 아직 료마에게 의뢰비의 잔금을 다 주지 않았으니까. 만약 여기서 철수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료마 역시 곤란해질 테니,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터.

물론 철수도 이런 점을 노리고 료마에게 의뢰비의 잔금을 오늘 중으로 지급하겠다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해 둔 거였고.

그때였다. 그들 뒤에 조용히 앉아 있던 나나미가 말했다.

“사부로....그러니까 눈이 가늘고 길면서 콧날은 쭉 뻗은....”

나나미가 웬 남자 얼굴을 열심히 얘기하자, 운전석의 철수가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 자가 왜요?”

“나를 구해 준 사람이라서....”

물론 나나미는 일본어로 얘기했고 철수가 아닌 그 옆의 외국인 세르게이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때문에 철수가 세르게이에게 러시아어로 나나미의 말을 번역해 주었다. 그러자 세르게이가 팍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놈이 왜?”

딱 봐도 세르게이는 나나미가 말한 남자를 알았다. 그렇다는 건....

눈치 빠른 철수가 뒤쪽 나나미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자는 못 봤다 네요.”

“아아. 그럼 또 밖에 나갔나 보네요.”

굳이 일을 키우거나 만들 필요는 없었다. 철수는 눈치껏 나나미에게 사부로라는 자가 살아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리곤 철수와 러시아어로 그 자에 대해 좀 더 깊은 얘기를 나눴다.

역시나 철수의 생각대로 그 사부로라는 자는 세르게이의 손에 죽었다. 그것도 세르게이로 하여금 최첨단 무기를 쓰게 해서 말이다.

철수와 세르게이는 나나미를 데리고 자신들의 숙소, 힐튼 호텔로 갔고 거기서 따로 방을 하나 더 잡아서 나나미가 거기서 편히 쉴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철수가 그 결과를 보고하려고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그러자 백준열이 무덤덤하게 그 전화를 받았다.

“접니다.”

-어떻게 됐어요?

“나나미양을 막 구해서 호텔로 모셨습니다.”

-잘했어요. 수고비 바로 쏴 줄게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아아. 맞다. 그 얘기는 했어요?

백준열의 그 얘기라는 말에 철수가 속으로 ‘아차’했다. 백준열이 나나미에게 말해주라고 한 말을 경황중이라 미처 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백준열이 이번 주, 그러니까 일주일 동안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다는 거 말이다.

“아니요. 아직....바로 가서 제가 그분께 얘기를....”

-아뇨. 됐어요. 그냥 내가 할 테니까.

“네. 그럼 알겠습니다.”

뚜뚜뚜뚜뚜뚜....

철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백준열은 전화를 끊었다. 아마 그의 성격상 바로 나나미에게 전화를 걸고 있겠지.

디로링!

그때 그의 핸드폰에 문자 착신 음이 울렸다. 철수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바로 확인했고 바로 입 꼬리가 올라갔다. 백준열이 수고비로 2억이나 쏴 준 것이다.

* * *

“으음....수고 많았어요.”

드디어 내가 미국 출장을 가는 금요일. 오전에 출장 전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를 끝내고 오후에는 그 동안 추진해 왔거나 정리해야 할 일들에 대해 챙겼다. 그 중 나를 해치려 한 윤 회장 자식들에 대한 처분에 대해서 막 양태석과 통화를 끝냈다.

이번 주 중에 윤재구 회장은 죽는다. 그 즉시 그 자식들도 아비를 따라 줄줄이 저승으로 가는 걸로 나는 양태석과 얘기를 끝냈다. 생각 같아선 당장 다 처리해 버리고 싶었지만, 윤 회장이 죽기 전에 자식들이 그렇게 된 걸 알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 싶어 내 나름대로 배려를 한 거다.

“그리고....”

양태석에게는 윤 회장 자식들의 통제와 감시 문제 말고도 다른 건들도 부탁을 했었다.

그 중에는 새롭게 내 여자가 된 장혜원과 서진그룹 인수합병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민영석에 대한 안전을 위해, 과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양태석에게 물었고 그에 대해 양태석이 확실한 대책을 얘기했다. 나는 그 말을 조용히 경청했고 그의 얘기가 끝나자 바로 그에게 말했다.

“좋군요. 잘 알았습니다. 그럼 양 전무 믿고 출장 잘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네. 여기 일은 걱정 마시고 마음 편히 출장 잘 다녀오십시오.

나는 양태석과 제법 긴 통화를 끝냈다. 그러자 바로 대표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며 김 비서가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김 비서를 대신할 새로운 비서가 결정 되었다. 근데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바로 백준열이 형수 신미나 곁에 심어 뒀던 첩자 김희수. 그녀와 같은 배꽃여대 비서과 출신의 두 후배들로 백준열과 클럽에서 뜨거운 사이로 발전한 강혜정과 박수영.

바로 그 두 여자들을 백준열이 다 JYB에터로 불렀고, 김 비서에게 붙여봤고 좀 지켜봤더니 각자 두 여자들만의 장단점이 있었다. 그걸 두고 김 비서가 둘 중 누구를 고를지 고민하자 내가 그냥 그 둘을 다 쓰기로 한 거다.

내가 봤을 때 그 둘을 합쳐 놓으니 업무 능력에서 얼추 김 비서와 비등한 거 같아서 말이다. 덕분에 그 둘에게 인수인계를 하면서 김 비서가 고생이 많았다.

“방송 3사 대표들과 통화 시간이 막 잡혔습니다.”

“그래? 몇 신데?”

“5분 뒤에 KVS, 10분 뒤에 MVS, 15분 뒤에 SVS입니다.”

“허얼....”

김 비서의 대답에 내가 어이없어하며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바로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지금부터 어떤 전화도 받지 마십시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하지만 나는 김 비서 말대로 그 핸드폰을 받지 않았다. 그 사이 자기 자리로 돌아간 김 비서. 그녀가 정확히 5분이 지나자 인터폰으로 말했다.

-1번 전화 받으시면 됩니다.

나는 그 말에 내 자리에 가서 앉으면서 책상 위에 있는 내 업무 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1번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KVS방송국의 김 대표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이고. 김 대표님. 저 JYB엔터 백준열입니다..”

그러니까 출장가기 전에 미리 3사 방송국의 대표들에게 기름을 쳐 두는 거다. 내가 없는 사이 JYB엔터에 무슨 문제가 생겨도 잘 좀 봐 달라고 말이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 텐데 이럴 필요는 충분히 있었다. 사실 연예 기획사 대표가 해외 나가는 게 방송국에 있어 뭔 대수이겠나? 한데 방송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게 문제가 된다. 물론 운 좋게 대표와 연락이 되어 그 문제가 빠르게 수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시에는?

그럴 때 바로 방송 3사 대표들의 입김이 작용하게 되므로 해서 그 연예 기획사는 시간적 여유, 즉 하루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연예 기획사 대표가 말도 없이 그냥 해외 출장을 가 버렸다? 그때는 방송 3사의 대표들이 그 연예 기획사 대표에게 신경 써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적어도 규모 면에서 국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형 연예 기획사 대표들은 해외 출장을 나갈 때 꼭 방송 3사 대표들과는 짧게나마 통화를 했다.

그 국룰에 따라서 나도 방송 3사 대표들과 대략 3-4분 정도 선에서 통화를 했고, 그 통화가 끝나자 마나 나는 바로 블랙머니 박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서진그룹 인수합병 문제를 나는 전적으로 전 서진그룹 비서실장이었던 민영석에게 맡겼다.

하지만 그는 김명진 서진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인물. 100% 그를 신뢰할 수 없는 터라 그 감시를 나는 박 비서에게 맡겨 놓은 상황이었다.

“....라 혹시 모르니 잘 챙겨보고.”

-네. 그 점은 걱정 않으셔도 좋습니다. 제가 민 실장의 측근 둘을 포섭해서....

박 비서도 그새 많이 성장했다. 상대의 주위 사람을 제대로 쓸 줄 아는 걸 보면 말이다. 민영석 실장에 관한한 박 비서 말고 다른 감시 책도 붙여 둔 터라, 나는 그 문제는 그냥 건너뛰고 내가 없는 동안 국내외 투자에 관해 박 비서와 30분 정도 얘기를 나눴다.

앞서 이번 달 동안 블랙머니에서 어떤 식으로 투자할지 박 비서에게 미리 다 얘기를 해 둔 터라 굳이 더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이번 주 들어서 전통적인 조세피난처 국가인 키프로스와 아일랜드가 졸지에 구제 금융 대상국으로 전략할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그 소식을 접한 후 박 비서가 바로 그 두 곳에 아는 사람들을 통해 나름 정보를 취합한 듯 내게 말했다.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실제 아일랜드 정부가 이번 달에 200억 유로 규모의 구제 금융을 유로존에 신청한 게 맞았습니다.

박 비서의 그 말에 내 기억 속에서 이때 당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가 번뜩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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