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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87화 (68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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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철수에게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나나미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생각했던 것 보다 쉽게 이뤄졌다. 하지만 진짜는 그 뒤 수습이었다.

“나 먼저 차로 갈 테니까. 여기 정리하고 나와.”

그리고 그런 일을 누구보다 잘하는 자가 바로 철수 옆에 있었다.

“알았어.”

그들이 여기 온 걸 아는 자가 있어선 안 됐다. 그들이 노출 되면 처리자 일을 계속 해 나갈 수 없으니 말이다.

그 말은 곧 이곳 수련관에 있는 자들, 즉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들을 다 죽여야 한다는 소리고. 뭐 이쪽이 그걸 원치 않아도 저쪽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의 최고 전문가가 바로 세르게이다.

“가시죠. 나나미양.”

철수가 재촉하자 나나미가 바로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런 나나미를 데리고 철수는 1층으로 내려갔고, 그런 그들 뒤를 권총을 든 세르게이가 조용히 뒤따랐다.

피슝! 피슝!

그리고 2층에서 2명의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 둘이 그들과 마주쳤고 세르게이의 총질에 여지없이 그 둘도 시신으로 변했다. 3층으로 올라가면서 세르게이가 제거한 동료 직원들의 시신을 수습하다가 당했다. 그들 딴엔 동료애를 발휘한 모양인데 그게 그들 수명을 단축시킨 것이다.

그렇게 세르게이의 호위 속에 1층으로 무사히 내려간 나나미와 철수. 두 사람이 차에 타고 그 차가 움직이는 걸 본 세르게이. 그가 탄창을 갈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자아. 빨리 움직이자.”

그리곤 재빨리 현재 시간을 확인한 세르게이. 그는 1층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건물 내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층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자 바로 2층으로 올라간 세르게이.

탕! 탕! 탕! 탕!

피슝! 피슝!

2층에서 세르게이는 생존자 2명을 발견했고, 그들과 총격전을 벌였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 최고의 킬러 중 한 명인 세르게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세르게이의 민첩하고 과감한 움직임에 속절없이 제거 되고 만 거다.

그렇게 2층에도 더는 살아 있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세르게이가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갈 때였다.

타앙!

“크윽!”

왼쪽 어깨에 총을 맞은 세르게이. 그가 짧은 신음성과 함께 몸의 균형을 최대한 유지한 체 총알이 날아 온 방향으로 두 발의 총알을 쏘았다.

피슝! 피슝!

그리곤 재빨리 계단을 뛰어 올라서 3층 복도로 몸을 내 던져 구르다 엄폐할 곳을 찾아 거기로 막 몸을 숨겼다.

탕! 탕!

그러자 바로 그곳 엄폐물에 날아든 두 발의 총알. 걱정이 좀 됐는데 다행히 그가 몸을 숨긴 엄폐물인 오래되어 표면이 바래진 냉장고가 총알을 너끈히 막아주었다.

“쳇....”

세르게이가 투덜거리며 총알을 맞은 왼쪽 어깨를 가볍게 돌렸다. 그러자 통증이 제법 큰 듯 와락 얼굴을 찌푸린 세르게이. 한데 총알을 맞은 세르게이의 왼쪽 어깨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분명 총알을 맞아 옷에 구멍도 나 있었지만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오른 손에 권총을 쥐고 있던 세르게이가 권총을 왼손에 고쳐 쥐더니, 오른손을 왼쪽 어깨로 가져가서 거기 총 구멍 난 옷 사이에서 뭔가를 끄집어냈다. 그건 바로 그의 왼쪽 어깨에 박힌 총알이었다.

그러니까 상대가 쏜 총알이 세르게이가 착용한 방탄조끼를 뚫지 못하고 붙어 있는 걸 세르게이가 떼어 낸 거다.

툭!

그 총알을 대충 바닥에 버린 뒤 다시 권총을 오른손에 잡은 세르게이. 그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제법이네.”

하지만 그때도 세르게이의 귀는 총알 날아 온 쪽을 향하고 있었다. 비록 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소리를 통해 상대의 기척만큼은 계속 체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 * *

나나미는 나나미이지 사토미가 아니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나미를 보면 사부로는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가급적 빨리 나나미를 그녀가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그녀가 그의 눈앞에서 사라지면 사부로도 더는 사토미 생각이 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혼다 부사장도 무사하다면서요? 그럼 그 여자도 이제 그만 돌려보내도 되지 않습니까?”

해서 나나미를 구한 그 다음 날 사부로는 뗀지 탐정사무소의 소장인 기무하라에게 전화해서 나나미를 그만 풀어주자고 했다. 하지만....

-그건 좀 더 두고 보도록 하지. 혹시 모르니 말이야.

기무하라 소장은 정확한 확답을 주지 않았고 또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도 사부로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의 시간이 더 흐르고, 그 사이 나나미와 접촉할 수밖에 없었던 사부로. 그는 그만 그녀에게 오늘은 풀어 줄 거란 말을 하고 말았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사부로는 기무하라 소장에게는 말하지도 않고 슬그머니 나나미를 풀어 주려했다.

나나미를 놓아주고 나서 현장 여건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려 한 것이다.

물론 욕은 좀 먹겠지만 회사에서 욕먹는 데 이골이 난 사부로였다. 한데....

“안 돼요.”

그런 그를 나나미의 곁에 착 달라붙어 있던 뗀지 탐정사무소의 여직원 사유리가 제지하고 나섰다.

“비켜!”

“못 비켜요!”

사실 사부로는 눈앞의 사유리를 제압하고서라도 나나미를 풀어 줄 생각이었다. 그만큼 그의 결정은 확고부동했다. 하지만....

벨레레레레레~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 벨 소리만으로도 사부로는 누구 전화인지 바로 알았다. 그랬기에 더더욱 그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소장님. 네. 네. 하지만....하아....알겠습니다.”

제아무리 막나가는 사부로지만 그래도 그가 어쩔 수 없는 존재는 있었다. 그건 그가 몸담았던 제 1공정단에서도 있었고, 지금 그가 먹고 살기 위해서 다니고 있는 회사에도 있었다.

바로 그런 존재에 의해 제 1공정단에서 쫓겨났던 사부로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퇴출당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진짜 호구지책으로 나쁜 곳에 들어가서, 자신으로서 도저히 감당키 어려운 살인마가 되어 버릴지 몰랐으니 말이다.

사부로에게 있어서 뗀지 탐정사무소는 그가 제대로 된 인성을 유지하고 정의롭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보루였다. 그런 곳에서 쫓겨 날 수 없었다.

해서 사부로는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며 나나미에게 사과를 하고 수련관을 나왔다. 그리고 긴자거리로 가서 거기서 대낮부터 술을 퍼 마셨다. 그렇게 술에 잔뜩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부로.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술에 취해서도 그걸 인지하고 있었던 듯 그는 자정 넘어 수련관으로 복귀했다.

“드르렁! 드르렁!”

수련관 3층에 있는 비어 있는 방 중 한 곳에 들어간 그는 날이 훤히 밝았는데도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번쩍 두 눈을 떴다.

“총소리?”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고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 둔 자신의 권총갑 속에서 권총을 꺼냈다.

척!

그리고 본능적으로 권총 안에 탄창을 빼내서 그 안에 실탄이 몇 발이 있는지 확인한 뒤 바로 탄창을 권총에 결합했다.

착!

그리곤 총알을 장전한 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때 그의 귀에 총성이 또 들려왔다.

사부로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총성이 밑에, 정확히는 2층에서 일었던 것이다. 사부로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복도을 살짝 살핀 후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나나미가 있는 방으로 움직였다. 당연히 움직이는 그의 시야 앞으로 그가 두 손으로 잘 움켜 쥔 권총의 총구가 향하고 있었다.

* * *

“젠장....”

활짝 열려 있는 방문. 그것만 보고서도 사부로는 직감했다. 이곳 수련관에 안 좋은 일이 터졌단 걸 말이다.

척!

복도 쪽 방문 옆 벽에 붙었다가 순식간에 총구를 방안으로 겨누며 안으로 뛰어 들어간 사부로. 하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한 구는 있었다. 바로 나나미의 곁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던 동료 직원 사유리.

그녀가 싸늘한 시체로 방문 앞쪽 창가 가까이에 드러누워 있었다. 자신의 죽음이 믿기지 않은 듯 두 눈을 부릅뜬 체로. 그런 그녀 얼굴로 손을 내밀어서 그녀의 눈을 감겨 준 사부로. 그런 그의 귀에 또 총성이 들렸다. 순간 사부로의 두 눈이 번쩍였다.

그는 또 다시 밑에, 2층에서 울리는 총성에 바로 방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그가 향한 곳은 바로 계단실이었다. 그가 계단실의 문을 열었을 때 밑에서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사부로는 숨까지 참으며 총구를 계단 쪽으로 겨눴다. 그리고 잠시 후 웬 외국인 남자하나가 보였다. 그 외국인의 시선과 그의 든 권총의 총구가 자신이 있는 계단실 쪽으로 돌아갈 때 사부로는 지체 없이 총을 쐈다. 첫발은 빗나갔지만 두 번째 총알이 외국인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하지만 사부로는 세 번째 총알을 쏠 수가 없었다.

총에 맞은 상대가 끄덕도 않고 그대로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고 막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면 사부로가 세 번째 총을 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상대도 그를 향해 총을 쏘게 될 터였다.

한데 사부로의 총구는 상대의 앞가슴을 향하고 있는 반면, 상대의 총구는 사부로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순간 사부로는 총을 쏘는 대신 몸을 뺐다. 그와 동시에 상대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위험을 직감한 사부로는 복도 쪽을 사선으로 뛰었다.

바로 그곳에 여자 화장실이 있었고 거기로 몸을 날린 사부로가 몸을 돌려 다시 총구를 계단실 쪽으로 겨눴을 때 상대가 계단실 문 밖으로 몸을 날려서, 운 좋게 냉장고가 실린 이동식 카트 뒤로 숨었다. 어제 나나미 방의 냉장고가 시원찮아서 새 걸로 바꿨는데, 그 과정에서 폐품 처리해야 될 냉장고를 아직 폐가전처리 업체에서 가져가지 않은 거다.

“쳇....”

속으로 상대가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부로는 혹시 몰라 냉장고로 두 발의 총알을 쐈다. 운 좋게 그가 쏜 총알이 상대가 숨은 냉장고를 뚫고 상대의 몸에 박힐 수도 있는 노릇이니 말이다. 하지만 상대에 비해 사부로의 오늘 운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닌 듯 했다. 그가 쏜 총알은 냉장고를 뚫지 못한 거 같으니 말이다. 왜냐하면 상대가 즉시 응사를 하면서 움직였기 때문에.

피슝! 피슝! 피슝! 피슝!

“젠장....”

상대가 이쪽으로 오는 소리는 들리는 데 사부로는 상대가 오지 못하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그럴게 그가 몸을 숨긴 여자 화장실의 코너 벽이 상대의 총질에 정확히 깨져 나가고 있었으니까. 그 말은 사부로의 몸이나 권총이 코너 밖으로 내밀어지는 그 즉시 상대의 총알에 맞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으니까. 한마디로 상대가 미치도록 정확하게 총질을 해 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사부로가 할 수 있는 건 여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아니면 이대로 상대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 * *

현재 세르게이의 권총에 남은 총알을 8발. 그 8발을 쏴서 세르게이는 저기 여자 화장실의 코너 안에 숨어 있는 자를 제거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움직였다.

상대가 코너 안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그 코너 벽의 끝선을 정확히 총으로 맞히면서 말이다. 즉 코너 안에 숨어 있는 자가 머리를 내밀건 손을 내밀건 뭐라도 내미는 그 순간 세르게이가 쏘는 총알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르게이가 7발의 총을 쏠 동안 그는 여자 화장실 앞에 다다랐고 마지막 한발의 총알을 상대에게 박아 주려 코너 안을 향해 총구를 겨눌 때였다. 여기 있어야 할 상대가 없었다.

그 사이 상대가 여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탕! 탕!

그리고 여자 화장실 안에서 총성이 일었다. 물론 상대가 없음을 보고난 세르게이가 그 즉시 여자 화장실 입구 앞에서 몸을 빼냈다. 때문에 두 발의 총알은 좀 전 세르게이가 서 있던 자리를 통과해서, 여자 화장실 입구 정면의 복도 벽에 두 개의 홈을 만들어냈다.

“흐음....재미있기는 한데....”

여자화장실 옆 벽에 몸을 붙은 채 세르게이가 조용히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지만 바로 시간을 확인한 세르게이가 호주머니에서 AA건전지 만한 캡슐을 꺼냈다. 그 캡슐의 돌리자 캡슐의 위아래에 두 줄의 점선이 점멸했고, 그걸 확인한 세르게이가 재빨리 그 캡슐을 여자 화장실 안에로 던졌다.

퍼엉!

그러자 여자 화장실 안에서 옅은 폭음이 울렸고 그 안에서 하얀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좀 전 세르게이가 화장실 안으로 던진 캡슐의 정체는 바로 강력한 최루탄이었다. 인간은 참기 힘든....그때였다.

탕! 탕! 탕! 탕!

화장실 안에서 총질과 함께 한 남자가 뛰쳐나왔다. 최루탄에 당한 그 남자는 두 눈을 감은 상태였기에 정확한 총질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자가 쏜 총알은 쪽쪽 화장실 입구 정면의 벽에 홈을 만들어냈다.

즉 보이지도 않지만 입구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면 꼼짝 없이 그 총질에 당했을 거란 소리. 하지만 세르게이는 그런 눈먼 총알에 맞아 죽을 생각이 없었다. 여전히 화장실 옆 벽에 붙어 서 있던 그는 화장실 안에서 튀어나와서 복도 바닥을 뒹굴며 막 벽을 잡고 일어선 상대를 향해 총을 겨눴다.

피슝!

그리고 총을 쐈다. 그때 상대가 그 악조건 속에서도 세르게이가 있는 곳을 알아채고,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상대는 그 총의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그 보다 먼저 세르게이가 쏜 총알이 상대의 이마 한 가운데를 꿰뚫어 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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