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676화 (674/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전쟁이 시작 됐다는 건 곧 대적할 상대가 있다는 얘기. 사토가 바로 기무하라에게 그걸 물었다.

“어딥니까?”

“야쿠자. 정확히는 고베야마구지 구미의 조장 우에다인데....”

“거길 건드리면 고베야마구지 구미가 가만있지 않겠군요.”

그러니까 이번 전쟁은 최근 도쿄에서 가장 질 나쁜 야쿠자 조직과의 싸움이 될 공산이 컸다. 물론 거기 총 두목인 후쿠야마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사토도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야쿠자란 놈들의 호전적인 성향으로 봤을 때 걸어 온 싸움을 마다 할 리 없었다. 그때였다. 소장인 기무하라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기무하라는 그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받았다.

“어. 그래? 알았다.”

기무하라는 짧게 통화 후 사토를 보고 말했다.

“이시하라 조장을 포함, 특임 1조 전원....죽었다.”

그 말에 사토가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이렇게 되면 전쟁은 확실해졌다.

이쪽이 당했으니 보복은 불가피했고 그 보복에 가만있을 야쿠자 조직은 없었다.

그때 사토가 번쩍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보복 하니 생각이 난 것이다. 이런 쪽에 특히 민감한 기무하라 소장이다. 그런 그가 보복에 대해 여태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리 없었다.

“누굴 보냈습니까?”

사토가 갑자기 긴장한 얼굴로 기무하라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기무하라 소장이 그 물음에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설, 설마? 사부로는 아니죠?”

“....”

기무하라 소장이 슬쩍 시선을 창가로 돌렸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사토가 아니었다. 바로 무언의 긍정.

“미쳤습니까? 사부로, 그, 그 놈이 어떤 놈인데....그 미친, 살인기계를....”

사부로 소우스케는 누구도 인정하는 최고의 특작요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위험한 인물이기도 했다. 사람 죽이는 걸 너무 쉽게 여기는....그래서 그 잔인한 성정 때문에 특수부대에서도 쫓겨났고.

그런 그를 구원한 게 바로 기무하라 소장이었다. 그가 사부로 같은 군 조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 병기들을 거둬들여, 뗀지 탐정사무소 내에서 일종의 특수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들의 주요 임무는 바로 탐정사무소 테러에 대한 강력한 응징. 즉 탐정사무소 직원이 다치거나 죽게 되면 그들이 나서서 보복을 하는 거였다. 하지만 특수조 중에서도 사부로를 쓰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를 쓰게 되면 확실한 결과는 가져 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치는 사고 뒷수습이 더 골치 아팠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뗀지 탐정사무소에서는 사부로에게 임무를 맡기지 않는 게 국룰이었다.

한데 기무하라 소장이 떡하니 사부로에게 특임조의 보복을 지시했다니, 사토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미쳐? 그래. 나 미쳤다. 직원을 한 명도 아니고 조장 포함해서 특임조 하나가 통째 죽어나갔는데, 소장으로서 미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그래도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따로 있지. 사토는 자신의 말실수에 인상을 찌푸리며 바로 고개 숙여 기무하라 소장에게 사과를 했다.

“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기무하라 소장은 바로 사토의 말을 끊었다.

“됐고. 사부로가 움직였으니 그 뒤처리나 잘 해.”

기무하라 소장도 사부로가 얼마나 미친놈인지 잘 알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뗀지 탐정사무소에서 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보복 카드가 사부로임은 그도 알고 눈앞에 사토 부소장 역시 잘 알았다. 문제는 사부로라는 놈이 설치고 난 뒤 그 뒷수습인데, 그것만큼은 기무하라 소장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사토가 바로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제일 우선적으로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에. 사토가 그렇게 소장 실을 나가는 걸 기무하라는 가만히 지켜만 봤다.

기무하라 역시 사토가 저렇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걸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 * *

소장실을 나선 사토는 곧장 뗀지 탐정사무소 내에 비상 1단계 체제에 돌입함을 알렸다. 그리고 기동조의 나가쿠라 조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부소장님.

기동조는 특임조가 임무 완수 후 그 뒤처리를 도맡았다. 때문에 특임조와 같이 세트로 움직이며 임무 수행 중인 특임조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보면 된다. 즉 특임조에 문제가 생겼다면 가장 먼저 거기를 지원하러 움직이는 게 기동조라는 얘기다.

“지금 어디야?”

-가부키초의 트래블 워치 근처입니다.

“얘기 들은 모양이군?”

-네.

사토는 기동조가 특임조의 변고를 전해 듣고 지금 그들을 지원하러 움직이고 있음을 간파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시히 조장을 비롯한 특임조원 전원은 죽었다. 기동조가 지금 거기로 간다고 해도 죽은 사람들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보다 더 급한 일을 지원하는 게 맞았다.

“거긴 가지 말고 사부로를 지원해라.”

-네?

황당한 사토의 명령에 기동조의 조장 나가쿠라가 당황해 하는 건 당연했다.

“거기에는 다른 기동조를 보낼 테니 너희 조는 사부로를 백업 해.”

-하지만....

“이건 명령이다.”

군대에서도 그랬지만 뗀지 탐정사무소에서도 상사의 명령이 최우선이었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토의 명령을 받아드리는 나가쿠라. 사토는 그렇게 나가쿠라와 통화 후 곧장 다른 기동조 조장에게 연락을 했다. 발 빠른 후속 조치에 이어서 이제는 제대로 뒷정리를 해야 했으니까.

“하시모토 조장. 지금 즉시 가부키초의.....”

죽은 이시히 조장을 비롯한 특임조원들의 시신을 회수하고, 또 현장에서 탐정사무소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증거와 흔적도 챙기고 지우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다른 기동조의 조장에게 그 일을 맡긴 후 사토는 본격적으로 비상 1단계 체제에서 뗀지 탐정사무소가 해야 할 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사토 부소장으로부터 새로운 명령을 하달 받은 나가쿠라 조장과 그 밑에 기동조원들.

그들은 정보조를 통해서 사부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했다.

“신오쿠보로 가는 3번 도로에? 알았어. 들었지?”

“네. 조장님.”

특임조가 다 죽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던 나가쿠라. 그래서 그는 사토 부소장의 지시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임무 수행 중 특임조에 문제가 생겼으니 응당 기동조가 가서 그들을 도와야 하거만....

근데 사고뭉치인 사부로를 지원하라니? 그 말은 사부로에게 임무를 맡겼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 괴물을 풀어? 그것도 도쿄 시내 한 복판에다가?”

사부로는 미친 새끼였다. 그 새끼가 무슨 사고를 칠지 아무도 몰랐다. 그런 위험천만한 놈에게 탐정사무소에서 무슨 임무를 맡긴 건지, 나가쿠라는 녀석을 지원하러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면서 벌써 지끈 거리며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그 두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 만큼 괴물이 현재 있는 곳과 그들이 있는 곳이 가까웠던 것이다. 즉 얼마 가지 않아 그 괴물이 처 싸질러 놓은 참사와 직면을 한 거다.

“미친....”

* * *

도로변의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멈춰서 있는 검은 승합차. 그 차의 양쪽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누가 끌어냈는지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바닥에 눕혀 있었다. 그들 중 두 명은 죽은 듯 얼굴이 창백했고 나머지 3명은 고통에 신음하며 그래도 간간히 움직여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왜에에에엥!

그때 나가쿠라와 기동조가 탄 차량 뒤에서 앰뷸런스의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차 보다 구급차가 먼저 온 건 아마 여기서 근처에 구급센터가 있어서 인 듯 했다.

“어. 저기....”

그때 운전석의 기동조원이 앞쪽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그곳에 전복 된 승합 차량을 야쿠자들이 뒤집는 게 보였다. 보나마나 저 차량을 저렇게 만든 것도 사부로의 짓이 분명했다.

“저쪽으로 가.”

나가쿠라는 특임조가 다 죽은 것 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들 중 죽은 자가 있을 거란 거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해 저 야쿠자 새끼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거 정도는 알았다. 그래서 놈들에게 가며 품속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걸 보고 다른 기동조원들도 권총을 꺼내서 다들 장전을 했다.

그 사이 전복 된 승합차를 뒤집어 세운 야쿠자들. 그들 중 하나가 운전석에 들어가는 걸 보고 나가쿠라가 말했다.

“차 세워.”

그렇게 차가 멈춰 서자 조수석의 나가쿠라가 차문을 열고 내렸다. 그러자 그 뒤 쪽 차 안에서 기동조원들이 우르르 내려서는 일제히 야쿠자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쏴!”

그 소리와 함께 나가쿠라가 제일 먼저 권총 방아쇠를 당겼고 그 뒤를 이어서 기동조원들의 권총에서 불을 뿜었다. 나가쿠라를 비롯한 기동조원들은 권총에 총알을 전부 다 야쿠자들과 그들이 일으켜 세운 전복 됐던 차량을 향해 쏟아 부었다.

철컥!

제일 먼저 총알이 떨어진 나가쿠라의 권총 공이가 빈 총신을 때렸다. 그 뒤로 그 소리가 나가쿠라 뒤에서 연이어 들려왔다. 나가쿠라는 능숙하게 빈 탄창을 빼내고 새 탄창을 권총에 꽂은 다음 장전을 확인 하고 앞으로 걸어 나가며 외쳤다.

“따라 와.”

그러자 그 뒤의 기동조원들도 조장인 나가쿠라처럼 탄창을 새 걸로 갈고 장전 후 총구를 전면으로 향한 채, 앞서 가고 있는 나가쿠라 조장을 따라 움직였다.

나가쿠라는 도로 위에 쓰러져 있는 야쿠자들은 무시하고 곧장 그들이 일으켜 세워 놓은 차량 쪽으로 갔다. 그 사이 그 뒤를 따라 오던 기동조원들이 야쿠자들 시신을 확인했다.

척!

나가쿠라는 먼저 권총을 차량 운전석 안으로 넣고 그 다음 몸을 움직여서 차 안 상태를 살폈다.

“으음....”

그리곤 바로 침음 성을 흘렸다. 운전석에 야쿠자 하나가 입으로 피를 게워 내고 있었는데 죽은지는 채 1분도 되지 않아 보였다. 죽을 때 눈을 감지 않아서 그 야쿠자는 아직 죽은 사람 같지가 않았다.

“응?”

그때 그 죽은 야쿠자의 발치에 핸드폰이 보였다. 나가쿠라는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서 그 핸드폰을 챙겼다. 핸드폰은 잠겨 있지 않았기에 죽은 야쿠자가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 바로 살필 수 있었다.

“미우라?”

시간상으로 봤을 때 불과 2-3분 전까지 죽은 야쿠자는 미우라라는 자와 통화를 했다. 그 말은 이쪽에서 총질을 해 댔을 때 통화 중이었던 얘기다.

바아아아앙!

그때 과부하 걸린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나가쿠라가 권총의 총구를 그쪽으로 향하며 외쳤다.

“다들 물러나!”

그리곤 전복 된 차들로 인해 막혀 있던 도로의 반대 쪽에서 이쪽을 향해 질주해 오고 있는 차를 향해 총을 쐈다.

탕! 탕! 탕!

하지만 세발 정도 총을 쏜 나가쿠라는 그대로 몸을 옆으로 던졌다. 그 사이 짓쳐 들어 온 차가 그대로 야쿠자들이 일으켜 세운 그 차를 들이 받은 것이다.

쿠콰콰쾅!

그리고 그대로 밀고 안으로 들어 온 그 차가 멈춰 서자마자. 그 안에서 야쿠자 하나가 차 밖으로 튀어 나와서 도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탕! 타탕! 탕! 탕! 탕!

그런 그 야쿠자를 향해 총알이 날아들었지만 야쿠자는 근처 멈춰 서 있던 차 뒤로 잽싸게 몸을 숨겼다. 그 차에는 일반인이 타고 있었기에 나가쿠라를 비롯한 기동조원들은 그 차를 향해 더 이상 총을 쏠 수 없었다.

* * *

평소 냉철한 성격의 미우라. 그런 그에게 있어서 기꾸지라는 친구이자 동료는 고아인 그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조직 내에서 그가 세운 공로로 충분히 조장이 될 수 있었음에도 그는 기꾸지와 같이 있으려고 조장 자리도 마다했다.

그런 기꾸지가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우라는 해까닥 돌아버렸다.

차선 따윈 무시했고 기꾸지가 있는 곳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전복 된 차량 옆에 기꾸지가 타고 있는 차가 미우라의 눈에 들어왔다. 그 차 주위로 기꾸지와 조직원들을 죽인 자들이 보였고 그 중 운전석 바로 옆에서 기꾸지의 핸드폰을 들고 있는 자가 보였다.

미우라는 그 자를 향해 차를 몰아갔고 그런 그를 발견한 그 자가 버럭 소리치며 자신을 향해 총을 쏘는 걸 보고 미우라는 상체를 최대한 문 쪽으로 붙이고 허리를 수그렸다. 그렇지만 차의 질주 방향은 그대로 유지하게 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세발의 총알이 앞 유리에 세 개의 구멍을 만들어 냈고, 이내 그의 차가 기꾸지가 타고 있던 차량을 들이 받았다.

콰콰쾅! 촤아아아!

순간 강력한 충격이 미우라가 탄 차에도 전해졌다. 순간 그의 몸이 앞쪽으로 튕겨 나갔다. 그걸 착용된 안전벨트가 붙잡으면서 그 반작용으로 고개가 홱 뒤로 젖혀졌다.

‘정신 차려!’

그때 미우라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자 입안에 피 맛이 감돌며 아드레날린이 폭발한 미우라가 안전벨트를 풀면서 바로 차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내 던졌다. 그리고 도로 바닥을 몇 바퀴 구른 뒤 벌떡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근처 차로 잽싸게 몸을 던졌다.

피슝! 피슝!

두 발의 총알이 그런 미우라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총알의 궤적이 조금만 더 밑으로 내려왔다면 두 발의 총알 모두 미우라의 몸에 박혔을지 몰랐다.

뭐 어째든 미우라가 차 뒤로 숨자 더 이상 그를 향해 총알이 날아오지는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