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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누가 김명진 회장의 핏줄 아니랄까? 김학수는 눈치 하난 겁나게 빨랐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달까?
자신이 파 놓은 함정도 함정이었다. 얼마든지 자신이 빠질 수 있는데, 그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 이러니 김명진 회장이 그 모양 그 꼴이 될 때까지, 자식들을 못 믿고 회장 자리를 끝까지 꿰차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역지사지로 내가 김명진 회장이었어도, 자식들이 이렇다면 아마 그처럼 했을 거 같았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휑하니 내 빼는 김학수를 보고, 내가 옆에 캐디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공 하나 줘 봐요.”
“공이요?”
여기서 골프를 칠 것도 아니면서 내가 골프 공을 달라고 하자 의아해 하며 캐디가 골프공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나는 그 골프공을 받아서 한 손에 꽉 쥐고는 시선을 김학수가 내 뺀 필드로 돌렸다. 그러자 벌써 50-60미터는 족히 내 달린 김학수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고 나는 팔을 크게 휘둘러 내 손에 쥐고 있던 골프공을 김학수를 향해 내 던졌다.
“읏차!”
슈웅!
내가 던진 공이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김학수를 향해 내가 골프공을 던지는 걸 보고 캐디가 황당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캐디 눈에는 벌써 저만큼 멀리 달아난 김학수에게, 내 행동이 그저 내가 화가 나서 그를 향해 그냥 빈공을 던지는 걸로 비쳐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크아악!”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잘 달리던 김학수가 픽 쓰러지자 캐디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하긴 60-70미터나 되는 거리에, 그것도 내달리고 있는 사람의 머리를 내가 골프공을 던져서 정확히 맞힌 건 분명 대단한 기예로 보일만 했다.
이게 다 김학수에게 내가 건 「개호구」 스킬 때문이란 건 나만 아는 비밀이지만. 이유를 짧게 설명하자면 「개호구」 스킬 효과 중에 뭘 던지든 스킬에 걸린 자를 맞춰주는 게 있었던 거다. 지금은 골프 공이지만 그게 칼 같은 거라면....강제 수면 능력과 함께 꽤 쓸 만한 능력을 찾은 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거 줘요.”
나는 퍼팅하고 맡긴 내 골프채를 캐디에게서 도로 챙겨 들었다. 그리곤 저기 7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리, 그래도 잔디가 깔린 페어웨이에 자빠져 있는 김학수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 나를 따라 캐디가 일단 뒤따라 왔다.
“으으으으....”
내가 김학수 가까이까지 걸어갔을 때, 김학수가 연신 뒷머리를 만지며 신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자빠져 있는 채로 말이다.
툭! 툭!
그런 그 옆으로 다가간 나는 골프채로 김학수의 등을 건드렸다.
“으윽....”
그러자 신음소리와 함께 앞으로 꼬꾸라져 있던 김학수가 몸을 뒤집었다. 이내 페어웨이의 잔디 위에 똑바로 드러누운 자세가 된 김학수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가 어디야?”
골프공에 뒤통수를 맞더니 살짝 맛이 간 거 같은 김학수에게 내가 대답했다.
“서울CC요.”
“골프장?”
그제야 벌떡 상체를 일으켜 앉은 김학수. 그가 주위를 살피고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진짜 골프장이네. 근데 내가 여기 왜....아아....으으윽!”
그때 김학수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두통이 심하게 오는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잠시 뒤....
“이히히익!”
김학수가 기겁하며 앉은 채로 뒤로 포복을 하는 기행을 선보였다. 아마 기억이 난 거 같았다. 그런 그를 쫓아가며 나는 내 뒤의 캐디에게 말했다.
“카트로 가서 거기 있는 여자 핸드폰 좀 확인해 봐요. 뭐 찍은 게 있거나 녹음 된 게 있으면 좀 지우고.”
그 말 후 나는 호주머니 속에서 내 핸드폰을 꺼내서 캐디의 계좌로 천만 원을 쏴 주었다.
내 전담 캐디의 계좌번호는 이동 중 벌써 물어서 오늘 치 캐디피를 미리 지급해 둔 상태였다.
그것도 이곳 골프장 기준 캐디피의 3배나 말이다. 그러니 내 전담 캐디는 무조건 내 편일 수밖에 없었다.
디링!
바로 캐디의 핸드폰이 울렸고 캐디는 바로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한 후,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 이내 몸을 돌려서 11번 홀의 갓길에 주차해 있는 카트 쪽으로 움직였다.
* * *
“으으으으.....살, 살려 줘.”
김학수는 잔뜩 겁 먹은 얼굴로 내게 애원했다. 그런 그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누가 당신을 죽인데요?”
그렇게 말하는 나를 보고 김학수의 시선이 내 손에 들려 있는 골프채로 향했다. 마치 그럼 왜 그걸 손에 들고 있는데 라고 묻듯이 말이다.
“아아. 이거....막 퍼팅 끝나고 홀을 옮기려는 데 그쪽이 찾아온 거잖습니까?”
나는 내 손에 들린 골프채에 잔뜩 겁먹은 얼굴의 김학수를 보고, 그가 보란 듯 들고 있던 골프채를 옆으로 휙 던졌다. 그렇게 내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김학수에게 손바닥을 펼쳐 보여주기까지 하자, 그제야 김학수가 내 눈치를 살피며 몸을 일으켰다.
“크으윽!”
그러다 이내 뒤통수를 만지며 고통스러워했다. 내가 던진 골프공에 맞은 머리가 아직도 아픈 모양이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두어 걸음 더 다가가자 그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앗!”
그러다 페어웨이 잔디 사이로 돌부리라도 있는 듯, 뭔가에 걸려 비틀거리다 볼썽사납게 자빠졌다.
그런 그에게 바로 다가간 내가 손을 내밀었고 김학수는 내 얼굴과 내가 내민 손을 번갈아 쳐다보다 이내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그런 김학수를 내가 일으켜 세우자 그가 여전히 내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에게 내가 물었다.
“왜 그랬어요?”
“뭐, 뭐가?”
“저를 해치려 했잖아요.”
나는 그말과 함께 시선을 좀 전 내가 다 때려눕힌 박충호와 그 밑에 두 직원들이 여전히 쓰러져 있는 그린 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내 시선을 쫓아 그린 쪽을 쳐다보던 김학수가 암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그거야 네가 나를 화나게 했으니....”
“김학수씨는 화나면 사람을 팹니까?”
“....”
지금 상황에서 입이 열 개인들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런 김학수에게 나는 오늘 내가 왜 그를 만나러 여기 왔는지 그 진짜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20년도 더 지난 일을 들추다니? 제 정신이에요?”
“그, 그건....네가 나를 만나주지 않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말이 있지요. 진짜 죽고 싶어요?”
“어?”
나는 좀 전 보인 김학수의 반응에 그가 지금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아아....김 회장님, 아니 부친이 얘기 안했어요?”
깊은 탄식과 함께 내가 한심하다는 듯 김학수에게 물었다.
“뭐, 뭘?”
“그걸 건드리는 거 자체로, 서진그룹이 끝장 날 거란 거 말입니다.”
내 그 말에 김학수는 그제야 자신이 건드린 게, 바로 용의 역린임을 깨달은 거 같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한번 건드린 물론 그 사실을 내가 굳이 김학수에게 알려 줄 이유는 없었다.
“그,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하긴 김명진 회장이 굳이 김학수에게 그런 얘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20년도 더 된, 완전히 묻힌 일이었으니까. 다시 꺼내서 문제가 될 일이 전혀 없는....
이렇게 그의 어리석은 아들이 그걸 끄집어내서 화를 자초할 거란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겠지.
‘이래서 사람일은 모른다는 거지.’
뭐 어째든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됐다.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눈앞의 멍청한 김학수에게 그가 한 멍청한 짓에 대한 물리적인 응징을 가하는 것이었다.
“자아.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겠죠?”
내가 손목을 풀며 그 말을 하자 김학수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뭐, 뭐?”
“그냥 처 맞으면 재미없으니까. 자아. 덤벼요.”
나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일부러 김학수를 도발했다. 하지만 앞서 그린 위에서 내가 박충호를 비롯한 건장한 박충호의 부하 둘을 간단히 제압하는 걸 자기 두 눈으로 똑똑히 본 터라, 김학수는 감히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
“뭐 싫으면 내가 가지.”
그런 그에게 내가 접근해 들어갔고 순간 김학수가 버럭 소리쳤다.
“오, 오지 마. 더 오면 확 차 버린다.”
그러면서 김학수가 나를 향해 태권도 겨루기 자세를 취했다. 그걸 보고 내가 더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자, 그가 조금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이래봬도 나 태권도 공인 3단이야.”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재벌 2세랍시고 경기도의 한 대학에 체육관 하나 지어주고 입학 했다가, 또 학과 건물 하나 지어주고 졸업 시킨 게 바로 김학수였다.
물론 그 얘기를 나는 김학수의 부친인 김명진 회장에게서 들었다. 그런 김학수가 제 입으로 자기가 태권도 공인 3단이라고 하니 그 말이 그다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한데 그 웃음이 김학수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었다.
“웃어? 이 씹 새끼가....”
김학수가 앞발을 슬쩍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그러며 발을 슬쩍 틀었다. 그건 곧 그 발을 주축으로 뭘 하겠다는 건데 그게 발차기 일 건 뻔했다. 싸움꾼 이제동의 재능이 그럴 거라고 말하니 확실하겠지.
파앗!
그리고 그 예상대로 김학수가 감히 겁도 없이 나를 향해 발차기를 가해 왔다. 하지만 보이기 위한 형식적인 발차기는 너무 느렸다. 그에 비해 그것 보고 옆으로 빠지며 차는 내 발차기는 빨랐고.
퍽!
김학수의 옆구리에 정확히 꽂히는 내 발.
“크으윽!”
신음소리와 함께 연신 비틀거리는 김학수. 하지만 볼썽사납게 나자빠지지는 않았다. 대신 고통스러운지 잔뜩 얼굴을 찡그리는 김학수. 더불어 그 한방에 기가 팍 죽고 잔뜩 주눅이 든 김학수가 더는 태권도 동작 따위는 취하지 않고 주춤거렸다. 그런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 든 나는 녀석을 향해 소나기 펀치를 퍼부었다.
퍽! 퍼퍽! 퍽! 퍽! 퍼억! 퍽!
내 주먹이 김학수의 얼굴과 복부, 옆구리를 무차별적으로 가격했다. 일부러 더 많이 때리려고 파워를 확 줄였다. 하지만 매 앞에 장사 없다고 정신없이 두들겨 맞던 김학수가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털썩!
나는 마지막으로 쓰러지는 녀석의 얼굴에 싸커 킥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놈이 기절한 걸 확인하고 차려던 발을 멈춰 세웠다.
* * *
서울 CC의 캐디피는 12만원에서 15만원까지 받는데 오늘 같은 VIP손님의 경우 무조건 15만원을 받았다.
안세영은 캐디로 일한지 총 10년에 그 중 7년을 이곳 서울 CC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울 CC의 캐디들 중에서 이제는 고참 소리를 듣는 그녀는 외모가 출중했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당연히 VIP손님의 특별 이벤트에 항상 불려 나갔고. 그건 오늘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렇게 VIP손님을 모시고 카트를 타고 필드로 향할 때였다. 오늘 그녀의 VIP손님이 불쑥 그녀의 계좌번호를 물었다.
“왜요? 캐디피 바로 넣어주시게요?”
당연히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의 VIP손님은 그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드렸다.
“헉!”
첫 번째 홀에 도착해서 확인한 그녀 핸드폰에, 그녀 계좌로 45만원이 떡하니 들어와 있었다. 백준열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누가 봐도 오늘 그녀의 VIP손님이 캐디피를 3배나 먼저 선 입금을 해 준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그녀 계좌에 들어 온 5천만 원. 그리고 이어진 오늘 그녀의 VIP손님의 요구. 그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 안세영은 눈썹을 휘날리며 카트로 갔고 거기 타고 있던 이은혜의 한 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을 낚아채듯 뺏었다.
“뭐하는 거야? 이리 내놔.”
그러자 그걸 도로 되찾으려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이은혜.
키는 이은혜가 더 컸다. 하지만 이은혜는 여배우다. 체중이 50Kg을 넘지 않게 늘 관리를 해야만 하는 비리비리한 존재 말이다.
그런 그녀가 매일 무거운 캐디 가방을 들고 필드를 누비고 다니는 캐디인 안세영을 힘으로 이길 수는 없었다.
“아앗!”
안세영에게 달려들었다가 되레 길바닥으로 내쳐진 이은혜. 그녀가 도끼눈으로 안세영을 쏘아볼 때 안세영은 이은혜의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에 들어가서 그녀가 혹시 뭘 찍었는지 확인했다. 그랬더니....
“이, 이건....”
그랬더니 좀 전 백준열이 그린에서 박충호와 박충호의 두 직원들과 싸운 장면이 떡하니 동영상으로 저장 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뿐만 아니라 안세영이 열어 본 녹음기능에도 백준열을 비롯해서 김학수, 박충호 등의 대화가 녹음 되어 있었고.
“내 놔. 내 핸드폰.”
안세영이 녹음 된 걸 틀자 그걸 듣고 이은혜가 벌떡 몸을 일으켜서 악귀 같은 얼굴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퍽!
그런 이은혜에게 안세영이 백준열이 김학수에게 한 거처럼 발차기를 먹였다.
“아아악!”
그 발에 채인 이은혜는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다시금 카트가 다니는 길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사이 안세영은 이은혜의 핸드폰에 백준열을 찍은 동영상과 백준열의 목소리가 녹음 된 파일을 싹 다 지웠다. 그리곤 길바닥에서 다시 몸을 일으켜서 악을 쓰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이은혜를 향해서 들고 있던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그것도 그녀 머리 위로 말이다.
“안 돼!”
자신의 머리를 넘어 그녀 뒤로 날아가는 자신의 핸드폰을 돌아보며 이은혜가 버럭 외쳤다. 그리곤 핸드폰이 떨어진 수풀 쪽을 향해 뛰어갔다. 그렇게 이은혜가 안세영이 던진 자신의 핸드폰을 겨우 다시 찾았을 때였다.
어느 새 카트로 돌아와 있는 백준열. 그와 눈이 딱 마주친 순간, 그가 이은혜를 향해 손짓을 했다. 그녀 손에 들고 있는 그 핸드폰 가지고 자신에게로 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