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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65화 (66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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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박충호는 영 공부에 재능이 없었다. 그렇다고 정직하고 성실하냐?

그것도 아니었다. 대신 잘 먹고 잘 커서 덩치가 유독 컸던 그는 자연스럽게 또래 아이들 위에 섰다.

그러다 보니 위 학년 선배와 마찰이 일었고, 싸움에 관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격투기를 배웠고 강해졌다. 그 강함으로 고등학교에서 짱을 먹은 그는 졸업도 하기 전에 지방 조폭 조직에 스카우트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조폭 생활이 어느 새 20년이 다 됐다. 그 사이 좁아 터진 지방 조폭 조직을 떠나 서울로 상경한 그는, 서울의 한 조직에 들어가서 10년을 굴렀고 그 결과 그 조직의 두목이 되었다.

하지만 서울에 그런 조직은 샐 수 없이 많았고, 조폭 조직 역시도 대기업처럼 큰 조직이 아니면 먹고 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작은 조직은 큰 조직 밑에 기어들어가야 했다. 마치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처럼 말이다.

하지만 태생이 누구 밑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박충호. 그는 큰 조직 밑에 들어가길 거부하고 스스로 살 길을 모색했다. 그렇게 그가 찾게 된 사업이 바로 연예 기획사였고, 마침 부도 직전의 연예 기획사를 박충호가 헐값이 사들이게 되었다.

그 곳이 바로 지금 박충호가 대표로 있는 프로나인이었다.

연예계가 박충호와 잘 맞은 건지 모르지만 그가 차린 연예 기획사 프로나인은 제법 잘 나갔다. 특히 박충호가 인수했을 때 소속 된 트로트 가수의 노래가 빅 히트를 치면서 여러 신인 트로트 가수를 끌어 모았고, 그 신인 트로트 가수들이 종편에서 진행한 신인 트로트 가수 발굴의 등용문인 ‘트로트 스타’라는 프로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 결과 그 신인 트로트 가수들이 일약 정상급 트로트 가수로 발돋움하면서, 박충호와 그의 기획사인 프로나인에 거금을 벌어다 주었다.

그 돈으로 박충호는 기획사를 키워 나갔고, 지금의 프로나인은 트로트 전문 기획사에서 도약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사가 되었다.

비록 작년에 박충호가 심혈을 기울여서 데뷔 시킨 보이그룹이 죽을 쒔지만, 대신 남녀 배우가 드라마와 영화에서 대박을 치면서 톱스타의 반열에 오를 기미를 보였다. 올해 한 번만 더 대박을 친다면 그들 남녀 배우들은 톱스타가 될 게 확실했다.

그랬기에 박충호는 그 남녀 배우를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대박 날 드라마와 영화를 찾고 있었다.

그 사이 박충호는 그들 남녀 배우들에 이어서 대박을 칠 새로운 신인 남녀 배우들을 찾았고, 그 중 한 명이 바로 이은혜였다.

그런 이은혜는 끼가 넘쳤고 그 주체하지 못할 끼로 알아서 쑥쑥 커 나갔다.

박충호가 소개해 준 스폰서들을 그녀가 문어발식으로 관리하고 나선 것이다. 덕분에 스폰서들이 되레 박충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이은혜의 스폰서 중에서 단연 VVIP라 볼 수 있는 서진그룹 2세 김학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접대 골프를 위해 이은혜를 비롯해서 미인들이 필요하다나? 그러니까 다른 연예 기획사의 여자 연예인들까지 다 끌어 모아 달란 얘기다. 그런 귀찮은 일을 평소의 박충호라면 당연히 받아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까지 재벌 2세였던 김학수가 지금은 재벌 오너, 그 자체가 되었다.

부친인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이 식물인간이 되면서 말이다. 이제 곧 서진그룹 회장이 될 몸인 김학수의 요청을 어떻게 받아드리지 않겠나?

연예 기획사가 대기업을 뒷배로 둘 수 있는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였다. 해서 박충호는 기쁜 마음으로 김학수의 요청을 받아드렸고, 30곳이 넘는 다른 연예 기획사에 일일이 연락을 취해서 스폰이 가능한 여자 연예인들을 끌어 모았다.

그렇게 어렵게 준비한 자리인데 그걸 접대 대상인 백준열이라는 놈이 걷어 차버렸고, 그로인해 꼭지가 제대로 돌아버린 김학수가 아무래도 뭔 사고를 칠 거 같았다.

“젠장....”

근데 그 사고치는 자리에 왜 하필 자신과 그의 직원들을 끌어 들이냐 이 말이다.

하지만 김학수가 박충호를 붙잡고 늘어지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김학수에 이끌려서 그의 카트에 두 직원을 태우고 백준열이 골프 치는 홀로 이동한 박충호.

그는 백준열의 파트너인 이은혜를 보고 김학수가 뭐라 떠드는 사이 자신의 두 직원에게 말했다.

“가급적 살살 다뤄. 무슨 말인지 알지?”

“네. 형님. 아니 사장님.”

박충호가 데려 온 두 직원은 그가 조폭 조직에 몸담을 때 행동대장으로 써 먹었던, 그래도 그가 거느린 조폭들 중에서는 한 싸움 하는 자들이었다.

그랬기에 박충호도 그걸 믿고 그 둘만 이곳 골프장으로 불러들인 거고.

박충호가 그들과 함께 한 세월이 10년도 넘었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척하면 척, 그가 한 말이 무슨 소린지 그들도 바로 알아들었다.

그렇게 박충호가 두 직원에게 넌지시 자기 할 말을 하고 났을 때 이은혜와 얘기를 끝낸 김학수가 곧장 백준열이 있는 그 홀의 그린 쪽으로 움직였고, 그의 따라오라는 재촉에 박충호와 박충호의 두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뒤따라야만 했다.

* * *

자신의 호의를 걷어 찬 거나 마찬가지다 보니 백준열을 대하는 김학수의 반응이 좋을 리 없었다. 거기다 「개호구」스킬의 영향으로 백준열에게 만큼은 빈말도 못하는 김학수였다.

“어떻게 칠만 하냐?”

캐디 한 명과 같이 11번 홀 그린에 서 있던 백준열에게 다가 선 김학수가 툭 하니 그 말을 내 뱉자 백준열이 바로 대답을 했다.

“네. 뭐....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김학수가 백준열과 골프 치러 온 게 아님은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파트너야 그렇다 쳐도 캐디나 골프 장비도 없이 사람들만 왔다는 건, 김학수와 박충호가 백준열에게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 왔음이 쉽게 예상 되었으니까.

“너 좀 너무 한 거 아니냐?”

“네?”

그때 김학수가 바로 시비조로 나왔다. 순간 백준열이 바로 눈살을 찌푸렸고. 그걸 보고 김학수가 확 목청을 높였다.

“내가 나름 준비한 자린데. 내 성의를 봐서 그러면 안 되지.”

그런 김학수를 보고 백준열이 기가 차하며 말했다.

“골프 치자고 여기 온 거 아닙니까? 근데 술과 여자가 여기서 왜 나오는 건데요?”

“그야 네가 골프보다 술과 여자를 더 좋아하니까 그렇지.”

“그럴 거 같았으면 여기 왔습니다.”

“웃기고 자빠졌네. 개새끼 백준열이 술과 여자를 끊어? 차라기 똥개보고 똥을 끊으라지.”

“뭐, 뭐라고요?”

발끈하는 백준열. 하긴 자신을 개새끼라는 데 그가 참을 리 없었다. 그걸 노린 듯 자신을 향해 흥분한 게 역력한 백준열을 보고 김학수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왜? 덤비게? 덤벼 봐.”

“너 일루 와!”

제대로 눈이 돌아 버린 백준열. 그가 김학수를 향해 움직이자 김학수가 슬쩍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김학수 뒤에 있던 박충호가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하아아....김 실장. 장 실장. 제압해.”

그 말에 박충호의 양 옆에 있던 건장한 남자 둘이 나섰다. 그러자 백준열이 김학수를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눈앞에 두 남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내가 누군지 알면서 지금 이러는 건가?”

“....”

백준열의 그 날 선 물음에 두 남자가 묵묵부답할 때 김학수가 버럭 소리쳤다.

“그 새끼 빨리 조지지 않고 뭐하는 거야? 박충호!”

그러며 박충호를 쏘아봤다. 그러자 박충호가 알았다며 자신의 두 부하 직원들에게 말했다.

“김 실장. 장 실장. 일단 그 새끼 꿇려.”

그러자 두 건장한 남자들이 바로 움직였다.

* * *

내 눈앞에 나보다 덩치가 큰 두 남자들은 김학수에 이어서 박충호의 지시가 내려지자 눈빛과 기세부터 싹 바뀌었다. 그리고 둘 중 한 남자가 목을 풀고, 그 옆에 남자가 손목을 풀면서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때 나도 그들을 향해 움직였다.

나보다 덩치도 크고 딱 봐도 싸움도 잘 해보이는 자들이었는데, 내 걸음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싸움꾼 이제동의 재능을 최대한 끌어 올려놓은 상태였으니까.

양쪽이 다 같이 움직이다보니 금방 가까워졌고, 손목을 풀던 남자가 먼저 큰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내 눈에 날아오는 상대의 주먹이 느리게 보였다. 아무래도 이제동의 싸움꾼 재능 때문인 거 같은 데, 나는 그 주먹보다 반 박자 빨리 상대의 안쪽을 파고들어 그의 겨드랑이를 주먹으로 끊어 치고 등과 머리를 잡아 옆으로 밀쳤다. 그러자 그 자가 그린에 나동그라졌다.

그 사이 나를 향해 주먹을 날려 온 다른 남자의 손목을 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그 남자의 얼굴에 이마를 박았다.

꽈직!

코뼈가 아작 나는 소리가 선명하게 일며 남자가 뒤로 자빠졌다. 다행이도 그린이라 잔디 때문에 충격이 덜 한 듯 그 남자는 자빠졌다가 금세 몸을 일으켰다.

당연히 처음 내게 덤볐던 남자도 그린을 몇 바퀴 구른 뒤 몸을 일으켜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C발....부러졌어.”

쌍코피를 한 손으로 훔쳐 내고 자신의 코 상태를 직접 만지며 확인한 남자의 말에, 내 주먹에 왼쪽 겨드랑이를 맞아 왼팔 쓰는 게 영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내가 덮칠 테니 네가 밑을 맡아.”

그 말 후 그 남자가 즉시 백준열, 즉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앞서와 달리 주먹이 아닌 두 손을 뻗어 나를 어떡하든 잡으려 들었다. 저 두 손에 내 옷이나 손, 팔이 잡힌다면 나의 움직임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파악!

그때였다. 어느 새 나에게 다가 온 코뼈 부러진 남자가 나의 다리를 향해 발길질을 가했다. 그러니까 밑이란 게 바로 내의 다리를 걷어차란 소리였던 것이다. 자신이 나의 상체를 잡고 있는 동안에 말이다.

즉 나를 일단 땅바닥에 쓰러트려 놓고 체구가 크고 더 힘도 쎈 그들이 쓰러진 나를 향해 위에서 파운딩으로 끝장내겠다는 의도 같았다. 하지만....

그 발차기를 내가 한 손을 내 밀어 그 발등을 잡아채 홱 돌렸다. 그와 동시에 내 앞가슴의 옷과 왼쪽 어깨를 잡아 챈 눈앞의 남자의 훤히 드러난 안면에 다시금 박치기를 먹였고.

콰직!

“크으으윽!”

그러자 신음성과 함께 백준열의 옷과 어깨를 잡았던 남자가 비틀거리고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났다.

파파팟!

그 사이 발등이 돌면서 다리가 같이 돌아가 균형이 무너진 남자가 몸에 균형을 잡으려 왼팔을 들어 올렸는데 그 팔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리곤 그 손바닥이 위로 가도록 뒤집은 뒤에 아래로 꺾으면서 고통에 입을 쩍 벌리고 비명을 지르려는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가 픽 쓰러졌다.

서걱!

그때였다. 날카로운 뭔가가 날아와서 내 왼팔을 스쳐지나갔다. 싸움꾼 이제동의 본능이 왼팔을 뺐기 망정이지 자칫 깊게 베일 뻔했다.

“뭐, 뭐야?”

박충호가 어디서 난 건지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 나온 잭나이프 한 자루를 손에 쥐고 있었다.

“박, 박충호! 너 뭐, 뭐하는 거야?”

정작 놈의 칼날에 베인 건 난데 화는 옆에 김학수가 냈다.

“넌 닥치고 있어.”

박충호는 그렇게 김학수를 향해 버럭 소리친 뒤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뭐?”

박충호의 반응에 김학수가 경악해서 입을 떡 벌렸다. 하긴 자신의 사냥개가 주인을 덥석 물었으니 그 충격이 클 수밖에.

그 만큼 박충호가 제대로 빡친 상태라는 얘기고, 이번에는 내 옆구리를 노리고 잭나이프를 찔러왔다. 그걸 보고 나는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움직이며 몸을 살짝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칼날이 내 옆구리를 살짝 스쳐지나갔고, 그 사이 내 손이 잭나이프를 쥔 박충호의 손목을 낚아채서 비틀었다.

“아악!”

비명과 함께 박충호가 쥐고 있던 잭나이프를 떨어트렸고 그 찌푸린 녀석의 얼굴에 내 주먹이 꽂혔다.

퍽!

나는 눈이 풀리며 픽 쓰러지는 박충호의 멱살을 잡아서 놈이 그대로 쓰러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감히 칼을 들어?”

내가 그렇게 한 건 이대로는 내 화가 풀리지 않아서였다. 나를 구타하려 한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데 나에게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그 칼로 내 왼팔을 벴다. 뭐 살짝 베인 거지만 어쨌든 피가 났다는 게 중요했다.

퍽! 퍽! 퍽! 퍼억!

처 맞아 기절한 상태의 박충호. 그런 그의 복부와 옆구리를 사정없이 쥐어박자 녀석의 허리가 절로 직각으로 굽혀졌다.

빠악!

그 상태에서 나의 무릎이 녀석의 턱에 꽂혔다. 내 무릎에 맞는 그 순간 녀석의 턱이 아작 난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아마 평생 질긴 건 먹지 못할 거다. 물론 먹는 거 자체를 곧 못하게 될 테니 그게 그리 큰 문제는 못 될 테지만.

당연한 얘기지만 나를 건드린 이 놈들을 나는 이 살기 좋은 세상에 계속 숨 쉬고 살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이히이익....”

박충호를 아작 내 놓고 내 시선이 김학수에게 꽂히자, 그가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향해 내가 다가가자 김학수가 손에 들고 있던 골프채를 허공에 다 휘둘렀다.

붕! 붕!

“오, 오지 마. C발!”

그렇게 골프채로 나를 위협하던 김학수. 그가 이내 골프채를 나에게 집어 던지고는 뒤돌아서 나를 등지고 냅다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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