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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64화 (66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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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백준열이 가진 순수 골프 실력만으로도 김학수와 박충호는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데 나는 지금 견신 시스템을 쓰고 있었다. 특히 김학수의 경우 내 「개호구」스킬에 걸려 있었다.

“아아....”

즉 중요한 찬스 때마다 김학수가 제대로 나의 개호구 노릇을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와 손을 잡은 박충호도 별 수가 없었다.

“아니. 그것도 못 넣으면....”

보다 못한 박충호가 한 소리 할 정도로 김학수는 나와 엮여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헤맸다.

“빌어먹을....왜 이러는 거야?”

답답하니 그 스스로도 자신을 이상하다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김학수에게는 그럴싸한 명분이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거야. 저 새끼한테 잘 보이려고.”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내기도 어느 정도 경쟁이 되어야 재미가 있는데 김학수는 나와 부딪치면 족족 다 졌다.

그것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연발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보니 김학수가 일부러 나에게 져 주려고 저러나 보다 싶다가도,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이겼네요.”

“그렇군. 쩝....”

18홀을 다 돌기도 전에 10번 홀에서 내기의 승자가 결정이 됐다. 절반 넘게 돈 홀에서 전부 내가 이겼으니 나머지 홀을 김학수와 박충호 중 한 명이 다 이긴다고 해도 내기의 승자는 이미 나로 귀결이 지어진 거다. 그때 김학수가 눈빛을 빛내며 내게 말했다. 마치 그가 내기를 한 것도 또 내기에서 진 것도 다 이것을 위해 그가 참아 온 거처럼 말이다.

“백 대표. 마침 준비한 여자들도 왔다니 잠깐 저기서 쉬는 게 어떤가?”

그러며 김학수가 가리킨 곳은 이곳 골프장의 그늘 집이었다.

“그러시죠.”

딱 봐도 김학수가 뭔가를 준비한 거 같았기에 ,나는 그게 뭔지 궁금하기도 해서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오오....”

그늘 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 10명의 짙은 화장을 한 늘씬한 미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들은 지금 골프 파트너인 이은혜를 비롯한 한초임, 제시와는 달리 골프 복장이 아닌 화려하면서도 남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자극적인 옷차림이었다.

개중에는 아예 대 놓고 란제리 차림의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그 미인들 앞으로 술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각종 술들과 안주들, 그 중에서 백준열이 좋아하는 술들과 안주들 위주로 준비 되어 있었다.

“후후후후. 어떤가? 한잔 하면서 여자들과 즐겨 봄이?”

남자라면 열 여자 마다치 않는 법이다. 그것도 그 열 여자가 다 미인들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고 말이지. 거기다 상대는 개새끼 백준열이었다. 여자라면 환장하는....

김학수는 당연히 내가 좋다며 눈앞에 차려진 술과 미인들을 취하려 들 거라 여겼겠지.

뭐 이전의 백준열이라면 좋다고 그랬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 백준열이 아니니 어쩌겠나?

“됐어요. 골프나 마저 쳐요.”

나는 휑하니 뒤돌아서 그늘 집을 나와 버렸다. 그러자 꼭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김학수가 그런 나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버버 거렸다.

그러던 말든 그늘 집을 나온 나는 곧장 내 파트너 이은혜 쪽으로 걸어가서는, 그녀와 그녀 옆에 캐디에게 말했다.

“다음 홀로 갑시다.”

* * *

“으아아아....”

와장창창! 콰쾅! 쿠쾅쾅!

백준열이 기껏 자신이 준비해 놓은 술과 여자를 마다하며 골프 치겠다고 카트를 타고 가버리자 격분한 김학수가 술상을 엎었다.

“나가! 꺼져!”

그리고 수십억 들여가며 어렵게 섭외한 각 연예 기획사 소속 여자 연예인들을 쫓아냈다.

“비서실장 어디 있어?”

그리고 뒤늦게 자신이 내 쫓은 비서실장을 찾았다. 다행히 비서실장은 이곳 골프장에 남아 있었고 김학수의 부름에 득달같이 달려왔다.

“뭐?”

하지만 비서실장이 김학수의 부름을 받고 달려오는 그 사이를 김학수가 참지 못하고 먼저 움직였다. 바로 백준열에게 따지러 간 거다.

“이, 이런 빌어먹을....”

그것도 박충호와 박충호 밑에 두 실장들과 같이 말이다.

박충호는 무늬만 연예 기획사 대표인 조폭 두목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 두 실장은 조폭들이었고. 그러니 지금 김학수가 조폭들 데리고 대 놓고 백준열을 조지러 간 거다. 비서실장은 기겁하며 김학수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근처에서 김학수가 두고 간 핸드폰이 울렸다.

“백준열이 지금 어디 있어?”

김학수는 백준열이 현재 있는 걸로 파악 된 홀로 황급히 움직였다.

“백 대표 손댔다가는 좆 되니 제발....”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만 비서실장은 최악의 경우, 모든 걸 박충호에게 덮어씌울 생각이었다. 근데 문제는 백준열이었다. 그와 김학수의 계획대로라면 지금 쯤 백준열은 술과 여자들에 흠뻑 취해 있어야 했다.

한데 여기 와서 들어보니 백준열은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다고 했다. 거기다 기껏 붙여 준 미인 파트너는 손도 대지 않고 말이다.

평소의 백준열이라면 벌써 곁에 미인 파트너와 그 짓을 벌여야 정상이었다. 그러라고 붙여 준 이은혜 였으니까.

“도대체 오늘 왜 이러는 거지?”

개새끼 백준열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소의 그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백준열 때문에 비서실장도 어떻게 갈피를 잡지 못했다.

뭐하나 그와 김학수가 계획한 대로 진행 된 게 없으니, 그 후속 조치 역시 뭘 어떻게 취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저, 저....”

그때 백준열이 있는 홀에 다다른 비서실장. 그런데 그의 눈에 보기에도 백준열이 있는 홀은 문제가 있었다.

골프공을 쳐야 할 골프채를 누군가 사람을 향해 휘두르고 있었고, 그러다 골프채를 집어 던지고 냅다 내빼고 있었다. 딱 봐도 저기서 이미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좆 됐네.”

비서실장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왔고 동시에 한 손이 그의 이마를 감싸 쥐었다.

* * *

김학수가 골프장에 뭔가 준비를 해 뒀을 거란 건 나도 익히 예상하고 있었던 바였다. 하지만 어떻게 신성한 골프장 안의 필드에 그런 걸 준비 해 놓다니....

“내가 무슨 변태도 아니고....”

그 말을 뱉고 나니 어째 무안해졌다. 예전 백준열은 내가 생각해도 확실히 변태 새끼였으니까. 괜히 그가 개새끼로 불렸겠나? 원래라면 좋다고 그늘 집에 마련 된 술과 여자에 빠져서 마시고 박아대고 난리가 났겠지.

뭐 일단 그 그늘 집을 빠져 나와서 카트 타고 다음 홀로 오긴 했는데 당연히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특히 내 파트너인 이은혜는 내가 그늘 집을 나온 뒤부터 슬금슬금 나를 피했다.

마치 내가 역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말이다. 반면 캐디는 담담하게 자기 맡은 바 일을 해 나갔다.

“밸리코스, 11번 홀. 파4, 367미터. 그린 바로 앞에 헤저드가 있으니....”

나는 캐디의 조언을 듣고 드라이버를 움켜쥐고 티 박스에 올랐다. 그리고 거침없이 샷을 날렸고 시원하게 뻗어나간 공은 페어웨이에서 한 번 튀어 오른 뒤 헤저드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나이스 샷!”

캐디가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는 걸 보고 피식 웃었다. 그때 이은혜는 아예 골프 치기를 포기한 듯 카트에 가 앉아 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캐디에게 바로 이동하자고 고개 짓을 했다. 뭐 치기 싫은 사람에게 치라고 말하는 거 자체가 귀찮아서 말이다.

그렇게 카트를 타고 내가 친 공이 있는 쪽으로 움직인 뒤, 나는 그린 앞 헤저드 바로 코앞에서 세컨 샷을 날렸다.

“세컨 샷이 길 경우 그린 뒤쪽 내리막이 심해 투 퍼트가 힘들 수도 있어요.”

캐디의 그 조언을 들어서 안전하게 공을 핀에 붙이는 쪽으로 안전하게 한 타를 더 써서 파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때였다.

웨애애애앵!

카트 한 대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그 카트는 내가 공을 치는 동안 그대로 카트에 남아 있었던 이은혜가 탄 카트 바로 뒤에 멈춰 섰다. 그리고 거기서 네 명의 남자가 내렸다. 나는 그걸 보고 귀를 쫑긋 세웠다.

곧 거기서 네 명의 남자가 내렸고, 그 중 한 명이 앞쪽 카트에 타고 있던 이은혜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당연히 그 소리는 또렷하게 내 귀에 들렸다. 개 특성인 *소리가 잘 들립니다.*를 사용했으니 말이다.

그때 이은혜가 뭐라고 했고 그 말을 듣고 서 그 자가 지금 내가 서 있는 11번 홀의 그린 쪽을 쳐다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같이 있던 세 남자 중 하나가 자기 양옆의 남자들에게 뭐라고 했다. 그 소리들이 내 귀에는 싹 다 들렸다.

그러니까 좀 전 떠든 네 명의 남자 중 두 명은 바로 김학수와 박충호였다.

개 특성인 *멀리 봅니다.*를 통해 내 눈에 100여 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는 그들이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거처럼 명확히 잘 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박충호의 양 옆에 체구가 상당히 좋아 보이는 30대 초 중반의 남자들이 보였는데, 그들은 모두 골프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골프 치러 여기 온 자들은 아니었다. 금목걸이에 금줄 시계야 그렇다 쳐도 신고 있는 신발이 구두였다.

카트에서 내릴 때부터 그 두 남자 모두 박충호의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박충호의 말을 들어보니 그들이 누군지 바로 짐작이 됐다.

김학수가 마지막으로 이은혜에게 뭐라고 한 뒤 몸을 틀어 내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고 그 뒤를 바로 박충호가 따라 움직였다. 그런 박충호를 두 건장한 남자들이 뒤따랐고. 그때 뭔가 직감한 듯 내 옆에 캐디가 말했다.

“대표님. 사람 부를까요?”

캐디가 자신의 한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을 내게 슬쩍 내 보이며 물어왔다. 그걸 보고 나는 피식 웃었다.

‘촉이 좋은 여자네.’

캐디는 저기서 김학수와 박충호, 이은혜가 한 말을 듣지 못했다. 거리상 보통 사람의 귀에 저기서 얘기한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릴 리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개 특성인 *소리가 잘 들립니다.*를 통해 그들이 한 말을 전부 다 들었다. 그래서 저들이 무슨 의도로 여기 나에게 오는 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내가 싸움꾼 이제동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캐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 거다. 하지만 저들 넷 가지고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나는 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제 발로 김학수가 내게 오고 있었다.

“괜찮으니 그거 도로 넣어요.”

내 말에 캐디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손에 핸드폰을 자신의 바지 호주머니 속에 도로 넣었다.

* * *

“하아....씨....도저히 못 참겠다.”

비서실장을 불러 놓고 김학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부회장님!”

그런 그를 박충호가 제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저들 데리고 따라 와.”

오히려 그 일에 박충호가 가세한 꼴이 되고 말았다. 골프장 필드 안에는 경호원들을 일체 들이지 않았다. 백준열이 그렇게 나오니 김학수도 따라 그렇게 지시를 한 것이다. 때문에 지금 골프장 필드에서 백준열과 김학수를 경호해 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박충호는 달랐다. 그는 경호원 대신 자기 회사 실장 두 명을 대동하고 골프장 필드에 들어와 있었다.

한데 그 실장들이 바로 박충호 밑에 조폭들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보통 조폭이 아니라 행동대장들이었다. 그러니까 조직 내에서 한 싸움은 하는 자들이란 소리.

박충호가 골프장 필드 안에서도 그 두 실장을 달고 다니는 건, 최근 누가 그를 노린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박충호 때문에 신세 망친 여자 연예인이 복수를 위해 지방 조폭 조직에 그 일을 맡겼다나 뭐라나.

지금은 그 지방 조폭 조직이 어딘지 알아내서 잘 얘기 중이었지만, 혹시 모르니 그 문제가 확실히 해결 될 때까지 박충호는 항시 그 두 실장을 데리고 다녔다. 그게 여기 골프장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거고.

한데 그게 문제가 됐다. 백준열 때문에 눈이 돌아버린 김학수가 자신과 그들을 칼로 쓰려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젠장....”

박충호는 어쩔 수 없이 밑에 두 실장과 같이 김학수의 카트에 타고 백준열이 골프 치고 있는 홀로 움직였다.

백준열은 그 홀의 그린에서 퍼팅 중이었고 그린 쪽 가까운 길로 쭉 달려 간 김학수의 카트가 백준열의 카트 뒤에 멈춰 섰다.

“이은혜.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때 카트에서 내린 김학수가 백준열의 파트너로 그와 같이 골프를 치고 있어야 할 이은혜가 카트에 타고 있는 걸 보고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러자 이은혜가 시큰둥하니 대꾸했다.

“파트너가 별로 라서 요.”

“뭐? 너....하아. 아니다. 여기 가만히 있어.”

그 말 후 김학수가 고개를 돌려 자신이 데려 온 박충호와 박충호 회사의 두 실장을 쳐다보니 그 사이 박충호가 두 실장에게 무슨 말은 한 모양이었다.

스윽!

그때 김학수의 눈에 이은혜가 골프를 치다 만 듯 카트 옆에 세워 둔 골프채가 보였다. 그걸 챙겨 들며 김학수가 박충호에게 말했다.

“가자.”

박충호가 무슨 말을 했던지 김학수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김학수에게 중요한 것은 저들이 자기 대신 그 일을 해 주는 거다.

마침 백준열이 서 있는 그린 위에는 캐디 한 명 빼고 아무도 없었다. 저기서 뭔 짓을 해도, 한 동안 누구도 그 짓에 개입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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