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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저런 걸 카리스마라고 하는 거겠지. 혹은 아우라라고 하던지.’
한데 내가 아는 한 미래에 한국을 대표할 이은혜라는 톱 여배우는 없었다. 그 말은 지금 내 앞에 이은혜라는 이 여배우가 톱스타가 되는 일이 앞으로 없을 거라는 얘기.
‘어째서....’
내가 봐서 이은혜는 뜰 수밖에 없는 배우였다. 사람을 이 정도로 찍어 누를 수 있는 매력적인 아우라를 지닌 배우라면, 방송 출연 그 자체로 크게 이슈가 될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은혜의 미모는 현역 걸그룹 멤버와 모텔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그러니 그녀가 미래에 톱스타가 되지 못한 이유가 나로서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응?’
내 「개눈깔」아이템의 능력을 통해 황금빛과 함께 은빛 찬란하게 휘감겨 있던 그녀의 몸 주위로 새까만 점 같은 게 하나 보였다.
‘저게 뭐지?’
내가 의아해 할 때 시스템에서 그 까만 점이 뭔지에 대한 정보를 내 머릿속에 주입시켜 주었다.
‘무위의 점이라고?’
무위라 함은 부정의 의미다. 왜 제 아무리 큰 수라도 거기에 0을 곱하면 아무 것도 없는 0이 되듯 말이다.
‘그런 거군. 왜 용이 승천하는 꿈을 꿨는데 그 끝을 보니 용꼬리를 개가 떡 하니 물고 있는 거처럼....’
그 꿈은 용이 아무리 선명하게 나와도 용꿈이 아니라 개꿈이다. 그것처럼 지금 내 앞의 이은혜는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는 빼어난 여배우였지만, 그녀는 스타가 될 수 없었다. 바로 저 무위의 점 때문에 말이다.
‘저걸 어떻게 제거할 방법은....’
당연히 연예 기획사 대표인 나로서 그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허얼....안 된다고?’
견신 시스템의 정보에 따르면 그건 타고난 업이기 때문에 절대 바꾸거나 제거할 수 없단다.
‘아쉽군.’
눈앞에 보석이 있는데 그걸 진창에서 꺼낼 수 없이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게 말이다.
예외는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내가 이은혜의 업보를 풀어 줄 이유가 없었다.
‘그게 웬만해야지.’
어지간히 힘든 거야 내가 시간 내서 어떡하든 풀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완전 개고생에 시간도 엄청 잡아먹는 짜증 가득한 일이니, 그걸 할 바에야 이은혜 말고 다른 톱스타가 될 여배우를 찾고 말지....
‘미안....’
나는 속으로 내 눈앞에서 생글거리고 웃고 있는 이은혜에게 사과를 했다.
* * *
‘뭐지?’
자신을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는 백준열. 이은혜는 순간 울컥했다. 그게 감동해서 울컥한 게 아니라 화가 나서 말이다.
이은혜는 누가 자신을 불쌍하게 쳐다보는 걸 제일 싫어했다. 그건 그녀에게 있어서 하나의 트라우마였다. 그녀가 어릴 적 부모님이 한날한시에 돌아가셨다. 두 분은 장사를 하셨는데 일 끝내고 집으로 오던 길에 그녀가 먹고 싶다던 빵을 사러 갔다가 참변을 당하였다.
그 때문에 그녀는 유년시절 부모 잡아먹은 자식 소리를 듣고 자랐다. 다행이라면 돌아가신 부모님들에게 형제와 자매가 많았고, 그 친인척들의 집을 전전하며 이은혜는 성인이 될 때까지 별 탈 없이 자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친인척들이 그녀를 자신들의 친 자식같이 잘 키워 준 건 아니었다.
눈치도 많이 보고 차별도 당했다. 하지만 그런 직접적인 냉대보다 그녀는 자신을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는 게 더 싫었다. 그래서 연예계에 발을 내디디면서 그녀가 결심한 게 있었다.
‘누구도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않게 만들 거야. 다시는....’
그랬기에 악착같이 살아왔다. 그 결과 최 근들어 누구도 그녀를 불쌍하게 보는 일은 없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고 또 그녀의 매력 넘치는 말과 행동에 매료되기 바빴으니까.
눈앞의 백준열이라는 이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그녀를 보고 완전 넋이 나갔다.
그랬는데 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남자가 지금 분명 그녀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만약 지금 자기 뒤에 김학수 부회장이 없었다면 그녀는 백준열에게 따져 물었을 거다. 왜 그런 눈으로 자신을 보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은혜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 김학수 부회장에게 있어서 백준열이라는 자는, 그가 반드시 섭외해야 할 중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김학수 부회장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박충호 대표를 통해 이미 세세히 전해들은 이은혜였다.
‘오늘만 참자.’
이은혜는 평소라면 절대 참지 않았을 화를 억지로 억누르며, 백준열을 향해 화사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녀를 좀 전까지 분명 불쌍한 눈으로 쳐다봤던 백준열이 싹 그 눈빛을 바꾸며 몸을 돌려 카트 옆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캐디에게 말했다.
“일행이 왔으니 이제 그만 필드로 나갑시다.”
그 말 후 백준열이 카트 뒤에 앉았고, 그걸 보고 캐디가 바로 운전석에 탑승했다.
“허어....”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이은혜가 잠시 어이없어 하다가, 이내 카트를 돌아서 백준열의 옆에 타자 운전석의 캐디가 말했다.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서울CC 클럽 하우스 입구 앞에 줄줄이 늘어서 있던 카트 중 제일 선두의 카트가 비로소 움직였다.
“자자. 우리도 가자.”
그걸 보고 바로 그 뒤에 카트에 김학수와 한초임이 카트에 탔고, 이미 운전석에 타고 있던 캐디가 카트를 출발시켰다. 그 뒤를 박충호와 제시가 탄 카트가 뒤따랐는데 그들은 얼마 못 가 나온 이정표 앞에서 서로 다른 길로 움직였다.
샷 건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기에, 한 번에 같이 라운딩 하기 위해서 각기 다른 홀로 이동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 *
내가 칠 홀에 도착해서 나와 이은혜가 같이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때였다. 캐디가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공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 주십시오.”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내가 캐디를 쳐다보자 캐디가 웃으며 말했다.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 공에 표시를 하는 겁니다.”
캐디가 두루뭉술하게 얘기를 했는데 그에 대한 백준열의 잡 지식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약 공을 잃어 버렸을 시 기록지에 이니셜을 기록하고 공을 쳐야한다는 얘기였다. 정확한 타수 계산을 위해서 말이다.
나는 공에 내 성을 따서 B라는 이니셜을 새겼다. 그 뒤 드라이버를 들고 티 그라운드 위로 올라가서 가볍게 스윙을 하며 몸을 풀었다.
부웅!
백준열로 살면서 골프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게 나의 스윙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나이스! 폼 진짜 좋으시네요.”
그런 나에게 이은혜가 대 놓고 극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며 그녀가 나보고 대 놓고 물어왔다.
“백 대표님은 핸디캡이 어떻게 되세요?”
그 물음에 나는 대충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보기 플레이어쯤 될 겁니다.”
“아아....”
다행히 이은혜는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걸 보고 나도 알 수 있었다. 내 생각보다 이은혜가 훨씬 더 골프에 진심임을 말이다.
내가 이은혜에게 말한 보기 플레이어(Bogey player)라 함은 1라운드, 18홀을 도는 동안 타수가 90대 전후의 골프로 애버리지 골퍼라고도 했다. 그러니까 중급 실력의 골퍼라고 보면 됐다.
“저는 아직 아마추어 골퍼에요.”
이은혜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알아서 자신의 골프 실력을 얘기했다. 그거야 당연했다.
골프라는 게 몇 달 쳤다고 그 실력이 아마추어에서 애버리지로 오르는 건 아니니 말이다.
애버리지 골퍼 하면 아마추어 골퍼들의 기준이 되는 플레이어들이었는데, 사실은 그만큼 골프장에 돈과 시간을 투자했단 소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말인데. 제 샷 좀 봐 주실래요?”
보통 이은헤가 이렇게 말하면 남자들은 다 알아서 그녀에게 다가와서 별에 별 스킨십을 다 취했다. 이은혜는 백준열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한데....
“괜찮아요. 마음 편히 그냥 쳐요. 프로도 OB를 내는 게 골픈데 무슨....”
“네에?”
나는 아예 이은혜는 쳐다도 보지 않고 골프채를 휘두르며 하던 말을 마저 했다.
“실제 남자 프로 선수들도 대회에 나가면 심심찮게 OB가 나죠. 그 이유는 바로 거리에 있는데 공이 300야드 넘게 날아가는 동안 바람의 영향과 기류, 사이드 스핀 등에 의해 공의 방향이 좌우로 휘는 건 다반사거늘....어떻게 내가 먼저 티샷 할까요?”
내가 뻔뻔하게 먼저 치겠다고 나서자 이은혜는 잠시 어처구니 없어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다 이내 대답을 했다.
“뭐 마음대로 하세요.”
이은혜가 허락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티샷을 위해 잔디 위에 티를 꽂고, 그 위에 공을 올렸다. 그때 이은혜가 팔짱을 낀 체 그런 나를 빤히 쳐다봤다.
* * *
이은혜가 골프에 입문한지는 아직 일 년이 채 안됐다. 하지만 그녀가 골프장에 온 건 100번이 좀 넘었다. 그러니까 그 사이 사나흘에 한 번은 골프장에 왔다는 거다.
그렇게 그녀가 찾은 골프장에서, 그 동안 그녀와 함께 골프를 친 남자들 중에 프로 골퍼도 당연히 있었다.
그때 그녀는 남자 프로 골퍼가 시원시원하게 쏘아 올리는 공을 흥미 있게 지켜봤었다. 드라이버 거리가 300야드를 넘는 그 공을 말이다.
‘뭐 프로? 허어....그래 어디 얼마나 치나 보자고.’
이은혜는 자기 앞에서 남자 프로골퍼 운운하며 떠벌린 백준열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봤다. 300야드의 비거리가 뉘 집 똥개 이름도 아니고 말이다.
당연히 이은혜는 백준열이 잘 쳐야 200야드 정도 칠거라고 봤다. 그 정도가 그녀가 접대 골프 칠 때 자신을 애버리지 골퍼라고 얘기하던 그녀 파트너의 보통 비거리였으니 말이다.
“으음....”
백준열은 몸에 익숙한 프리 샷 루틴을 한 뒤에 뒤로 물러나 자신이 날려 보내야 할 방향을 바라보며 살짝 침음 성을 흘렸다. 근데 그 진지해 보이는 모습이 마치 프로 골퍼가 인텐디드 라인을 보는 거 같았다.
‘흥. 웃기고 있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그걸 보고 이은혜가 속으로 콧방귀를 끼었다. 인텐디드 라인이란 공이 날아가는 궤도를 머릿속에 그리는 걸 말하는데, 보통 프로골퍼가 프리샷 루틴을 끝낸 뒤에 공 뒤에서 자신이 공을 보내는 방향을 결정하는 행동을 말했다.
백준열은 어떻게 칠지 결정이 되자 바로 스윙을 하기 위해서 공 앞에 섰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드라이버를 움직였다.
부웅! 따악!
낮으면서도 길게 가는 백스윙과 위로 올라가면서 확실하게 꺾이는 손목 코킹. 이어 왼쪽 골반이 옆으로 움직이면서 시작 된 다운스윙이, 이내 왼손 자신의 배꼽을 지나 왼 무릎이 있는 곳까지 드라이브 채를 끌고 내려와서, 오른팔이 펴지며 자연스러운 릴리스 동작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강력한 임팩트가 드라이브 헤드에 가해졌고, 이내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허공으로 쏘아져 나갔다.
슈아아아앙!
듣기만 해도 속이 시원할 정도로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미사일처럼 날았다. 하늘 위로 쭉 솟구쳐 올라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그 공을 보고 백준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나, 나이스 샷!”
이은혜는 그 동안 그녀가 보아 온 여느 남자 프로 골퍼보다 떨어지지 않는 실력을 선보이며 제대로 된 드라이버 샷을 날린 백준열을 보며 뒤늦게 외쳤다. 비거리야 확인할 것도 없이 300야드 오버 샷이었다.
“생큐!”
그때 백준열이 자신의 샷을 칭찬 해 준 이은혜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티 그라운드를 내려왔고, 그런 그에게서 드라이브를 챙겨 받은 캐디가 말했다.
“300미터는 확실히 넘으셨어요.”
그 말에 백준열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하하하하. 오늘 컨디션이 좋은가 보네.”
백준열의 베스트 비거리가 310야드였다. 미터로 계산하면 283미터가 좀 넘는데 좀 전 캐디는 백준열에게 그가 친 비거리가 300미터를 넘겼다고 했다.
300미터를 야드로 계산하면 328야드. 무려 18야드나 비거리를 갱신 한 거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밖에.
“아쉽게 원 샷 홀(One shot hole)은 아니세요. 그린 바로 밑에 공이 있어요.”
“뭐 괜찮아요. 파 포 홀 (par four hole)에서 이 정도면 잘 친 거지.”
“물론이죠. 잘 치셨어요.”
원 샷 홀이란 티샷을 하며 한 번에 그린 위에 공을 올려놓는 것을 말하는데, 백준열의 말처럼 파 포 홀에서 그린 가까이까지 공을 친 거 자체만으로도, 애버리지 골퍼가 보일 수준의 플레이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이은혜는 그런 백준열과 캐디의 대화를 다 들으면서 티 그라운드에서 티를 꽂고, 그 티 위에 공을 올린 다음 프리샷 루틴을 했다. 그리곤 뒤로 가 자신이 날려 보낼 곳을 정한 후 어드레스를 했다.
백준열은 그런 이은혜의 어드레스를 보고 그녀가 얼라이먼트를 살짝 우측으로 틀어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