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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61화 (65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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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러니까 두 미인은 각기 일장단장一長一短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두 미인에게 부각되는 가장 큰 매력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지, 한초임도 작은 키지만 균형 잡힌 몸매, 즉 그 키에 어울리게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반면 제시는 한초임에 비해 얼굴이 예쁜 건 아니지만, 또 주위에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눈에 띠는 미인상이었고 몸매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여자 보는 눈이 상당히 까다로운 백준열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들이었다.

당연히 어디가도 빛나는 미인들이었고, 그런 두 여자들 사이에서 단연히 빛나는 건 이은혜였다.

마치 두 미인 여왕들 중에서도 더 빛나는 초미인, 여황이랄까?

남자로서 여자 보는 눈은 거기서 거기였다. 나 말고도 김학수와 박충호 역시 한초임과 제시보다는 그 가운데 이은혜에 눈이 가 있었으니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은혜가 두 미인들 사이에서 우아하게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릿결을 귀 옆으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남자 셋에, 여자 셋. 남녀 커플 전 어때요?”

이은혜의 그 제의에 기다렸다는 듯 두 남자가 말했다. 여기서 두 남자란 나 빼고 김학수와 박충호를 말했다.

“그거 좋지.”

“오오. 기발한 생각이야. 나도 오케이.”

그러며 두 남자와 세 여자가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그에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거 단체 가스라이팅 인가?’

마치 짜여 진 각본인 듯 골프 회동이 커플 골프 회동으로 바뀌었다. 나야 뭐 어떤 식으로 골프를 치든 상관없었다. 내 타깃인 김학수만 같이 있다면 말이다.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바로 내 손으로 직접 김학수를 조져 놓기 위함이니까.

‘네가 굳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쪽팔리길 원한다면 그래주지 뭐.’

나는 잠시 생각하는 척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은혜가 기뻐하며 내 쪽으로 다가와서는 슬쩍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저의 제안에 찬성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 사이 한초임과 제시도 자신과 마주 선 두 사람, 김학수와 박충호 옆에 가서 섰다. 그리고 딱 봐도 별로인 연기를 펼쳤다.

“부회장님. 또 뵙네요?”

“그래. 오늘 잘 부탁 하마.”

한초임은 그래도 연기를 배우고 있는 지 흉내는 냈는데, 내게 「개호구」스킬이 걸린 김학수는 그 능력의 효과 때문인지 대놓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있었다.

“사장님. 파이팅!”

“어어. 그래. 제시야. 우리 잘. 해. 보. 자. 구. 나.”

제시는 이도저도 아닌 어색함의 끝판 왕이었고, 박충호는 연기를 요즘 유치원생 책 읽듯 했다.

만약 김학수의 비서실장이 여기 있었다면 뭐라고 조언이라도 해줬을 텐데, 그 마저 없다보니 여기 분위기는 그냥 개판 5분 전이었다.

‘뭐 재미는 있네.’

이런 식으로 골프를 치는 건 백준열의 기억 속에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디 한 번 갈 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오늘 나를 여기서 보자고 한 장본인, 김학수에게 턱짓을 하며 말했다.

“자아. 김 부회장님. 그럼 옷 갈아입고 10분 뒤에 저기....입구에서 보시죠?”

“그럴까요? 그럼.”

나는 서울CC의 지정 라커룸으로 가서 골프복으로 환복을 했다. 당연히 이곳 VVIP회원인 나는 라커룸 안에 골프 장비가 다 갖춰져 있었다.

그걸 김학수가 미리 준비 해 둔 인력에 넘기고 나서, 내가 라커룸 옆에 휴게실에서 골프 장갑을 껴 보고 있을 때였다.

“대표님. 경호는 어떤 식으로 할까요?”

문대식이 내 곁에 다가와서 물었다.

“괜찮아. 경호는 됐어.”

보아하니 김학수 쪽에서도 골프 칠 때 경호 인력을 제외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나만 경호팀원이 붙는다? 그건 같이 골프치는 사람들에게 실례였다. 특히 나를 여기로 초빙한 김학수에게 말이다.

뭐 그 정도는 무시해도 되겠지만 내가 여기 온 이유가 김학수를 손 좀 보려는 건데, 내가 경호팀원들을 대동하고 움직이게 되면, 아무래도 김학수가 그런 내 저의를 의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도 곁에 가드를 붙이게 되면 싸움의 판 자체가 커진다.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오늘 김학수를 자근자근 밟아 줄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가급적 주위에 내가 김학수를 팰 때 말리거나 제지하려는 자가 적을수록 좋았다. 따라서 나도, 김학수도 경호하는 자들 없이 골프를 치는 게 좋았다.

“알겠습니다.”

내 말에 그 즉시 문대식이 경호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나는 내 수행비서인 김종훈만 대동하고 휴게실을 나서서 곧장 클럽 하우스 입구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수행비서인 김종훈도 입구에서 돌려보냈다.

* * *

백준열이 옷을 갈아입으러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박충호가 비릿하게 웃으며 자기 앞에 짜증 가득한 얼굴로 서 있는 김학수에게 말했다.

“일단 성공한 거 같네요.”

“그래. 근데 너 좀....하아....아니다. 너 필드 나가면 가급적 아무 말도 하지 마.”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박충호가 김학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김학수는 여전히 짜증 가득한 얼굴로 그런 박충호 옆을 지나쳐서 골프 장비 코너로 걸어갔다.

“이씨....”

그런 김학수에게 들리지 않게 박충호가 입에 쌍욕을 내뱉었다.

자신을 개 무시한 김학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그런 그를 남아 있던 이은혜를 비롯한 두 미인들이 쳐다보았고, 그걸 느낀 박충호가 버럭 말했다.

“니들도 빨리 준비하고 나와.”

괜히 자기 소속, 혹은 다른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에게 화를 내며 김학수와 반대쪽 남자 화장실로 향하는 박충호. 그런 그를 보고 한초임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너희 대표 성질머리는 여전하네.”

그 말에 이은혜가 피식 거리며 그런 한초임을 보고 이죽거렸다.

“툭하면 사람 패는 너희 사장보다야 나아.”

“뭐?”

발끈하는 한초임. 그런 그녀에게 옆에 제시가 이은혜의 말을 거들며 말했다.

“은혜 말이 틀린 것도 아닌데 너 좀 오버한다. 가만, 너희 회사에서 너만 사장에게 안 맞는다던데....그럼 혹시....”

“혹, 혹시 뭐?”

“허얼. 그 소문이 사실인가 보네.”

“소문? 무슨 소문?”

여자 셋이 모이니 이렇듯 수다삼매경에 바로 빠져들었다. 이은혜가 제시가 말한 소문이 뭔지 궁금해 하며 그녀 쪽으로 아예 몸까지 돌린 가운데 제시가 하던 말을 마저 이어서 했다.

“한초임 너....진짜 너희 사장이랑 사귀니?”

“....”

“허억!”

제시의 그 돌발적인 물음에 한초임은 침묵을, 이은혜는 경악을 했다. 그런 가운데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뚫어져라 제시를 쏘아보고 있던 한초임. 그녀가 꾸욱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그러는 너는? 여당 5선 의원, 아니 70살도 넘은 할아버지 스폰 받는다며?”

“뭐, 뭐라고? 누, 누가 그래?”

“엊그제 킹덤 호텔에서 너 나오는 거,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

“킹, 킹덤....뭐, 뭐야? 그럼 너도 그 파티에 참석한 거야?”

파티라는 제시의 말에 한초임이 움찔 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

그러며 두 여자들 사이에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두 여자들 모두 서로의 눈치만 볼 뿐 더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이은혜가 어리둥절해 하며 그런 두 여자들을 보고 말했다.

“애들이 왜 이래? 야. 하던 말은 마저 끝내야지. 너 진짜 너희 사장하고 사귀는 거 맞아? 너는 늙은이 스폰 받고?”

이은혜가 두 여자가 뱉은 말에 대해 확인에 들어가자, 두 여자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이내 말도 없이 뒤돌아서 각자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허어....”

그걸 보고 이은혜가 기가 차 할 때 그녀 뒤에서 그녀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혜야. 준비 다 됐어?”

그녀의 소속사 대표인 박충호였다. 여기서 다 됐다고 하면 같이 움직이자고 그녀를 자기 쪽으로 부를 인간이었기에 이은혜는 바로 화장실 쪽으로 움직이며 뒤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화장실 좀 갔다가 올게요.”

“쯧쯧. 하여튼 앉아서 싸는 것들이란....화장실 변기에 무슨 꿀 발라 놨나....”

이은혜가 화장실에 가는 게 뭐 그래 불만인지 연신 투덜거리며 여성 비하 발언을 해대는 박충호. 그때 그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것들 올 때가 됐는데....”

그 말을 하며 클럽 하우스 입구 쪽을 쳐다보던 박충호. 그런 그의 눈에 건장한 남자 둘이 클럽 하우스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김 실장! 장 실장! 여기....”

그런 그들을 향해 크게 외치며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박충호. 그런 그를 보고 후다닥 그 앞으로 두 건장한 남자들이 뛰어와서 직각으로 허리를 굽혔다.

“형님! 아, 아니 사장님!”

“크음. 따라 와.”

박충호는 주위 눈치를 보며 그런 그 둘을 데리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그때 화장실에서 나온 이은혜. 그녀는 박충호가 보이지 않자 잘 됐다며 곧장 여자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 * *

정확히 10분 뒤에 내가 클럽 하우스 입구를 빠져 나오자, 그 앞에 줄줄이 골프카트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카트 중에 내가 탈 카트는....

“맨 앞이네?”

늘어선 카트 중에 맨 앞 카트에 내 골프 가방이 실려 있었다. 해서 내가 그쪽으로 움직이자, 카트 옆 운전석 바로 옆에 서서 대기 중이던 내 전담 캐디가 내게 꾸벅 인사를 하며 말했다.

“일행 분오시면 바로 출발하도록 할게요. 그 전에 오늘 경기는 잠시 후 3시 30분에 샷 건(Shot gun)방식으로 18홀 동시 티업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캐디의 그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샷 건 방식이 뭔지 내 머릿속에 그 정보가 떠올랐다. 골프 대회에서 샷 건 방식은 전 홀에서 동시에 선수들이 출발하는 경기로 시간이 촉박하거나 빠른 경기 운영이 필요할 때 쓰는 경기 운영방식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내가 한 시간 늦게 왔다고 골프 운영 방식 자체를 바꿨군.’

보아하니 김학수가 여기 골프장을 전부 통째로 쓰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샷 건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려 하고 있는 거겠지. 혹시 모를 불만을 토로할 대기 팀이 아예 생기지 않게 말이다.

“잘 됐네.”

내 입장에서야 골프 칠 때 주위에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 그래서 경호인력도 배제 시킨 마당이니까.

“백 대표. 빨리 나왔군?”

그때 내 카트 바로 뒤 카트 쪽에 김학수가 나타났다. 그런 그의 옆에는 한초임이 붙어 있었다.

안 그래도 예쁜 한초임은 스타일리시한 골프복으로 갈아입었는데, 특히 짧은 흰색 골프 스커트 치마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두 다리가 보는 남자로 하여금 3초 이상 거기에 꽂히게 만들었다. 그건 나도 예외가 아니었고.

스윽!

그때 김학수의 한 손이 한초임의 어깨 위에 걸쳐졌다.

“옆에 여자가 있으니 좋아.”

한초임을 노골적인 시선으로 쳐다보며 김학수가 대 놓고 음심을 드러낼 때였다. 그 뒤로 박충호가 제시와 함께 등장하면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아이고. 두 분 먼저 나오셨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더 온 애들 좀 정리하느라....”

더 온 애들이라는 말에 김학수가 히죽거리며 웃었고, 반면 그의 옆에 한초임의 얼굴은 차갑게 굳었다. 그리고 박충호의 옆에 제시는 아예 나타날 때부터 기분이 나빠 보였고.

“더 올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나도 뚫린 귀라 그 말을 들었기에 바로 김학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김학수가 음흉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하나로 되겠나? 반찬도 여러 가지, 골고루 먹어야 맛도 있고 건강도 챙기는 법이지 않나?”

“네?”

그게 무슨 참신한 개소리냐며 내가 그를 쳐다보자 그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 선수끼리 왜 왜 그러냐는 듯 말이다.

“제대로 준비 했으니까, 자네는 즐기기만 하면 돼.”

내게 그 말을 하며 괜히 내 어깨를 토닥거리던 김학수. 그가 곧 시선을 박충호 쪽으로 돌리더니 그에게 물었다.

“애들 물은 확실하지?”

그러자 박충호가 자신 있게 큰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아주 물이 최상입니다.”

그때였다. 박충호 뒤로 이은혜가 나타나서 그에게 물었다.

“무슨 물이 최상인데요?”

“크음. 넌 몰라도 돼.”

그러자 박충호가 헛기침을 하며 이은혜가 지나갈 수 있게 길을 텄다. 그러자 이은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박충호가 제시 옆을 스쳐 지나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런 그녀가 중간에 김학수와 한초임 옆을 지나칠 때였다.

내 시선에는 이은혜 때문에 가려졌지만 김학수의 나쁜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는 게 포착 됐다. 안 보여도 내 귀에는 들렸다. 김학수의 손이 이은혜의 엉덩이를 만질 때 옷에서 나는 그 바스락거림을 말이다.

당연히 내 파트너를 김학수가 건드린 게 기분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은혜가 그걸 전혀 티 내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들을 더 불렀어.”

김학수 몰래 한초임이 재빨리 이은혜의 귀에 대고 주절거린 그 말 때문에 이은혜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그 말이 대수롭지 않다는 피식 거리며, 그 말을 한 한초임을 가볍게 째려 본 뒤 나에게 시선을 맞추고 앞으로 쭉 걸어왔다.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주 우아하게 말이다.

‘보통이 아니네.’

그런 이은혜를 보고 나도 속으로 감탄을 했다. 확실히 이은혜의 미모는 대단했다.

여기 있는 여자들 중 단연 돋보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이은혜는 내 여자들의 미모에 비견 될 정도고, 김 비서에 비하면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지금 내 앞에 내비치고 있는 저 자신감만큼은 단연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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