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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55화 (65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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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지금 시간에서 점심 먹을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많아야 한 시간 정도 공을 칠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골프 레슨은 무슨....

그냥 여기서 가볍게 공 좀 치다가 내가 가장 약한 퍼터 연습을 하러 퍼팅 연습장으로 장소 옮길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사장님은 공을 잘 치시기는 하는데, 체력이랑 근력이 좀 부족하신 거 같으세요. 그것만 해결 되면 저에게도 이기실 수 있을 거예요.”

“오오! 그래?”

실력이야 저번 국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민혜주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 미모만큼은 거의 그녀에 필적할 만한 미인 골퍼가 내가 선 타석에서 두 타석 떨어진 곳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년의 남자에게 레슨을 하고 있었다.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을 향하자 그걸 보고 배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골프 연습장의 에이스 성유리 프로. 워낙 인기가 많아 점심시간에도 레슨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자기 직원 점심시간까지 착취하는 게 말이다. 근데 백발성성한 저 노년의 남자, 누군지 백준열의 기억 속에 있었다.

‘여기 건물 모텔 사장이잖아?’

이곳 건물은 상가 건물로 5층에서 10층까지 모텔이 들어와 있었다. 그 모텔의 주인이 바로 저 백발 노인인 용성태였고.

용씨로 흔치 않은 성을 쓰는 노인이라, 백준열도 그 많고 많은 세입자 중에서도 저 노인을 기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골프채를 든 채 그대로 용 노인이 있는 타석으로 움직였다. 그걸 보고 놀란 배 사장이 바로 나를 따라왔고. 그때 용 노인은 자세 교정을 이유로 시범을 보이느라 상체를 숙인 성유리 레슨프로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눈이 빠지겠네.’

“어르신. 오랜 만입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말을 걸었으니 용 노인의 입에서 일단 좋은 말이 튀어 나올 리 없었다.

“누구야? 너 나 알아?”

용 노인은 나를 몰라봤다. 내 뒤에 배 사장이 눈치를 줄 수 있었을 텐데 가만있는 걸로 봐서 용 노인이 나이 먹은 데 비해 그리 인성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서울에서 자수성가한 사람치고 인성 좋은 사람은 드물었다. 하긴 서울에서 살기에 인성 좋은 사람이야 사기 당하기 딱 좋은 호구일 테니, 그런 사람이 부자 되기 얼마나 어렵겠나?

‘뭐 운 좋게 부자가 돼도 곧 사기 당해 빈곤한 처지에 처하겠지.’

부자들 사이에서 정작 사기 당할 가능성이 더 높을 테니까. 뭐 어째든 돈 좀 있다고 용 노인의 위세가 대단했다. 일단 내가 말이 없자 용 노인이 내 뒤에 배 사장에게 언짢은 티를 팍팍 냈다.

“배 사장. 이거 뭐하는 짓이야. 레슨 방해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손님도 가려서 받으라고 한 거야.”

용 노인은 그저 내가 자기를 보고 아는 척 한 거뿐인데, 그거 가지고 아주 난리를 떨었다.

“용 사장님. 진정하시고....”

그때 용 노인의 레슨 프로 성유리가 나서서 용 노인을 말리려 했다. 그녀 나름대로 여기서 언쟁이나 싸움이 벌어질까 걱정해서 한 행동이었는데 그게 용 노인의 화를 더 부채질 했다.

“뭐야? 성 프로. 지금 여기 직원이라고 배 사장 편드는 거야?”

“용 사장님. 제가 누구 편을 들어요. 저는 단지....”

“시끄러. 하아. 골프 연습장이 여기뿐인 줄 아나? 이웃사촌이라고 같은 건물에 있어서 내가 특별히 이용해 주고 있었는데 이거 안 되겠네. 배 사장. 내가 여기 데려 온 손님이 얼만데. 당신이 나한테 이러고도 여기서 장사 계속 해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용 노인은 투머치토커 였다. 누가 뭐랬다고 자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생 난리였다.

그걸 익히 알고 있었던 듯 배 사장이 짧게 한숨을 내 쉬더니 나대신 용 노인에게 말했다.

“용 사장님. 이분은 여기 건물주이십니다.”

“뭐, 뭐? 뭐라고?”

그제야 용 노인이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자세히 쳐다보더니 기억이 난 모양이었다.

어째든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용 노인과 계약을 할 때 그 자리에 나도 있었으니까.

“헉!”

용 노인이 기겁하며 들고 있던 골프채도 집어 던지고 내 앞으로 뛰어나왔다.

“아이고.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늙다보니 눈이 침침해서....건물주님도 못 알아보고....”

나이가 70살을 훌쩍 넘긴 용 노인이었다. 그런 그를 상대로 딱히 갑질 같은 걸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좋게 말했다.

“가 보세요.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할 테니.”

“아이고. 고맙습니다.”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른 용 노인. 그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고 있는 듯 했다. 해서 체통이고 뭐고 없이 휑하니 그 자리를 떠났다. 혹여 내가 딴 소리 할까 봐, 자신의 골프 장비도 그대로 두고 말이다. 그러자 레슨 하다가 졸지에 할 일이 없어진 성유리 프로가 뻘쭘하게 서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내가 말했다.

“성 프로님. 저 좀 봐 주실래요?”

“네?”

그 말에 성유리 프로가 흠칫 놀라며 내 옆에 배 사장을 쳐다봤다. 그러자 배 사장이 그러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 본 성유리 프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죠.”

그렇게 나는 이곳 골프 연습장에서 미녀 레슨프로로부터 졸지에 레슨을 받게 되었다.

* * *

따악!

“나이스! 자세 정말 좋으시네요. 공 칠 때 임펙트도 퍼펙트 하시고....”

성유리 프로는 내가 공치는 걸 보고 칭찬부터 늘어놨다. 하지만....

“근데 치시는 것에 비해 공의 비거리가 짧으신 거 같으세요. 그 이유는 체중 이동이 너무 많아서인데....체중이 어느 정도 왼쪽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스윙을 하시면 임펙트 순간 낚아채는 스피드가 빨라져서 더 긴 비거리가 나오지 않을까....”

그녀는 곧장 내 단점을 지적해 들어왔다. 하지만 골프 칠 때 자세를 고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만에 해결 될 문제이던가? 무엇보다 백준열은 지금 자신의 폼에 지극히 만족하고 있었다.

백준열이 생각하는 골프는 필드에 설 수 있기만 하면 됐다. 즉 골프 로비만 하면 되니 굳이 여기서 더 골프 실력을 늘릴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골프 잘 쳐서 뭐하게?’

무엇보다 백준열은 준 프로 골퍼 정도의 실력자였다. 프로가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얼마든지 이기고 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즉 골프 로비에 최적화 된 골퍼였던 것이다. 그런 만큼 굳이 여기서 폼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네. 뭐....그 보다 점심 같이 하실래요?”

“네?”

골프 레슨 잘하고 있는데 대뜸 내가 점심 얘기를 꺼내자 황당해 하는 성유리 프로. 그런 그녀에게 내가 웃으며 물었다.

“배 사장에게 들으니 점심때도 레슨이 있으시다고요?”

“네. 뭐....”

성유리 프로도 점심시간까지 레슨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그리 기분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저랑 같이 점심 먹으로 가자고요.”

“....”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성유리 프로. 커다란 눈을 말똥거리는 그녀는 상당히 귀여운 얼굴인데, 그 아래 몸매는 상당히 글래머러스했다. 완벽한 베이글녀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배 사장에게 점심 레슨까지 받겠다고 할 테니까, 마음 편히 저와 같이 점심 먹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아아.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야 알겠네요. 하지만 오늘 처음 뵙는데 그렇게까지 신세를 진다는 건 좀....”

“부담 가지실 거 없습니다. 저도 혼자 식사하기 싫어서 그런 거니까요. 요 근처에 낙지볶음 잘하는 데 있다던데. 거기로 가시죠?”

“어머! ‘낙지마을’ 말씀이시죠? 어쩜....저도 거기 낙지볶음 진짜 좋아하는데.”

제대로 그녀 취향을 저격한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잘 됐네요. 그럼 거기로 가시죠?”

“좋아요.”

나는 성유리와 같이 골프 연습장 프런트로 갔고 거기서 배 사장에게 이왕 받는 김에 성유리 프로에게 점심 레슨도 같이 받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얼굴이 팍 일그러지는 배 사장. 하지만 재빨리 태세 전환 후 웃으며 말했다.

“그, 그렇게 하시죠.”

그런 그에게 내가 웃으며 지갑을 꺼냈다.

“비용 다 해서 얼마죠?”

“아이고. 아닙니다. 이렇게 찾아 주신 건만으로도 영광인데....”

배 사장은 손사래를 치며 선 계산을 하겠다는 나를 극구 말렸다. 하긴 건물주에게 세입자가 자기 업장 이용료를 받는 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지. 나처럼 처음 업장을 찾은 건물주에게는 특히 더....

“뭐 그러시다면....”

돈 받기 싫다는데 어쩌랴. 나는 지갑을 도로 회수했고 그걸 보고 배 사장이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걸 보고 뒤돌아섰다. 아마도 내가 좀 더 버텼다면....돈을 받았을 양반 같았다.

* * *

먼저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빼서 건물 입구 앞에 대 놓고 기다리자 사복으로 갈아입은 성유리 프로가 나왔다. 나는 바로 차창을 내리고 그녀에게 외쳤다.

“여기요!”

“아아....”

그녀는 차 안의 나를 보고 내가 탄 차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걸 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타세요.”

그렇게 그녀를 먼저 차에 태우고 내가 그녀 옆에 타자 차가 알아서 출발했다.

그런 우리가 탄 차 뒤로, 두 대의 차가 따라 오는 게 백미러를 통해 보였다. 그 두 차에는 내 경호팀원들과 현재는 그들과 앙숙과도 같은 내 수행비서 김종훈이 타고 있었다.

내가 성유리 프로와 같이 차에 타고 점심 먹으러 가기 위해서 그렇게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미리 어디 갈지 운전석의 경호팀원에게 얘기를 해 둔 터라 차는 알아서 우리가 점심을 먹을 낙지 전문점으로 향했다.

성유리 프로는 내가 건물주임을 알기에 기사 달린 차를 쓰는 것에 대해 그리 놀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궁금했던지 그걸 물었다.

“저요? 저는....”

나는 내 명함첩에서 명함을 꺼내서 그걸 성유리 프로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 명함을 받아보고 그녀가 놀랍다는 듯 두 눈이 동그래져서 날 쳐다보며 말했다.

“JYB엔터 대표님이셨군요?”

“JYB엔터를 아세요?”

“그럼요. 국내 최대, 최고 엔터테인먼트사 잖아요.”

그 대답에 이번에는 내가 놀라 두 눈이 동그래져서 그녀를 쳐다봤다.

“와아....그걸 어떻게....”

그럴 것이 보통 사람들은 JYB엔터가 대형 연예 기획사란 것은 안다. 그 보다 좀 더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JYB엔터가 국내 빅4의 연예 기획사라고 알 거고. 하지만 최근 들어 급성장한 JYB엔터가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탑 연예 기획사가 된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러니까 내 눈앞의 성유리 프로는 그 사실을 아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을, 자신의 가까운 지인으로 두고 있다는 얘기다. 아니면 그 지인이 방송국 관계자든지. 엔터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방송사에서는 JYB엔터의 급성장을 알고 있었으니까.

“언니가 MVC방송국 다니거든요.”

역시나 내 생각대로였다. 그런데 나는 왜 지금 예정에도 없었던 짓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일까? 성유리 프로가 대단한 미인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 여자들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 즉 내가 성유리 프로의 미모에 혹해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고작 개지수 10포인트 때문에 내가 이러고 있다니....’

그랬다. 내가 골프 연습장에서 갑자기 성유리 프로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한 건, 견신 시스템의 미션 때문이었다.

-프로 골퍼 성유리와 한 빠구리 하세요. 보상으로 개지수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정말 간결하면서도 성의도 없는 미션이었다. 하지만 10포인트 차이로 레벨 업을 못하고 있는 내 상황에서 시스템의 미션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성유리는 며칠 전부터 근처 ‘낙지마을’에서 낙지볶음을 먹고 싶어 합니다.

시스템이 웬일로 내가 성유리를 꼬시는 데 필요한 소스를 제공해 주었다. 그 저의가 살짝 의심이 되긴 했지만 나는 그 점을 이용해서 간단히 성유리를 꼬셔 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낙지마을’이라는 낙지 전문점에서 낙지볶음을 먹는 동안, 놀랍게도 성유리의 행복지수가 거의 90%에 육박했다.

‘허얼. 낙지볶음이 그렇게 먹고 싶었나?’

먹는 거 하나에 저렇게 행복해 하는 성유리를 보면서 나는 「개목걸이」아이템을 사용했다. 그리고 「개목걸이」아이템의 능력을 사용해서 성유리를 언제든 내 자지를 빨 수 있게 그 혼을 쏘옥 빼놨다.

이어 그걸 확인하려고 「개눈깔」아이템을 사용했다. 그랬더니 성유리의 몸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개목걸이」아이템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 되고 있었던 것이다.

‘뭐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점심을 먹은 우리는 곧장 근처 모텔로 들어갔다. 그런 내 행동에 내 수행비서 김종훈은 많이 당황한 티를 냈다. 하지만 내 경호팀원들은 다들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좀 자제 중이었지만 그 전에 개새끼 백준열이 이런 게 어디 하루 이틀일이던가?

나는 모텔 방에 들어가기 전 문대식이 김종훈의 어깨에 한 손을 뭐라고 하는 걸 봤다.

딱 봐도 내 욕을 하는 거 같았는데, 나는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그런 이유는, 왜 보통 회사에서 직원들이 상사 욕을 하면서 친해지지 않던가?

그 공통된 주제가 서로 잘 모르던 직원들을 하나로 만들어 준다고나 할까.

그렇게 봤을 때 저 둘이 나를 헐뜯으면서 친해졌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내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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