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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53화 (65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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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누가 봐도 현숙하고 가정적인 여자. 거기다 친절하기까지 해서 늘 주위에서 칭찬을 듣는 여자다. 하지만 윤현일은 알고 있었다. 저 여자가 두 얼굴의 인간임을 말이다.

평소의 그녀와 그 가면을 벗은 그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윤현일은 그 사실을 결혼하고 몇 년 뒤에 알게 되었다.

그의 친구 중 하나가 평일 점심 때 그녀를 봤다는 것이다. 아이들 챙기기 바쁜 그녀가 무슨....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문제는 녀석이 아내를 봤다는 장소였다.

“뭐? 모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다른 녀석이라면 또 모를까? 그 친구는 형사였다. 그것도 누구보다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기로 유명한. 그래서 그때 윤현일은 흥신소를 이용해 아내의 뒤를 캤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하지만 윤현일은 그걸 알면서도 지금까지 아내와 같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가정을 지킬 생각에 말이다.

왜냐하면 그의 부친인 윤재구 회장이 자식들에게 있어 다른 능력보다 가정을 잘 꾸려 나가는 걸 최우선적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다분히 유교 성향의 윤 회장은 늘 말해 왔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 제가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러니 절대 아내와 헤어질 수 없었다. 그랬다간 부친의 눈 밖에 날 거고 JG투자운영의 임원자리에서 밀려나서 한직을 떠도는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이미 그녀의 불륜 증거와 귀책사유는 충분히 모아뒀다. 언제든 그가 원할 때 아내와 헤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때가 온 거 같았다. 형이 실종 되고 자신이 회사의 차기 유력한 대표 후보가 되면서 말이다.

‘막내가 고1이긴 하지만....’

남자 아이고 공부도 알아서 잘하고 교우 관계도 좋은 녀석이니 아내와 헤어지게 된다고 해도 크게 악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뭐 큰 딸이야 이미 대학생이니 부모의 이혼에 별 신경 쓰지 않을 테고.

원래는 그가 대표가 되기 전에 저 여자를 그의 집에서 내 쫓을 생각이었다. 한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

‘좀 이용해 먹고 버려도 버리자.’

알고 보니 아내의 남자 중에는 그녀가 학창 시절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 온 자가 있었다.

바로 강찬성이라는 자인데 지금은 천성 건설이라는 곳의 대표였다. 한데 말이 건설사이지 거기는 조폭 조직이었다. 그러니까 강찬성은 폭력전과 9범의 전과자이자 조폭 두목이었던 것이다. 한데 아내는 그를 버젓이 자신이 오빠 친구라고 윤현일에게 소개했다.

‘더러운 년.’

아마도 윤현일이 아내와 섹스한 거 보다 강찬성이라는 작자가 섹스 한 게 더 많을 터였다.

그 놈은 아내가 18살 때부터 따 먹어왔으니 말이다.

다행인 건 윤현일의 자식들은 다 그의 핏줄이라는 거였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자식만큼은 윤현일의 씨를 자궁에 골라 담은 것이다.

의심 많은 윤현일의 성격 상 자신의 자식에 대한 친자 확인을 꼭 할 거란 걸 아내도 알고 있었던 거다.

그래봐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인데 말이다. 윤현일은 부친을 만나러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아내에게 물었다.

“네? 찬성 오빠 전화번호를요?”

“어. 우리 회사에 내부 인테리어 좀 바꿀까 해서.”

“인테리어요? 일단 오빠한테 물어 보고....”

“그건 내가 물어 볼 테니 당신은 그 오빠 전화번호나 불러.”

평소와 달리 상당히 강압적인 자세로 강찬성의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윤현일.

아내의 트레이드마크인 상냥한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러던 말든 윤현일은 아내에게 눈빛으로 강요했다. 같잖은 연기 그만하고 어서 강찬성의 전화번호를 부르라고 말이다.

순간 아내는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 되어 있는 강찬성의 전화번호를 윤현일에게 말했다.

그녀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찬성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지 못할 남편이 아님을 누구보다 아내인 그녀가 더 잘 알았으니까.

* * *

윤현일의 아내. 김지숙의 생각은 맞았다. 이미 그녀 뒤를 십여 년 째 캐고 있었던 윤현일이었다. 그의 전화 한 통이면 지금도 그녀 뒤를 캐고 있는 흥신소 소장이, 그녀의 남자 중 하나인 강찬성의 전화번호를 알려 줄 터였다.

“오, 오빠.”

-어. 지숙아.

심상찮은 모습으로 출근을 한 남편 윤현일. 그의 차가 김지숙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질끈 입술을 깨문 그녀가 바로 자신의 불륜 남 중 하나인 강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그이가 우리 사이를 안거 같아.”

-뭐? 하아....

김지숙은 남편과의 좀 전 일을 강찬성에게 전부 얘기했다. 그러며 남편이 강찬성의 전화번호을 캐 간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강찬성이 김지숙을 다정한 목소리로 다독였다.

-걱정 마. 남편 말대로 진짜 인테리어 공사 문제로 내게 전화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그렇게 말했지만 강찬성도 느끼고 있었다. 김지숙의 남편인 윤현일 같은 유명한 투자사 임원이 아는 인테리어 회사가 없어서 그의 전화번호를 아내에게 캐 낸 게 아님을 말이다.

“그, 그럴까?”

-그래. 무슨 문제 있으면 내가 알려 줄게. 그리고 최악의 경우 나한테 오면 되잖아?

김지숙에게 있어서 강찬성은 그녀의 불륜 남 중 한 명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첫 남자이기도 한 그는 김지숙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걸 알기에 김지숙도 자신의 불륜 남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그를 여태 정리하지 못하고 만나고 있는 것이었고.

“알았어. 그럼 연락 기다릴게.”

강찬성의 그 말이 크게 위로가 된 듯 김지숙은 그와 통화 후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고 원래 하던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김지숙과 통화 직후 강찬성은 골치가 아픈지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그 손에 지그시 힘을 줬다. 그러자 아파오던 두통이 좀 사그라지는 거 같았다. 하지만 강찬성은 두통약을 먹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쉬었다. 그러자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려고 막 움직일 때였다.

지이이잉!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김지숙이 알려 준 그녀 남편 핸드폰 번호였다.

“허어....”

김지숙의 전화를 받고 그의 남편에게 전화 올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전화가 걸려오니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강찬성은 잠시 고민하다 그 전화를 받았다. 어차피 받아야 할 전화였다. 그가 외면한다고 그 일이 그냥 없었던 일이 될 수 없었다. 그와 그녀의 관계가 그렇듯 말이다.

“여보세요?”

-나 김지숙이 남편 윤현일인데.

상대는 스스럼없이 자신이 정체부터 밝혀왔다. 저쪽이 화끈하게 나오는데 이쪽이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아네. 무슨 일이신지?”

-여태 쭈욱 지숙이 따 먹으니 좋지?

“....”

유명 투자사 임원의 입에서 나올 만한 소리가 아니라 강찬성은 일단 침묵했다.

-건설사 대표? 웃기고 있네. 조폭 두목이겠지. 안 그래?

“내가 누군지 잘 아네. 그래서 뭘 원하지?”

강찬성도 더는 예의 같은 건 무시하고 말은 놨다. 상대가 자신을 아는 데 예의는 무슨. 조폭두목에게 예의 같은 거 찾는 거 자체가 우스울 노릇이었다.

-새끼. 그래도 눈치는 있네. 지숙이 내 허락 없이 여태 쭉 잘 따 먹었으니 그 화대, 이제 좀 몰아서 갚아라.

“허어. 그 참 큰 회사 임원씩이나 되는 자가 입 한 번 싸구려네. 입에 걸레를 물었군.”

-좆까. 네 전과에 간통죄로 줄 하나 더 그어 줄까?

간통죄라는 상대의 말에 강찬성의 이마에 깊게 주름이 잡혔다. 폐지 얘기가 나오고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 간통죄가 폐지되지는 않았다.

윤현일의 말처럼 그가 자신을 간통죄로 고소하면 강찬성으로서는 충분히 귀찮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될 터였다. 전과 9범이 법원이나 검찰에 불려 다니는 것만큼 곤욕스런 일도 없었으니까.

“뭔지 들어 보지.”

그래도 상대가 시키는 걸 무조건 하겠다고 말할 만큼 강찬성의 조폭 두목으로서의 삶이 허술한 건 또 아니었다.

-별로 힘든 일도 아니야. 누구 좀 납치해서 가져 간 거 도로 좀 뱉어내게 해 주면 돼.

“허어....”

강찬성은 기가 찼다. 사람을 납치하는 걸 별거 아닌 거처럼 말하다니. 그건 명백한 범법 행위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폭들이라면 그 정도 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 바로 지금 강찬성과 통화 중인 윤현일처럼 말이다.

“이봐. 영화나 TV를 너무 많이 본 거 같은데....”

-그냥 해 달라는 건 아니야. 그래주면 10억 주지.

상대의 입에서 돈 얘기가 나오자 강찬성의 짜증 가득하던 얼굴이 싹 돌변했다.

“10억?”

-그래. 지금 하겠다고 대답하면 착수금으로 5억을 바로 보내 주지.

윤현일의 5억을 지금 바로 주겠다는 말에 강찬성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조폭에게 있지만 또 없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의리고 또 하나는 여자다. 둘 다 믿을 수 없기 때문. 하지만 돈만큼은 확실히 믿을 만 하다는 걸 조폭 두목인 강찬성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좋다. 하지.”

강찬성은 바로 대답을 했고 윤현일은 잠시 후 강찬성이 떠벌린 그의 계좌에 정확히 5억을 꽂아 넣어 주었다. 그리고 강찬성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그 자의 이름은 백준열이고 JYB엔터 대표다. 알아보니 오늘 오후에 서울CC에서 골프를 친다더군. 골프장 나올 때 납치하면 되지 싶네.

“알았다.”

이미 탐욕에 물든 강찬성. 그의 눈에 상대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았다.

-납치 성공하면 그 즉시 2억, 녀석이 가져 간 걸 도로 뱉어내게 만들면 3억을 더 얹어 주도록 하겠다.

“알았다. 납치 성공하면 전화 하도록 하지.”

-그 전화 기다리겠다.

그렇게 서로 통화를 끝낸 강찬성. 그가 자신의 회사 직원들. 그러니까 조폭들을 급히 소집할 때, 강찬성과 통화 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잠시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던 윤현일이, 책상으로 가서 앉아서는 자신이 처리해야 할 결재 서류들을 보기 시작했다.

벌컥!

그때 노크도 없이 누군가 그의 사무실 문을 열었고, 뒤이어 그의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시끄러. 내가 오빠 좀 보자는 데 무슨....”

화려한 차림의 중년 여성. 걸치고 들고 있는 게 딱 봐도 온통 명품들이다.

그렇게 온 몸을 명품으로 도배한 그녀는 바로 윤현일의 유일한 여동생인 윤해수였다.

쾅!

비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선지 모르지만 잔뜩 찌푸린 얼굴로 윤현일의 방에 들어 온 윤해수가 거칠게 방문을 닫았다. 그러자 동시에 훅하니 진한 향수 냄새가 책상에 앉아 있는 윤현일의 코를 자극했다. 그 냄새에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윤현일. 하지만 바로 얼굴을 펴며 알아서 응접 소파에 앉고 있는 여동생에게 그가 말했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은. 오빠랑 상의 좀 하려고 왔지.”

“무슨 상의?”

“허얼. 지금 그걸 몰라서 나한테 묻는 거야?”

두 눈이 동그래져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여동생 윤해수. 그녀가 왜 여기 왔는지는 뻔했다.

좀 전 회장실에서 아버지 고문 변호사에게 그들이 물려받게 될 유산에 대해 전해 듣고 거기에 강한 불만을 품고 여기 온 거겠지.

사실 부친 윤재구 회장이 자식들에게 물려 준 유산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들이 평생 놀고먹어도 남을 만큼 큰돈이었다. 하지만 몰랐다면 또 모를까? 뻔히 아는 데 부친의 커다란 재산을 자식들이 아닌 딴 놈이 챙겨 갔다면 그건 또 얘기가 달랐다.

“그 새끼한테 그 주식들 도로 토해 내게 만들어야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여동생 윤해수. 하지만 그건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부친이 법적으로 정당하게 그 새끼에게 양도를 했기 때문에 말이다.

“무슨 수로 그걸 토해내게 만들어?”

“그, 그거야 오빠가 생각해야지.”

순간 윤현일은 알 수 있었다. 눈앞에 띨띨한 여동생이 능구렁이 같은 제 남편, 박민석 상무의 지시를 받고 여기 왔다는 걸 말이다.

* * *

콰앙!

잠시 후 윤해수가 들어갈 때보다 더 거칠게 윤현일의 방문을 닫았다. 그리곤 그런 그녀를 보고 겁에 질려 보이는 윤현일의 비서 옆을 지나쳐 씩씩거리며 상무 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녀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쭉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병신 새끼. 불알이 아깝다. 그것도 못 처리해서는....”

자신과 남편도 아는 걸 윤현일은 모르고 있었다. 아니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든 윤해수 입장에서 그녀의 둘째 오빠 윤현일은 우유부단하고 결단력 없는 머저리였다. 잠시 후 윤해수는 회사 내 다른 곳을 찾았다.

“어? 누나....”

그곳은 바로 자신의 남동생이자 윤재구 회장의 막내아들인 윤현태 부장의 방이었다.

“이리 와봐.”

앞서 윤현일과는 달리 자신보다 두 살 어린 윤현태를 막 불러 자기 맞은 편 응접 소파에 앉힌 윤해수. 그녀가 윤현태를 찾은 용건을 바로 말했다.

“아버지가 넘긴 그 주식들. 도로 찾아야지?”

“그, 그렇기는 한데....”

욕심이라면 윤현태도 자기 못지않음을 아는 윤해수다. 그녀는 윤현태를 똑바로 쳐다보고 자신이 준비해 온 제안을 그에게 했다.

“우리 그이가 잘 아는 해결사들이 있어. 거기에 부탁하면 그 주식 쉽게 찾을 수 있을 거 같거든.”

“해결사?”

“그래. 말 그대로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해결해 주는 사람들이야. 어때? 나랑 손잡을래?”

비록 막내지만 윤현태도 이미 중년의 나이다. 지금 그의 누나인 윤해수가 말하는 해결사들이 어떤 자들인지 대충 눈치는 챘다. 하지만 윤현태는 쉽사리 자신의 누나인 윤해수의 제안을 받아드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윤해수의 뒤에 매형인 박민석 상무가 도사리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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