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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홍영수는 특실에서 님도 보고 뽕도 땄다. 여기서 님은 특실의 VIP가 누군지 알아낸 거고, 뽕은 스페셜 코스 중에서도 제일 비싼 놈으로다가 영업에 성공한 거였다.
‘저번에 그 띨빵한 새끼 이후 처음인가?’
전 대통령의 아들 녀석이 클럽 퀸에 푹 빠져서 여기서 술값으로 무려 32억이나 쓰고 갔는데, 오늘 그 못지않은 호구 녀석을 잡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녀석도 클럽 퀸이 데려 온 놈이네.”
클럽 퀸, 이곳 줄리아나 뿐 아니라 강남의 모든 클럽에서 막강한 영향력, 혹은 인지도를 지닌 여자 클러버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 중에서 특히 클럽 퀸 류지혜는 이곳 클럽 줄리아나에 있어서 최고의 영업 퀸이라고 볼 수 있었다.
홍영수는 특실에서 거기 VIP손님이 원한대로 술과 밴드를 넣어 주었다. 그리고 스페셜 코스가 준비 되는 동안, 웨이터들이 잠깐 쉴 타이밍에 잠시 휴게실을 들렀다. 그랬더니 앞서 특실에 가는 걸 방해 받고 홍영수에게 뺏기기까지 한 웨이터가 열심히 자신의 뒷담화를 까고 있는 게 보였다.
“어이. 변태. 작작 좀 해라.”
일부러 홍영수가 그 웨이터가 있는 쪽을 향해 큰소리로 말하자, 화들짝 놀란 그 웨이터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뭘, 뭘 작작해? 그리고 내가 왜 변태야?”
“네 이름이 변성태니까 변태지.”
“크크크크....”
홍영수의 말에 주위 웨이터들이 킥킥 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변성태라는 웨이터는 이곳 웨이터들 중에서 상당히 짬밥이 찬 녀석이었다. 해서 웨이터들 사이에서 최고참에 속하는 녀석인지라 바로 빽 소리쳤다.
“웃어! 어떤 새끼야?”
그러자 웨이터들 대부분이 입을 다물며 변성태를 피해 몸을 돌렸다. 그런 웨이터들의 반응에 변성태가 얼굴이 빨게 져서 씩씩거리며 뭐라 더 말을 하려는데....
“변태. 너 여기 몇 분 있었어? 10분 이상 여기 있다가 걸리면 벌금 10만원인거 알지?”
홍영수의 그 말에 변성태가 움찔하더니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봤다. 그리곤 후다닥 휴게실을 나갔다. 그럴 게 변성태가 휴게실에 들어 온지 30분도 넘었으니 말이다.
이건 홍영수가 걸고넘어지면 꼼짝 없이 벌금을 내는 건 물론 안 그래도 찍혀 있는 그로서는 자칫 여기서 잘릴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걸 알기에 녀석이 더는 군말도 없이 휑하니 몸을 내 뺀 것이다.
“영악한 새끼.”
그런 변성태를 보고 홍영수가 헛웃음을 지을 때였다. 지배인이자 홍영수의 형인 홍성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걸 확인한 홍영수가 자신의 핸드폰을 받기 전에 한 소리 먼저 했다.
“성질 급하긴....여보세요?”
-알아냈어?
“어. 알아냈지.”
-누군데?
“JYB엔터 대표라더라고.”
-JYB엔터 대표? 재벌 2, 3세가 아니고?
홍영수나 홍성수나 둘 다 JYB엔터 대표 백준열이,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의 막내아들이란 사실까지는 몰랐다.
“재벌이든 뭐든 그 놈이 여기 술값을 낼 수 있는 놈이란 게 중요한 거 아냐?”
-뭐 그렇기는 하지만....뭐? 누가 와? 으음....그래. 알았어.
통화 중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 듯 잠깐 딴 볼 일을 보는 홍성수. 그런 그를 기다리며 홍영수가 핸드폰을 여전히 귀에 댄 채 휴게실에 비치되어 있던 음료를 마실 때였다.
-특실 술값 잘 챙기고. 혹시 알아볼 수 있으면 그놈과 류지혜가 오늘 왜 만났는지 알아 봐.
뚜뚜뚜뚜뚜....
홍성수는 그 말 후 바쁜지 바로 전화를 끊었다. 홍영수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 쑤셔 넣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뭐 나도 퀸이 그 놈과 무슨 사이인지 궁금하긴 하니까 알아 봐는 주지.”
그 말 후 홍영수는 시간을 확인하고 바로 휴게실을 나섰다. 그리곤 곧장 특실로 향했는데 그때 특실에서 나오는 밴드 멤버들이 보였다.
“저거들 왜 기어 나와?”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말이다. 황당한 얼굴의 홍영수가 그냥 나온 것도 아니고 장비까지 다 챙겨 나오는 밴드 멤버들 중 한 명을 붙잡았다.
“이거 봐. 안에 무슨 일인데?”
그러자 그 밴드 멤버가 살벌한 얼굴로 홍영수를 쏘아보며 말했다.
“이거 안 놔? 하아....너 이 C,,,.아니다. 뭐 여기 다시 올 일 없을 테니. 내가 참지 뭐.”
그렇게 이상한 소릴 내 뱉더니 정작 홍영수의 물음에 제대로 된 대답도 해주지 않고, 일행인 밴드 멤버들을 쫓아 휑하니 가버리는 게 아닌가.
“뭐, 뭐야?”
어처구니없어진 홍영수는 일단 특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 VIP고객, 아니 호갱이에게 물었다. 밴드가 혹시 무슨 실수라도 했는지 말이다. 그랬더니 그 호갱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노래는 그만 불러도 될 거 같아 밴드를 내 보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에게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문 잠그고 나가라고 말이다.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를 홍영수가 아니었다.
해서 그는 호갱이 특실에서 그가 데리고 온 세 여자들과 즐길 수 있게 안에서 문을 잠근 다음 특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 밖에 출입금지 팻말을 내걸었다. 그때 클럽 안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가 싹 바뀌었다.
“오오....”
클럽 음악에 대해 꽤나 조예가 깊은 홍영수였다. 그런 그가 들어도 수준 높은 음악이 울리며 클럽 안의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 그리고 그 이유를 홍영수는 무대 위 디제이 박스를 보고 바로 알 수가 있었다. 거기 딱 봐도 뭐가 있어 보이는 디제이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아래 무대의 클러버들이 일제히 그를 보고 두 팔을 든 채 환호하고 있었다.
“디제잉 쥑이네.”
클러버들도 인정할 정도의 수준 높은 스킬과 트랜디한 실력을 갖춘 디제이가 디제잉을 맡은 모양이었다.
* * *
디제잉이란 디제이가 음반을 틀어 놓고 음반의 표면을 긁거나 여러 음악을 섞어서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유태열은 이 디제잉이 너무 좋았다. 아니 사랑했다. 그래서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 디제이를 선택했고, 지금도 이렇게 디제이 박스에 서 있게 만들었다.
“우와아아....”
자신의 디제잉에 열광하며 미친 듯 몸을 흔들어 대는 무대 위의 저 사람들. 저들을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고, 자신의 비트 통제 하에 춤추게 만드는 게 유태열은 너무도 신이 났다.
디지털 디제잉(digital DJing), 즉 음악 엘피(LP)나 시디(CD)가 아닌 디지털 음원을 이용한 디제잉 방식으로, 이곳 클럽 디제이 박스에도 그 방식을 쓰고 있었다. 해서 유태열도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와 컨트롤러를 연동하여 컴퓨터 안의 음원을 이용, 현재 디제잉을 진행 중이었다.
비트 매칭(beat matching, 음악 노래의 흐름을 끊지 않고 또 다른 음악으로 넘어가는 디제잉 기술) 하나 만큼은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유태열이었다. 그렇다보니 이런 클럽에서 댄스에 특화 된 디제잉을 손쉽게 해 나가고 있었고.
‘좋아. 여기서 브레이크 비트(break beat, 음악 힙합 음악에서 반주로 쓰인 드럼 소리만 나오는 부분)로 주위를 환기 시킨 다음....’
유태열은 특별한 무대를 좋아했다. 그랬기에 당연히 그런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서 비트를 바꾸려 했다. 그때였다.
“어엇!”
갑자기 등골에서부터 서늘한 느낌과 쩌릿한 통증이 일었다. 동시에 팔다리가 그의 생각 통제에서 벗어나며 움직이지가 않았다. 순긴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왜, 왜 이러지?’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그의 머리를 강타할 때, 흐릿하던 시야가 갑자기 캄캄해지면서 뒤통수에 묵직한 느낌과 함께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때 유태열이 준비 중이었던 브레이크 비트(break beat)가 시작 되었고, 그런 파격적인 비트 변화에 무대 위의 클러버들이 더욱 열광하며 디제이 유를 연호하며 외칠 때였다.
털썩!
갑자기 디제이 박스에 서 있던 유태열이 쓰러졌다. 그걸 보고 기겁한 클러버들이 소리를 빽 내질렀고 클럽 관계자들이 황급히 무대 위의 디제이 박스로 올라가서 쓰러진 유태열의 상태를 살폈다.
“119....빨리....”
클럽 안의 음악이 꺼지고 클러버들은 혼돈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무대 위 디제이 박스를 쳐다보며 다들 안타까워 할 때, 신고를 받고 달려 온 119구급대에 의해 유태열이 실려서 클럽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클럽 측에서 대체 한 디제이가 다시 디제이 박스에 오르고....클럽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클러버들 중 절반 넘은 사람들은 충격 속에 허탈한 얼굴로 클럽을 나가버렸고, 삽시간에 반 토막 난 클러버들과 새롭게 클럽 안으로 유입 되어 들어 온 손님들로 클럽의 무대는 다시금 꽉 들어찬 채 다들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 * *
“지혜야. 우리 나가자.”
“벌써?”
“기분 잡쳤어. 춤 출 기분 아냐.”
DJ유태열이 디제잉하는 무대. 그 무대에서 춤추기 위해 일부러 여기 온 정미옥이었다. 그런데 그 유태열이 디제잉을 시작하고 채 30분도 되지 않아 쓰러졌고 구급차에 실려 갔다. 크게 실망해서 시무룩한 얼굴의 정미옥을 보고 류지혜가 웃으며 말했다.
“야. 우리 여기 룸 잡고 스페셜 코스 주문한 거 생각 안 나?”
류지혜의 룸과 스페셜 코스라는 말에 그제야 정미옥의 굳은 얼굴이 확 풀렸다.
“아아. 맞다. 백준열인가 뭔가 하는 새끼 벗겨 먹기로 했었지? 그렇다면 가야지.”
류지혜가 더 뭐라 말하기 전에 정미옥이 앞장서서 룸으로 향했고, 그 룸에는 비싼 술과 안주들이 이미 잘 세팅이 되어 있었다.
“와아....이게 수천만 원도 넘는다는 그 꼬냑이야?”
“수천만 원은 무슨....일억 3천만 원이지.”
“허얼....우리 아버지 타는 차 보다 이게 더 비싸단 말이지?”
신주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들어 올린 프랑스 산 꼬냑에 반쯤 넋이 나간 정미옥. 그런 그녀를 보고 피식 거리며 웃던 류지헤. 그녀가 수천만 원은 한다고 알려진 눈앞의 샴페인을 흔들었다.
투웅! 촤아아아!
그리곤 그 샴페인 마개를 땄고 그 샴페인 병에서 뿜어져 나온 샴페인이 정미옥의 얼굴에 직격했다.
“아악! 야아!”
그러다 그만 정미옥이 들고 있던 꼬냑을 놓쳤고 하필 떨어진 꼬냑이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치면서 병목이 깨지고 말았다. 덕분에 바닥에 떨어진 꼬냑은 그대로 콸콸 그 비싼 술을 바닥에 쏟아냈고....다급히 그 깨진 병을 들어 올린 정미옥이 보니 그 안에 꼬냑은 거의 바닥에서 손톱 한 마디 만큼 남은 상태였다.
“이, 이거 어쩔 거야?”
버럭 화를 내며 도끼눈으로 친구 류지혜를 쏘아보는 정미옥. 그러자 그걸 보고 류지혜가 말했다.
“그거 그냥 버려. 깨진 유리가 그 안에 들어가 있을지 모르잖아.”
류지혜의 말 대로였다. 정미옥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마 깨진 유리가 남은 꼬냑 술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 술 한 병이 무려 1억 3천만 원짜리다.
남은 술이 십분의 일 쯤 된다고 봤을 때 천 삼백만원어치의 술이 깨진 병 안에 들어 있었다. 근데 그 술을 이대로 버리라고? 그때였다.
“더 시키면 되잖아?”
“어?”
류지혜의 말에 순간 정미옥은 생각이 났다. 오늘 그녀들의 술값을 대신 내 줄 사람이 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무려 삼명그룹 후계자다. 그는 이런 술이야 한 병이 아니라 여러 수십 병을 깨도 문제 될 거 없이 술값을 계산해 줄 수 있는 부자였다.
“아아. 맞다.”
그제야 정미옥은 손에 들린 깨진 꼬냑 병을 미련 없이 눈앞의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 * *
“크흐흐흑....태열. 제발 정신 차려!”
119구급차 안. 보호자 한 명이 같이 탑승할 수 있었기에, 그 자리에 유태열의 친구이자 매니저인 마이클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구급 요원 한 명이 유태열 위에서 쉼 없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태열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몸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런 유태열을 보고 마이클이 울부짖으며 외쳤다.
하지만 유태열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 의식을 차리지 못했고, 응급실 안에서 여러 조치가 취해졌지만....
“....사망하셨습니다.”
“안 돼!”
마이클이 절망하며 그 충격에 실신을 해버린 가운데 그런 그를 지켜보는 존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존재는 주위 다른 사람들처럼 땅에 발을 디디고 있지 않고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마이클! 나야. 나 여기 있어.]
아직 자신이 죽어 혼령이 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유태열. 그가 자신의 매니저 마이클이 쓰러져 스트레처카에 실려 응급실로 옮겨지는 걸 안타깝게 쳐다보며 그를 쫓아 움직일 때였다.
[이, 이게 뭐야?]
그제야 자신이 허공에 둥둥 떠서 움직이고 있으며, 사람들이 그의 몸과 부딪쳤을 때 그대로 통과해서 움직이고 있는 걸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설, 설마....]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유태열은 자신이 죽어 지금 귀신, 그러니까 혼령 상태로 여기 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