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633화 (62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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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상대는 무려 삼명그룹의 후계자다. 현재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직까지 소수에 불과하다.

김희수가 그런 대단한 정보를 알고 있는 건, 그녀도 저기 있는 백준열이라는 남자가 삼명그룹의 후계자가 되는 데 일조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백준열에게 있어서 최대 라이벌이라고도 볼 수 있는 삼명가의 장남, 백준경의 와이프 신미나. 바로 그 신미나의 비서로 일하며 김희수는 백준열의 첩자 노릇을 충실히 해왔다. 그리고 이제 백준열은 자신의 라이벌들인 두 형을 처리하고 당당히 삼명그룹 후계자 자리를 꿰찼다.

자신이 일등 공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등 공신은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김희수였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들어가기로 되어 있는 백준열이 대표로 있는 JYB엔터에서, 그녀는 자신의 자리가 적어도 실장 이상은 될 거로 봤다. 그리고 연봉도 당연히 신미나 밑에서 일할 때보다 배는 받을 거로 여겼고.

한데 그건 그녀 생각일 뿐이고. 모든 건 그녀가 JYB엔터에 입사하고 나서야 알 일이었다.

그렇다보니 아직 정해진 게 없는 그녀 입장에서 그 회사 대표인 백준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백준열을 하필 여기 클럽에서 만났으니, 김희수로서는 아까부터 시선이 자꾸 그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과 같이 클럽에 온 대학 후배 둘 역시, 백 대표에게 꽂힌 걸 쉽사리 눈치 챌 수 있었고.

‘이것들이....’

김희수는 배꽃여대 비서과 출신으로 지금 그녀와 같이 있는 두 후배 역시 자신과 같은 과 후배들이었다. 즉 그녀들도 현재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임원 비서 노릇을 하고 있었고, 김희수가 누구 밑에서 그 동안 첩자 노릇을 해 왔는지 이제는 알게 되었다.

“대박! 그 사람이 삼명그룹 막내였다니....”

“그 막내가 이번에 삼명그룹 후계자가 됐다면서요? 언니 노났네. 노났어.”

“크음....뭐 그렇지. 호호호호.”

그래서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된 김희수를 위해, 그녀들은 내일 출근해야 하지만 기꺼이 여기까지 따라 와 준 거고.

근데 그 김희수를 첩자로 부려 먹은 당사자, 즉 삼명그룹의 후계자 백준열이 떡하니 그녀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들이 알기로 백준열은 호색한이었다. 그말은 곧 그녀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단 얘기. 즉 여기서 그를 유혹하는데 성공하기만 한다면....그녀들의 팔자도 바로 피는 거다.

그걸 알기에 김희수의 두 후배들은 사심과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백준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백준열이 같이 있던 여자와 같이 딱 봐도 특실로 보이는 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걸 보고 그제야 백준열에게서 시선을 거둔 두 후배들이 투덜거렸다.

“쳇....재수 없어.”

“그 여자....누군지 모르지만 좋겠다.”

김희수는 자신들이 뭐라도 된 듯 거하게 김칫국부터 마셔대는 후배들을 보고 코웃음을 치다가 자기 앞에 따라 놓은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말했다.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야. 괜한 헛물 그만 켜고 마셔.”

“언니. 헛물이라니요?”

“그래요. 우리가 뭘 했다고.”

“알아. 아니까 빨리 적시고 나가자. 괜찮은 놈들 꽤 많은 거 같은데.”

김희수의 말 대로였다. 클럽 안에는 그녀들이 봐도 쓸 만해 보이는 남자들이 꽤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 둘씩 클럽 무대로 나가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수컷 공작새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화려한 날갯짓을 펼쳐 보이듯 말이다.

“오호! 오늘 비벼 볼만하겠는데?”

“그러게. 물 좋네. 간만에 일급수야.”

자신과 같은 클러버인 두 후배들이 벌써 클럽 안의 남자들을 다 훑어보고, 김희수가 따라 준 술을 원 샷 한 후 몸을 일으켰다.

“호호호호....”

그런 두 후배를 보며 김희수도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소리 내서 웃다가, 이내 따라서 몸을 일으켰다.

클럽은 이래서 좋았다. 대 놓고 크게 웃어도 누구도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가식 같은 거 전혀 떨 필요 없이 그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고 말이다. 그런데 무대로 향하던 두 후배 중 하나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아랫배를 잡으며 말했다.

“미, 미안. 나 화장실 좀....”

그러자 옆에 후배도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 좀 갔다가 무대로 가자고 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김희수도 그녀들과 같이 화장실에 따라갔다. 그렇게 10여분 쯤 뒤에 화장실을 나온 세 여자들이 빠른 템포의 비트에 이끌려 클럽 무대에 막 들어섰는데....

거기서 후배 중 하나와 백준열 대표가 부딪쳤다. 백 대표가 바로 사과를 해왔고 안 그래도 그를 노렸던 두 후배들이 눈빛을 빛내며, 그에게 다가 서려 할 때였다. 그가 김희수에게 뭐라 말하고 먼저 무대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김희수가 두 후배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나 백 대표님하고 얘기 좀 하고 올 테니까 너희들은 계속 즐겨.”

그리곤 휑하니 백준열 대표가 사라진 쪽으로 가버리는 김희수. 그런 그녀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바라보며 두 후배들이 중얼거렸다.

“즐기긴 개뿔....”

“쳇. 누군 좋겠네.”

하지만 그녀들의 중얼거림은 클럽의 빵빵한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음악에 금방 묻혀버렸다. 잠시 뒤 두 후배들은 자신들이 왜 클러버인지를 증명하듯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몸짓으로 날 뛰었다. 그런 그녀들 주위로 당연히 많은 남자 날파리들이 날아들었다.

* * *

류지혜는 기가차고 코가 막혔다. 그럴 것이 딱 봐도 어디 동네 깡패새끼들인데, 감히 클럽 퀸인 그녀를 희롱하다니 말이다.

한데 눈치는 눈곱만큼도 없이 간만 큰 깡패새끼들 때문 안 그래도 짜증 만땅인데, 자신의 파트너로 같이 클럽에 온 작자가, 글쎄 그걸 보고 내 빼버린 것이다.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역시 사람은 끝까지 겪어봐야 아는 법이었다.

“흐흐흐흐. 어때? 벌써 짜릿하지? 나갈까?”

그때 아까부터 류지혜의 다리를 만져대던 깡패새끼가 이제는 완전 겁대가리를 완전 상실한 듯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며 음흉하게 지껄였다. 엉덩이 좀 만져 놓고 짜릿하긴 무슨....그 사이 다른 놈이 그녀 허리에서 그 위 가슴을 만지려 손을 뻗어왔다.

탁!

당연히 류지혜는 그 놈의 손을 쳐버렸다. 그러자 그 놈의 얼굴이 확 일그러지며 바로 쌍욕을 내 뱉었다.

“씨발년이....지금 쳤냐?”

순간 눈이 확 돌아간 녀석이 우악스럽게 그녀의 머리끄덩이를 잡았다. 하지만 류지혜가 순순히 당하고 있을 리 없었다.

퍽!

신고 있던 하이힐의 뾰족한 구두 앞코가 그대로 녀석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러자 녀석이 차인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그대로 류지혜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당겼고, 동시에 두 사람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아악!”

“으아악!”

그리고 클럽 무대가 그로인해 더는 춤추는 곳이 아닌 싸움판으로 변해버렸다.

주위 클러버들은 그런 그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무대 밖으로 물러났고, 대신 그 모습을 보고 곧장 클럽 관계자들이 무대로 뛰어들었다.

“이 쌍년이....”

“이거 놔. 이 개새끼야.”

당연히 여자와 남자가 싸움이 될 리 없었다. 그것도 남자가 보통 남자도 아닌 깡패새끼니 누가 봐도 여자가 쳐 맞을 상황. 하지만....

퍽!

클럽 관계자. 하지만 말이 관계자지 그들은 조폭들이었다. 그런 클럽 관계자 중 한 명이 머리끄덩이 잡힌 여자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는 깡패새끼의 얼굴에 머리를 받아버렸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무대 위로 나동그라지는 깡패새끼. 그걸 보고 그 옆에 다른 깡패새끼가 욕설과 함께 주먹을 휘둘러왔다.

턱!

하지만 그 주먹을 자신의 팔로 간단히 막은 클럽 관계자. 그가 훤히 드러난 상대의 얼굴을 향해 다시 이마를 쳐 박았다.

빠악!

“케애애액!”

앞서 쓰러진 깡패새끼와는 비명소리부터가 달랐다. 맞는 순간 두 눈에 흰자위를 드러내며 실신해서 그대로 무대에 자빠지는 깡패새끼. 그때였다.

“야아!”

근처에 있던 다른 클럽 관계자가 버럭 소리를 치더니 발을 내 뻗었고, 뒤로 자빠진 깡패새끼의 뒤통수가 무대 바닥에 닿기 전 그 발로 머리를 받쳤다. 그래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직각으로 넘어진 깡패새끼의 뒷머리가 그대로 깨졌을 수도 있었다.

“휴우....”

큰일 날 뻔한 순간이었던지라 주위 다른 클럽 관계자들도 그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쉴 때....

“그 새끼들 내 방으로 데려가.”

언제 나타났는지 클럽 지배인이 무대에 등장 했다. 그리고 그는 곧장 무대 한 쪽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류지혜에게로 다가갔다.

“아가씨. 죄송....”

클럽 지배인이 막 그녀에게 머리를 숙이려 할 때였다. 류지혜가 사정없이 그의 뺨을 날렸다.

짜악!

큰 소리와 함께 클럽 지배인의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갔다. 그걸 보고 클럽 관계자들이 놀라 두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그들은 이곳 지배인이 어떤 인간인지 잘 알았다. 여자에게 저렇게 따귀를 맞고 절대 가만있을 인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쫘악! 쫙! 짝! 짝!

클럽 지배인의 고개가 계속 좌우로 돌아갔다. 여자가 계속해서 그의 뺨을 때렸고 그는 무방비 상태로 뺨을 맞았다. 마치 자신은 이렇게 처 맞아도 싸다는 듯 말이다.

* * *

눈썰미가 좋은 류지혜. 그녀는 자신을 농락하고 그걸 로도 모자라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챈 깡패새끼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 특실을 차지하고 있던 자들. 그 중 하나였다. 일견키로 그들은 이곳 클럽지배인과 잘 아는 사이인 거 같았다.

놈들은 그때 류지혜를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클럽지배인에 등 떠밀려서 특실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나온 그자들을 봤다. 하지만 클럽지배인은 류지혜가 그자들을 본 것은 몰랐다.

그 뒤 특실 안으로 안내 되어 들어간 류지혜. 그녀는 클럽지배인으로부터 정중한 사과를 받았다. 그 말인즉 클럽지배인은 류지혜의 진정한 신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경기도지사 류상현의 딸이란 것을. 그리고 지금은 유력한 대권 후보 중 한 명이고.

클러버로 평소 클럽지배인과 알고 지내던 사이라, 그녀도 이번 한 번 만큼은 그의 사정을 봐 주기로 했었다. 그랬는데....

클럽지배인과 아는 사이인 놈들이 류지혜라는 감히 건드려선 안 될 뇌관을 건드리고 만 것이다.

“이, 이봐. 퀸. 그만 해.”

류지혜는 제대로 빡 쳤고 이런 일이 벌어지게 만든 클럽지배인에게 직접적으로 그 화를 풀었다. 하지만 그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클럽 관계자들. 그 중에 클럽지배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자가 나섰다. 류지혜가 더는 클럽지배인의 뺨을 때리지 못하r[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 그러나....

“종현아. 비켜.”

화를 낸 건 류지혜가 아니었다. 오히려 클럽지배인이 자신을 위해 나서 준 클럽 관계자를 옆으로 밀쳐냈다. 그런 그를 보고 류지혜가 다시 그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가 이내 내리며 말했다.

“당신.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류지혜도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클럽지배인 뺨을 때려봐야 그녀 손만 아프단 걸 말이다.

물론 그녀에게 맞은 클럽지배인의 뺨이 뻘겋게 부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굳이 손 아파해 가며 이런 식으로 무식하게 상대를 때릴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주위 보는 눈도 많았고.

얼마든지 그녀는 하나도 아프지 않고 또 그녀 이미지도 더 나빠지지 않은 채, 상대는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 말이다.

류지혜는 그 말 후 곧장 무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 눈에 백준열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밖에 없으면 안에 있겠지.’

그녀는 곧장 백준열이 있을 게 확실한 특실 룸으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도 없어? 그럼 이 인간 대체 어디 간 거야?”

류지혜는 신경질 적으로 소리치다가 자신의 백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곤 곧장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런데 백준열이 앉았던 자리. 그 소파 위에 백준열이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하아....”

그러니까 백준열은 지금 수중에 핸드폰도 없이 이곳 클럽 어딘가에 짱 박혀 있다는 얘기였다. 류지혜는 걸던 전화를 끊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세팅 잘 되어 있는 테이블 위에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따서 자신의 잔에 가득 부었다.

벌컥! 벌컥!

그리곤 그 독한 양주를 한잔 원샷하고 끓어 오른 화를 어떻게든 진정 시키려 했다. 그때 그녀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그녀의 절친 정미옥이었다. 순간 그나마 화가 좀 누그러졌다. 신기하게도 정미옥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마음이 좀 차분해졌다. 류지혜는 친구 전화를 받았다.

“어. 미옥아.”

-줄리아나야?

“어. 넌 어딘데?”

-나? 지금 홍대로 가는 중. 20분 정도면 거기 도착할 거야.

정미옥이 20분만 있으면 여기 온다는 말에 그제야 류지혜는 끓어 오른 화가 빠르게 사그라지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오면 바로 특실로 와.”

-특실이라고? 뭐야? 너 오늘도 VIP 물은 거야?

정미옥의 VIP라는 말에 류지혜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럴 게 그 VIP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안보이니, 그녀로서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덜컥!

그때 특실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그 VIP가 뻔뻔한 얼굴로 특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도 혼자도 아닌 세 여자들을 데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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