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632화 (62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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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클럽 안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정작 그 안쪽에서 문제가 생겼다.

“지금 장난해?”

그러니까 류지혜가 말한 특실에 선객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분명 입구에서는 특실이 비어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근데 그 선객이 아무래도 여기 지배인의 지인이었던 모양이었다.

즉 지배인이 주말도 아니고 해서 오늘 VIP고객이 없을 거라 여기고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덜컥 특실을 내어 준 거다. 그게 입구의 클럽 관계자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거고.

한데 하필 오늘 퀸 류지혜가 거물급 VIP를 데려 온 것이다. 클럽에서 VIP의 존재는 적게도 수억, 많으면 수십억을 하룻밤에 뿌린다. 고로 그런 VIP를 놓친다는 건 클럽 뿐 아니라 여기 지배인 실적에 있어서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퀸님. 10분이면 됩니다. 제발 저 좀 살려 준다 생각하시고....”

클럽 지배인이 저렇게 류지혜를 붙잡고 애원하고 있는 거고. 류지혜도 평소 안면이 있는 사이인 듯 클럽 지배인 앞에서 인상만 팍팍 쓸 뿐, 제대로 된 갑질 같은 건 하지 못하고 연신 한숨만 푹푹 내 쉬었다.

그 사이 나는 클럽 안을 구경했다. 아직 시간이 10시도 안 됐기에 클럽 안에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때 나를 흘깃 쳐다보고 지나가는 아가씨가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와아. 잘생겼다. 혼자 온 건가?”

그 아가씨는 그 소리가 내게 안 들릴 거라 여겼지만 그럴 리가 있겠나?

그 말을 듣고 나니 내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뭐 큰 키에 군더더기 없는 몸매의 나는, 얼굴도 제법 잘 생긴 편에 속했다.

‘뭐 그러고 보니 내가 두루두루 잘나긴 했지.’

어째든 백승렬 회장의 세 아들들 중에서 내가 키도 제일 크고 얼굴도 제일 잘 생겼다.

그렇다보니 장남 백준경의 와이프, 그러니까 내 형수 되는 여자도 나를 못 따 먹어서 안달이었고, 내 누나였다가 나와 피 한 방울 안 섞인 게 밝혀지면서, 성이 바뀌어 서지연이 된 그 여자도 이제는 내 여자가 되었고 말이다. 그 모든 게 다 내가 잘난 탓이다 이거지.

‘그러고 보니 큰 형수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군.’

여기서 내가 언급한 형수는 첫째 형의 와이프 신미나를 말했다. 둘째 형인 백준호의 아내, 그러니까 내 작은 형수는 둘째 형과 지금은 이혼 수속 중에 있었다.

둘째 형의 처지가 그 지경이 되자, 그 처가에서 알아서 먼저 이혼을 요구했고 백승렬 회장은 대승적으로 그걸 받아드리는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큰 형수인 신미나에 대해서는 백 회장도 이동훈 비서실장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기에 나도 아직까지 아는 바가 없었다.

“으음....”

그때 또 내 머릿속 사념에 훅하니, 형수 신미나와 그 사이에 뜨거웠던 순간들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머. 대표님!”

근데 이건 또 무슨 인연인지 몰라도 내가 신미나 곁에 심어 놓았던 첩자 김희수. 그녀가 이곳 클럽에 와 있었다. 좀 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갔던 그 아가씨와 같이 내 앞에 나타난 그녀는 나를 바로 알아보았다.

“아아. 희수씨.”

내가 자신을 알아보자 김희수가 감격어린 얼굴로 말했다.

“저를 기억해 주시는 군요.”

“언니. 누구야?”

그때 그녀 옆에 아가씨가 그녀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김희수가 내 눈치를 살피며 그 아가씨 귀에 뭐라 살짝 말했다. 당연히 내가 보통 사람이라면 그 말을 듣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내 예민한 귀에 그녀의 말은 잘만 들렸다.

“삼명가 막내....”

그녀의 말에 눈이 동그래진 아가씨가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그 개새끼!”

“히익!”

친구인지 동료인지 모르지만 그 일행인 아가씨의 외침에 김희수가 기겁을 하며 내 눈치를 봤다. 나도 내가 나를 아는 주위 사람들에게 개새끼로 불린다는 건 안다. 하지만 불리는 건 불리는 거고 그 소리를 내 앞에서 누가 대놓고 말한다면 그걸 듣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얼굴이 찌푸려지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투도 딱딱할 수밖에 없었다.

“희수씨. 나는 같이 온 일행이 있으니 그만 가 보세요.”

“네. 그, 그럼 저희는....야! 빨리 와.”

김희수가 제대로 화가 난 듯 일행 여자의 손목을 잡아끌고 자신들이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이곳 클럽 지배인에게서 겨우 벗어 난 듯, 류지혜가 학을 뗀 얼굴로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 * *

류지혜가 내 옆에 다가 와 서며 말했다.

“새로 세팅하는 데 10분 쯤 걸린다니 어디 아무데나 좀 앉아 있죠?”

그때였다. 김희수 쪽 여자들에 이어서 내 쪽으로 또 오고 있던 두 여자들이, 내 옆에 류지혜를 보더니 흠칫거리다가 뒤돌아서 자신들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걸 보고 류지혜가 피식 거리며 말했다.

“백준열씨. 제법 인기 있으시네요?”

“아니. 뭐....”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내 인기는 이곳 클럽 안에서 류지혜에 비한다면 새발에 피란 걸 곧 알 수 있었다.

“지혜야!”

“누나! 올만.”

“어어. 그래. 너도 오랜만이야.”

“너 오늘 예쁘다?”

“오올! 오빠도 힘 좀 줬는데?”

클럽 안에 있는 남자들은 죄다 류지혜에게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 류지혜도 그런 그들을 스스럼없이 대했고. 나는 왜 이곳 클럽 관계자들이 류지혜를 퀸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거 같았다.

“퀸님. 준비 다 됐습니다.”

그때 클럽 웨이터가 와서 말했고 류지혜가 나를 보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리곤 앞장서서 갔고 나는 그런 그녀를 따라 갔더니 이내 클럽 안쪽에 널찍한 룸 안에 들어갔다. 열려 있던 문을 웨이터가 따라 들어오면서 닫더니 류지혜에게 물었다.

“스페셜 코스로 준비해 드릴까요?”

그러자 류지혜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 순 바가지니까 스페셜 코스로 시키지 말고, 그냥 깔끔하게 발렌타인 30년산 시켜요.”

그 말에 웨이터의 얼굴이 뭔 바퀴벌레라도 씹은 듯 와락 일그러졌다. 그러던 말든 류지혜는 콧방귀를 뀌며 웨이터를 향해 말했다.

“발렌 30하고 심플하게 과일 안주만 가져 와.”

“아니. 그래도 여기가 특실인데....”

“자리 값하란 거야? 내가 왔는데?”

“그, 그래도....”

“알았어. 발렌 30, 두 병 하고 안주도 골고루 섞어서 가져 와. 됐지?”

“네. 뭐....”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의 웨이터가 툴툴거리며 룸 밖으로 나갔다. 그걸 보고 내가 류지혜에게 말했다.

“여기 메뉴판에 보니까 프랑스 꼬냑인 루이 13세 제로보암도 있던데....”

“있긴 하죠. 하지만 시켜도 바로 안 내놔요.”

“....”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내가 류지혜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술 좀 마시고 나서 기분 좋아질 때 쯤 되면 웨이터가 귀신 같이 나타나서 비싼 양주와 꼬냑, 와인을 권하죠. 그때나 마실 수 있어요. 이곳에서 비싼 술들은....”

류지혜의 설명이 쭉 이어지면서 내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그러니까....지금 여기서 가짜 술을 판다는 거로군요?”

“주방에 들어가면....비싼 술병들 잘 모셔 놓았더라고요.”

“허어....”

내가 좀 전에 언급한 프랑스 꼬낙 루이 13세 제로보암은 술값만 3천만 원이 넘어간다.

그런 비싼 술이 이곳에서는 얼마나 팔릴까? 스페셜 코스 중에 끼어 넣어서 술값을 1억이나 받고 있었다.

내가 봐서 여기서 작정하고 마시면 하루 술값으로 수십억도 나올 거 같았다. 한데 정작 그 술이 가짜라니....

“윈저 다이아몬드 주발리라고 스코틀랜드 위스키가 있는데 그 술 한 병에 3억하거든요. 저번에 전 대통령 아들이라는 작자가 여기서 그 술을 마시고 신나게 놀다가며 계산한 술값이 32억이었죠. 아아. 맞다. 그쪽에게 32억은 껌 값이겠네.”

‘어이. 껌 값이라니. 내가 아무리 재벌 3세지만 하룻밤 술값으로 수십억을 쓰는 미친 짓거리는 하지 않아.’

전 대통령 아들에게는 그렇게 돈을 물 쓰듯 펑펑 쓸 수 있게, 돈을 대주는 잘나신 아버지가 있지만 나한테 그런 아버지는 없다.

백승렬 회장은 사업상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그렇게 허투루 돈을 쓸 양반이 아니었다.

아마 내가 클럽 가서 하룻밤 술값으로 그 정도 썼다는 걸 알면 잔소리 꽤나 들었을 거다.

물론 그런 얘기 자체가 백 회장 귀에 들어가지 않게 비서실에서 알아서 손을 쓸 거고, 또 내가 버는 돈이 얼만데 그 정도 술값은 내 돈으로도 얼마든지 계산이 가능했다.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

“뭘 또 그렇게 내 말을 곱씹고 그래요? 그러면 내가 마치 밀고자 같잖아요?”

“그런가요? 하하하하.”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냥 넘어가는 거처럼 굴었다. 하지만 이건 좀 따져 봐야 할 문제였다.

안 그래도 현 대통령을 하야 시킨 내가 아니던가? 전 대통령이 무슨 돈이 있어 그렇게 돈을 물 쓰듯 하는 아들 뒤를 봐주는지 한 번 알아봐 볼 필요는 있을 거 같았다.

‘그 뒷조사는 철수에게 시켜 볼까?’

내가 막 그 생각을 할 때였다. 류지혜가 나를 보고 말했다.

“술 나오려면 시간 좀 걸릴 거 같은데, 우리 먼저 나가서 몸 좀 풀까요?”

클럽의 경쾌한 비트에 몸 흔드는 게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류지혜. 그녀가 딱 봐도 클럽 무대 위에서 한바탕 날 뛰고 싶어 하는 게 내게도 여실히 느껴졌다.

“그럴까요?”

예전 나는 춤을 잘 추진 않았다. 그냥 세워 놓은 통나무 신세는 겨우 면한 수준?

하지만 백준열은 달랐다. 그는 노래 뿐 아니라 춤까지 전문 댄스를 불러서 배웠다. 어디 클럽 가서도 쪽팔리지 않을 정도 수준까지 말이다.

그걸 알기에 나는 클럽 무대로 나가는 걸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물론 클럽 무대에 서기 전부터 저렇게 몸을 흔들어 대는 류지혜처럼 클럽 춤에 환장할 정도도 아니었고.

* * *

낮엔 ‘요조숙녀’고 밤에는 ‘문란녀’라고 불리며 클럽 가면 집에 안 들어가는 게 예사라는 류지혜. 견신 시스템도 그녀를 개잡년으로 규정지을 정도면 이건 뭐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끝내 주네.’

백준열도 잘 노는 편이었지만 류지혜는 그 수준이 달랐다. 클럽 무대 위에서 그녀는 독보적인 퀸이었다.

“저, 저건....”

부비부비란 걸 한다고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건 좀....

어느 새 퀸 류지혜 주위로 남자들이 모여 들었고 그녀는 그 남자들과 거침없이 몸을 부딪치고 부비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들 중 두 명이 류지혜의 다리며 허리를 손으로 만지는 게 내 눈에 보였다.

아무리 부비부비라지만 만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내가 알기로 애프터 클럽의 경우가 아니면 클러버가 저렇게 만지는 수준까지 부비부비를 해선 안 되는 거 아닌가? 한데 지금 시간이 아직 10시 전인데 애프터 클럽은 말이 안 되고.

내가 그 장면을 심히 불쾌해 하며 쳐다 볼 때 류지혜도 그 두 놈이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서 몸을 슬쩍 빼냈다. 그런데 그 두 놈이 몸이 어지간히도 달았는지 그런 류지혜를 바로 쫓아 움직이면서 다른 놈들과 부딪쳤다.

“에이C...."

"뭐야?”

“비켜. 이 씹새야!”

“뭐야? 확 아가리 털어 불라!”

그런데 그 두 놈이 보통 놈들이 아니었던지 놈들의 기세에 쫀 클럽 죽돌이 둘이 주춤 거리다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좋다고 그 두 놈이 다시 류지혜에게 들러붙었고, 그걸 보고 나는 짧게 한숨을 내 쉬다가 류지혜가 있는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한데....

언제 나타났는지 여자 둘이 나를 에워쌌다. 그리곤 튀어 나온 젖가슴과 불룩한 엉덩이를 내게 들이댔다.

“어휴....”

다른 곳도 아니고 여성에게 있어서 가장 섹시함을 어필하는 부유가 바로 젖가슴과 엉덩이가 아니던가. 그런 곳을 내가 밀치거나 치워 낸다면 딱 변태 소리 듣기 좋았다. 하지만 류지혜가 있는 쪽으로는 가야겠고. 나는 별수 없이 몸을 뒤로 뺐다가 아예 무대 밖으로 나갔다가 빙 돌아서 류지혜가 있는 무대 쪽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어머....”

내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게 아니다 보니 새로 무대로 들어 선 사람과 그만 부딪치고 말았다.

“죄송....”

“대표님!”

하필 또 김희수와 마주쳤다. 그때였다. 내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지금부터 자정까지 총 3회의 빠구리를 완성 할 시 개지수 10포인트를 보상으로 지급합니다. 단, 류지혜는 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견신 시스템이 저번처럼 또 미션도 아니고 공고 같이 3번 해라, 그럼 개지수 10포인트 줄게 라고 무성의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3번의 빠구리를 완성하라는 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김희수를 그 빠구리 대상으로 삼으라는 얘기와도 같았다.

물론 여기가 클럽인 만큼 나와 빠구리 할 여자는 많았다. 하지만 여기 있는 여자들은 대부분 춤을 추러 여기 왔다. 그 말은 12시 이전에는 그짓 보다는 춤에 더 집중할 게 뻔하다. 하지만 나로서는 12시 전까지 3번의 빠구리를 완성해야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었고. 때문에 춤보다 더 중요한 걸 내가 제시해야 하는데 그 조건에 부합하는 게 바로 김희수다. 왜냐하면 그녀는 신미나의 비서, 그러니까 내 첩자 노릇을 끝내고 앞으로 JYB엔터에서 일을 하게 될 예정이었으니까.

“희수씨. 잠깐 저랑 얘기 좀 할까요?”

나는 시끄러운 무대 위에서 마침 가까이 서 있던 김희수의 귀에 대고 말했다. 그러자 김희수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그대로 무대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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