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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21화 (61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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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연예인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나라에서 연예인 하겠다는 데 그걸 못하게 강제할 법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연예인들 중에서 스타는 아무나 될 수 없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 스타라는 게 타고난 자질을 갖추고, 또 제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란 거다.

반대로 자질은 전혀 없고, 노력도 쥐뿔 하지도 않는데 덜컥 스타가 되는 연예인도 있었다.

아아. 물론 그런 스타는 스타의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하고, 곧 추락해서 사라지는 게 일상이었지만.

백준열 대표의 적극적인 투자로 인해 JYB엔터는 계속 성장 중이었다. 그런 백 대표로부터 가장 신임 받고 있는 그곳 임원이 바로 차은석 부문장이었다.

“으음....”

그녀는 새로운 걸그룹 2개의 론칭을 끝내고 이번에는 연기자들을 챙기고 있었다.

기존의 연기자들이야 관리차원이니 임원인 그녀가 크게 챙길 건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연기자들의 경우 사실 문제가 많았다.

아무래도 JYB엔터라는 공룡 엔터테인먼트가, 기존의 인기 있는 스타급 연기자들을 우선적으로 영입하다보니, 회사 자체에서 키워내는 신인 연기자들에 대한 인프라와 데이터가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걸 메우려고 차은석도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그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요 며칠 그녀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한데 좀 전 걸려 온 전화 한통으로 우중충했던 그녀의 얼굴이 활짝 폈다.

“됐다. 설수연 배우라면 우리 애들의 연기 수준을 한 두 단계는 끌어올려 줄 수 있을 거야.”

물론 거기다가 설수연이라는 배우를 차은석은 회사 차원에서 키워 줄 생각이었다.

그래야 그녀에게 배운 신인 연기자들도 알게 되겠지. 그들도 얼마든지 설수연 배우처럼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JYB엔터 안에도 연기를 위한 강사진이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 강사들은 실기보다는 이론이 강했다. 그래서 차은석은 소속사 기존 연기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들 거절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타이거나 스타였었던 연기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자존심이 신인 연기자들에게 자신들의 연기 어드바이스 해 주는 걸 허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차은석은 좀 덜 유명하지만 신인 연기자들에게 자신의 연기 노하우를 알려 줄 배우를 찾았고, 그런 배우를 저번 주에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 잘 나가지 않았던 동창회에 나갔다가 말이다.

그 배우가 바로 설수연이었고 그녀가 좀 전 차은석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띠로링!

“왔다.”

그때 차은석의 핸드폰에 울렸고 바로 확인에 들어간 그녀는 자신에게 온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박성철. 그림산업 전무라....”

차은석은 설수연이 말한 그녀에게 있어서 반드시 치워야 할 거악의 존재에 대한 신상 정보를 쭉 훑어 본 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저 차 부문장입니다.”

차은석이 전화 건 사람은 바로 그녀 회사 대표인 백준열이었다.

-압니다. 근데 무슨 일로....

“그게 인재 영입을 위해 대표님의 힘이 좀 필요해서요.”

-들어 보죠.

“실은....”

차은석은 설수연에 대해 백준열에게 전부 얘기했다. 향후 그녀의 쓰임새와 함께 그녀가 주조연급 배우로 성공할 것을 확신하는 차은석의 말에 백준열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차 부문장이 확실하다니 꼭 영입해야겠네요.

“네. 그러려면 대표님이 좀 도와 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내가 뭘 어떻게 해드릴까요?

“설 배우에게 치워야 할 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 사람 좀....”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 자의 신상 정보를 내게 보내도록 하세요.

“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차은석은 백준열과 얘기가 잘 되자, 신나하면서 설수연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를 그대로 백준열에게로 보냈다.

차은석에게 있어서 백준열이 나서서 해결 하지 못할 문제는 없었다. 특히 사람들, 그 중 나쁜 사람들에 대해 백준열 만큼 확실하게, 뒤탈 없이 처리해 주는 사람은 그가 단연 최고였다.

* * *

MVC방송국에 가서 거기 예능국장과 점심 식사 후, 오후 내 스케줄은 원래 서진그룹 김학수 부 회장과의 골프 회동이었다.

그쪽에서 서울CC쪽에 준비를 다 해뒀다니, 나는 시간 맞춰 거기로 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네. 네? 알겠습니다.”

내 수행비서인 김종훈이 차 안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나서 고개를 뒤로 돌리더니 내게 보고했다.

“대표님. 좀 전에 서진그룹 비서실장이 대표실로 연락을 해 왔는데, 오늘 골프 회동을 뒤로 미뤘으면 한답니다.”

“뭐?”

김종훈의 그 말에 내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럴 것이 그쪽에서 하도 애원을 해 와, 나로서는 겨우 시간을 냈는데 그걸 미룬다고? 누구 마음대로 미뤄?

“김 비서 전화야?”

“네.”

나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서진그룹에서 연락이 왔다고?”

-네. 거기 김학수 부회장의 비서실장이란 분이 전화하셔서....

나는 좀 더 디테일한 얘기를 김 비서를 통해 쭉 다 듣고 나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스케줄 다시 잡았어?”

-아뇨. 다음 주 내내 미국 출장 가 계실 거잖아요? 그쪽은 다음 주에는 꼭 봤으면 좋겠다는데 불가능한 스케줄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잘했어. 기껏 만나 준다고 했는데....그쪽이 파토 냈으니....”

어차피 아쉬운 건 그쪽이었다. 나는 김 비서와 통화 후 말했다.

“그만 회사로 돌아가자.”

그렇게 다음 스케줄을 위해서 서울CC로 향하던 나를 태운 차가 유턴해서 JYB엔터로 향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차은석 부문장이었다. 나는 그 전화를 바로 받았고, 차 부문장으로부터 새로 영입한 인재에 대해 들었다. 근데 그 인재에게도 문제가 좀 있었다. 그러니까 그 문제를 차 부문장이 나보고 해결해 달라고 지금 이렇게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하아. 내가 무슨 해결사도 아니고....”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처럼 차은석 부문장에게도 내가 너무 많은 걸 해 준 거 같았다. 그리고 그녀도 그걸 당연시 여기는 거 같았고. 하지만 차 부문장에게 설수연이라는 여배우가 꼭 필요한 거 같으니 그녀 부탁을 안 들어 줄 수는 없었다.

“대체 어떤 놈 인데....”

잠시 후 김 비서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 그걸 확인한 내 입이 피식거렸다.

“허어. 박성철이 이거....”

내 중학교 동창이자 이제는 내 여자인 장혜원의 남편. 그 찌질 한 새끼가 생각보다 마당발인 모양이었다.

이름이야 같을 수 있다지만, 확인해 보니 나머지 정보도 다 일치하는 게, 차 부문장이 부탁한 그 처리해 줘야 할 작자와 장혜원 남편은 분명 동일인이었다.

“운이 좋군.”

일타쌍피로 장혜원과 차은석의 문제를 한 번에 다 해결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래서 특별히 나는 양태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박성철 일을 더 신경 써 주라고 말이다. 아마 이러면 양태석이 특별히 더 신경을 써 주겠지.

* * *

설수연의 집에서 박성철은 바로 회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처갓집인 성수동으로 향했다. 장혜원과 좀 더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싶어서. 그랬더니....

“네? 혜원이가 여기 없어요?”

혹시 처가에서 아내를 숨기는 게 아닌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박성철이 처갓집에 들어가서 마침 집에 계시던 장모님과 거실에서 같이 차까지 마셨으니 말이다.

그 자리에서 박성철은 아내와 싸웠으며 그로인해 그녀가 아이들 데리고 집을 나갔다고 장모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 자리에서 사실대로 아내와 헤어지기로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게 처갓집을 나온 그는 곧장 회사로 출근했는데....

“전무님.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아아. C!”

가자마자 부친이 바로 그를 찾았다. 박성철은 짜증과 함께 털레털레 부친인 박정명 회장을 만나러 회장실로 올라갔다. 그런 그에게 박 회장이 말했다.

“민 변호사에게 다 얘기해 놨다. 너는 민 변이 주는 이혼서류에 사인이나 잘 해서 넘겨라.”

“....”

하지만 장혜원과 아직 이혼할 생각이 없었던 박성철. 그가 자신의 말에 가타부타대답이 없자 박 회장이 버럭 소리쳤다.

“왜 대답이 없어?”

“하아....알았어요.”

부친과 싸워봐야 이길 수 없다는 걸 아는 박성철. 그가 자포자기한 얼굴로 대답하자 그제야 박정명이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

“됐어. 나가!”

박성철도 더는 부친과 같은 공간에 있기 싫었기에 그 말에 바로 회장실을 나왔다.

“에이 C....”

그리곤 화가 난 상태로 회사를 나와서는 씩씩거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강 부장? 나야. 지금 바로 봤으면 해서. 어. 어. 어디라고? 알았어. 내가 지금 거기로 가지.”

그렇게 통화를 끝냈을 때 그 앞에 차가 와서 섰다. 박성철이 회사를 나오면서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한 것. 운전석에서 내린 기사가 박성철에게 차문을 열어주러 쪼르르 차 앞으로 돌아 올 때 박성철이 말했다.

“차는 내가 운전할 테니까 그만 가봐.”

그 말 후 운전석으로 가서 차에 오른 박성철. 그가 차를 몰아서 사라지자 그런 그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운전기사. 그가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좀 전 전무님께서 직접 차를 모시고....”

운전기사는 이렇게 하는 게 한 두 번 하는 일이 아닌 듯, 여유만만하게 박정명 회장과 통화를 하면서 회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조폭 두목들을 보면 다들 무식한 편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식하다고 해서 머리가 나쁜 건 또 아니다. 막말로 머리가 나쁜데 어떻게 두목이 됐겠나? 단지 그들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건, 그들이 대부분 가방 끈이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식파 두목 강일식은 달랐다. 그는 대학물을 먹었다. 비록 자퇴는 했지만 말이다.

그가 다녔던 대학은 무려 서울에서 제법 명문대로 알려진 곳이었다. 해서 강일식은 비록 조폭 노릇을 하지만 나름의 자부심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하는 짓은 딱 조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굳이 차이가 있다면 그는 인맥 관리를 잘 한다는 점이었다.

그로인해서 그는 서울 안에서 여러 조폭 조직이 명멸했지만 20년 째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동네 조폭 두목이네, 뭐네 폄훼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어째든 그는 서울 신촌에 제법 뿌리 깊은 조폭조직 일식파를 여전히 잘 운영 중이었다.

“형님. 김 고문님이 이따 저녁에 좀 보자시던데?”

일식파 두목 강일식의 오른팔인 천주호가 강일식 앞에서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고문?”

“네. 왜 논현동 룸빵 ‘여왕’ 사장 말입니다.”

“아아. 김춘석이?”

“네.”

“왜 또? 저번 일제 단속 때 손 써 줬는데 입 싹 닦더니....”

“그게 김 고문 아들이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지금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쯧쯧. 김춘석이 안 그래도 머리카락 적은데 아주 대머리 되겠네. 어디 강남경찰서?”

“네.”

“거기 서장 좀 깐깐한데. 김 고문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 물어는 봤어?”

“네. 근데 김 고문님, 요즘 사정이 좋지 않다고....”

“그 양반은 문제만 터지면 죽는 소리야. 매번 내가보면 낮에는 골프 치러 다니고 밤에는 떡치러 다니기 바쁘더니....”

“어, 어떻게 좀 안 되겠습니까?”

“너 이 새끼 김 고문한테 뭔 빚이라도 졌어? 왜 매번 그 인간 아쉬운 소리는 내가 너를 통해 듣는 건데?

“그, 그것이....”

뭔가 사정이 있어 보이는 천주호. 강일식도 그 사정은 아는 듯 살짝 안쓰러운 얼굴로 말했다.

“주호야.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그리고 강남경찰서는 마 경감과 박 경위가 이번에 전출 가는 바람에 나도 새로운 줄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그래도 서장에 줄을 댈 수는 있을 테니, 김 고문에게 10장은 준비해야 할 거라고 말해.”

“헉! 10장이나요?”

“싫으면 유능한 변호사 알아보라고 해.”

유명 로펌에 전관변호사가 붙지 않는 한 김 고문의 아들은 콩밥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 정도면 10장이 아니라 100장의 돈은 들여야 한다는 건 조폭 천주호도 알았다.

“그나저나 저번에 교통사고로 보험금 챙긴 거 아직 돈 안 나왔어?”

“그건 다음 주에 나온답니다.”

강일식은 천주호를 시켜 일식파 하부조직을 총 동원해서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다음, 그 보험금을 챙기게 했다. 그 돈이 생각보다 컸는데 일식파가 신촌 유흥가를 장악하고 뜯어내는 보호비보다 더 많았다.

“그 돈 나오면....”

강일식은 그들의 아지트 앞에 있는 골프용품점을 이번 기회에 인수해서 운영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천주호를 비롯한 강일식 밑에 조폭들은 올해 들어 제대로 된 용돈 한 번 받지 못했다.

조폭들은 월급이라는 개념이 없다. 대신 두목이 매달 용돈을 주는데 그게 그들에게 사실상 월급인 셈이었다. 한데 그 월급을 몇 달째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조직 내 조폭들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다 그들의 두목인 강일식이 사업에 미쳐서 돈을 거기다 끌어다 써 버리고는 입을 싹 닦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주호는 이번에 그 보험료가 나오면 꼭 밑에 애들 용돈만큼은 챙겨 줄 생각이었다. 막말로 그 보험료, 밑에 애들 다쳐가며 번 돈이 아니던가?

“형님. 그 보험료 말인데....나오면 애들 두 당 200은 줍시다.”

혹시 몰라 천주호가 선수를 쳤다. 뻔뻔한 강일식이라면 그 보험료도 자기 사업 밑에 쳐 발라버리고 배 째라고 나올지 몰랐으니까.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역시나 였다. 이미 쓸 용처가 정해져 있는 듯, 그 돈에 대해 천주호가 엄한소리를 하니 곧바로 발끈하는 강일식. 하지만 이번만큼은 천주호도 가만있지 않았다.

“형님. 올해 애들 용돈 준적 있습니까?”

“뭐?”

“한 번도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200만원은 너무 많아. 100만원만 줘.”

“형님!”

“시끄러! 요 앞 골프용품점 잔금 줘야 한다고.”

“허어! 기어코 거기 계약하셨습니까?”

“크음. 민 사장이 거기 월 수익 500은 나온다고 했단 말이야.”

일식파 두목 강일식. 그는 대학물까지 먹은 an intellectual person, 즉 인테리 조폭 두목이지만 초등학교도 다니다가 만 천주호보다 더 팔랑 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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