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612화 (608/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여기....”

그때 내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문대식이, 내게서 받아간 최민국의 명함을 내게 돌려주었다. 하지만 나는 손 내밀어 그걸 받지 않고 그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냐. 문 팀장이 그냥 가지고 있어.”

“네?”

“좀 알아 봐.”

“뭘....”

“대성ENG쪽에 아는 사람 있을 거 아냐?”

“그, 그렇습니다만....정확히 뭘 알아보라는 건지....”

“거기 평판, 그리고 녀석이 들어 있다는 동호회, 그 동호회에 대해서 알아보고 보고 해.”

이런 유형의 양지에서 쉽사리 알아볼 수 있는,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에 대한 정보는 문대식을 통해 알아보는 게 더 빨랐다. 그걸 알기에 나는 문대식에게 먼저 최민국과 그 주변을 캐 보게 했다. 특히 최민국이 속해 있는 고등학교 동창 모임인 동호회를 콕 찍어 줬으니, 문대식도 그쪽으로 더 확인해서 내게 보고를 하겠지.

“네. 뭐....그러죠.”

문대식이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면서 내가 준 최민국의 명함을 자신의 지갑 속에 챙겨 넣었다.

나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 최민국에 대해 캐는 걸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가 대표실에 들어가고 나면 알아 볼 모양이었다.

나를 태운 차는 이내 JYB엔터 본사 사옥 앞에 도착했다. 나보다 먼저 차에서 내린 문대식이 차문을 열어주었고, 그 차에서 내린 나는 경호팀원들에 둘러싸인 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평소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로 올라갔다.

“어서오십시오. 대표님.”

“어어. 좋은 아침!”

김 비서의 인사를 받으며 그녀에게 기분 좋게 그 말을 하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그새 나를 따라 대표실 안으로 들어 온 김 비서에게 정장 상의를 벗어 넘겼다. 그러자 그녀가 그 정장 상의를 받아서 옷걸이에 걸었고 나는 곧장 내 책상에 앉았다.

그런 내게 김 비서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오늘 내 일정표를 내 책상 위에 펼쳐 놓으며 말했다.

“오늘 대표님의 일정은....”

김 비서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내 책상 위의 일정표를 봤다. 뭐 평소와 다를 거 없이 빡빡한 스케줄을 오늘도 소화해야만 했다.

“하아....”

그걸 보고 있던 내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올 때, 오늘 내 일정을 구두로 쭉 다 얘기한 김 비서가 말했다.

“그나저나 저를 대신할 비서를 새로 뽑으셔야 할 텐데....”

나는 김 비서에게 JYB엔터 총괄본부장 자리를 제안했고, 그녀는 처음엔 그 자리를 거부했었다. 하지만 내 설득에 넘어가서 총괄본부장 자리에 앉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그녀에게 있어서 제일 먼저 걱정 되는 게 바로 자신을 대신해서 대표실 비서를 맡아 줄 후임을 구하는 걸 테지. 당연히 그 후임 인사에 대해 내가 따로 신경 쓸 건 없었다. 왜냐하면....

“김 비서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내 그 말에 김 비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답했다.

“제 후임은 제가 잘 골라서 인수인계 확실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 일 끝나면 즉시 총괄본부장 발령 날 거야.”

현재 JYB엔터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가 바로 대표실 비서다. 왜냐하면 JYB엔터의 모든 사안의 최종결정권자는 바로 대표인 나고, 나 라는 인간은 올라오는 각종 사안들을 서면으로 보고, 그 자리에서 결재 여부를 판단한다. 그 판단에 비서의 영향력은 무조건 클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티를 내지 않았지만 김 비서는 비서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잘 해 주었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니 김 비서를 대신해서 대표실 비서가 될 사람이 누가 될지는 JYB엔터에 있어서 실로 중요한 일이었다. 그걸 알기에 나도 김 비서가 인수인계를 확실히 끝내야만 그녀를 총괄본부장에 앉힐 생각이었고.

“대표님을 실망시키지 않게 제대로 된 인재를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김 비서가 제법 투지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좀 달랐다.

‘글쎄....김 비서만한 비서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거 같은데....’

그녀가 구한 비서 후보가 나를 만족시키기 보다는 김 비서를 만족 시키는 게 더 어려울 거 같았다. 그 만큼 백준열이 그 동안 김 비서를 너무 자신에 틀에 맞춰 길들여 놓은 게 문제였다. 그걸 본인인 김 비서가 알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모르고 있다면 김 비서는 아마 골치깨나 썩을 터였다.

‘뭐 영리하고 나름 야심도 있는 여자니 잘 알아서 하겠지.’

내가 그녀 후임 비서 구하는 거 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실제 대표인 나의 팍팍한 일정이 시작되자 내 머릿속에서 김 비서에 관한 생각은 싹 지워졌다.

* * *

삐이이이!

“왜?”

-대표님. 김종훈씨라는 분이 오셨는데...

“아아. 맞다. 들여보내. 그리고 김 비서도 잠깐 따라 들어오고.”

-네.

깜빡 했다. 김종훈이 오늘부로 내 수행비서로 출근할 거란 걸 김 비서에게 얘기하는 걸 말이다. 잠시 후.

똑똑똑! 달칵!

노크 소리와 동시에 김 비서가 대표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김종훈이 먼저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고 그 뒤를 김 비서가 따라 들어왔다.

“둘 다 이리 와서 앉아.”

그걸 보고 나는 책상에서 몸을 일으켜서 두 사람에게 앞쪽 응접 소파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내가 책상을 돌아서 응접 소파 상석에 가서 앉자, 두 사람도 알아서 내 양쪽 응접 소파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런 두 사람을 한 번씩 돌아보고 나서 내가 말했다.

“이쪽은 김종훈. 새로 온 내 수행비서. 그리고 이쪽은....”

나는 먼저 김 비서에게 김종훈이 누군지 소개 시켜 주었다. 영리한 김 비서라면 내가 왜 그녀를 대표실로 불러서 이렇게 김종훈을 소개 시키고 있는 지 벌써 깨달았을 거다. 두 사람은 내 소개 후 서로 인사를 나눴다. 그 직후 김 비서가 나를 보고 말했다.

“김종훈씨 인사문제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줘.”

그러자 눈치 빠른 김종훈이 자신의 입사에 필요한 서류를 이미 챙겨 온 듯, 서류 봉투 하나를 김 비서에게 내밀며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김 비서는 그런 김종훈을 보고 눈에 이채를 띠다가, 이내 서류 봉투 안을 살펴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중 처리가 가능하겠네요.”

그 말 후 김 비서는 그대로 대표실을 나갔다. 그런데....

“....”

김 비서가 웃는 걸 보고 김종훈이 살짝 맛탱이가 가버렸다. 하긴 김 비서가 워낙 예쁘다 보니 이런 일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내 여자인 김 비서를 딴 놈이 이렇게 넋 놓고, 거기다가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는 게 내게 탐탁하게 보일 리 없었다. 그래서 내 입에서 날 선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봐요. 김종훈씨!”

그 소리에 깜짝 놀란 김종훈이 내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아아. 죄, 죄송합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말했다.

“입에 침 좀 닦고 말해요. 그리고 김 비서 임자 있습니다.”

내 그 말에 김종훈이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이내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자기 입가를 닦더니 곧바로 예전의 그 빠릿빠릿했던 김종훈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뭐부터 할까요?”

* * *

김종훈은 내가 그에게 따로 일을 시킬 줄 알고 있었다. 설마하니 자신을 진짜 데리고 다니는 수행비서로 쓸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거 같았다. 그래서 출근 첫날부터 내게 자신이 무슨 일을 할지를 대 놓고 물어왔다.

“이번 주 일요일에 미국 갈 겁니다. 여권은 준비 되어 있죠?”

“물론입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국정원 최정예 요원이었던 김종훈이다. 그런 그가 여권이 없어서 해외에 못 나갈 일은 없었다.

“김 비서에게 가서 일요일 미국 출장 얘기를 하면 그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해 줄 겁니다. 미리 챙길 거 준비하세요. 그리고 오늘 나의 일정 역시 김 비서에게 물으면 말해 줄 테니, 그 일정대로 나를 옆에서 수행하면 됩니다.”

“....”

내 그 말에 김종훈이 쩍 입을 벌리고 황당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그에게 내가 물었다.

“왜 뭐 더 할 말 있습니까?”

“아, 아니. 저를 정말 수행비서로 쓰시려고 뽑으신 거....아니시죠?”

아니긴. 김종훈 당신 같은 자만큼 내가 데리고 다니기 좋은 수행비서가 어디 있다고.

무려 국정원에서도 인정받던 최정예 요원이다. 진짜 운이 좋아서 내가 지금 내 사람으로 만들었지, 아니면 국정원에서 결코 김종훈을 내 놓지 않았을 거고, 김종훈도 따지고 보면 일개 사기업의 대표인 내 밑으로 들어오지 않았을 테지.

“맞는데요. 왜요? 더 힘든 일 시켜 드릴까요?”

내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김종훈이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대표님 시키신 대로 하겠습니다.”

역시 눈치 하나는 정말 빨랐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더불어 수행비서로 그의 활약이 기대 되었고.

김종훈이 대표실을 나가고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서 책상으로 가 앉았다. 책상 위에는 다음 주 미국 출장 때문에 미리 처리해야 할 결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휴우....”

한숨과 함께 나는 그 결제들을 빠르게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매달 내가 결제 해 오던 재정적 사안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복잡한 회계, 세무적인 것들도 섞여 있었지만 백준열이 누구던가?

무려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따 온 인간이다. 그쪽으로는 빠삭했고 별 문제가 없으면 결제 란에 빠르게 내 사인을 해 나갔다.

그렇게 한 시간의 시간이 순삭 하고 나는 마지막 결재서류에 사인을 한 후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으으으으....”

그리곤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 다음 인터폰을 누르고 김 비서에게 말했다.

“지금 MVC 갈 거니까 차 준비 시켜.”

-네. 대표님.

나는 곧장 옷걸이로 가서 김 비서가 걸어 놓은 내 정장 상의를 도로 챙겨 입었다. 그 다음 대표실을 나가자 수행비서인 김종훈과 경호팀장인 문대식이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김종훈은 문대식과 적정거리를 두고 서 있다가, 내가 움직이자 내 오른쪽에 와서 섰고, 문대식이 내 왼편에 섰다.

그때 경호팀원 하나가 우리 앞으로 튀어나가, 복도를 쭉 걸어 엘리베이터로 가서는 엘리베이터를 잡는 동안, 나는 천천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을 했다.

그렇게 내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는 동안 내 양쪽의 김종훈과 문대식 모두 아무 말도 없었다. 평소 문대식이었다면 나보고 MVC에 왜 가는 지 벌써 물었을 텐데, 내 옆에 김종훈을 의식해선지 몰라도 그의 입이 꾹 다물어져 열릴 줄 몰랐다.

내가 힐끗 왼쪽을 돌아보니 문대식이 나를 계속 흘겨보고 있었다. 딱 봐도 문대식은 지금 상황이 불편해 죽을 거 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김종훈과 문대식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건 순전히 그 둘이 해결할 문제였다.

여기서 내가 둘 중 하나의 편을 들어 줄 수는 없었다. 대신 내가 지금 MVC방송국에 왜 가는지 그 이유를, 거기 가면 어차피 두 사람도 알거라 지금 얘기했다.

“전에 왜 내가 극장에서 구해 준 사람 있지? 도종국씨라고?”

“아네. 기억납니다. 그때 우희와 같이 있었잖습니까?”

내 말에 문대식이 바로 어색한 침묵을 깨고 아는 척 말했다. 하지만 그때 내가 극장에 영화 보러 데리고 간 여자가 MP4의 맴버 우희라는 거까지 밝힐 필요는 없었다. 그 놈에 입 조심 좀 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 때문에 내가 인상을 팍 쓰자, 문대식이 움찔하며 슬쩍 내 시선을 피했다.

뭐 그렇다고 하던 얘기를 여기서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는 계속 말을 이어했다.

“그 도종국씨가 알고 보니 KVS방송국 드라마 국장이었다는 건 얘기 했던가?”

“아뇨.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번에는 문대식이 대답만 하고 그 뒤에 사족을 달지 않았다. 해서 나는 바로 다음 말을 이어서 했다.

“그 도종국 국장이 MVC 예능국장과 친하다고 하기에 내가 부탁을 좀 했지. 그쪽에 줄을 좀 대 달라고 말이야. 그래서 어렵게 오늘 점심 약속을 잡을 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MVC 근처에 있는 일식집 ‘겐지’로 가는 거고.”

‘겐지’라는 말에 문대식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기 1인분이 50만원이나 하는 최고급 일식집이잖습니까?”

“맞아. 거기.”

그때였다. 여태 침묵만 하고 있던 새로운 내 수행비서 김종훈이 말했다.

“설마 거기 안에까지 경호원들 데리고 들어가시는 건 아니죠?”

“어?”

그야 당연히 그래왔지. 내 집 밖에서 경호라는 게 어디 안팎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니까. 특히 외근 시에 내 경호팀원들은 약속 장소 안까지 무조건 따라 들어왔다.

“그러시다면 앞으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 혼자 있어도 대표님 지켜 드리는 건 충분하니말입니다.”

김종훈의 그 말에 문대식을 비롯한 주위 경호팀원들이 일제히 그를 쏘아봤다. 그리고 경호팀원들을 대표해서 문대식이 막 뭐라 말을 하려 할 때였다.

딩동! 촤라라락!!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문이 열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