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610화 (60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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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차에서 내린 문대식. 그는 삼명호텔 입구 앞에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 전화 거는 시간이 상당히 짧았다. 대신 그걸 시작으로 그런 짧은 통화가 다섯 번 정도 이어졌다. 그걸 보고 있던 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밑에 경호팀원들 챙기고 있나 보네.”

그 말을 들은 듯 김종훈이 말했다.

“저 사람이 대표님 경호팀장인 모양이군요?”

“네. 뭐....”

역시 눈치하나는 엄청 빨랐다. 그새 내가 호텔 출입구 쪽 문대식을 주시하고 있단 걸 간파했다.

하긴 그러니 삼명그룹 비서실에서 그곳 1급 비밀을 빼낼 수 있었겠지. 나는 속으로 당신의 그 능력을 앞으로 나를 위해 써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냥 그 말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 뱉어도 됐지만, 왠지 그러면 내가 꼰대 같아 보일 거 같아서 참았다.

‘뭐 지금은 꼰대라는 말도 생겨나지 않았을 때지만....으음....사람이 첫인상이 중요하다는데....’

앞으로 김종훈은 수행비서로 나와 붙어 다닐 거다. 그런 그에게 너무 빨리 나 라는 존재의 단점을 알게 해 주고 싶지 않았다.

‘뭐 그런다고 숨겨질 것도 아니지만....’

사람의 본성이 어디 가겠나? 내가 꼰대 스타일이란 건 며칠 내로 김종훈도 알게 될 거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이동훈 실장에게 얘기해서 소속을 내 비서로 옮겨 놓을 테니까,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세요. 그리고 내일 10시까지 JYB엔터 대표실로 오면 됩니다. 아아. 그리고 이거....”

나는 지갑에서 수표 두 장을 꺼내서 김종훈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그러자 김종훈이 넙쭉 그 돈을 받았다.

‘넉살 좋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그걸 보고 나는 웃으며 몸을 돌려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가 잡아 놓은 로얄 스위트 룸으로 올라갔다. 잠깐 서지연과 같이 밤을 보낸 29층으로 갈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안 그래도 견신 시스템이 막장 운운하면서 특별보상이랍시고 준 「개막장」아이템 때문에 별로 기분도 좋지 않았고 말이다.

대충 살펴 본 「개막장」아이템은 내가 막장 짓을 저지르면 그때마다 시스템에서 보상을 지급하는 아이템이었다. 아직 그 아이템을 써 보지 못한 터라 그 보상이 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한데 「개막장」아이템은 나 라고 해도 당장 쓸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아이템은 업그레이드가 1UP은 되어야만 사용자가 이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한데 나는 견신 시스템이 특별 보상으로 「개막장」아이템을 획득했으나, 아직 0UP이라 그걸 쓰는 건 불가능했던 것이다.

“어....”

그때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디링! 서지연과 만족스런 빠구리 결과 「개막장」아이템의 업그레이드가 0UP에서 1UP으로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이게 뭔 소리야?”

그러니까 지금 나는 새로 생긴 「개막장」아이템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걸 제대로 알려주겠다는 듯 견신 시스템이 바뀐 상태창을 내 눈앞에 띄웠다.

이름: 백준열(Lv13)]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4Up), 「개좆」(5Up)], 「개목걸이」(4Up), 「개코」(4Up), 「개방울」(4Up), 「개 알약」(역 4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5UP), 「개똥」(역 2Up), 「개막장」(0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4Up), 「충견」(일,4Up), 「개끗발」(역,4Up), 「개호구」(역,4Up), 「만능 오프너」(일,5Up-모든 문(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는 문)), 「개 멋져」(일,4Up), 「개 짖는 소리」(일,역, 5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3장), 역 스킬 1회 이용권(4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3개)

[특성: 개(6차UP진행 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60]

견신 시스템의 말대로 보유 아이템의 항목에서 보니 「개막장」아이템이 실제로 0UP에서 1UP이 되어 있긴 했다. 나는 그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내 눈앞에 거슬리는 상태창을 지웠다.

* * *

김종훈은 기분이 좋았다. 그가 밤새도록 고민했던 문제가 백준열과 만남과 동시에 해결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연봉 2억이면 서울에서도 두 가족이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아니 세 가족까지 돈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그런 연봉을 주겠다는 백준열을 위해서 김종훈은 앞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 때문에 들 뜬 상태의 김종훈은 호텔 밖에서 자기 밑에 경호팀원들을 기다리고 있던 문대식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나 알아요?”

그런 김종훈을 문대식이 의아하게 쳐다보며 반응하는 건 당연했다. 김종훈은 순간 자신이 너무 오버 했구나 싶었다.

“아뇨. 오늘 아침이 너무 상쾌해서.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니 뭐....죄송할 거까지야....”

“그럼 수고하세요.”

김종훈은 그대로 문대식을 지나쳐서 호텔 앞 쪽에 늘어서 있는 택시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 김종훈을 문대식이 계속 쳐다보았다. 현재 할 거라고는 밑에 경호팀원들을 기다리는 거 말고 딱히 할 일도 없었던 문대식. 그렇다보니 그는 더 집중해서 김종훈을 쳐다봤고 그가 택시를 타고 호텔을 떠날 때 심지어 그가 타고 간 택시 번호판을 외웠다.

당연히 그런 사실까지 김종훈은 알 리 없었다. 그 보다 택시를 타면서 자신의 바지 호주머니 속에 대충 구겨 넣었던 백준열이 준 수표를 자연스럽게 꺼내 보게 된 김종훈.

그는 백준열이 밤을 지새운 자신에게 택시비와 식사비 정도로 한 20만 원쯤 준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0이 그가 생각한 거 보다 더 많았다.

“이, 이게 뭐야?”

200만원이었어도 충분히 놀랐을 김종훈이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역시 재벌 3세는 다르구나, 씀씀이가 진짜 크다고 생각하며 이게 웬 떡, 아니 횡재냐 했겠지. 근데 이건 그보다 0이 하나 더 많았다.

“허얼....2천만 원....”

아무리 백준열이 재벌 3세라지만 이건 좀 과한 금액이었다. 그래서 김종훈은 백준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택시비가 너무 많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백준열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하아....그러니까 내 월급이란 거네?”

혹시 몰라 김종훈의 가족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백준열이 나름 신경을 써 준 거다.

이처럼 자신의 직원 가족까지 신경 써 주는 CEO라니? 공무원이었지만 이런 CEO가 있다는 소리는 듣도 보도 못한 김종훈.

그는 뭔가 기분이 좀 오묘했다. 하지만 지금 이 기분은 뭐랄까?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더불어 백준열 대표와 함께 하는, 앞으로의 그의 미래가 왠지 그리 나쁘지 않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종훈은 수표 두 장을 꺼내 들고 혼자 중얼거리는 자신을, 백미러를 통해 아까부터 이상하게 쳐다보는 택시기사를 보고 호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꺼내서 그 수표부터 지갑 속에 넣었다.

그리고 백준열에게 신경 써 줘서 고맙다는 답 문자를 보낸 뒤 시선을 차창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걸 보고서 더는 택시기사도 그를 힐끗거리지 않고 운전에 집중했다.

* * *

삼명호텔의 로얄 스위트룸에 들어선 나는 곧장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 룸서비스로 출근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달라고 하자 바로 알아들었다. 나는 그것들이 오기 전에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샤워 후 가운 한 장 걸치고 욕실을 나온 내가 드라이기로 대충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였다. 초인종이 울렸고 확인하니 내가 시킨 룸서비스가 왔다. 나는 문을 열어주었고 호텔 직원들이 내가 갈아입을 옷들과 구두, 액세서리들을 챙겨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속옷부터 시작해서 이곳 호텔에서 제공한 옷을 챙겨 입고 구두를 신었다.

뭐 비싸기는 하지만 호텔의 이런 서비스가 나는 좋았다. 그런데 이대로 출근하기에는 시간이 좀 일렀다. 그게 한 시간 정도나 말이다.

“으음....”

그래서 나는 그 한 시간 동안 뭘 할지 생각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때 생각 난 게 여기 들어오기 전에 내 심기를 긁었던 일이었다. 바로 견신 시스템이 특별 보상이랍시고 내게 선사한 그 「개막장」아이템 말이다.

여태 견신 시스템의 아이템의 업그레이드는 레벨 업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개막장」아이템에서 그 룰이 깨졌다.

아이템 개별적으로 견신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를 시킨 것이다. 나로서는 그는 예외가 원래부터 있을 수 있는 건지가 궁금했다. 그러자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듯 견신 시스템이 말했다.

-일부 특수 아이템의 경우 레벨 업 시스템이 아닌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가 진행이 됩니다. 「개막장」아이템의 경우 바로 그 특수 아이템에 해당하고요. 이해가 됐습니까?

이해가 되긴 개뿔. 갑자기 견신 시스템이 꺼낸 특수 아이템이란 말이 오히려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특수 아이템이 있다는 건 특수 스킬도 있다는 거 아닌가?

-맞습니다. 특수 스킬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 특수 스킬이 발현되기 위한 조건이 충족 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허얼....”

견신 시스템의 말에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절레절레 고개를 내 저을 때였다. 견신 시스템이 「개막장」아이템의 이용 방법과 그 효력에 대한 정보를 내 머릿속에 넣어주었다.

“으음....그러니까 내가 막장 짓을 하게 되면 그때마다 「개막장」아이템의 득템 효과로 내가 지정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단 거로군.”

여기서 지정하는 사람이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능했고, 개인정보라면 그 사람에 대한 가려진, 혹은 숨기고 있는 은밀한 비밀을 말했다. 그 비밀은 업그레이드에 따라서 비밀의 등급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현재 1UP 상태인 「개막장」아이템을 써 봐야 내가 지정한 상대에 대해 크게 도움이 될 만한 비밀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막장 짓을 많이 해서 「개막장」아이템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시키라 이건가?”

내가 「개막장」아이템의 능력을 제대로 써 먹기 위해서는 말이다.

“특수 아이템과 특수 스킬이라....”

개별적으로 아이템과 스킬을 업그레이드를 시킬 수 있다니, 내가 작정하고 그 아이템과 스킬 위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 나간다면, 기존 아이템과 스킬보다 확실히 더 높은 수준의 능력을 쓸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특수 아이템과 특수 스킬이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였다.

「개막장」아이템의 경우 막장 짓을 해야 한다는 게 좀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그 쓰임새만큼은 상당히 쓸 만 한 편에 속했다. 무려 내가 지정한 상대의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 수 있다니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써 보자.’

나는 속으로 견신 시스템에게 내게 새로 생긴 「개막장」아이템의 능력을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디링! 비밀을 알고 싶은 상대를 지정해 주세요. 업그레이드 상태가 1UP인 관계로 그 지정 상대는 서울 내에 있는 당신과 잘 아는 사이에 국한 됩니다.

견신 시스템의 말을 듣고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알게 되는 건 사실 재미있는 일이긴 했다.

“누구로 할까?”

그때 불쑥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내 중학교 동창이자 이제 내 여자가 된 장혜원, 그녀는 아니고 그녀의 남편인 박성철이었다.

내가 「개막장」아이템의 지정인을 박성철로 정하자, 바로 견신 시스템이 내 눈앞에 간략한 미니 정보 창을 띄웠다.

이름: 박성철(33세. 남)

비밀(22. 1UP):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아내에게 보복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박성철에게는 총 22개의 비밀이 있는 데 그 중 1UP에 해당하는 비밀이 바로 자기 아내를 해치려는 꿍꿍이였던 것.

“하아....장혜원이 아깝네. 뭐 이딴 놈을 만나서....”

같은 남자 입장에서 여자, 그것도 자신의 아내에게 찌질 하게 보복이나 하려는 놈은 내게는 사람 새끼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 사실을 장혜원에게 알리려다가 말았다. 그녀에게 알린다 한들 그녀가 무슨 수로 박성철의 악의를 막아내겠나? 다 내가 알아서 처리해야지 말이다. 장혜원은 이제 내 여자이니까.

해서 나는 이 일을 양태석에게 맡기기로 하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양태석은 여전했다. 통화 연결음이 세 번 울리기 전에 재깍 내 전화를 받았다.

“양 전무. 내가 보낸 최철기씨 어때요?”

그리고 나는 장혜원의 일을 양태석에게 맡기기 전에 먼저 궁금한 것부터 그에게 물었다. 내가 어제 양태석에게 보낸 최철기에 대해서 말이다.

-아주 좋습니다. 실은 어제....

양태석은 말 수가 적고 전화 통화를 길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실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내게 아주 간략하게 설명을 했고. 하지만 내가 여태 그와 통화 한 거 중, 끊지 않고 쭉 이어서 3분가량 얘기한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 만큼 양태석은 내가 보낸 최철기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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