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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박정명 회장이 블랙머니 쪽 사람이 오기를 그렇게 기다 린지 10여분쯤 시간이 흘렀을까?
똑똑똑!
방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고 이내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방안으로 새파랗게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자신의 아들보다 더 어려 보이는 그 젊은 남자는 박 회장을 보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블랙머니 재무부장인 박세인입니다.”
젊은 남자는 자신이 누군지 밝힌 뒤 명함을 꺼내서 박 회장에게 내밀었다. 그 명함을 받으며 박 회장은 얼떨떨한 얼굴로 말했다.
“아네....”
눈앞의 젊은 남자의 직위가 재무부장이 맞다면 지금 이 자리에 온 게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
하지만 부장 직에 있기에 젊은 남자는 아무리 봐도 너무 젊었다. 그걸 느낀 듯 블랙머니의 재무부장인 박세인이 말했다.
“제가 어려 보여서 아무래도 어리둥절하신 거 같은데....저 진짜 블랙머니 재무부장 맞습니다.”
“네. 네. 뭐....”
그 말이 믿기지는 않지만 상대가 이렇게 정색을 하며 맞다는 데 어쩌겠나? 일단 그렇다고 하고 넘어가야지 말이다.
“앉으시죠?”
박 회장은 박세인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러자 백준열의 지시를 받고 박정명 회장을 만나러 온 블랙머니의 박 비서가 박 회장을 마주보고 자리에 앉았다. 그 뒤 서로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누고 나서 박 회장이 박 비서에게 말했다.
“특별히 음식 주문을 해 뒀는데 괜찮으시죠?”
“네. 저야 감사하죠. 특별한 음식이라는데.”
박 비서는 박 회장이 자신을 신경 써 준 것에 기분 좋아했고, 그래선지 초장부터 얘기가 술술 잘 풀리는 거 같았다. 하지만 얘기가 본론으로 들어가자, 박 회장은 뭔가에 턱하니 가로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회장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 봤을 때....”
어리다고 우습게 여겼던 박세인이라는 그의 눈앞에 남자가 보통내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두 사람의 얘기는 평행선을 달렸고 쉽게 접점에 이르지 못했다. 즉 투자를 이끌어내야 할 박 회장이 전혀 맥을 못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아....”
그렇게 박 회장이 답답해 할 때였다. 박 비서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회장님의 요구를 저희 쪽에서 다 수용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네?”
이게 뭔 개소리란 말인가? 여태 그의 진을 다 빼놓고 이제 와서?
“단, 이쪽의 요구 조건이 수용 될 때에 한해서 말입니다.”
“그, 그쪽의 요구 조건이 뭔데 그러시오?”
박 비서는 백준열이 요구한 바를 박정명 회장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난 박 회장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지, 지금 내 아들과 며느리를 이혼 시키라는 거요?”
상대의 도저히 예상치 못한,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박정명은 놀람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 * *
박정명은 준비해 간 기획서를 블랙머니 재무부장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걸 대충 훑어 본 블랙머니 측 재무부장 박세인의 반응은 어째 뜨뜻미지근했다.
“괜찮은 기획이긴 한데 이 정도 기획서는 저희 회사에 넘쳐납니다. 오늘만 해도 여기 오기 전 이 정도 수준의 기획서를 보고 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기획서 나오기 전에 파쇄 했습니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투자대비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최소 5배 이상의 실익이 나오지 않는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5배요?”
박정명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블랙머니 측의 미친 실익 때문에 말이다. 말이 5배지 그런 실익을 거둘 투자처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하지만 그게 가능하니까 블랙머니가 국내에서 가장 핫한 투자운영사로 유명해진 거겠지만.
당연히 박정명이 박세인에게 내 밀은 기획서는 5배는커녕 2배 이상의 실익도 내기 어려웠다. 잘 해 봐야 2배의 실익을 낼 수 있으려나? 하지만 그 실익을 블랙머니 측에서 다가져 가는 구조도 아니었다. 그림산업과 블랙머니가 50대 50으로 나누는 구조의 기획서였다.
즉 블랙머니 측에서 봤을 때 박정명 회장이 내민 기획서는 그냥 쓰레기, 혹은 파쇄기에 들어가서 갈려질 문서일 뿐이었다.
‘....틀렸다.’
그러니 박 회장으로서는 블랙머니 측의 투자가 물 건너갔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박세인의 입에서 귀에 익은 이름이 흘러나왔다.
“누, 누구라고요?”
“장혜원씨요. 왜 회장님 둘째 며느님 말입니다.”
자신의 둘째 아들인 박성철의 처, 그러니까 자신의 둘째 며느리의 이름이, 왜 이 상황에서 블랙머니 재무부장의 입에서 나오느냔 말이다. 박 회장이 당황해 할 때 박세인이 블랙머니 측 요구 사항을 박정명 회장에게 전했다.
“그, 그러니까 내 둘째 며느리를 이혼 시키면 우리 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에서 투자를 해주겠다 이거요?”
“네. 맞습니다.”
“천억까지?”
“네.”
“허어....”
박정명은 기가차고 코가 막혔다. 무슨 장난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진지했다.
그걸 보고 박정명도 그의 제안이 농담이 아니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았고, 제대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다 수용해 주는 조건에 무려 천억씩이나 투자해 줄 곳은, 한국을 떠나 전 세계를 다 뒤져도 없었다.
그걸 알기에 박정명은 예전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던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려라는 걸 해 보고 있었다.
“며느리 하나 버리는 대가로 천억이라....”
체면이 좀 깎이긴 하겠지만 투자 받을 금액이 무려 천억이었다. 거기다 이자도 주지 않아도 됐다. 상환도 무려 10년 뒤고 말이다. 이건 그냥 하늘에서 거저로 돈을 빌려 주는 거나 진배없었다. 물론 담보는 그림산업 주식으로 확실히 저쪽에서 잡는 조건이었다.
세상 어디도 이런 조건에 투자를 해 주지 않는다는 걸 박정명 인들 왜 모르겠나?
그걸 알기에 박정명으로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얼마 전 자신을 찾아와서 남편과 이혼시켜 달라고 울며 애원하던 며느리 장혜원이 생각났다.
“크음....”
당시 그는 화를 내며 그 며느리를 겁박했다. 한번만 더 이혼 얘기 꺼내면 그녀를 정신병원에 처넣어 버리겠다고 말이다. 그랬는데 이제는 그녀가 바라는 대로 해 줄 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그녀가 낳은, 그러니까 자신의 손자들의 양육권을 이혼하면 둘째 며느리에게 넘겨야 한다는 거다. 물론 그 아이들의 호적은 그대로 두기로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그 손자들이 박 회장이 원하는 후계자 감으로 잘 자라 준다면, 그 손자로 하여금 자신의 뒤를 잇게 하는 게 가능하단 소리다.
‘그렇다면....’
누구 손에 크던 무슨 상관인가? 잘만 자라주면 그만이지. 뭐 아니어도 그에게는 다른 손자들도 많았으니까.
“그래. 이혼 시키자.”
회사가 망하고 나서 며느리고 후계자가 무슨 소용인가? 결심을 굳힌 박정명 회장.
그는 불과 30분 전에 헤어진 블랙머니 재무부장 박세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결정했소. 내 며느리를 놔 주도록 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유치 계약서를 작성하셔서 내일 다시 만나도록 하지요.
“그럽시다.”
박정명 회장은 블랙머니 측에서 왜 자신의 며느리를 이혼 시키지 못해 안달인지 궁금했지만 그걸 묻지 않았다. 어차피 묻는다고 하더라도 박세인이 순순히 말해 줄 거 같지도 않았고. 또 알아봐야 그의 정신 건강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을 거 같았고 말이다. 어차피 버릴 거 그냥 버리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블랙머니로부터 천억의 투자를 받기로 확정 지은 박정명 회장.
그 동안 그의 양 어깨에 올려져있던 자금과 투자에 대한 돌덩이가 치워지자, 박정명은 오랜만에 홀가분하고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으음....”
하지만 퇴근하는 길에 집에 가면서 박 회장의 얼굴이 굳었다. 왜냐하면 그가 지금 가는 본가에 같이 살고 있는 며느리, 장혜원에게 과연 뭐라고 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 * *
거의 쓰지는 않지만 서지연은 삼명호텔의 객실 중 한 곳에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늦게까지 야근을 하다가 너무 늦었다 싶을 때 간혹 이용하던 그곳은, 그러니까 매일 공실 상태로 있었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 손님들이 객실을 붙여서 쓰거나 특정 손님이 꼭 그 방을 써야 할 때면 총지배인이 그녀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고, 그때 서지연은 절대 그 방을 이용하지 않았다. 그 방의 호수는 바로....
‘2905호!'
지금 서지연은 바로 그 29층으로 가고 있었다. 백준열을 데리고서 말이다. 원래 그녀는 백준열을 삼명호텔 대표실로 데리고 가려 했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최근 대표실 안에 CCTV를 설치 한 게 생각났다.
당연히 그녀가 설치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다. 삼명그룹 본사 쪽에서 그들 멋대로 대표실에 CCTV카메라를 설치한 거였다. 아무래도 삼명그룹의 백승렬 회장이 그녀 감시를 지시한 거 같았다. 그러니까 지켜보다 여차하면 꼬투리를 잡아 그녀를 미국으로 쫓아내 버릴 생각으로 말이다. 즉 그 CCTV카메라에 자신과 백준열이 같이 있는 게 찍히는 거 자체가 꼬투리 꺼리였다. 그러니 거기는 절대 가면 안 됐다.
서지연과 백준열이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두 사람이 누른 층이 최고층이었다. 그 말은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 중 두 사람이 제일 나중에 내린다는 얘기였다.
24층에서 같이 타고 있던 두 사람이 마저 내리고 엘리베이터 안에 서지연과 백준열 두 사람만 남았을 때였다.
스윽!
서지연이 백준열 옆에 바짝 다가서면서 그의 팔짱을 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29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러자 서지연이 백준열보다 먼저 움직였고 백준열은 그런 서지연에게 이끌려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거 좀 놓고 가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백준열이 서지연이 잡은 손을 뿌리치자, 그녀가 순순히 그의 팔짱에서 손을 뺐다. 대신 앞서 걸으며 말했다.
“빨리 와.”
뭐가 급한지 성큼 앞장서서 호텔 복도를 걸어가는 서지연. 그런 그녀를 보고 백준열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어디 가는데? 그리고 나는 왜 여기 데려 온 거고?”
백준열은 그렇게 물으며 또 서지연의 뒤를 잘도 따라 움직였다. 그때 서지연이 한 객실 방 앞에서 멈춰 섰다. 그곳은 바로 2905호였다. 그녀는 호수를 확인하자 바로 자신의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서 방문 센서에 갖다 댔다.
삐리릭! 철컥!
지갑에 객실 키카드가 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방문이 열리자 서지연이 문을 열었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뒤따라 객실 안으로 들어간 백준열.
“어엇!”
안에서 서지연이 그의 멱살을 잡아서 현관 벽에 밀쳤다. 그리곤 서지연이 입술이 거칠게 백준열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웁!”
서지연은 어디서 배웠는지 키스 하나는 기막히게 잘했다. 그녀의 가늘고 긴 혀가 백준열의 입안을 휘저은 뒤 그의 혀를 휘감았다.
* * *
서지연의 깜찍한 도발에 백준열은 바로 대응을 했다. 그도 바보가 아닌 한 그녀가 자신을 왜 이곳 객실로 데리고 들어왔는지 모를 리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여자가 아니던가?
서지연과 찐하게 키스를 하면서 백준열도 욕정이 치밀어 올랐다. 거기다 여기는 둘 만 있지 않은가? 그가 눈치 보거나 참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해서 키스 중 서지연의 뒷목과 등에 가 있던 그의 두 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가 풀렸다. 남자가 풀기에 단추 크기가 작았지만 백준열은 그걸 귀신같이 풀어냈다. 그러자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불룩하기 솟구친 그녀의 탐스런 젖가슴이 드러났다. 물론 서지연은 브래지어를 차고 있었다.
C컵은 족히 되는 그녀의 젖가슴을 그 브래지어가 겨우 받치고 있었기에, 반쯤 드러난 그 뽀얀 젖가슴을 보고 있던 백준열의 눈이 뒤집어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백준열은 섣불리 탐스런 먹잇감에 손대지 않았다. 그건 빠구리를 모르는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대신 백준열은 그녀의 밑을 공략했다. 그녀의 스커트를 허벅지까지 끌어 올리고, 두 다리 가랑이 사이 민감한 안쪽 허벅지를 한 손으로 번갈아 가며 쓸어 내렸다. 그러자 백준열과의 키스에 집중하고 있던 서지연이 움찔하며 엉덩이를 살짝 흔들었다.
그 순간 백준열의 손이 과감히 서지연의 사타구니 사이로 올라갔고, 은밀한 계곡을 중지가 쓸었다.
“....아하아앙!”
서지연이 다급히 백준열의 입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내며 신음성을 흘렸다.
그때 서지연의 입술로부터 방금 해방 된 백준열의 입술이 바로 그녀의 길고 가는 목으로 움직였다.
백준열이 그녀의 목에 뜨거운 입김과 함께 부드러운 입술로 자극을 가하자 서지연의 고개가 절로 뒤로 젖혀지며 그녀의 입에서 달뜬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흐흐흥....아아앙....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