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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87화 (58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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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런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건 바로 이어진 제주경찰청 소속 수사과장 최철호의 반응에서 알 수 있었다.

-그, 그분이 왜요?

명백히 윤재구 회장을 아는 듯한 뉘앙스.

“이거 왜 이래요? 최 과장님도 알고 있는 거 다 압니다. 킬러가 윤 회장을 노린 거 말입니다.”

-크음. 그, 그래서요?

“윤 회장님이 제주도 조폭 계에 손을 쓰신 모양이더라고요. 그 킬러 잡아 자기 앞에 대령하라고 말입니다. 그 양반이 돈 뿌리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죠.”

-하아....그래서 제주에 조폭들이 다 기어 나와서....

내 말에 혼자 넋두리를 늘어 놓는 최 과장. 딴에는 핸드폰에 그 소리가 안들릴 거라고 생각하고 주절댄 모양인데, 예민한 내 귀가 그걸 못 들을리 없었다.

역시나 대한민국 재계의 큰 손이었던 윤재구 회장이 손을 쓰자, 아니 돈을 쓰자 제주도가 들썩거렸던 모양이었다.

그걸 일선 경찰들이 모를 리 없었고, 그런 경찰들을 관리 감독하는 자리에 있는 제주경찰청의 최 과장이니, 그쪽 일은 확실히 나보다 더 잘 알고 또 잘 처리할 수도 있을 거다.

“해서 말인데 조폭들이 그 킬러를 잡아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챙기죠.”

-네? 그게 무슨....아니. 그 전에 우리라니요?

“내 부탁을 들어 주실 테니 우리죠? 아닙니까?”

-그, 그건....

“이거 섭섭하네요. 우리가 우리라고 부를 정도 사이도 아니라니....”

최 과장은 나와 어떡하든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내가 경찰청장을 꽉 잡고 있는 이상, 최 과장은 내 부탁을 들어줘야 했고 내 부탁을 거부할 수 없었다.

-하아아....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킬러를 먼저 챙기자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실은....그 킬러가 중국인이고....저희 쪽과 인연이 닿은 중국 쪽 최고위 인사가....”

나는 최 과장에게 중국인 킬러 왕종우를 왜 그가 구해야 하는지 그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까 삼명그룹과 잘 아는 중국 공산당 최고위 인사로부터, 아주 특별히 윤 회장이 잡으려는 그 킬러를 붙잡아서 그쪽에 넘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이다. 그러자....

-그럼 그 얘기를 윤 회장에게 하면 될 일 아닙니까?

최 과장의 말이 맞다. 윤 회장이 그 킬러를 잡으면 내가 그에게 가서 그 얘기를 하고, 양해를 구해 그 킬러의 신병을 넘겨받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최 과장은 이렇게 속여도 윤 회장은 속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윤 회장은 자신의 정보 라인을 통해 내가 한 말을 바로 확인할 테니 말이다.

“그 중국 쪽 최고위 인사와 윤 회장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요. 아니면 벌써 윤 회장에게 얘기 했죠.”

-그렇군요.

최철호는 내 말을 납득하는 거 같았지만 어째 그 목소리에 의구심이 남아있어 보였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내 말이 맞는지 틀린지 그걸 확인할 길이 그에게 없는 걸 말이다. 나는 그런 최 과장이 딴 생각 못하게 들쑤셨다.

“그 킬러가 지금 어디 있는지 제가 알려 드릴 테니, 지금 즉시 움직이세요.”

-헉! 그 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신다고요?

“네.”

-아니 그걸 어떻게....

“그것까지 내가 일일이 최 과장에게 말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네. 뭐 그렇기는 한데....

그냥 알지. 견신시스템의 「개 짖는 소리」스킬을 사용해서 왕종우를 도청, 감청하면 그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내는 거야 누워서 떡 먹기니까.

나는 곧바로 제주도에 왕종우를 생각했고, 그가 지금 제주병원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주병원으로 가세요.”

-제주병원 말입니까?

“네. 거기 가서....

나는 구체적으로 제주병원 어디에 지금 왕종우가 있는지, 최철호 과장에게 설명해 주었다.

* * *

견신 시스템의 미션이지만 내가 직접 그 미션을 완수하지 않아도, 제 3자에 의해 그 미션이 완수 되더라도 개지수를 비롯한 보상은 내가 다 받을 수 있었다. 그걸 알기에 최철호 과장에게 킬러 왕종우을 구하는 미션을 대신 맡긴 것이고.

‘뭐 실패해도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너무 바빠서 내가 제주도에 가서 그 미션을 완수할 여력이 없었다. 제주경찰청 수사과장 최철호와 통화는 JYB엔터 대표실 앞에 다다랐을 끝냈다. 비서실의 김 비서가 나를 보고 먼저 인사를 하자 내가 반갑게 말했다.

“좋은 아침!”

그러자 그 말을 듣긴 한 건지 김 비서가 쪼르르 움직여서 대표실 문을 열었다.

나는 김 비서가 열어 준 대표실 문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때 내 뒤를 따라 대표실로 들어 온 그녀가 말했다.

“좀 전 삼명그룹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김종훈이라는 사람을 어쩔 건지 얘기해 달라고....”

“김종훈?”

“국정원 요원이라고 하면 아실 거라고....”

“아아. 그 스파이!”

“네?”

“아냐. 그 일은 내가 직접 처리하지.”

어차피 이동훈 실장과는 통화를 해야 했다. 그때 스파이 김종훈의 일도 같이 처리하면 됐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 비서는 삼명그룹 쪽 일을 최우선적으로 내게 말하고 나서, 그 다음 오늘 내 스케줄을 쭉 읊었다.

“.....2시부터 이번에 데뷔할 걸 그룹들의 최종 평가와 곡, 안무 선정과 컨셉트 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아아. 맞다. 걸그룹들!”

그러고 보니 이번에 JYB엔터에서 선보일 두 걸그룹의 데뷔가 코앞에 있었다. 나는 대표로서 오늘 있을 최종 평가에 얼굴을 비추기로 되어 있었고. 물론 안 가도 됐다. 내가 예전의 백준열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두 걸 그룹이 성공할지 아닐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능력이 있는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혹여 두 걸그룹이 마뜩찮으면 그들의 데뷔에 제동을 걸어야겠지. 내가 무슨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실패할 걸 그룹을 데뷔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데뷔할 걸 그룹이 두 곳이라 평가와 회의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김 비서도 2시 이후 내 스케줄은 잡지 않았다.

“이상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김 비서가 내 스케줄을 얘기하고 나서 대표실을 나가려 할 때였다.

“잠깐만.”

그런 그녀를 내가 불러 세웠다.

“네?”

“김 비서. 나 곧 삼명그룹으로 들어가야 할 거 같아.”

“....”

두 형들이 처리 된 이상 삼명그룹의 후계자는 이미 나로 정해졌다. 그러니 내가 삼명그룹에 들어가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 정도 눈치야 김 비서도 있었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 문제였을 뿐. 그렇다보니 내 말에도 별로 놀라지 않은 김 비서.

그래서 뭐? 하는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에게 내가 이어서 말했다.

“그렇다고 여길 딴 사람에게 맡길 생각은 없어. 해서 말인데 김 비서가 내 일을 좀 맡아서 해줘야 할 거 같아.”

“네?”

그게 당최 무슨 소리냐며 그제야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김 비서. 그런 그녀에게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걸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여기 자주 오지 못하는 만큼 나를 대신해서 내 지시를 임원들에게 알리고 그들을 통제 해 줄 사람이 필요해. 그래서 말인데 김 비서가 그 일을 맡아줘야겠어. 조만간 김 비서는 내 비서이면서 JYB엔터의 총괄 본부장을 맡게 될 거야. 직급은 부사장급이니까 김 비서 말을 가볍게 여길 임원을 없을 거고.”

“....”

갑자기 내려진 총괄본부장이라는 벼락감투에 김 비서가 얼떨떨해 할 때였다. 밖에 비서실 그녀 자리에 전화가 걸려왔다. 김 비서는 후다닥 그 전화를 받으러 대표실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대표실 인터폰이 울리며 김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삼명그룹 이동훈 비서실장님 전화십니다.

안 그래도 내가 걸려고 했는데 성질 급한, 아니 나보다 더 바쁜 이 실장이 먼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바꿔.”

나는 책상에 앉으며 이 실장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 * *

이 실장은 백승렬 회장과 이미 얘기를 끝내고 나서 내게 전화를 건 상태였다. 그래서 백 회장의 뜻을 나와 조율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번거로운 짓을 지금 하고 있었다. 내가 삼명그룹 후계자니 이러고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벌써 이 실장의 손을 떠나서 실행되고 있을 일들이었다. 삼명그룹에서 백 회장의 지시는 곧 법이었으니 말이다.

“....니까 그렇게 해주시고....김종훈씨 말인데 한 번 만났으면 좋겠네요.”

-그 자를 말입니까?

“네. 삼명그룹을 엿 먹인 인재(人才) 아닙니까?”

-인재(人才)가 아니라 인재(人災)겠지요. 허어. 뭐 뜻대로 하십시오. 시간 되실 때 연락 주시면 그를 보내겠습니다.

이 실장이 말하는 투가 딱 봐도 김종훈의 목에 제대로 목줄을 채워 놓은 듯 했다. 하긴 이 실장이 두 번 당할 인물은 아니지.

나는 김종훈 얘기로 사실상 이 실장과 할 말은 다 했다. 그래서 통화를 막 끝내려 했는데 이 실장이 아직 내게 할 말이 남은 모양이었다.

-내일 김승현 의원 딸과 선보는 거 말입니다. 문제 일으키지 마십시오.

어째 말하는 게 경고 같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일 선보는 걸 망치면 그 뒷일을 자신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그 말인즉슨 그 선보는 걸 백 회장이 직접 살피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마 내가 제대로 선보지 않으면, 그 즉시 그 결과가 백 회장에게 보고 될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선 잘 볼 테니 염려 마세요.”

내 그 말에 이 실장이 상당히 안도해 하며 나와 통화를 끝냈다.

똑똑똑!

내가 이 실장과 통화를 끝내자 곧바로 김 비서가 급한 결재서류를 들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서류를 받아서 내가 살필 때 김 비서가 바로 나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말했다.

“대표님. 저보고 총괄본부장을 맡으라고 하신 건....다시 한 번 재고해 보심이....”

김 비서는 자신이 부사장급인 총괄본부장이 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뭔가 확신을 줄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에게 말했다.

“김 비서. 이 회사에서 내가 제일 믿는 사람이 누구일 꺼 같아?”

“네?”

“바로 김 비서야. 그래서 네가 총괄본부장의 자리에 제일 잘 맞아. 알겠어?”

“....”

나름 그녀에게 내 믿음의 확신을 주고자 한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비서는 자신이 없어보였다. 해서 나는 그녀에게 자극을 좀 주기로 했다.

“하아....김 비서. 너도 이제 큰물에서 놀아야지. 언제까지 내 비서 노릇이나 할 건데?”

내 그 말이 훅하니 김 비서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그녀의 얼굴빛이 변하며 질끈 입술을 깨물더니, 결국 내가 원하는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어디 큰물에서 한 번 놀아볼게요. 총괄본부장. 하겠습니다.”

“좋아. 정식 발령은 내가 미국 다녀 온 뒤 낼 테니 그런 줄 알고.”

“네.”

“나가 봐.”

그렇게 김 비서에게 축객 령을 내리고 보고 있던 결재 서류에 다시 시선을 둘 때였다.

“아아. 맞다.”

그러고 보니 회사 출근하면 바로 하려던 일이 생각났다.

“김 비서?”

나는 막 대표실 문을 열고 나가는 김 비서를 붙잡았다.

“네?”

“얼마 전 내가 특채로 입사 시킨 최철기씨라고 있지?”

“네. 흥신소 하시던 분 말씀이시죠?”

“맞아.”

“그분이라면 직무교육 끝내고 오늘부터 정식으로 매니지먼트 사업부에서 일하기로 한 걸로 아는데....왜 그러십니까?”

“그 최철기씨 지금 즉시 대표실로 불러 줘.”

내가 최철기를 직접 만나겠다니 김 비서가 살짝 의아해 하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표가 그러라는 데 어쩌랴. 까라면 까야지.

“네. 알겠습니다.”

대답 후 김 비서가 대표실을 나가고 나는 그때부터 집중해서 결재서류를 살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대표님. 찾으시던 최철기 사원 지금 와 있습니다.

“들여보내.”

안 그래도 막 김 비서가 넘긴 결재서류들 중 마지막 서류에 사인하던 중이었다.

내가 살펴 본 바로 결재서류에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결재란에 다 사인을 했다.

달칵!

문이 열리고 김 비서와 같이 최철기가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와요.”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최철기를 맞았다.

“이리 와서 앉아요. 김 비서. 차 좀 내 와요.”

나는 최철기에게 응접 소파에 자리를 권하고, 알아서 상석에 앉으며 김 비서를 보고 말했다. 그렇게 김 비서를 내 보내고 최철기와 같이 앉은 다음 그에게 말했다.

“이렇게 갑자기 오라고 해서 놀랐죠?”

“네. 뭐....”

최철기는 갑작스런 대표의 호출에 아직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말했다.

“최철기씨. 파견 근무 좀 가줘야겠어요.”

“네?”

사실 전화로 통보해도 됐다. 하지만 최철기는 내가 직접 픽업, 즉 영입한 인재였다. 그런 그에게 그가 어디로, 왜 파견을 가야하는 지, 파견 가서 거기서 뭔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한 설명은 내가 이렇게 대면하고, 내 입으로 직접 얘기하는 게 맞았다. 그래야 최철기도 납득을 하고 파견 가도 제 몫의 역할을 다 해 낼 테니 말이다.

“내가 전해 듣기로 최철기씨 전에 조직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던데.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최철기는 자신이 조폭 출신임을 밝히는 데 어떤 거리낌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왜 그런 질문을 자신에게 한 건지, 그 의도에 대해 생각한 듯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혹시 그게 제가 파견가게 된 것에 영향을 끼친 겁니까?”

“뭐 아니라고 할 순 없겠네요. 하지만 그게 지금 생각하는 거처럼 나쁜 영향을 끼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최철기씨의 그런 과거가 나에게 있어서는 더 인재 활용도가 높아졌달 까? 이는 최철기씨에게도 어울리는 일로, 서로 윈-윈하는 선택과 결정이 아닐까 싶은데....”

내 말에 최철기의 찌푸리고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내가 떠들고 있는 말이 무슨 소린지 궁금하다는 얼굴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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