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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86화 (58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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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왕종우는 그의 생각 밖의 변수에 지끈 거리며 머리가 아파왔다. 안 그래도 몸에 열이 펄펄 끓어오르고 있는데 골치까지 아프니, 수시로 아찔하니 머리가 어지러워왔다. 이러다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왕종우는 당장 자신의 몸에 열부터 떨어트려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일단 병동으로 움직였다. 그곳에 간호스테이션에 해열제 정도는 있을 테니까. 하지만....

“으윽....”

왕종우의 생각과 달리 그의 몸이 움직였다. 그는 똑바로 걷고 있었는데 병원 복도 바닥이 제 마음대로 흔들린다고나 할까? 왕종우는 큰일 났다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몸에 초고도열이 나면서 결국 왕종우의 정신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의식이 사라지며 두 눈에 흰자위를 드러내며 왕종우의 몸이 병동으로 가는 복도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어어. 저, 저기....”

“뭐, 뭐야? 왜 저래?”

“....가보자.”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왕종우의 끊어진 의식의 끈이 다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왕종우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으으음....”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왕종우가 정신을 차렸다.

그의 눈에 하얀 석고보드 천장이 보이고 그 옆에 주광빛 형광등, 그리고 병실에서 볼 수 있는 커튼레일과 커튼이 보였다.

고개를 완전히 옆으로 돌리자, 그의 옆 자리 병실 베드 위에 누워 있는 중년 여성 환자가 열심히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저 사람 깼네?”

“간호사 불러야 하는 거 아냐?”

그의 맞은 편 병실 베드의 두 남자들이 그를 보고 연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왕종우는 그제야 자신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연희....으으윽!”

딸이 어떻게 되었을지, 그게 생각나자 그의 몸이 절로 움직여졌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지금 그는 누워 있는 병실 베드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끔찍한 통증만 일뿐 그의 몸은 마치 침대에 묶여 있기라도 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곧 알 수가 있었다. 그의 몸 중 붕대를 감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까. 그가 지금 자신이 처한 처지를 깨닫는 동안 그가 깼다는 소식을 들은 간호사가 그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상당히 친절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환자분. 어디 불편한데 없으세요?”

“물, 물 좀....”

“아아. 네. 잠시만....”

간호사의 말대로 잠시 후 그녀의 도움으로 병실 베드를 세우고 반쯤 앉은 자세로, 왕종우는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천천히....급하게 마시면 안 돼요.”

간호사의 도움으로 충분히 물을 섭취 할 수 있었던 왕종우. 그는 이제야 좀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싶었다.

“제 딸....왕연희는 어떻게 됐습니까?”

왕종우가 간호사에게 물었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딸이 입원해 있는, 제주병원에 자신이 입원해 있음을 이미 알았다. 뭐 주위 환자들의 환자복이 죄다 제주병원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으니까. 또 그가 쓰러진 곳이 바로 이곳 병원이었고. 하지만 그도 그가 쓰러지고 시간이 그리 많이 흘렀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아. 따님 말씀이시군요.”

간호사는 왕종우의 물음에 싱긋 웃으며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면서 말을 이어서 했다.

“조금 있으면 오시겠네요.”

“네?”

딸이 오다니 그게 무슨 소린지....그때 왕종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리고 진짜 왕종우의 딸 왕연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던 것.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가 의식을 잃기 전 그의 딸은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말이다.

* * *

“아, 아빠!”

왕연희가 반쯤 세워진 병실 베드에 부친인 왕종우가 기대 앉아 있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소리치며 그에게 뛰어왔다. 하지만 부친의 몸 상태가 거의 미라 수준이라, 그를 안지는 못하고 최대한 그의 가까이 붙어서 울먹이며 말했다.

“....으흐흑....흑흑흑흑....걱정했잖아?”

“미, 미안하다. 근데 몸은?”

“난 괜찮아.”

괜찮다고는 했지만 왕연희도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부친인 왕종우의 눈에서 걱정의 빛을 읽은 듯 왕연희가 함박 웃으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다음 주 월요일에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어.”

“다음 주 월요일?”

딸의 그 말에 왕종우는 그제야 자신이 쓰러지고 대체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팔에 왜 수갑이 채워져 있지 않는 지, 또 딸의 병원비 문제는 어떤 식으로 해결이 되었는지....알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딸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그의 모든 의문을 풀어 줄 수 있는 자가, 그가 깨어나고 나서 30분 뒤에 그 앞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삼명그룹 경호실에 남상우 팀장입니다.”

“네?”

아니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글로블 대기업인 삼명그룹 사람이 왜 여기, 그 앞에 나타났단 말인가? 왕종우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삼명그룹에서 나온 사람을 빤히 쳐다봤고, 그때 남상우 팀장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일이 좀 복잡하게 꼬였습니다만, 왕종우씨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뭐 이건 제 사견입니다만 정말 운이 좋으셨습니다.”

그리곤 남상우 팀장이 2주 전, 왕종우가 이곳 제주병원에서 쓰러지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상세히 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잠, 잠깐만....그러니까 내가 쓰러지고....지금 2주일이나 지났다는 얘깁니까?”

“네. 워낙 강력한 마약성분의 진통제를 쓰신 탓에....이렇게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아아....”

남상우 팀장은 왕종우가 겪고 있는 시간적 괴리감을 이해하는 듯 잠시 말을 멈추고 기다려 주었다. 그러다 왕종우가 어느 정도 그걸 극복해 보이자 마저 하던 얘기를 이어서 해 나갔다.

“왕종우씨가 쓰러졌을 때 당신을 구한 건 바로 응급센터의 응급의와 간호사로....”

남상우 팀장의 말을 들으며 왕종우는 자신이 정말 운이 좋았다는 걸 깨달았다. 쓰러진 그를 조폭들이 발견했다면 그와 그의 딸은 지금처럼 무사하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운 좋게 쓰러진 그를 챙긴 건, 바로 자신의 딸을 구해 준 그 응급센터의 응급의와 간호사 였던 것. 그 응급의와 간호사가 왕연희의 부친인 왕종우를 알아보고,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그를 응급실로 데리고 간 덕분에, 그는 서슬 퍼런 조폭들의 눈으로부터 피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남상우 팀장의 이야기에 왕종우는 그가 의식을 잃고 있었던, 그 2주 동안 그의 주변에 어떤 파란만장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파란의 중심에 등장한 삼명그룹 부회장 백준열이라는 인물이, 결국 자신과 딸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임을 깨달았다.

“저희 부회장님께서 두 분이 중국으로 가실 거면 언제든지 가실 수 있게 배려를....”

“아니요. 저는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습니다.”

“아네.”

“그리고 그분을 꼭 뵙고 싶습니다.”

“부회장님을요?”

“네. 은혜를 모르면 짐승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분 가까이서 그분께 은혜를 갚고자 합니다.”

중국 최대 범죄 조직인 흑사회에서 한 때 최고의 킬러로 이름을 날렸던, 킬러 왕종우가 백준열의 그늘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 * *

윤재구 회장에 대한 테러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분에게 뭘 좀 해 줄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으음. 이거 어쩌나?”

윤 회장에게 전화해서 그의 안부를 묻는 건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이지만, 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에 그에게 전화하는 게 망설여졌다.

그래도 도의상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나는 일단 윤 회장에게 전화를 걸고 봤다.

-어. 백 대표.

그랬더니 윤 회장이 평소와 같이 편안한 목소리로 내 전화를 받았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니 뭐랄까? 내 가슴에 올려 두고 있던 돌덩이가 치워진 느낌이랄까? 한결 편해진 나는 바로 그의 안부를 물었다.

“몸을 괜찮으십니까?”

-나야 생생하지. 가만....혹시 간밤에 일을 알고 전화한 건가?

“네. 면목 없습니다. 제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했었어야 했는데....”

-무슨 소리....자네가 무슨 신도 아니고. 어떻게 그걸 알고 딱 막나. 아무튼 내 걱정해 줘서 고맙네.

나는 내가 원했던 윤 회장 안부를 묻는 데 성공하자 바로 대화 주제를 바꿨다.

“동물 병원 가셔야죠?”

-안 그래도 그러려고 외출 준비 중이네. 근데 밑에 것들이 난리야. 날 노리던 킬러가 잡히지도 않았는데 나가는 게 위험하다나?

윤 회장 밑에 사람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근데 킬러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니?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라 그에 대해 윤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을 노렸던 자가 현장에서 잡히지 않고 달아난 모양이로군요?”

-그러게 말이야. 돈을 그렇게 쳐 발랐는데....글쎄 경호원들이란 놈들이 그걸 놓쳤지 뭔가? 에잉....

자신의 경호원들이 영 탐탁찮아 하는 윤 회장. 하지만 윤 회장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외출을 하려 할 사람이 아님을 나는 잘 알았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윤 회장이 동물 병원 가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역시 자네는 다르군. 맞아. 내 나름대로 조치를 취해뒀네.

그 점은 내가 굳이 묻거나 말하지 않아도 윤 회장이 알아서 먼저 시인을 했다.

-그 킬러, 지금 제 살길 찾기도 급급할 텐데. 무슨 정신에 나를 또 노리겠나?

그러며 그가 제주도에 있는 조폭들을 전부 동원시켜 지금 그 킬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제주도 조폭들이 전부 눈에 불을 켜고 그 킬러를 잡으려 혈안이 되어 들쑤셔 대고 있을 테니, 그 킬러 지금쯤 똥줄 깨나 탈걸세. 허허허허허.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윤 회장. 하지만 실상 그의 말이 내게는 전혀 가볍고 우습게 들리지 않았다.

윤 회장 말대로라면 그 킬러는 오늘 중, 제주도의 킬러에 사로 잡혀서 윤 회장 앞에 무릎 꿇려 질 터였다. 그때였다.

-윤재구 회장을 죽이려다 실패한 중국인 킬러 왕종우를 구하시오. 미션 완수 시 개지수 10포인트 지급. 또 왕종우는 처리자 에이전시 대표 김훈과 같은 투견으로 당신의 일족으로 거둬들일 것을 견신이 강추 합니다. 왕종우가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면, 견신이 개지수 30포인트를 추가로 더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 미션과 추가 미션을 같이 받아드리겠습니까? [Y/N]

일단 견신 시스템의 미션에 견신이 언급 됐다. 그렇다면 이건 생각하고 자실 것도 없었다.

‘예쓰. 받아드리지.’

나는 흔쾌히 견신 시스템의 미션과 추가 미션을 받아드리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 * *

근데 막상 받아드리고 나니까 뭔가 좀 막막했다. 그럴게 투견으로 내 일족으로 거두면 좋을 거라는 중국인 킬러 왕종우라는 자는 지금 제주도에 있었고, 거기에 제주도의 모든 조폭들이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나는 오늘 빵빵한 스케줄 때문에 제주도에 갈 처지가 못됐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제주도에서 그럴 만한 사람이 있을 리가....

“있네. 한 사람.”

바로 제주경찰청의 수사과장 최철호 말이다. 이미 주말에 그에게 신세를 진, 나는 한 번 더 그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래서 그에게 막 전화를 걸려는데....

“다 왔습니다. 앞에서 내리시겠습니까?”

내 옆에 문대식이 나를 보고 물어왔다. 그러니까 JYB엔터 사옥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건물 입구 앞에서 차를 댈 테니, 거기서부터 걸어서 사옥 안으로 들어갈지 여부를 말이다.

“그러지.”

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럴 게 답답한 차에서 내려서 이동 중에 제주경찰청 소속 최철호 과장과 통화를 나눌 생각이었던 것. 내 대답에 문대식이 앞쪽 운전석에 뭐라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잠시 후 나를 태운 차가 JYB엔터 본사 사옥 건물 출입구 앞에 멈춰 섰고, 문대식이 먼저 내린 뒤 내가 앉은 쪽 차 문을 열자, 차에서 내린 나는 곧바로 JYB엔터 사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며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최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제법 신호가 가도 최 괴장이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통화하기 틀렸다 싶어 막 끊으려는데....

-여보세요?

“아아. 최 과장님. 저 백준열입니다.”

-아네. 주말에 부탁하신 건, 원하시는 대로 처리해 드렸습니다만....

“네. 그것 말고 또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네?

최철호는 내가 너무도 뻔뻔하게 연이어 부탁을 해오자 황당한 모양이었다. 그러던 말든 나는 내가 할 말을 최 과장에게 바로 했다.

“왜 전에 최 과장님이 제 별장에 왔을 때, 옆 별장에 윤재구 회장님이라고....”

-윤재구 회장님이요?

그랬더니 최철호가 윤재구 회장이란 내 말에 바로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윤 회장이 제주도 전역의 조폭들을 움직였는데, 제주경찰청에서 그 정도는 벌써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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