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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71화 (56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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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내가 보유한 견신 시스템의 스킬 중 「만능 오프너」가 5UP이 되면서, 나는 세상의 모든 문을 다 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는 문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그거야 거기 직접 가서 문을 열려는 내게 있어서, 어떤 제약도 될 수 없었다.

어차피 그 문을 보고 눈 몇 번은 깜빡 거린 뒤, 그 문을 열 테니 여러 번 본 것일 테니까.

그 사이 나는 그 문을 여러번 본 게 될 것이고, 바로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테니.

여기서 문제는 YH엔터가 사옥으로 쓰고 있는 건물이 있는 강남의 논현동으로 이 몸이 몸소 가는 건데....

“좀....귀찮긴 하네.”

삼명그룹 경호팀 때문에 묻힌 감은 있었지만, 내 경호팀도 엄연히 여기 있었다.

그래서 전화 한통이면 10분 안에 내가 탈 차가 삼명호텔 입구 앞에 대기 타고 있을 거다.

나는 아까 룸서비스를 통해 받아 놓은 옷들 중, 외출복을 꺼내 갈아입으며 내 경호팀장인 문대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평소와 달리 문대식이 제법 무게 잡고 내 전화를 받았다.

“나 나갈 건데 차 좀 준비 시켜 줘.”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어라? 뭐지? 문대식이 내 말에 이렇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사람은 아니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의아해 하며 그에게 바로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거라던데....”

나는 농담조로 말했다. 보통 이러면 가만있을 문대식이 아니었다. 뭐라고 톡 쏘며 꼭 대거리를 해 올 사람인데....

-10분 뒤에 뵙겠습니다.

딱 자기 할 말을 한 뒤로 더는 말이 없다. 마치 지금부터 진중해 지기로 마음 먹기라도 한 듯.

“허얼....”

나는 어이없어하며 일단 문대식과 통화를 끝냈다. 그리곤 후다닥 입던 옷을 마저 챙겨 입고 대충 거울을 보며 내 외모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한 후, 로얄 스위트 룸을 나섰다.

물론 나가기 전 나나미가 잘 자고 있는 지 확인했고, 혹시 몰라 그녀가 불안해하지 않게 소파테이블에 메모 한 장을 남겼다.

약속 때문에 누구 좀 만나고 다시 여기로 오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서울에서 묵고 있는 호텔 쪽에 연락을 해서, 그녀 짐을 여기로 좀 보내 달라고 했다.

당연히 그녀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도 나는 VVIP 고객이었고, 그 정도 요청을 그쪽에서 받아드리지 않을 리 없었다.

그쪽에서 흔쾌히 그러겠다는 말을 들으며, 삼명 호텔 1층으로 내려 온 나는 로비를 쭉 가로질러서 호텔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내 눈에 출구 앞에 대기 하고 있는 차량들이 보였고, 그 차들 사이사이 대기 중인 건장한 체구의 검은 정장 차림의 경호원들이 보였다.

그들 중 혼자 선글라스를 낀 채, 온갖 똥 폼을 잡으며 호텔 출입구 바로 앞에서 내가 탈 차 옆에 서 있는 문대식을 보면서, 내 걸음이 출입문에 빠르게 다다랐다.

그런 나를 발견한 문대식이 알아서 차문을 열었고, 그 사이 출입문을 통과 한 나는 곧장 열려 있는 차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그러자 문대식이 차문을 닫고 앞쪽 조수석에 타면서 안전벨트를 매면서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좋아. 출발!”

* * *

나를 태운 차가 삼명호텔을 나와 도로로 나가기 전, 문대식이 내게 물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논현동에 YH엔터 사옥으로 가줘.”

내가 목적지를 말하자 문대식이 다시 무전기에 대고 뭐라 열심히 떠들어댔다. 그리고 차가 도로에 접어들면서, 잠시 차 안에 쥐죽은 듯 정적이 흘렀다. 그 적막을 깨고 내가 문대식에게 말했다.

“뭔데? 천하의 문대식이 뭣 때문에 이렇게 팍팍 기합이 들어간 건데?”

“....”

문대식은 힐끗 백미러로 나를 보긴 했지만 묵묵부답하며 계속 차 앞만 쳐다봤다. 그런 그에게 내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빨리 말 안할래? 확 다 잘라 줘?”

내 협박성 발언에 그제야 문대식이 못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내 자신이....한심해서 그렇습니다.”

“한심해?”

“네. 어제....”

그러니까 문대식의 말은 삼명그룹 경호팀의 위세에 쫄았다는 거다. 하긴 대한민국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곳에서 나온 자들에 맞서서 삼명그룹 경호원들은 몸으로 막아내며 끝까지 나를 지켜냈다.

그런 삼명그룹 경호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삼명그룹 경호실장의 그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앞에, 문대식은 자신이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나 뭐래나?

그건 그 밑에 경호팀원들도 마찬가지였고.

“....걸 다 보고서....새삼 삼명그룹 경호실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알기로 문대식의 최종 목표는 삼명그룹 경호실장이 되는 거였다.

그랬기에 이번 일로 그가 받은 충격이 더 컸던 모양이었다. 그가 생각한 것보다 그곳이 얼마나 더 대단한 곳이란 걸 알게 되면서 말이다.

보아하니 삼명그룹 경호실장과도 얘기를 나눠 본 거 같았다. 자신이 내 경호팀장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을 듣고 경호실장이 가만있었을 리 없었을 테고. 아마 미주알고주알 삼명그룹 경호팀에 대해 친절하게 얘기해 줬겠지. 삼명그룹 후계자인 내 눈치를 봐서 말이다.

지금 내 경호팀원들은 구멍가게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삼명그룹 경호팀은 대형쇼핑몰 수준이고. 그 둘을 비교하는 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짓인데, 어리석게도 문대식은 내 앞에서 그걸 비교하고 있었다.

“쯧쯧쯧....뱁새가 황새 따라가자면 가랑이가 찢어지지.”

내가 혀를 차며 말하자, 그 말을 알아들은 문대식이 나를 볼 면목이 없는지, 슬쩍 시선을 옆 차창으로 돌렸다.

“그런 생각은 각자 할 일부터 해 놓고 나서, 집에 가서 발 닦고 쉴 때 천천히 생각해 보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못 내 대답하는 문대식을 보고 피식 웃으며 나도 시선을 차창으로 돌렸다.

그리고 YH엔터 사옥 건물로 가면 그때부터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을 시작했다.

* * *

JYB엔터가 그렇듯 YH엔터 역시 자신의 사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옥은 당연히 최첨단 경비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경비 업체 직원이 출입구의 통제센터에서 CCTV를 통해 건물 안팎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었다. 때문에 누구도 경비망을 뚫고 YH엔터 내부에 들어가서 무슨 짓을 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특히 건물 내 주요부서 쪽의 경우 거의 사각이 없이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따라서 운 좋게 경비의 눈을 피했다고 하더라도, CCTV 카메라에게는 찍힐 수밖에 없었다. YH엔터 사옥 내에 무슨 일이 생기거나 뭔가가 없어졌다면, CCTV에 찍힌 데이터를 쭉 되돌려 살펴보면, 누구 짓인지 다 드러나게 되어 있었다.

해서 지금 내가 몰래 YH엔터 사옥에 침입해 들어가서, R드래곤의 외장하드를 챙겨 나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렇지만 이번에 레벨 업이 되면서 새로 생겨나거나 업그레이드 된 능력들만 잘 쓰면, 그 불가능한 일을 얼마든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

가령 YH엔터의 잠긴 문은 「만능 오프너」 스킬을 쓰면 해결 될 문제고, CCTV카메라는 「개눈깔」아이템의 새로 생긴 능력인 투명체를 사용하면 됐다.

투명체는 말 그대로 내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는 능력으로 현재는 낮에만 사용 가능하고 그 사용 시간도 1시간으로 제한적이었다. 물론 10분의 쿨 타임 후 다시 1시간을 더 쓸 수는 있었지만.

그러니까 나는 두 시간 안에 R드래곤의 외장하드를 찾아내서 YH엔터를 빠져 나와야만 했다.

“나 저기 좀 다녀 올테니까 다들 여기서 기다려.”

나는 턱짓으로 YH엔터 사옥 건물을 가리킨 뒤,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유료 주차장에서 내 경호팀과 차량들을 남겨 놓고 달랑 혼자서 움직였다.

YH엔터로 들어가는 출입문 바로 옆에 경비초소 부스가 있었는데, 그 안의 젊은 경비업체 직원은 핸드폰으로 게임에 열중이었다.

“그렇지. 좋았어. 이번에는....”

그 경비업체 직원은 자기 회사 최첨단 경비 시스템과 CCTV카메라를 맹신하는 듯 보였다. 그럴 것이 내가 5분 쯤 그 주위를 지켜보며, 어떻게 저 안으로 들어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게 무색하게도 저렇게 부스를 홀라당 비워 놓고 화장실에 막 가고 말이다.

“뭐 나야 고맙지.”

나는 「개눈깔」아이템의 새로 생긴 능력인 투명체를 사용해서 내 몸을 보이지 않게 만든 다음,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디리리리릭! 촤르르르!

그러자 내 눈앞에 꽉 닫혀 있던 YH엔터의 주출입문인 강화유리문이, 「만능 오프너」 스킬이 발휘 되면서 비밀번호가 알아서 풀리고 활짝 문을 열었다. 나는 그 열린 문 안으로 쏘옥 들어갔고, 문이 다시 닫혔다. 그 뒤 3분 쯤 시간이 흘렀을까?

“루루룰루루....”

외부인이 사옥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것을 알 리 없는 경비업체 직원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경비 초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자아. 이번엔 꼭 깨고 만다.”

그리고 마저 하던 핸드폰 게임을 열심히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경비업체 직원은 그의 옆 모니터에 16분할 된 화면에 비치는 YH엔터 내부의 모습을 전혀 살피지 못했고, 그 중 한 곳의 문이 아무도 없는 가운데 열렸다 닫히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당연히 보지 못했다.

* * *

JYB엔터에 들어가기 전까지 무려 서울 흥신소 연합회 회장을 맡았었던 최철기였다.

그랬던 그가 일주일간 진행 된 매니지먼트 교육 과정을 마친 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일이었다.

“후아아....진짜 갑갑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네.”

그나마 그가 살 거 같아 하는 건 오늘이 바로 금요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내일부터 이틀간 주말이었고, 그는 그 주말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쉴 수가 있었다.

“흐흐흐흐. 이게 바로 직장인의 로망이란 거지. 주말에 일 안해도 월급을 준다는 거 말이야.”

물론 직장인이라고 해서 다들 주말에 쉬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일하는 JYB엔터의 경우 주말에는 무조건 쉰다. 물론 특근은 있다. 특근은 일하는 시간에 x2의 임금을 지급한다.

때문에 최철기의 경우는 오히려 그 특근하는 게 기다려졌다. 흥신소를 할 때 그는 주말은커녕 평일에도 밤낮없이 일해야만 했다. 특히 명절에 일할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하고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한데 지금 남의 돈 받고 일하게 되니 이렇게 속이 편할 수 없었다.

정확히 6시에 퇴근 한 최철기. 그는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집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거기서 캔 맥주와 담배 한 갑을 산 그는, 편의점 밖 야외테이블 중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치이익!

먼저 캔 맥주를 딴 뒤 쭈욱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크으....이 맛이지.”

맥주 탄산 덕에 칼칼했던 목이 마비되자, 최철기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리고 호주머니 속에서 라이터를 꺼내려 할 때였다. 누군가 그에게 지포라이터를 내밀더니 라이터 불을 켰다.

최철기는 눈앞에 불을 보고 일단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곤 말과 함께 시선을, 그에게 불을 붙여주고 지포라이터를 회수중인 사람에게로 돌리며 말했다.

“고맙소.”

“뭘요.”

40대 중후반 쯤 되어 보이는 최철기처럼 정장 차림의 한 중년 남자가, 그의 맞은편에 비어 있는 자리에 턱하니 앉았다. 그 남자의 앞에는 최철기가 마시고 있는 캔 맥주와 똑같은 캔 맥주가 하나 놓여 있었다. 아마도 최철기처럼 좀 전 편의점에서 사들고 나온 모양이었다.

최철기와는 달리 그 남자는 앉자마자 캔 맥주는 손대지도 않고 바로 담배에 불부터 붙였다.

“후우....”

그는 두어 모금 담배를 핀 다음, 담배를 입에 물고 두 손을 뻗어서 캔 맥주를 땄다.

그리곤 한 손에 담배를 빼 들고 나머지 손으로 캔 맥주를 잡아서 입으로 가져가더니, 시원하게 그 캔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맥주 탄산에 목이 따갑지도 않은 지 단숨에 그 캔 맥주를 다 비워버린 뒤, ‘와그작’ 손안에 맥주 캔을 구겨버렸다.

휙!

그리곤 찌그러진 맥주 캔은 최철기 바로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던졌다. 맥주 캔은 정확히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갔다. 한데 그 사이 담배를 다 태운 최철기가, 담뱃재를 털면서 그 중년 남자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내게 접근한 이유가 뭐지?”

“오오. 눈치 챘어? 역시....”

중년 남자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태세전환을 하면서 정장 재킷 단추를 풀었다. 그러자 재킷 안쪽 와이셔츠 옆구리 쪽으로 중년 남자가 차고 있는 권총 갑이 보였다. 당연히 그 권총 갑 안에는 38구경 리볼버 권총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최철기가 그걸 보고 피식 거리며 웃었다. 그러자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웃어?”

중년 남자가 누가 봐도 사나운 얼굴로 최철기를 노려봤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이런 눈빛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서웠다. 하지만 최철기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킥킥 거리다가 겨우 그 남자에게 말했다.

“큭큭....아니....애도 아니고....크흐흑....장난감 총을 뭐 하러....”

최철기의 장난감 총이란 말에 중년 남자의 살벌한 얼굴이 이내 낭패 섞인 얼굴로 변했다.

그걸 보고 최철기는 배를 잡더니 더 크게, 주위가 떠나가라 소리 내서 웃었다.

“크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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